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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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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231,800
추천수 :
5,519
글자수 :
1,674,356

작성
13.10.0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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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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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
17쪽

1. (5)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8.

‘지우’라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건 쉬웠다. 끊임없이 날아드는 정체불명의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발신자가 ‘지우’였다. 그 쪽에서도 편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편재는 지금 공격 받는 게, ‘파이오니어 빌딩의 보안 시스템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셸터는 아직 해킹하지 못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셸터라는 물건의 하드웨어만 도시크기라서 빌딩과는 독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메시지가 들어왔군.”


- nwe쌯뜛뺧햫¶,.@#%dfgsk☞렳♬f13ghj∑오와FGqb§┶


아까 보았던 깨진 글자와 비슷했다. 그때는 다른 드림워커가 보낸 것이었다. 일찍부터 지우를 비롯한 드림워커들은 외부의 이상을 눈치 채고, 발 빠르게 대응을 하고 있었다. 허나 상대 해커는 이를 알아채고는 교묘하게 역공을 가해 10명이나 로그아웃 시켜버렸다. 그런 상황을 편재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 참, 내가 띨띨하긴 띨띨한가보네. 오, 완료됐다.”

깨진 글자가 복원되며 원문이 드러났다.


- 이전까지 경비대가 당하던 상황은 역전. 고급인력이 투입되면서 침입자를 차근차근 제압하고 있음. 그걸 피해 움직이는 자들이 있는데 고급인력들은 모르고 있음. 무장 병력들은 시선 끌기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음.


편재는 ‘정보를 알려줄 방법이 있을까?’ 라는 간단한 내용을 암호화시켜 보냈다. 그러자 곧 답장이 왔다.

“히야, 저 사람은 좋은 프로그램 쓰나보다. 뭐가 이리 빨라?”


- 방법은 가까운 곳에 있는 상용서버를 더미 삼아, 경비 시스템 대신 공격받도록 하는 것. 그러면 일시적으로 외부와의 통신이 회복될 수 있음.


지우가 제시한 해결책은 엄연한 범죄다. 남의 회사, 그것도 상용서버를 탈취해 이쪽이 입는 피해를 떠넘기자는 것이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다. 그냥 기다리는 것.

어차피 1시간 후면 강제로 로그아웃당한 사람들이 깨어날 테니, 모든 게 알려질 것이다.

“그럼 너무 늦어.”

하필이면 구원절에, 그것도 셸터를 기동시키는 날에 맞춰 침입한 자들이다. 그것도 파이오니어 빌딩에. 그들이 노리는 게 결코 평범할 리 없었다. 어쩌면 콜로니 체제가 붕괴될 정도로 위험한 일을 벌일지 모른다. 편재는 무심코 이마를 닦던 손을 내려 활짝 펴보았다. 당연하게도 땀은 없었다. 이곳은 셸터로 구현한 가상현실세계다.

그런데도 무심코 땀을 닦을 만큼 긴장한 것인가.

아니다. 용병 시절에 겪은 위험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지금 편재를 곤란하게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자꾸만 지우의 의견대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뭉클뭉클 솟아나는 것이다. 그것이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쪽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으니 정상참작도 될 테지. 게다가 보상만 충분하면 어떻게든 무마시킬 수도 있지 않겠어?’

결국 편재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쉬운 방법을 놔두고 먼 길을 돌아가는 건, 편재 스타일이 아니다.

이제 어느 회사의 서버를 이용하느냐가 문제다.

지금 공격당하는 건 파이오니어 빌딩의 보안 시스템. 이 정도 규모의 데이터를 대신할 정도가 되려면 보통 규모의 서버 가지고는 곤란하다.

오래 버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가 좋을까? 문득 편재는 3개월 전 밥을 먹으며 본, 광고 하나를 떠올렸다. 처음 사용했던 광고를 2년이 되도록 계속 사용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멘트로 끝난……생각해보면 막나가는 광고였다. 편재는 그 광고를 보며 ‘좋은 패기다’라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마도로스 社가 돈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었지. 광고에 쓸 돈이 있으면 서버에 투자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런 회사이니 절대 서버가 녹록할 리 없다. 마침 도착한 지우의 메시지를 확인한 편재는 미소를 떠올렸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군. 확실히 5분은 버티겠지.”


