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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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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231,822
추천수 :
5,519
글자수 :
1,674,356

작성
13.10.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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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8
추천
40
글자
21쪽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2)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2.

알파벳으로 나눠진 콜로니의 블록들은 각기 목적에 따라 점유세력이 갈린다.

A블록은 주로 정부청사, B블록은 CP(colonial police)와 CA(colonial army)로 불리는 군과 경찰이 사용한다. 특히 B블록은 무장병력이 많은 장소이기 때문에, 범죄발생률은 콜로니에서 가장 낮다. 불량배들이 얼굴의 칼자국을 가린 채, 다소곳이 다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게 치안이 안정된 장소이기에, 콜로니 밖을 오고가려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장소가 B블록이다. 다른 콜로니나, 달기지로 갈 때도 이곳을 지나간다.

그렇다고 하여 다른 곳의 치안이 크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CP들은 어느 블록이나 있다. 치안을 위해 파견된 자들은 수두룩했다.

아래 블록부터는 민간인이 중심이 된다. C블록은 상업지구. 주로 다른 콜로니를 상대하지만, AU(african union)와 같은 거대 세력과도 교류하고 있다. 유일하게 교류하지 않는 곳은, 전쟁세력인 D2컴퍼니. 이는 외교문제 때문이다.

현재 아메리카와 유럽, 서아시아, 북 아프리카를 동시에 공략중인 이들은 연전연승의 전설을 이룩하고 있다. 다른 세력들이 싫어할 만도 하다.

D블록은 일명 공업지구. 말 그대로 다수의 공장들이 차지하고 있다. 굴뚝 대부분을 콜로니의 정화시스템에 연결시켰지만, 먼지와 화학약품냄새가 가득 찬 그런 곳이다. 최근의 설문조사에서는 이런 환경에서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답변이 92%나 차지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블록이기도 하다. 이유는 단, 하나.

거주비용이 가장 싸고, 직장에서 가깝기 때문.

마지막으로 E블록은 식량 플랜트. 각종 곡물과 채소, 과일들을 주로 생산하며 거주구는 없다.

지금 시간은 11시 46분. D블록 사람들이 한창 공장에서 일할 시간이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오늘은 거리에 사람이 북적였다.

구원절 다음날에는 업무효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루를 더 쉬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오직 이 황금 같은 휴일을 누리기 위해서.

여기저기 생긴 노점상들은 바삐 음식을 만들어 팔았고, 싸구려 밀주로 얼큰하게 취한 사람도 나타났다. 심심찮게 주먹싸움이 벌어졌다. 많은 사람이 모이다보니,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멀리에서 사람들이 욕을 퍼부으며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보고도 그러려니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헌데 그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음식을 먹던 사람들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부아아아앙. 빵빵.

“저게 무슨 소리야?”

타 구역 사람들에 비해 문화생활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는 하나, 한 번도 듣지 못한 소리는 아니었다. 적어도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 것을 본적은 있다.

그럼에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 것은,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서다.

그리고 먹던 것을 뱉어내며 피하는 데에는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부아아앙. 굉음을 내며 달려오는 것은 바로,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큼직한 바이크.

“저, 저거! 할리 데이비슨이냐!”

“그것도 최종모델! 어? 나, 난다!”

감탄하며 그 자리에서 지켜보는 얼간이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었다.

아무리 경적을 울려도 사람들이 비키지 않자 바이크 아래의 분사구가 열렸다. 짧은 터보 차징이 이루어지고, 바이크는 우아하게 사람들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착지하면서 뒤 번호판이 날아 가버렸다.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람처럼 사라진 바이크를 보던 청년 하나가 번호판을 주워들었다.

“실제로 보긴 처음이네. 근데 아무리 D구역이래도 저런 걸 몰면 CP(colonial police)가 가만 안둘 텐데?”


◇◇◇◇◇◈◇◇◇◇◇◇◈◇◇◇◇◇◇◈◇◇◇◇◇


“거기! 바이크 세워! 세우라고!”

역시나 CP가 출동했다. 편재는 슬쩍 거울을 보았다. CP들이 큐브위로 고개를 내밀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다. 근처에 자선도로가 있어서인지 끈덕지게 따라붙고 있다. 그렇다고 차체가 작은 바이크의 이점을 살려 골목으로 들어갈 수 없다. 구불구불한 길로 돌아서 가다간, 눈금 하나에 간신히 걸쳐진 연료계의 바늘이 단숨에 zero에 닿아버릴 것이다. 그리고 이미 연료를 낭비해버린 터라 다른 선택은 없다. 구경하는 사람들을 피하려고 쓴 부스터는 정말이지 낭비의 극치였다.

