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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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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231,801
추천수 :
5,519
글자수 :
1,674,356

작성
13.11.23 16:45
조회
1,520
추천
20
글자
19쪽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1)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0.

“으함…….”

브렌은 크게 하품을 했다. 막 자다 일어난 것도 아니고, 식곤증이 온 것도 아니다. 한창 트레이닝 룸에서 체력 단련을 마치고 샤워까지 끝낸 상태였다.

육체와 정신 모두 깨어나 만전.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입이 크게 벌려지는 걸 막지 못했다. 브렌은 암릿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4시 10분. 야간근무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잠들어 있을 시간이다. 이 시간에 일어나는 건 브렌에게도 매우 드문 일이다.

‘근무환경이 바뀌어서 그런가?’

스스로의 신경이 예민해진 건 아닌가 생각하며 브렌은 식당으로 향했다. 경비업무를 맡은 사람들은 여러 곳에 분산된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집단 배식은 식중독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키울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조치였다. 지금 향하는 남쪽의 작은 식당도 그 중 하나였다. 저택에 도착한 브렌은 4군데의 식당을 모두 이용해보고는, 남쪽 식당만을 이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남쪽 식당에는 그의 취향에 걸맞은, 맵고 시고 짭짤한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고추와, 향신료들을 듬뿍 사용한 인도풍 커리는 물론, 그가 즐겨먹는 칠리소스 핫도그도 항상 준비되어 있다. 가끔은 중화풍의 매운 요리도 나오는 데, 어제 먹었던 마파두부인가 하는 요리는 정말 걸작이었다. 밍밍한 두부가 실은 맛있는 식재료라는 걸, 브렌은 어제 처음 알았다. 진즉 먹어보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

남쪽 식당은 이렇게나 브렌의 마음에 쏙 들었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사람이 잘 찾아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음식.

생화학 테러에 가까운 음식을 맛보러 오는 사람은 브렌뿐이었다. 독하고 자극적인 식재료를 만질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요리는 무인조리시스템이 담당하고 있었다.

“어이. 오늘의 메뉴는 뭐냐?”

- 아직 충분한 재료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제 쓰고 남은 재료가 있나?”

- 마파두부의 재료는 남아있습니다.

“그걸로 하지.”

무인조리시스템이 작동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매운 냄새가 번져 나오자, 브렌은 코를 벌름거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사람이라면 재채기를 하며 괴로워하겠지만, 그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식욕을 돋우는 기분 좋은 냄새다.

브렌은 향신료의 자극적인 향을 음미했다.

이미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별종 보듯이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그였다. 핫 푸드 마스터라고 부르는 것까지도. 브렌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나 좋은 냄새를 싫어할 수 있는가.

브렌이라고 처음부터 매운 음식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이런 맛의 음식이 있다는 걸 알지도 못했고, 더욱이 이런 걸 즐기는 부류가 있다는 건 더더욱 몰랐다.

그러다가 우연히 매복한 경작플랜트에서 배가고파 따먹은 자그마한 열매하나.

그 열매가 브렌의 입맛을 바꾸어 놓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것은 고추라 불리는 작물이었고, 극소수의 미식가를 위해 제공되는 귀한 것이었다. 브렌이 벌어들이는 돈으로는 날마다 사먹지도 못할 건 분명했다. 그래서 브렌은 아예 근거지를 옮겼다. 고추를 비롯한 향신료가 풍부하게 나오는 콜로니로 이사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콜로니에서조차 브렌만큼 맵게 먹는 사람은 드물었다.

“잘됐다고 봐야 하나?”

접시에 담겨져 나온 마파두부를 후후 불어 입에 떠 넣으며 브렌은 중얼거렸다.

그가 너무나도 원하던 고추는 이곳에서 비인기 작물이었다. 그래서 충분한양이 생산됨에도 전량 소모되지는 못했다. 고추의 가격은 놀랄 만큼 쌌다. 브렌은 남는 것을 전량 사들였다. 그리고 날마다 화끈한 식사를 즐기고 있다. 최근에는 같은 처지인 다른 작물도 사들이는 중이다. D블록에 창고를 사들일 계획도 가지고 있다.

마파두부를 후루룩 들이킨 브렌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운동을 마치고 먹는 간식은 최고라니까!”

