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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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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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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1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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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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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23쪽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6)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16.

미노클 제3왕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해?”

“몇 번이고 확인해보았습니다. 그 이방인은 죽었습니다.”

“그렇구나. 진짜 죽었단 말이지.”

왕자는 탁자를 톡톡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췄다.

“그 교활한 위인이 험한 꼴을 당할 정도의 위험이라면 보통일이 아닐 테지. 너희들은 에켈산으로 먼저 출발해라. 다렌, 토크렘. 두 사람에게 전권을 위임하겠다. 믿어도 되겠지?”

“이 몸은 왕자님의 검이요…….”

“왕자님이 휘두를 홀입니다.”

아랫사람이 스스로의 충성을 비유하는데 자주 등장하는 표현인 ‘검과 홀’.

다렌과 토크렘이 그저 그런 자들이었다면, 지금의 표현은 너무도 상투적인 하품만 나오는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저 충정을 다하겠습니다요.’ 정도일 테니까.

하지만 왕자는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이 과묵한 충복들은 한 번도 자신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좋아. 난 아바마마와 형님들을 만나고 뒤따라가겠다.”

부하들을 내보낸 3황자는 내궁으로 들어가 알현을 요청했다. 마침 왕과 왕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어쩐 일인가. 유린이여? 지금 우리들은 요새의 보수공사문제로 바쁘단다. 한 시간 뒤 다시 찾아오려무나.”

“말씀하시는 요새가 에켈산에 지어진 것을 말하는 것인지요?”

“그렇단다. 이는 한시도 지체해서는 안 되는 일. 태평성대일수록 이런 일에 나태해져서는 안 되는 거니까.”

“그 에켈 요새 때문에 찾아온 겁니다.”

3왕자가 입을 열었다.

“침공 받고 있으니까요.”


◇◇◇◇◇◈◇◇◇◇◇◇◈◇◇◇◇◇◇◈◇◇◇◇◇


죽음이란 어떤 형태로 찾아오는가.

한없이 공허한 공간 속에서 흐느적흐느적 유영하는 것?

육체와의 연결이 끊기는 순간, 세상의 모든 게 부서져 내리며 ‘나’라는 존재조차 가루가 되어버리는 것?

확실한 것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혁신을 부르짖은 게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죽음을 그저 GAME OVER로만 다루지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게임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이 표현되었는데, 더 오션의 죽음은 산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경험을 구체화한 것이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비롯한 모든 감각을 차단되어 무(無)의 공간에 던져지는 것.

세상과 유리된 채 죽음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을 것이란 게, 제작사인 마도로스의 입장이다. 물론 유저들의 생각은 달랐고, 이걸 독방체험이라 부르며 꺼려했다. 마도로스 社는 그런 유저들을 배려해 스킵이 가능하게 해주었다.

노상강도들에게 다구리를 맞고 죽어버린 위즈는 그런 죽음을 기대했다.

하지만 익히 들어서 알고 있던, 무(無)의 공간은 펼쳐지지 않았다.

“질긴 녀석이었어. 하지만 거지로군.”

“부서진 스태프 하나 남기고 떠날 줄이야.”

위즈가 멀쩡히 서 있는데도, 노상강도들은 손을 털며 사라져갔다.

- 뭐지? 난 죽은 게 아닌가? 왜 이렇게 목소리가 울려?

웅얼거리는 것처럼 에코효과가 걸린 목소리에 위즈는 짜증이 났다. 이해 안가는 상황의 연속이다. 지금 죽은 것인가, 살아있는 것인가?

- 일단 저들을 따라 가보자.

위즈는 노상강도들의 뒤를 쫓았다.

‘이렇게 상대가 멀쩡히 돌아다니는데도 무시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맨 뒤에 걷는 자를 툭 쳐본 위즈는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손이 통과해버렸다?

성큼성큼 걸어가 노상강도를 들이 받자, 부딪히지 않고 스윽 통과해버리는 몸. 노상강도의 앞에서 손을 흔들어 봐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다.

- 그러니까, 난 유령이 된 거로군.

하지만 위즈는 유저가 유령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유령이라는 건 언데드의 일종인데, 인간인 유저가 언데드가 되었다는 것은 종족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위즈는 레드 오션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려보았다. 레드 오션에서 가능했다면, 더 오션에서 안 될 이유는 없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과거회귀 퀘스트에서 있었던 것 같군.’