편재는 이때 고민했어야만 했다. 저들이 무엇을 노리고 이곳에 들어왔는지를…….


◇◇◇◇◇◈◇◇◇◇◇◇◈◇◇◇◇◇◇◈◇◇◇◇◇


으직.

사커킥 한방으로 조약돌을 닮은 물체는 쉽게 부서졌다. 브렌은 땅에 떨어진 몸체를 쫒아가 다시 한 번 짓이겨버렸다. 기계 부속을 줄줄 흘리는 이것의 정체는 스파이 봇.

주로 정찰과 같은 특수목적으로 제작된 비무장 머신이었다.

브렌은 따분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스캐럽의 뒤를 쫒아들어 왔기에 진땀나는 교전을 생각했는데, 장난감이나 처리하고 있으니 맥이 빠지는 일이다. 교전 중인 다른 곳에도 스파이 봇이 돌아다닐까 생각해본 브렌은 한심하단 생각에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럴 리 없으니까.

“대놓고 전장에 풀어 놓는 바보는 없을 테지.”

척후용 머신은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위치를 파악해 없앤다. 이것이 현대전의 기본이다. 그러니 싸움이 시작되었다면 도로 회수하는 게 좋다. 이런 종류의 기계는 쓸데없이 비싸니까. 그러면 줄줄이 찾아낸 스파이 봇은 대체 뭐란 말인가. 지금 브렌이 밟고 있는 것이 스무 개째다. 아무리 이곳이 파이오니어 빌딩이라도 그렇지, 통로마다 뿌려둘 필요가 있을까? 처음 스파이 봇을 발견했을 때만해도, 미처 회수 못한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두 개, 세 개, 네 개째가 되면서 불안해졌다. 자신은 책략가 타입의 인간이 아니었다.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돌격병의 역할이라면 몰라도.

그런 자신의 머리로 이상함을 느꼈다면, 이번 침입은 단순한 테러가 아닐 것이다.

침입자들에게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다. 이미 브렌은 이들이 단순한 분리주의자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상한 점은 스파이 봇만 봐도 알 수 있다. 브렌의 실력이 좋아서 스파이 봇을 보는 족족 찾아 부순 게 아니다. 눈치 채고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스파이 봇은 피하지 않고 벽에 달라붙어 있었다. 파괴되는 순간까지도 벽에 매립된 회선과 접속을 유지한 것이다.

스파이 봇은 은밀성과 오랜 생존력이 핵심. 그런데 이 녀석들은 그렇지 않다.

브렌은 바닥에 떨어진 스파이 봇의 잔해를 주워 이리저리 맞춰보았다. 그러자 얼추 처음과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 그것을 이리저리 살피던 브렌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다리가 없군.”

촉수 비슷한 기관도 없고, 네오디움 자석까지 달려 있었다. 처음부터 은밀함이나 기동성 따위를 염두에 둔 물건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벽에 매달려 있는 것일까. 무심코 손에 든 것을 조금 전의 자리에 가져다 댄 브렌은 무릎을 쳤다.

“직접 손으로 붙이는 수밖에 없겠군.”

그렇다면 이걸 누가 했을까. 고민할 만큼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당연히 code Green……?”

갑자기 브렌은 몸을 휘청거리며 벽에 머리를 처박았다. 바닥에 하얀 연기가 옅게 깔려 있었다.

“신경가스!”

브렌은 콜록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뚱뚱한 거인을 닮은 거대한 실루엣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2세대 인형병기(人形兵器). code Green. 스캐럽(Scarab)

인류가 개발한 거의 모든 중장갑을 설치할 수 있는 튼튼한 구조와 파워. 그리고 고장이 적은 점 때문에, 과거 전쟁에서는 맨 앞에 세워 보병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던 무기다. 인형병기 중에서 가장 많이 생산 되고, 또한 가장 많이 소모될 정도로 인기도 많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위대의 역할밖에 못했다. 정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것의 움직임을 보라. 조용하다. 거기다 너무도 부드러운 움직임 때문에, 브렌은 사람으로 착각하여 ‘누구냐’고 소리 지를 뻔했다.