브렌의 특대형 그릇을 수거해가며, 자동조리시스템이 중얼거렸다.

- 이미 2,300㎉입니다만.


◇◇◇◇◇◈◇◇◇◇◇◇◈◇◇◇◇◇◇◈◇◇◇◇◇


식사를 끝마친 브렌은 여전히 남는 시간 때문에 고민했다. 새벽의 체력단련일정은 이미 소화했다. 게다가 음식을 섭취했기 때문에 격한 운동을 다시 하는 건 내키지 않는다. 책이라도 가져다 읽을까 하던 브렌은 머리를 긁적였다. 좋은 생각이 아니다. 도서관에는 회장을 비롯한 편家의 수뇌부가 진을 치고 있다.

12일. 파이오니어 컴퍼니의 무장빌딩 하나가, 누더기가 되고나서 흐른 시간이다.

또한 편家의 자존심이 상처받은 지 12일이 지났다는 소리와 같다. 그 당시 현장에 있었던 브렌이 들어갔다간 결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너무 따분하군.”

사실 브렌이 원망을 들을 이유는 없었다. 침입자를 상대로 나름 분전했고, 위험에 빠진 회장을 구출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당시 책임자는 브렌이 아니라 영희 단장이었다.

“대체 영희 단장은 왜 돌아오지 않는 거야?”

구원절 아침에 잠깐 본 뒤로는, 영희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회장인 편승은 영희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만 두었다고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 영희가 지운 CCTV영상을 볼 때, 브렌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영희는 로비에 있던 해커를 해치웠다.

심문을 위해 생포하지 않은 점이 의아했지만, 부하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일조를 한 것에 분노를 느껴 그리했다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럼에도 영희는 동영상을 삭제했다.

영희는 해명을 위해 나타나지도 않았으며, 연락도 닿지 않았다.

이 때문에 회장은 영희가 구원절 테러에 관련이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머리 쓰는 일을 즐겨하지 않는 브렌조차,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동영상을 지운 것이라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CCTV의 내용만 보면 떳떳하지 못할 건 또 뭐란 말이냐.’

아무리 생각해봐도 브렌의 수준에서는 여기까지가 한계다.

어차피 남의 일.

브렌에게 닥친 일이 더 중요하다.

공식적으로 영희는 사직한 상태. 그래서 단장의 자리는 공석이 되었다.

그 자리는 지금 브렌이 맡고 있다. 부단장도 아닌 일개 용병이 갑자기 단장 자리를 꿰차는 건 모양이 좋지 못하다. 하지만 회장의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

즉, 지금 이 저택의 경비단을 책임지는 건, 영희가 아니라 브렌이다.

“하아, 이렇게나 심심한 줄 알았으면 거절해버릴 걸.”

브렌은 후회했다. 저택을 지키기 위해 항시 이곳에 상주해 있어야 했고, 회장이 외출할 때면 함께 움직여야만 했다. 자유 시간에는 틈틈이 짬을 내어, 다른 경비들도 단련시켜야 했다. 빌딩 경비와는 달리 퇴근 시간도 없었다.

“피온만 아니었어도…….”

어깨를 늘어뜨리는데 뒤에서 회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시간까지 깨어있었군.”

“아…회의는 마치셨습니까?”

뒤를 돌아본 브렌은 부스스한 편승의 얼굴을 마주보며 무의식중에 혀를 찼다. 기름기 좔좔 흐르던 탱탱한 얼굴은 어디가고, 눈 밑에 다크 서클이 짙게 낀 불쌍한 사람이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옷을 찢고 튀어나올 것 같은 근육도 조금 줄어 있었다.

“단백질을 분해해서 양분으로 삼을 정도면, 얼마나 혹사해야 하는 겁니까?”

“밥은 굶지 않네.”

“죄송합니다. 영희 단장이라면 이것저것 잘 챙겨드렸을 텐데.”

편승은 쓰게 웃었다.

“자네는 최선을 다하고 있네. 경비단원들의 훈련도 양호하고, 무기점검도 꼼꼼하게 잘 하더군.”

“감사합니다.”

“만난 김에 한 가지만 부탁함세.”




1.