하지만 지금 위즈는 단순히 사망한 것에 불과하다. 시스템 메시지에도 분명히 적혀 있다.


<캐릭터 ‘위즈’가 사망했습니다.>

<사망 패널티를 받아 집중력 스탯 5가 깎입니다.>


‘내가 죽은 건 분명한 사실. 유령이 된 것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가 중요하다. 그것이 앞으로의 움직임을 결정할 테니까.

위즈는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을 총동원해, 지금의 모습이 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가장 의심되는 건, 스킬과 아이템. 스킬창을 열어본 위즈는 곧 유령이 된 이유를 알아냈다.

얼마 전에 라미즈가 만테코른의 유령도서관에 보내준 적이 있었다. 그때 유령사서의 퀘스트를 수락하면서 선 지급 받은 보상이, ‘죽은 자의 숙원을 풀어준’이라는 칭호였다.

그리고 칭호를 얻으면서 생겨난 스킬 망령화.


====================================

[망령화 : MX-LV.1] [LV.1-숙련도 Mastered]

- 캐릭터가 사망하면, 부활할 때까지 영혼만 남아 움직일 수 있습니다.

- 다음 부활장소는 영혼이 마지막으로 머문 곳입니다.

- 즉시 부활할 수도 있습니다.(사망 패널티는 적용)

- 부활을 선택하지 않아도 1시간 후에는 무조건 부활합니다. 안전지대로 이동해주세요

====================================


‘그렇다면 지금의 난 공격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란 거군.’

위즈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노상강도들을 뒤쫓아봐야 소용없다.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그때 귀에 쑥 꽂히는 말이 있었다. 위즈는 고개를 들었다.

노상강도들이 에켈 요새 공격 계획을 쑥덕거리고 있었다.


◇◇◇◇◇◈◇◇◇◇◇◇◈◇◇◇◇◇◇◈◇◇◇◇◇


에켈 요새는 수도 미노클이 보이지 않는, 그러니까 산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 그 이유는 교역로가 내려다보이는 장소이기 때문. 그리고 산의 반대편은 위즈가 경험했던 가파른 경사로가 아닌,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 곳이었다. 그래서 성벽을 쌓기 용이했다는 점도, 요새의 입지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노상강도들은 거기에 한 가지 이유를 보탰다.

교역로를 지키기 위해 그쪽에 자리 잡았다는 것은 눈속임일 뿐.

과거 에켈산에 강림했던 악마의 흔적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그게 깨어날 경우,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혼돈에 빠지게 되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헛소리 작작해 이놈들아!”

시논과 카논은 노상강도들이 두려워하는 이야기를 흔한 민담으로 치부했다.

- 무엇보다 싸우기도 전에 사기가 저하되는 게 두려웠을 테지.

위즈는 그들을 지나쳐 요새로 향했다. 30분 뒤 이들은 요새를 침공할 것이다. 위즈는 유령상태로 요새로 들어가서 부활을 시도할 생각이다.

- 그리고 노상강도들이 움직이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거지.

그러면 적어도 어이없게 함락되진 않으리라는 게 위즈의 계산이었다. 그동안 3황자가 군대라도 끌고 오면 다행이고. 하지만 그 계획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보호결계의 효과로 인해 유령은 통과할 수 없습니다.>

<무리하게 진입을 시도하면, 부활 후 추가적으로 스탯을 잃을 수 있습니다.>


- 마법으로부터도 방어를 하고 있다 이건가?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나가려고 하니 반발력이 일어나 위즈를 밀어내버렸다.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니 고무 같은 탱탱함이 느껴진다. 이정도로 방어가 잘되어 있으면, 노상강도가 떼로 몰려온다고 어떻게 될 것 같지도 않다.

- 적당한 장소로 가서 부활하는 게 낫겠군.

그때 방어막이 미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벌써 공격이 시작되었나 싶었는데, 아직 노상강도들은 숲속에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 그럼 뭐야 이 진동은?