편재는 속도계 근처의 숫자를 살펴보았다.

남은 주행거리 1.5㎞.

이제부터 속도를 더 올리면, 그것의 절반도 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편재는 손잡이를 꾹 쥐었다. 그러자 남은 연료를 모두 태우며, 바이크는 단숨에 최고속력에 도달했다. 그와 동시에 편재는 매고 있던 쇼핑백을 뒤집어 탈탈 털었다. 백 속에 들어 있는 속옷이며 옷가지들이 펄럭이며 퍼져나갔다. 그것은 뒤따라오던 큐브를 뒤덮었다.

“얕은 수작을! 으! 으어어어!”

자신의 머리로 날아든 네글리제를 걷어치운 CP는 황급히 큐브 속으로 들어갔다. 그 자리에서 액셀 턴을 한 바이크가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콰앙!

바이크가 산산조각이 나며 튕겨나가고, 큐브는 뒤집혀 인근 상가로 굴렀다. 그것을 지켜보던 편재는 연막탄을 터뜨리고,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5㎞.정도야 맨몸으로도 충분하지.”

편재는 목깃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목덜미가 따끔하더니 곧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신경억제제와 뒤섞인 약물이 주사된 것이다.

이것은 본래 용병들이 조제해 사용하는 전투약물이었다. 하지만 심각한 근육통을 유발하며, 정신장애등의 후유증을 남길 위험이 있어 잘 사용되지는 않는다. 편재가 사용한 건, 그 중에서도 가장 약하지만 그 후폭풍이 어마어마한 물건이었다.

“끄응. 이거 쓰면 몸져눕겠지만, 어쩔 수 없지.”

혈관 속에 약물이 돌기시작하자, 시야가 좁아지면서 근육이 팽창되었다. 극심한 고양감에 편재는 몸을 떨었다.

이건 환락이라 불러도 좋을 엑스터시.

온몸이 흐물흐물 세상 속으로 녹아드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몸을 감싼다. 제아무리 쓰레기라도, 저능아라도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곧 세계임을 인식한다.

저 멀리 연막탄 너머에서 CP들이 소리 지르는 게 들린다. 근처 건물에서는 밖이 소란스럽든 말든, 요란하게 사랑을 나누는 남녀가 있다. 그 너머에는 삐꺽대는 침대소리에 짜증을 내는 어린애가 ‘대낮부터 오입질이냐!’라고 폭발하고 있다.

가지각색의 냄새도 코끝을 스친다. 구운 소시지 냄새와 매콤한 향이 뒤엉켜 있다. 근처에 핫도그를 파는 행상이 있는 모양이다. 뭔가 불에 타는 냄새도 난다. 바이크에서 나는 냄새보다 더 진한 것을 보니…….

화르륵! 결국 CP들이 타고 온 큐브에 불이 붙었다. CP들은 사라져버린 편재에게 온갖 저주를 퍼붓고 있다. 백 미터 이상 떨어진 골목에서도 모든 게 일목요연하게 보인다.

조금 허풍을 치자면, 모든 것을 관조하는 존재-신이 된 느낌이다.

이 맛에 약 따위를 의존하는 멍청이들이 있는 게 아닌가.

일찍이 그런 자들은 대수롭잖은 트랩에 걸려 목숨을 내버린다. 그 모습을 보며 얼마나 비웃었던가. 그러니 참아야 한다. 이 감각에 휘둘리는 순간, 자신도 역시 같은 나락에 빠질 것이다.

“흐우웁.”

숨을 크게 들이쉰 편재는 발을 굴렀다. 최대한 가볍게 힘을 조절했지만, 담겨진 힘은 평소의 이상이었다.

콰앙!

큼직한 발자국이 찍히는 순간 거대한 몸체는 저만치 달려 나가고 있었다.


◇◇◇◇◇◈◇◇◇◇◇◇◈◇◇◇◇◇◇◈◇◇◇◇◇


- 융합까지 남은 시간 42분.

“세이프!”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버려진 건물이니 인근의 불량배들이 사용하거나 할 거라고 은근히 걱정했던 편재다.

“하아. 뻗어버리기 전에 어서 빌어먹을 프로토타입인지부터…….”

편재는 야간투시경을 뒤집어썼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건물에 갑자기 사람이 들락거리면 주변의 의심을 사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불도 켜지 않고,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며 이동했다. 겉보기에는 건물의 상태가 양호해보이지만, 갑자기 바닥이 내려앉아서 우당탕 큰소리가 날 수도 있다. 이미 누군가의 차고까지 가면서, 자신의 몸무게만으로 오래된 구조물이 부서질 수 있음을 경험한 터라 편재의 움직임은 조심스러웠다.