브렌은 굳게 잠긴 문을 노크했다. 안에서 딸깍하고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철컥, 딸깍. 절그럭. 1분 가까이 자물쇠 푸는 소리만 바쁘게 들려온다. 브렌은 피식 웃었다.

“여전하구먼.”

잠시 후 초췌한 얼굴의 편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도련님?”

“딱딱하게 왜 그래요? 브렌. 뭐 잘못 먹었어요? 킁킁. 이건 마파두부 냄샌데?”

“코는 멀쩡하군. 손님을 복도에 세워둘 참이냐?”

“새벽부터 잠을 깨우는 불청객은 누구도 달가워하지…….”

여기까지 말한 편재는 브렌이 들어 올린 물건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맥주캔이, 그것도 12개 들이로 포장된 것이 들려 있었다.

“……아니, 실은 무척 반가워요. 환영합니다!”

편재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브렌은 검지를 입에 가져다댔다.

“새벽 5시30분이다. 자는 사람 다 깨울 셈이냐?”

“헤헤, 들어와요.”


◇◇◇◇◇◈◇◇◇◇◇◇◈◇◇◇◇◇◇◈◇◇◇◇◇


브렌이 가져온 맥주들은 10분도 안되어 구겨진 채 쓰레기통으로 보내졌다.

“그렇게 술이 마시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았냐? 피온.”

“그야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편재는 트림을 꺼억 하며 땅콩을 까먹었다.

“그 인내력 때문에 회장님이 실신한 적도 있다던데?”

“헛소문이에요. 헛소문.”

그럴 리 없다며 편재는 손을 저었다. 하지만 브렌은 그게 거짓말인 줄 알고 있다. 이미 CCTV에 찍힌 동영상을 살핀 지 오래. 동영상 속의 편재는 맥주 물어내라며 방방 뛰고 있었고, 회장은 그야말로 떡실신하여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피온, 너 참 무서운 녀석이구나. 술을 가져오길 잘했어.”

“아무튼 대접도 잘 받았고 하니 답을 드리죠. 참석할게요.”

“진짜?”

“가야지 어쩌겠어요. 이건 가문의 일이잖아요.”

새벽부터 브렌이 맥주를 들고 찾아온 것은, 회장인 편승의 부탁 때문이었다. 일주일전 편재와 다툰 뒤로 얼굴을 보기 힘들어져서 브렌이 대신 말을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제 막 회의로 결정된 사항이었는데, 내일 저녁 열릴 VIP들의 파티에 편재도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구원절날 당한 테러 때문에, 우리 편家뿐 아니라 파이오니어 컴퍼니 전체가 얕잡혀보이게 생겼잖아요. 지금은 ‘우린 끄떡없다.’ 하고 허세를 부려야 할 때에요. 일의 수습도 어느 정도 되었으니 체면치레라도 해야겠다 이거 아닌가요?”

“그렇겠지.”

“광대놀음은 취미가 아니지만 어쩌겠어요. 아~이런 게 노블리스 오블리지인가!”

“지금 너 되게 재수 없는 거 알고는 있냐?”

“이제 잡담은 끝. 일 할 거니까 나가주세요.”

“일? 요즘도 해킹 같은 거 하냐?”

브렌이 알고 있는 편재는 용병명으로 ‘피온’이었을 때의 모습뿐이다.

용병일 때의 편재는 해커임에도 가장 앞장서서 뚫고 나가는……생소한 방법으로 일을 했다. 당연히 적과 먼저 조우했고, 교전도 먼저 시작했다. 맡은 역할이 해킹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이곳저곳 지저분하게 흔적도 많이 남겼다. 그래서 물어본 것이다. 여기서 해킹 같은 일을 한다면, CP가 들이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테니.

“아뇨. 여기서는 그런 거 안 해요. 제가 뭐 어린앤가요?”

“그럼 해킹 말고 무슨 일을 하는데?”

편재는 가슴을 쫙 폈다.

“5세대 이전의 구형 단말기 데이터 복원.”

제대로 된 알고리즘마저 규명되지 않은-그런 기계들에 담긴 lock을 풀고, 암호화된 데이터를 뽑아내는 작업. 그것은 기계언어를 아는 것만으로는 할 수 없는, 고도의 센스를 요하기에 실제 할 수 있는 사람도 몇 없다.