위즈는 섬뜩한 감각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감지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위험해 보이는 날카로운 예기. 어찌 모를 수 있을까. 그렇게나 애용했던 주문-윈드커터인 것을. 위즈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피해 물러섰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넓은 칼날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위즈는 자신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느낌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눈을 뜨고 보니 몸은 멀쩡했다.

- 아, 난 유령이었지.

실체가 없는 유령을 공격하는 방식에는 마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 언데드 마법이 따로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윈드커터로는 유령을 못 잡는다는 것.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 그럼 왜 윈드커터를 날린 거지? 날 노린 게 아니었나?

위즈는 윈드 커터가 날아온 방향으로 다시 걸어갔다. 조금 전에는 시논과 카논만 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또 한명이 늘어나 있었다.

- 로브를 걸치고도 이름이 표시되지 않은 걸 보면 PK는 아니군.

하지만 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시논과 카논의 이름을 보고도 옆에 앉아 있다면 한패거리라는 뜻이니까.

“막무가내로 마법을 쓰면 어떡해?”

“보호결계가 해제되었는지 확인은 해야 할 거 아냐.”

“그렇다고 그런 짓을 해? 너 예전엔 안 그랬잖아?”

“맞아. 이런 막무가내식 플레이는 싫어했지. 하지만 인육만두가 죽을 때 깨달았다. 내게 부족한 것은 저돌성이야.”

“그렇다고 우리처럼 막나갈 생각이야? 언제나처럼 우릴 제어해야지.”

“안심해. 너희가 걱정할 정도로 날뛰진 않을 테니. 적당히……어디까지나 적당히 하겠다는 거야. 평소에 너희들이 그렇게나 노래를 부르던 융통성을, 이제야 갖추었는데 기뻐해주지도 않는군?”

“제길. 무서워죽겠네. 망할 자식.”

“아무튼 결계는 클리어. 접근해서 요새를 공격하자.”

더 이상 들을 것도 없이 위즈는 요새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이들은 단순히 요새를 침공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 대체 이놈들은 요새를 공격해서 뭘 얻겠다는 거지?

위즈는 성벽을 간단하게 스윽 지나가버렸다. 조금 전 느낀 반발력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들이 방어결계를 해제하기 위해 무슨 수를 쓴 것 같지도 않다.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면, 미노클의 왕궁마법사가 이변을 모를 리 없다.

문득 어떤 가능성에 눈을 돌린 위즈는 다시금 커지는 스케일 때문에 고개를 저었다.

노상강도를 이용한 유저들의 이목 끌기.

그리고 차곡차곡 모아둔 병력과 시간 맞춰 풀린 방어결계.

이들이 진짜 노리는 것은 따로 있고,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은 전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면?

- 억측일 뿐이야.

애써 부인했지만, 그럴지도 모른다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저들은 위즈가 모르는 어떤 정보를 토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메인 퀘스트와는 관련이 적은 게 분명하다. 반면, 위즈가 더 오션을 시작하면서 관심을 둔 것은 메인 퀘스트의 달성에 필요한 것들뿐. 그만큼 위즈의 시야는 좁았다.

노상강도의 움직임을 알고서도 유저들의 성장촉진제로만 이용해먹을 생각을 했지, 그 이면에 어떤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는지 고민해보지 않았다. 시논과 카논이 우쭐거리며 말해주지 않았다면, 노상강도들의 연합이 연막이라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나는 나무만 보느라 숲을 보지 못했다.’

정보의 부족을 뼈저리게 느낀 위즈는 요새를 샅샅이 뒤졌다. 화려하게 차려입거나, 지위가 높아 보이는 자를 찾기 위해서다.

유령이라 만질 수는 없지만, 이야기는 엿들을 수 있다. 저들이 번거로운 수고를 감내해가며 노리는 거라면, 요새를 지키는 자가-그것도 상급자가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위즈가 생각한 조건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방에 앉아 마법사로 보이는 인물과 마주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

비록 낡긴 했지만, 제복위에 훈장까지 달고 있어 제법 높은 직책에 있을 것 같다. 위즈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각이 진 네모 턱에 아무렇게나 숭숭 돋은 수염이 산적처럼 생겨먹었지만, 낮으면서도 힘 있게 울리는 목소리에는 위엄이 실려 있었다.

“이런 시기에 부하들을 내보내 송구하오이다.”