편재는 1층의 방 하나로 들어가 벽장을 열어 재꼈다. 단 한 벌의 옷도 들어있지 않은 옷장에는 당연히 먼지만 가득 쌓여있었다. 이곳은 네메시스가 알려준 비밀통로가 있는 장소이다.

이 D구역도 예전에는 A구역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어림잡아 600년 전의 일. 브림캐스터의 연구는 그보다 훨씬 뒤에 있던 일이니까, 어쩌면 그때 이곳은 B구역 쯤 되었을 것이다. 편재는 쌓인 먼지를 발로 건드려 보았다. 켜켜이 쌓인 먼지는 아예 섬유처럼 결합되어 카펫과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발로 밀면 미는 대로 벗겨져 나오는 먼지를 보며 편재는 질색했다.

“이거 마시면 폐가 온전치 못하겠군.”

백년은 족히 된 먼지가 공기 중에 퍼지는 건 피하는 게 좋다. 듣기로는 피부에 발진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편재는 이미 완전 무장을 하고 있다. 생화학전 전용 장비를 착용중인 것이다. 일단 연구소라 하니 기본 경비시스템이 있을지 모르는 거 아닌가.

편재는 조심스럽게 옷걸이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옷장 속의 벽면이 빙글 회전하며 텅 빈 공간이 드러났다.

“흐음.”

계단을 내려가자 한층 정도 아래에 기계설비가 있었다. 낯익은 기계였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 쓰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둥글둥글한 게 잘 도정한 쌀알처럼 생긴 흰색의 기계장치.

겉면에는 Cocoon-proto라는 도장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저게 셸터에 있던 것의 조상님이라 이거군.”

편재는 전원을 켰다. 그러자 시설에 불이 들어오며, 코쿤에 씌워진 강화글라스 덮개가 올라갔다. 당연한 일이지만 코쿤의 안쪽에는 먼지 한 톨도 없었다. 완전 밀폐된 채 호흡 시 필요한 공기조차, 시스템의 정화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깔끔할 수밖에.

위이잉. 위이잉.

암릿이 진동했다. 보나마나 네메시스일 것이다.

“도착했다.”

- 전원이 켜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유도 프로세싱은 이쪽에서 맡겠습니다.

“난 그냥 들어가 누워있으면 되는 거지?”

- 그렇습니다.

편재는 마스크를 벗었다. 오랫동안 정체된 낡은 공기가 묵직하게 폐 속을 짓누르는 게 느껴진다. 정비도 하지 않은 기계에 몸을 맡겨야 하는가.

‘그걸 알면서도 여기 온 거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기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파이오니어 빌딩에서처럼 스태프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아무도 자신이 여기 온다는 걸 모른다. 잘못되면 구해줄 사람도 없다. 그래도 두렵지 않다. 오직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지금까지 버텨왔다. 그녀를 찾는 것.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것.

그녀가 준 목숨을 하루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고 자랑할 것이다.

그러기 위한 한 걸음이다.

코쿤의 강화글라스 덮개가 닫히며 조명이 꺼졌다. 셸터의 것과는 달리, 혈관에 주입되는 약물은 없었다. 그럼에도 몸이 노곤해지며 영혼이 이탈하는 것 같았다. 전투약물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런 식이면 아마 12시간은 꼬박 자고 있어야 할 거다.

그전에 승인을 끝마쳐야 한다.

“이제……시작하지.”

『이미 접속하셨습니다.』

눈을 떠보니 온통 흰색으로 된 공간에 서 있었다.

“프로토타입이라고 해서, 느린 줄 알았더니 별 차이 없잖아?”

『작업현황 보고 시작합니다. 미구현 데이터의 총89%를 구현데이터로 변환 시켰습니다. 이제 스토리 라인의 강화작업만 끝나면 98%까지 성공률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제 5분 뒤, 승인에 앞선 최종 조정이 가능해집니다.』

“최종조정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지?”

『말 그대로 레드 오션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게임과 연결된 폐쇄구역의 코어유닛을 직접 손댈 수는 없는 거고?”

『당연히 그렇습니다.』

하긴 그러니까 융합이라는 귀찮음을 감수하는 것이다. 알고 있지만 왠지 아쉬워서, 편재는 입맛을 쩝 다셨다.