“그걸 네가 할 수 있다고?”

“그 증거를 보여드립지요.”

편재는 단말기를 켰다. 책상과 일체형인 단말기와 연결된 모니터로 동영상이 떴다.

- 아흑. 아앙.

어쩐지 배경색 보다 살색이 많이 보이는 영상.

브렌은 얼굴을 붉혔다.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볼륨은 또 얼마나 큰지, 영상이 재생되자마자 브렌은 어깨를 움츠리며 눈치를 봤다.

“야 임마. 네 방에서 이런 걸 틀면 어쩌자는 거냐. 날 죽일 작정이야?”

편재는 동영상을 정지시켰다.

“누가 브렌을 죽이겠어요? 그보다, 당장 작업한 데이터는 이런 것밖에 없네요. 학술데이터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에잉. 됐다. 믿을 테니까 그만해라.”

“여기 찾아오신 기념으로 이거 드릴까요?”

“됐대도.”

“진짜?”

“…….”

“아쉽지 않겠어요?”

“……음.”

브렌은 슬그머니 암릿을 내밀었다. 편재는 웃으면서 데이터를 전송해주었다.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되니까.”

헛기침을 하며 브렌은 어색한 목소리로 변명했다. 편재는 건강한 성인이 이런 걸로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왠지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 브렌은 더욱 얼굴을 붉혔다. 꼭 성추행 당하는 기분이다.

“그럼 넌 일주일 동안이나 이것만 하고 있었던 거냐?”

“아뇨. 이건 일이고, 저도 놀 시간은 필요하죠.”

“네가 밖에 나가는 모습은 보질 못했다만?”

“시기가 안 좋잖아요. 테러 일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밖에 돌아다녀요? 그냥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놀았어요.”

“게임?”

“레드 오션이라고 들어보셨죠?”

“뉴스에서 봤다. 해킹당하고 망할뻔 한 것을 이름만 바꿔 다시 서비스했다지. 너도 그거 하고 있었구나.”

“브렌도 하는 거예요?”

“아니. 딱히 하고 싶진 않다.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고. 아무튼 다행이야. 나름대로 오락거리를 찾았다니. 회장님이 걱정하더군. 죄인도 아닌데 가둬둔 게 미안하다면서.”

“흠……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이거죠?”

“부모가 자식이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럼 제 말을 전해주시겠어요?”

“뭐라고 전해줄까?”

“가끔은 A블록의 식물원에서 러닝 정도는 하게 해달라고 말씀드려주세요. 저 지금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브렌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이어트 한다는 놈이 맥주 12캔을 앉은자리에서 다 마시냐?”

“운동하죠 뭐.”

“어이구. 그래서 살이 빠지기도 하겠구나. 알겠다. 그 말 그대로 전해주마.”

몇 분 뒤, 편재는 아버지의 긍정적인 답변을 돌려받았다. 웬일로 기특한 결심을 다 했다는 칭찬과 함께.


◇◇◇◇◇◈◇◇◇◇◇◇◈◇◇◇◇◇◇◈◇◇◇◇◇


브렌을 돌려보낸 편재는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자리에 앉았다.

내일 열리는 파티는 저녁 늦게까지 계속된다. 파티의 목적이 파이오니어 컴퍼니 일원들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것에 있으니,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래저래 심력을 소모해야 하는 골치 아픈 일을 마치면 새벽이 되어 있을 것이고, 피곤해서 게임이고 뭐고 접속할 생각도 생겨나지 않을 게 뻔하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무리하여 게임을 진행해두어야 한다.

“일단 일기장 관련 퀘스트부터 마쳐놔야겠다.”


◇◇◇◇◇◈◇◇◇◇◇◇◈◇◇◇◇◇◇◈◇◇◇◇◇


더 오션에 접속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3왕자가 찾아왔다.

“마침 잘 되었네요. 지금 안내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지요.”

급한 마음에 편재가 문고리를 잡자 왕자가 물었다.

“어딜 가시는 겁니까?”

“그야 비밀도서관에…….”

“그곳은 걸어서 갈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왕자는 작은 손칼을 들어 손가락을 얕게 베었다. 작은 손가락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바닥에 얼룩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얼룩은 신기하게도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발밑에 감추어진 비밀이여. 너의 입을 열라.”