“말도…안 돼……고작 2세대가 구동음이……없다고?”

스스로에게 반문하면서도 브렌은 자책했다. 분명 보안 시스템은 개조형이라고 경고했다. 파츠를 교환했다면 저건 순수한 2세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브렌은 서둘러 항독청 주사기를 허벅지에 꽂았다. 이미 당한 건 당한 것이고, 마비상태부터 풀어야 한다.

그나마 손을 움직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브렌은 펄스라이플을 겨누며 일갈했다.

“얼마든지 덤벼봐! 이 딱정벌레 새꺄.”

펄스라이플은 기계를 상대하기 위해 태어난 무기다. 소형 자기유도장치를 통해 전자기펄스를 생성해 발사하며, 그 속도는 2,800㎧에 달한다. 효과도 만족스럽다. 회로를 태우거나 오작동을 일으켜, 완전히 무력화 시킨다. 그래서 모든 기계는 펄스라이플의 존재를 인지하는 즉시 시동을 끄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단, 전투용으로 생산된 인형병기의 경우는 보다 적극적인 방어기제를 가지게 된다.

즉시 교전하거나, 후퇴하거나.

헌데 눈앞의 스캐럽은 여전히 느릿느릿 움직인다. 후퇴하지 않았으니 싸우자는 뜻. 브렌은 방아쇠를 당겼다.

지이잉.

짧은 방전음이 울리며 스캐럽의 몸체에서 팅하고 불꽃이 튀었다. 브렌은 연거푸 방아쇠를 당겼다. 여전히 똑같은 소리가 울린다. 원래대로라면 전자회로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나야한다. 그런데 엉뚱한 소리가 났으니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안티 에너지 실드?”

이번엔 관절과 머리에 달린 센서를 노렸지만 스캐럽은 잠시 움찔거릴 뿐, 다시 걸음을 옮겼다.

“돈을 엄청나게 쏟아 부었군.”

브렌은 펄스라이플을 멀리 던져버렸다. 바닥에 뒹굴어야 할 그의 무기는 허공에 멈춰졌다. 누군가 받아든 것이다.

“이렇게 포기가 빠르다니, 브렌이란 남자도 많이 물러졌군.”

“누구냐!”

“동작 그만.”

스캐럽은 즉시 걸음을 멈추고 몸체를 숙였다. 순순히 명령에 따르는 스캐럽.

새로 나타난 인물은 적이었다.

벌써 두 번이다. 적의 등장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게다가 이번에 나타난 자는 자신을 알아본다. 브렌은 상대를 살폈지만, 대머리라는 것 외에는 특징이 없었다.

알고 있는 대머리 중엔 저런 얼굴이 없다. 시작부터 좋지 않다.

“나를 아나?”

“잘 알지. 지금도 퓨즈를 한계까지 쓰고 버리나?”

펄스라이플에서 퓨즈가 뽑혀져 나왔다. 살짝 그을려서 제 구실을 못할 상태다. 몇 발 쏘지 않았음에도 퓨즈가 망가진 건, 탄환 생성시간을 아슬아슬하게 초과했기 때문이었다.

“액티브 차징은 싸구려 퓨즈를 쓸 때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용병이 아니라 이 건물의 경비다. 교전은 빨리 끝낼수록 좋지.”

“동감이다. 나도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거든. 이렇게 하는 게 어떤가? 자네를 기절시키는 것으로 이 싸움을 마무리 짓는 건? 옛정을 생각해 배려해주는 것이니 잘 생각해보게.”

브렌은 싱긋 웃으며 가운데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대머리는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통은 없을 거야. 약속하지. python! 해치워버려!”