『물론 레드 오션에서 완료된 중요 퀘스트의 숫자가 늘어나면, 몇몇 코어유닛은 직접 연결도 가능합니다.』

“대략 얼마나 완료해야 하는데?”

『중요 퀘스트의 70%입니다.』

“그만큼 게임 플레이어들이 작정을 하고 달려들어야 할 텐데.”

편재는 왠지 막막해졌다. 결코 쉽지 않을 거다.

아침 뉴스를 보니 마도로스 社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신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날에 서버를 해킹 당했지, 보안전문가는 잘렸다고 자살했지.

간신히 서버를 복구했더니, 모든 캐릭터 정보가 지워졌지. 서버 롤백을 하자니, 남은 데이터도 없지. 이미 유저들이 벌 떼처럼 일어나, 마도로스 社 앞에 진을 치고 책임지라며 난리도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게임 속 데이터는 엄연한 사유재산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릭터 하나당 관리세라는 것을 걷는다. 말하자면 중세의 인두세와 비슷한 명목이다. 이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밥 한끼 값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아이템.

아이템 드롭이나 생산스킬로 습득한 사람이 사용하게 될 경우는 세금을 물지 않지만, 거래가 이루어지면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세금을 납부해야한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은 물론, 시장을 제공한 측(게임사)도 내야한다. 여기에 중개거래를 한 경우, 중간상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템 거래가 줄어든 건 아니다.

세금의 액수도 가혹할 정도로 많지 않다. 콜로니 연합에서 게임 속 거래에 세금을 물린 건, 사회의 인식이 바뀌면서 재산권의 범주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고, 사기로 인한 피해자도 나오고 있어 좌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아이템 하나로 고가의 큐브를 구입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 되었다.

그런 소중한 재산이 하루아침에 증발해버렸다.

유저들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다.

마도로스 社의 사장이 직접 나와 사과를 하고 해임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곧 보상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릴 것이다.

문제는, 한번 크게 데인 유저들이 똑같은 게임을 하려 할 것이냐는 점이다.

‘아마 안하겠지. 나 같아도 안 해.’

그리되면 곤란한 건 편재다. 융합까지 무사히 끝마쳤는데 아무도 레드 오션을 하지 않으면, 저 많은 퀘스트들은 누가 깬단 말인가.

‘나 혼자? 어림도 없지.’

그러니 상처 입은 유저들의 마음을 최대한 다독거려야 한다. 말하자면 사탕발림.

물질적인 보상은 마도로스 社에서 반드시 책임질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게임 속의 보상. 편재는 최종조종의 목표를 그것으로 정했다.

『지금부터 승인에 앞선 최종조정이 가능해집니다.』

“일단 레드 오션의 기본 시스템을 손볼까 해. 가능하겠지?”

『최종승인 전까진 가능합니다.』

“좋아. 먼저 인벤토리의 숫자를 대폭 늘린다. 하나는 통상적인 의미의 인벤토리. 그리고 펫만을 집어넣을 수 있는 인벤토리. 그리고 가방만 보관할 수 있는 인벤토리. 그리고 기존의 은행개념의 창고의 공간도 무조건 두 배 크기로 확장. 혹시 착용 아이템 중에도 확장 인벤토리가 있나? 일종의 아이템 포켓 같은?”

『저 레벨 유저들이 애용하는 모자손이라는 이름의 건틀릿이 있습니다. 주로 소모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쓰입니다.』

“호오. 그럼 이건 됐고…….”

그렇게 편재가 적용시킨 것은 다음과 같았다.


§§§§§§§§§§§§§§§§§§§§§§§§§§§§§§§§§§§§§§§§§§§§§§§§§

업데이트 2.9

1. 인벤토리

① 기존의 은행 인벤토리 2배 확장.

② 펫 인벤토리 신설

- 상처 입은 펫이 들어가면 소량의 체력이 회복됩니다.

- 펫 인벤토리 속에 있어도 공복수치는 감소합니다.

- 한 마리의 펫을 보관 가능.

③ 가방류 인벤토리

- 백팩이나 자루 등등을 물건이 들어 있는 채로 보관할 수 있습니다.

- 무게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 가방에 경량화 옵션이 걸려 있다면, 옵션 발동 후의 무게가 적용됩니다.

- 가방의 크기에 상관없이 3개만 보관할 수 있습니다.

- 가방을 더 큰 자루에 넣어 보관하는 식으로 악용할 수 없습니다.

2. 타인이 캐릭터의 정보를 열람할시, 연령과 성별 같은 내용이 표기되지 않도록 수정됩니다. 단, 연락처는 옵션으로 보이도록 선택할 수 있습니다.