그 말이 끝나자 왕자는 위즈의 손을 끌었다.

“이제 가죠.”

“잠깐만요. 어디가 입구입니까?”

“눈에는 안보이겠지만, 제가 피를 떨어뜨린 곳을 중심으로 포탈이 열렸습니다. 닫히기 전에 들어가죠.”

왕자를 따라 한발자국 내딛은 위즈는 공기부터가 퀴퀴하게 바뀐 것을 느끼고 눈을 치떴다. 위즈가 머물던 손님용 방은 어느새 책장이 늘어선 공간으로 뒤바뀌어있었다.

‘만테코른에서 만난 유령사서도 비슷한 식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보호했지.’

놀라움을 가라앉힌 위즈는 오줌싸개의 일기장부터 찾았다. 일기장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비치되어 있었다.

“이 책은 낡아 보이지 않는군요.”

“마법이 걸려 있어서 그렇습니다. 태울 수도 찢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 시도를 했다는 건……역시?”

“네. 우리 미노클 왕가는 물론, 크레센토의 존립을 위협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일이 끝나면 잽싸게 도망쳐야겠군요.”

“우리들이 왕족이라고는 하나, 그런 짓을 하진 않습니다. 유훈대로 할 뿐이니까요. 이제 밖으로 나가시겠습니까?”

위즈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부터 할 일은 절대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손님용 방에 머무른다면, 시도 때도 없이 메이드가 들락날락 거릴 것이다. 무엇보다 한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기밀이 담긴 문서를 들고 밖에 나가기가 부담되었다.

“왕자님이 쓰신 방법 말고는 이곳에 들어 올 수 없는 게 맞습니까?”

“그렇지요. 왕가의 피가 아니고서는 포탈을 열지 못하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여기 있겠습니다. 제가 볼일을 마칠 동안 왕자님께서 자리를 피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기 갇히게 될 텐데요?”

“괜찮습니다. 굳이 저를 꺼내려고 찾아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아서 밖으로 나갈 테니까요. 이방인은 다 방법이 있답니다.”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 그리하겠습니다.”

3왕자가 사라지자 위즈는 퀘스트 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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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퀘스트/ 이름 모를 여인의 부탁]

“이 쪽지를 읽는 그대. 아마도 내 친구의 눈길을 끄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특별함에 기대어 부탁하노라. 내 이름은 ####. 그대의 눈앞에 있는 핏 스톤을 이 세상에 소환한 자이다.”

####는 크레센토 왕실에 유훈으로 전해지는 일기장을 이용해, 자신에게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그녀는 크레센토 왕실에 전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이 쪽지는 일기장의 뒷장에서 뜯어낸 것입니다. 조각을 맞추면 ####을 만날 수 있습니다.]

[왕가의 유훈 - 오줌싸개(유린)의 일기장을 요구하는 자가 나타난다면 의심치 말고 넘길 것]


난이도: D+ / 레벨제한: 없음.

임무: ####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무사히 가지고 올 것.

보상-1: ‘마음속 성전(聖殿)’을 얻는 방법.

보상-2: 박학다식한 ####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TIP: 시간제한/ 2시간 뒤에는 퀘스트의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도서관 밖으로 강제 귀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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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에켈 요새의 지하에서 핏 스톤을 만나서 생긴 퀘스트이다.

“역시 그때 상자를 열길 잘했어.”

상자속의 스킬북도 좋았지만, 퀘스트의 보상은 더욱 마음에 든다.

첫 번째 보상인 ‘마음속 성전(聖殿)’은 카피캣 스킬을 향상시킬 중요한 열쇠.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면, 유저들에게 제대로 된 서포트를 할 수 있다.

위즈는 유린의 일기장을 꺼내 맨 뒷장을 펼쳤다. 역시 찢어진 곳이 있었다. 가지고 있던 쪽지를 가져다 대자, 찢어진 부분과 함께 매끄럽게 연결이 되었다. 그리고 일기장의 뒤페이지는,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우왓!”

로브가 펄럭대며 뺨을 때리고, 은발이 제멋대로 나풀거리며 눈을 찔러댔다. 이미 위즈의 몸은 어깨까지 일기장에 빨려 들어간 상태였다. 잠시 후 위즈의 발끝까지 집어삼킨 일기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비밀서고는 침묵에 잠겼다.