“제가 더 송구하지요. 에켈 요새를 보수하겠다면서 달랑 두 사람밖에 오질 않았으니까요.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바르메릭 백작. 불온한 자들 때문에 궁정마법사들이 바빠졌답니다.”

“허허. 주제도 모르는 노상강도 놈들이 여러 사람 귀찮게 하는구려. 내 부하들 역시 그렇소이다. 그렇다고 별일 있겠소? 300년 전의 나쁜 소문이 퍼져 있으니 누가 여길 오고 싶을까. 설사 접근한다손 치더라도 정예 병사들로만 이루어진 우리들은 그야말로 무적이오. 무적.”

“그렇지만 만약이란 게 있습니다. 누군가 이곳의 비밀을 눈치 챈다면,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침입하려들 것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있는 것이라오.”

바르메릭 백작이 천정에 매달린 줄을 잡아당기자,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군사들이 전투 준비를 시작하는지 요새가 부산스러워졌다.

“내 임무는 이곳을 지키는 것. 한 놈도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외다.”

“그럼 백작님만 믿겠습니다.”

마법사는 바르메릭 백작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 백작이란 지위는 본래, 국경을 지키는 변경백에서 유래된 것인데……어째서 그런 자가 수도에서 근무하지?

조금 더 생각해보니 애당초 무언가를 지키고 견제하기 위한 목적의 요새가 수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 수도에서 국경까지의 거리는 2주간 쉬지 않고 말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 당연히 에켈 요새는 외부의 침입을 막고자 세워진 곳이 아니다.

- 그렇다면 내부의 적?

열흘가까이 미노클에 머무르면서 위즈는 불온세력의 움직임은 느끼지 못했다.

- 아니지. 난 지금까지 메인 퀘스트만 보고 편협하게 플레이해왔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게 있을지도 몰라. 그럼 누굴 따라가야 하지?

바르메릭 백작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마법사를 따라갈 것인가. 잠시 망설이던 위즈는 마법사가 사라진 아래쪽을 향했다.

바르메릭 백작이 들어간 전투 지휘소는, 듣는 귀가 많아서 비밀이야기가 나올 수도 없다.


◇◇◇◇◇◈◇◇◇◇◇◇◈◇◇◇◇◇◇◈◇◇◇◇◇


“빨리 끝내자꾸나. 예감이 좋지 않아.”

백작과 독대하던 마법사가 재촉했다. 제자로 보이는 청년은 들고 있던 수정홀을 작은 홈 속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기관음이 울리며 수정홀이 밀려들어갔다.

“수고했다.”

스승과 제자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늑대가면을 쓴 괴인이 매직스틱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매직스틱에서 주황색 스파크가 튀었다. 스승은 재빨리 로브를 펼치며 스파크를 막아냈다. 그동안 제자의 손에서 솟아난 매직애로우가 침입자를 노리고 발사되었다. 하지만 명중한 순간 매직애로우은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마력으로 환원 시켜버리다니!”

“피해!”

제자를 밀쳐낸 스승이 스태프를 곧게 세우고 열 겹이나 되는 배리어를 쳤다. 하지만 늑대가면의 괴인이 날린 이름 모를 주문은, 그것을 모조리 뚫고 스승의 가슴에 꽂혔다.

“감히 스승님을!”

제자가 달려들었지만 늑대가면의 괴인은 매직스틱을 휘둘러 간단히 제압해버렸다.

“대충 처 맞았으면 죽지는 않았을 텐데. 하여간 수준 낮은 것들이 꼭 반항을 해요.”

스승과 제자는 한데 포개어진 채 바닥에 쓰러진 상태. 하지만 괴인의 말처럼 죽지는 않은 듯, 숨은 붙어 있었다. 괴인은 벽에 박힌 수정홀의 끄트머리를 살짝 당겨 반대방향으로 돌렸다. 그러자 바닥의 일부가 철컹 소리를 내며 열렸다.

“겉보기로는 통짜 암반인데, 사실은 쇠붙이라? 이만큼 잘 꾸며놓았다는 건, 정보가 확실하다는 뜻이렷다!”

늑대가면의 괴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통로로 들어섰다. 그의 임무는 에켈 요새의 지하에 잠들어 있는, 마족의 병기를 손에 넣는 것. 그것은 마법사라면 누구라도 탐을 낼만한 것이었다.