스캐럽의 몸이 좌우로 확 열리더니 기다란 촉수가 튀어나와 브렌의 다리를 감았다. 그의 몸이 스캐럽 쪽으로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뱀의 이름에서 따온 기체명과, 상대의 다리를 노리는 공격은 상당히 익숙한 성질의 것이었다.

“이제 알았다! 이 미친 자식! 너 리암이지!”

“하하. 이제 알았나? 하긴 예전부터 눈치가 영 꽝이었지. 간단한 트랩에 당할 정도로 둔해서 언제나 붕대를 감고 있었으니. 알아맞힌 게 용하군.”

“지저분하게 촉수 플레이하는 놈이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그리고 하고많은 날 중에 어째서 구원절에 쳐들어왔냐!”

“내가 미친 게 하루 이틀인가? 그리고 날짜가 문제는 아니지. 파이오니어 빌딩에 침입한 게 더 미친 짓 아닌가?”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그것까진 알거 없고, 역시 다리를 자르는 게 좋겠지? 그거 진짜 아니잖아. 자른다고 목숨에 지장도 없으니 겁먹지 말고, 이번 기회에 최신형으로 바꾸라고.”

얄미운 말만 골라하는 리암. 그는 예전부터 그런 인간이었다.

브렌은 오기가 솟았다. 적어도 이 인간에게는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촉수를 걷어차는 그의 발길질이 거칠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발로 차고 짓이겨도 속박은 풀리지 않았다. 부속품이 튀어나온 상태로도 촉수는 기능하고 있었다.

“썅! 잡 기능은 쓰기 싫었는데!”

브렌은 암릿을 열어 의족의 특수기능을 개방했다. 그러자 발끝에서 위잉 소리가 나더니 촉수가 툭 끊어져버렸다.

“단분자 커터? 발에 그걸 달았어?”

“이 변태새끼야! 네놈이나 족발 뜯고 좋은 의족 달아라!”

브렌은 멋지게 잭나이프 기동으로 벌떡 일어섰다. 그가 디딘 바닥이 날카롭게 깎여나가며 쇳조각을 뿌렸다. 리암의 허리춤에서 구형권총이 뽑혀 나왔다. 매거진 탄창을 끼운 베레타였다. 그 엔티크 한 소품에서 불꽃이 뿜어졌다. 브렌은 발차기로 탄환을 걷어냈다. 텅 소리가 나며 탄환이 천장에 박혔다. 그의 다리는 안드로이드 수술을 통해 얻은 의족. 특수 티타늄으로 만들어져 이런 공격은 끄떡없었다.

“변태한태는 안 진다.”

“말끝마다 변태변태, 내가 왜 변태냐!”

“인정하라고 이 변태야. 여자나 묶는 촉수달린 능욕 로봇을 들고 와서 정상인이라고 우겨? 세상의 정상인을 대신해 네 녀석을 패대기 쳐주겠다!”

“python은 촉수가 아니라 뱀이라고!”

“그냥 처 맞아!”

기세 좋게 브렌이 달려들었다. 몇 번의 도약으로 리암에게 들이닥친 브렌이 로우킥을 날렸다. 단분자 커터에 닿으면 쇠도 두 조각이 난다. 사람의 다리로 버텨낼 공격이 아니라 판단한 리암은 충격을 줄이려 뒤로 자빠졌다. 실제 브렌의 발은 닿지도 않았고, 제풀에 넘어진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브렌이 아니다.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가볍게 스친 것만으로 바닥이 깎이며 날카로운 조각이 튀었다. 리암의 입장에서는 바닥을 뒹굴며 피하는 수밖에 없다. 그때 총성이 울리며 브렌의 귓가로 매서운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혼란한 와중에도 용케 리암이 총을 쏜 것이다.

“제길!”

“아쉬워 하지마라. 넌 제대로 쐈어. 내가 잘 피한거지.”

“그래 너 잘났다!”

그가 멈칫한 사이 자세를 바로잡은 리암이 총을 들이댔다. 허나 그때 브렌은 스캐럽에 올라타 있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을 뒤에 두면 찜찜하거든.”