작가의말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변화가 생길 때마다 스탯을 올립니다.


======================================

======================================

이름: 위즈 / 종족: 인간 / 성향: 중립 / 클래스 : 없음

LV.15 / 경 험 치 : 1150 EXP

--------------------------------------

체 력 500 / 500 (초당 1 회복)

마 력 300 / 300 (초당 1 회복)

스테미너 500 / 500 (초당 5 회복)

--------------------------------------

특 성 : 없음

--------------------------------------

이동속도 : (W)초당 0.8m / (R)초당 1.5m /(B)초당 1.0m

공격속도 : 맨손 2초당 1회 /

캐 스 팅 : 맨손 80초 /

물리공격 : 15 [모자손+5]

마법공격 : 10

명 중 률 : (선공) 30% / (피격시) 3%

물리방어 : 13 [모자손 +12]

마법방어 : 0

회 피 율 : 0.05%발동

치 명 타 : 0.05%발동 / 0.5배 추가.

드 롭 율 : 0.1%

======================================

보너스포인트 : 80

--------------------------------------

힘 : 10

민 첩 : 10

지 능 : 10

집중력 : 101

행 운 : 1

근 성 : 0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9 gksvlfwl
    작성일
    13.11.23 19:23
    No. 1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티케이
    작성일
    13.11.26 00:07
    No. 2

    확실히 많이 달라졌네요.
    예전보다 필력도 훨씬 좋아지신거 같아요.

    재밌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작전명테러
    작성일
    13.11.27 16:24
    No. 3

    진짜 보는맛이 색다름... 현실에 중요한 비중을 둬서 그런듯.. 그전에는 그냥 비밀스런 주인공이였다면 현실에서 여러관문을 뚫고 또한 적대세력도 생겼고, 여러가지 난관이 존재하니까 현실 보는 맛이 더 생긴듯 합니다. 그전에는 시시콜콜한 사건이 있었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자세히 알수없어서 붕뜬 느낌이였다면 지금은 확실하게 틀을 잡고 내용이 나아지니까 볼만하고 게임도 볼만하고 둘다 연관성이 있고 그러다보니까 게임볼때도 현실에 일을 생각하게 만드니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흥하세요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11.02 23:10
    No. 4

    허나 갱신되지 않았다한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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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4) +2 13.11.30 1,022 23 27쪽
33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3) +2 13.11.29 1,150 30 21쪽
32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2) +3 13.11.28 1,048 25 20쪽
»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1) +4 13.11.23 1,521 20 19쪽
3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ED) +1 13.11.22 1,146 22 15쪽
2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8) +1 13.11.19 1,216 24 34쪽
2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7) +1 13.11.16 1,513 29 24쪽
2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6) 13.11.15 1,555 28 23쪽
2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5) +1 13.11.13 1,750 28 21쪽
2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4) +1 13.11.12 1,142 25 14쪽
2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3) 13.11.11 1,133 31 21쪽
2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2) +2 13.11.08 1,561 39 18쪽
2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1) +1 13.11.07 2,191 36 23쪽
21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0) 13.11.06 1,138 36 18쪽
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0 31 22쪽
1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8) +3 13.11.02 1,112 23 20쪽
1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7) 13.11.01 1,202 32 23쪽
1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6) 13.10.29 1,150 31 23쪽
1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5) 13.10.28 1,142 27 14쪽
1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4) 13.10.26 1,475 36 17쪽
1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3) +1 13.10.25 1,584 36 16쪽
1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2) +1 13.10.24 2,418 40 21쪽
1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 13.10.22 2,117 32 15쪽
11 1. 계절이 바뀌는 때 (ED) +1 13.10.19 2,870 138 19쪽
10 1. (9) +1 13.10.16 1,910 42 23쪽
9 1. (8) 13.10.14 1,702 29 23쪽
8 1. (7) +1 13.10.05 3,285 60 25쪽
7 1. (6) 13.10.04 2,227 42 22쪽
6 1. (5) 13.10.02 2,266 39 17쪽
5 1. (4) 13.09.29 2,358 4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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