바로 300년 전, 항마전쟁에 등장했던 마운틴 자이언트.

그리고 그것을 부리는 주문이 이곳에 봉인되어 있다.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전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통점은 거대하다는 것.

거의 산 하나와 맞먹는 존재로서, 걷는 것만으로도 땅이 흔들려 말들이 도망치고,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전해진다. 그것이 나타나면 마족과 인간 모두 싸움을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존재를 부리게 된다고 생각하자 늑대가면의 괴인은 바짝 몸이 달아올랐다.

어쩌면 에켈 산 전체가 녀석의 몸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놈을 부활시키면 제일먼저 미노클부터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겠다. 시험 삼아 부수기엔 거기만한 곳이 없지.”

그 뒤를 쫄랑쫄랑 따라가던 위즈는 인상을 썼다.

- 진짜 시끄러운 놈이네.

목소리가 까마귀 같은 게 오래 듣고 있자니 정신이 사납다. 마법사라면서 진중한 맛도 없다. 이 남자와 만난 건, 바르메릭 백작 대신 마법사를 찾아 움직일 때였다. 처음엔 요새의 병사이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가면을 쓰고 움직이는 게 아닌가. 그 수상한 태도 때문에 위즈는 마법사대신 이자를 따라갔는데, 이자 역시 마법사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법사와 제자가 일을 끝마치자마자 뒤치기.

지금은 비밀통로를 통해 지하 깊숙이 내려가고 있다.

위즈는 이자가 사용한 마법의 수준을 보았을 때, 이방인이 아닌 NPC라고 판단했다. 이방인들이 온 건 1달도 되지 않는 시간이고, 배리어를 10겹이나 치는 마법사를 가볍게 해치울 실력은 고작 한 달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거기다가 자세한 이야기를 주절거리는 모양이 영락없는 NPC 아닌가.

- 그나저나 마운틴 자이언트라…스케일이 너무 커지는데.

위즈는 레드 오션에서 마운틴 자이언트 같은 게 나온 적이 있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 역시 없어. 예전엔 나온 적도 없는 생소한 게, 왜 자꾸 튀어나오는 거지?

더 오션은 레드 오션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다. 하지만 레드 오션의 데이터를 계승했기에, 적어도 게임 초반의 흐름은 과거와 다르지 않을 거라 예측했었다. 지금 그것이 여지없이 깨어지고 있다.

- 네메시스와 함께 주물러 놓은 게 있다고는 해도, 큰 틀은 그대로야. 그런데 어째서 너무 다른 거야?

늑대가면은 깊어지는 어둠 속에서 발을 헛디뎌 무릎을 찧었다.

“큭! 주문서만 찾으면……주문서만 찾으면!”

늑대가면은 여전히 자아도취에 빠져서 소리 지르고 있다.

- 이 짜증나는 녀석의 이름만 알아도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거 같은데.

가면을 쓰기 전의 얼굴도 너무 평범했고, 쓰고 있는 늑대가면에도 큰 특징이 없다. 확실한 건 위즈가 알고 있는 메인 퀘스트와는 연관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 하지만 그런 듣도 보도 못한 NPC라도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 일단은 녀석을 막는데 주력하자.

위즈는 스킬창을 열어서 새로 얻은 기술을 살펴보았다.


=================================================

[노멀스킬]/[액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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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MX-LV.100] [LV.1-숙련도 00.20/100%]

모든 무술의 기본. 체중을 하체에 실어 안정감을 주며, 공격력과 명중률을 향상시켜줍니다.

- 진각을 사용하고 2초 이내 일반 공격 : 물리공격력 +5 / 명중률 +5%

- 적을 타깃으로 진각을 사용하면 50의 고정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


카피 캣으로 익힌 첫 번째 스킬이었다.

- 사실 이걸 익히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위즈는 노상강도들에게 죽기 전, 맨몸으로 녀석들에게 맞서야만 했었다. 방패와 무기가 파괴되어 주먹질과 발차기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땅을 깊게 찍으며 체중을 실었는데 그게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게다가 실제 있는 기술이었는지 데미지 량도 증가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노상강도들은 위즈를 자빠뜨리고 무자비하게 진각을 쏟아냈다.