보란 듯이 브렌은 다리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대로 내리찍을 기세다. 리암은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며 총을 난사했다. 브렌은 피하지 않았다. 외다리로 선 자세에서 몇 번의 발차기로 탄환을 전부 막아 내버렸다. 그리고 다리를 내림과 동시에 힘차게 찍혀지는 진각.

둥글게 처리된 반구형의 몸체가 움푹 파이며 스캐럽의 다리 관절이 꺾였다.

“python!”

연결부위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더니 스캐럽이 폭삭 주저앉았다.

곧장 리암을 공격한 것은 페이크. 처음부터 브렌은 스캐럽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신경가스는 정말 귀찮고, 항독청은 이제 하나도 안 남았으니까.

쿠웅. 뒤이어 머리까지 박살낸 브렌은 그 둥근 몸체에서 내려오며 고개를 우둑 꺾었다.

“개조랍시고 신경가스니 촉수니 이상한 거 처 넣으니까 방어가 종잇장이 되는 거다. 기본 무장만 있었어도 이렇게 쉽게는 안 당했을 텐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리암의 베레타가 불을 뿜었다. 그런 것에 맞을 브렌이 아니다. 앞서 피했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인 브렌이 리암의 손을 걷어찼다. 베레타의 총신이 예리하게 잘려나갔다. 가까스로 몸을 빼낸 리암이 소리 질렀다.

“손 잘릴 뻔했잖아!”

“나는 경비. 너는 침입자. 이건 공적인 업무다.”

“내가 네 거 자른 댔다고 화난 거 맞잖아! 이 쪼잔한 놈아!”

브렌의 발차기가 쏟아졌다. 대화는 필요 없다는 묵묵한 시위에, 리암은 이리저리 구르며 피하기 바빴다. 이미 그가 걸친 옷은 넝마로 탈바꿈했다. 도망칠 곳을 찾아 바쁘게 굴려지던 리암의 눈이 멈췄다.

“python!”

“얕은 수작!”

브렌은 코웃음 쳤다. 한창 싸우다가 상대방의 뒤에 뭐가 있는 것처럼 구는 것은, 너무도 진부한 클리셰 아닌가? 물론 등 뒤에는 스캐럽이 있지만, 그건 조금 전 직접 박살내버렸다. 머리까지 망가뜨렸으니 기동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그의 생각일 뿐이었다.

“걸렸다!”

뒤에서 뻗어온 촉수가 브렌의 목을 휘감았다.

“컥!”

촉수가 위로 들려지며 브렌의 몸이 휘둘려졌다. 천장으로 휘둘려진 브렌의 머리가 깨지며 피가 솟았다. 바닥으로 내리치자 허리가 새우처럼 굽었고, 다시 위로 휘둘려지자 이번엔 천장에 덧댄 철판이 휘었다. 쿵쾅쿵쾅. 비명은 신음으로, 곧 침묵으로 바뀌었다. 어지러이 휘둘려지던 촉수는 스파크가 일더니 끊겨져버렸다. 버둥대는 발에 걸려 잘린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브렌의 몸이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사람이 호의를 보이면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는 거야. 서로 편하고 좋잖아.”

리암이 브렌의 얼굴을 툭툭 쳤다. 브렌은 혀를 빼물고 널브러진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너무 심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이해하라고. 나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리암의 목소리가 멀어져 간다. 듣고 있으면서도 브렌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스캐럽은 정상 작동되고 있었다. 목을 조이는 촉수의 힘도 여전하다.

시야가 붉게 변하며 힘이 빠져나갔다. 날파리가 들어간 것처럼 귀에서 윙윙 소리가 난다. 이제 한계다.

“끄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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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ED) +1 13.11.22 1,146 22 15쪽
2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8) +1 13.11.19 1,216 24 34쪽
2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7) +1 13.11.16 1,513 2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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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4) +1 13.11.12 1,142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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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0) 13.11.06 1,138 36 18쪽
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0 3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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