- 그래. 난 밟혀죽었어.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공격 스킬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다. 위즈는 지금 무기도 없는 맨손이었고, 오로지 스킬에 의존해 공격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공격은 반드시 기습이어야만 했다.

- 관건은 타이밍!

부활과 동시에 진각으로 급소를 노린다.

선택지는 이것밖에 없었다. 위즈는 늑대가면이 방심할 때를 기다렸다. 그때였다.

부웅! 퍽!

매서운 바람과 함께 떡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늑대가면의 몸은 저 벽에 처박혀버렸다.

- 이게 무슨 일이지?

눈만 끔뻑이던 위즈는 어둠속에 떠오른 붉은 눈동자를 확인하고 소름이 돋았다. 시커먼 어둠과는 극명히 대조되는 물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몰라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사실 통로라고 생각했던 것이 움직여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부우웅!

늑대가면은 황급히 배리어를 만들었고, 조금 전 그를 날려버린 물체가 다시 부딪쳤다. 배리어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제길! 다짜고짜 공겨……커흑!”

늑대의 머리모양을 한 가면이 쪼개지며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남자의 몸은 갈라진 통로 사이로 떨어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위즈는 늑대가면을 죽인 게 뾰족하게 돋아난 어둠인 것을 알고 대경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런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송곳처럼 돋아난 돌기가 통로를 가득 뒤덮고 있다.

『별 하늘 아래 어둠 가시밭.』

통로가 울리며 굵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영광으로 알아라. 그분의 힘과 마주한 것을. 어리석은 자여.』

위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무려 광역 스킬로 공격을, 그것도 수준급의 마법사가 친 배리어를 무시하고 데미지를 넣는 공격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커다란 덩치도 부담이다. 체력이 만 단위이기라도 하면, 딜만 죽어라 넣다가 지쳐 쓰러질 판이다.

- 여기서 부활하면 개죽음이야.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던 위즈는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이를 악물었다.


<1시간이 경과하여 망령화 상태가 해제됩니다.>

<캐릭터가 부활하였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그래 해피타임이다 망할 게임아.”

이제는 단순한 NPC가 아닌, 300년 전부터 살아 움직이는 전설 속 존재를 상대해야만 하는 것이다.


작가의말

일단 서둘러 올리고, 오늘 내일 중에 고쳐놓겠습니다.

그땐 제목에 이 빠져있겠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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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4) +2 13.11.30 1,022 23 27쪽
33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3) +2 13.11.29 1,150 30 21쪽
32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2) +3 13.11.28 1,048 25 20쪽
31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1) +4 13.11.23 1,521 20 19쪽
3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ED) +1 13.11.22 1,147 22 15쪽
2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8) +1 13.11.19 1,216 24 34쪽
2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7) +1 13.11.16 1,513 29 24쪽
»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6) 13.11.15 1,556 28 23쪽
2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5) +1 13.11.13 1,750 28 21쪽
2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4) +1 13.11.12 1,142 25 14쪽
2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3) 13.11.11 1,134 31 21쪽
2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2) +2 13.11.08 1,561 39 18쪽
2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1) +1 13.11.07 2,192 36 23쪽
21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0) 13.11.06 1,138 36 18쪽
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0 31 22쪽
1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8) +3 13.11.02 1,113 23 20쪽
1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7) 13.11.01 1,203 32 23쪽
1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6) 13.10.29 1,150 31 23쪽
1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5) 13.10.28 1,143 27 14쪽
1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4) 13.10.26 1,476 36 17쪽
1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3) +1 13.10.25 1,585 36 16쪽
1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2) +1 13.10.24 2,418 40 21쪽
1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 13.10.22 2,117 32 15쪽
11 1. 계절이 바뀌는 때 (ED) +1 13.10.19 2,870 138 19쪽
10 1. (9) +1 13.10.16 1,911 42 23쪽
9 1. (8) 13.10.14 1,702 29 23쪽
8 1. (7) +1 13.10.05 3,285 60 25쪽
7 1. (6) 13.10.04 2,227 42 22쪽
6 1. (5) 13.10.02 2,266 39 17쪽
5 1. (4) 13.09.29 2,358 4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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