3. 유저의 실제 신장을 기준으로 하여 캐릭터에 반영.

- (+15㎝~-15㎝)까지 조절이 가능합니다.

4. 유저의 실제 몸무게가 오버 웨이트인 경우 불이익을 줍니다.

① 캐릭터의 스테미너 소모치가 1.5배 증가합니다.

② 캐릭터의 민첩이 1% 미적용 됩니다.

5. 피로도 시스템의 적용을 완화합니다.

- 기존의 1일 5시간에서, 1일 10시간으로 변화.

6. 스토리 라인을 수정 적용합니다.

7. NPC를 비롯한 모든 인물들에게 개성을 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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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마친 편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인벤토리와 피로도 시스템의 변화는 당연히 유저들의 편의를 위해 넣은 것이다. 새로 키우는 자들에게 어찌 어려움이 없으랴. 하지만 접속시간이 두 배로 늘고, 인벤토리도 넉넉해지면 당연히 초반 레벨업이 쉬워지는 건 당연한 일.

유저들은 아마 솔깃해질 것이다.

편재는 거기에 캐릭터의 키까지 계산에 넣었다.

±15㎝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것에 어떤 이득이 있냐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엔 그저 키 때문에 고민인 사람이 발에 채이도록 많다는 것을, 편재는 잘 알고 있다.

홀아비 설움, 과부가 아는 법이다. 우선 편재 스스로가 큰 키와 몸무게 때문에 불편하지 않은가.

그런데 게임 속에서만이라도 대리만족이 가능하다면?

만약 키가 작아 콤플렉스인 남성이 있다면, 게임 속에서만이라도 훤칠한 키의 기남아가 될수 있다. 반대로 키가 커 고민인 여성이라면, 게임 속에서는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신원인증기술의 한계 때문에, 키를 속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네메시스가 계산한 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스토리의 변화와 NPC의 개성부여는, 편재와 네메시스의 개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변화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언급정도는 해야 될 것 같아 간단히 적은 것에 불과하다.

『‘열람되는 개인정보의 제한’과 ‘과체중 유저에게 패널티 부여’는 오히려 유저들의 반발을 살수도 있는 내용입니다.』

이럴 때보면 확실히 네메시스의 코어는 AI도 함께 들어 있는 게 분명하다. 이상한 점이 보이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보면,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지금 하는 일이 떳떳한 일도 아니잖아. 뒤처리를 생각해보라고.”

아마 이번일이 밝혀지면, 성난 유저들이 파이오니어 빌딩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할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피해보상액 앞에서 편승의 주름은 늘어가겠지.

현피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몇몇 극성스러운 유저들은 돈을 모아 히트맨을 고용할지 모른다. 편재는 자신의 목을 슥 만졌다.

“네메시스. 내가 최종 승인까지 마친다면, 난 이번일의 관계자가 되겠지?”

『그렇습니다.』

“만약 누군가 데이터를 뜯으면, 내 정체도 밝혀지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뛰어난 해커가 작정을 하고 데이터를 해독한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5년입니다.』

“그럴 것 같았어.”

게임데이터를 새로 짜다시피 하는 작업은, 사람하나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네메시스의 힘을 빌렸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사람이 한 일.

언젠가는 뛰어난 해커가 나타나 진상을 밝혀낼 것이다.

“그럼 최대한 퀘스트들을 빨리 완수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겠네. 혹시 게임 속에 최강인 히든직업 같은 거 없어?”

『히든직업의 종류는 20가지, 파생직업군까지 합하면 100여 가지 입니다.』

“만약 내가 그 직업들 중 하나를 골라 플레이하면, 퀘스트 완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까?”

『계산결과, 미치는 영향은 Zero』

“허……히든직업이라면서 그것밖에 안 되는 거야?”

『레드오션 개발자 나나사키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입에 금 수저 물고 태어났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쿠소캐릭이 될 것이다. 최고가 되고 싶다면 매순간 최선의 선택을, 그리고 최고의 플레이를 하라.”』

“밸런스 하나는 확실히 잡았다 이건가?”

레드오션의 개발자가 한 말에는 대단한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데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당연히 역효과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떠나버릴 것이다. 편재는 경험 많은 골수유저들을 붙잡고 싶은 것이지, 신규유저의 유입을 바라는 게 아니다.

편재는 더 이상 시스템에 직접 손대는 것은 그만 두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네메시스, 혹시…….”


작가의말

혹시나 ‘네글리제’라는 속옷이 생소한 솔로분들을 위한 친절한 설명입니다.

어째서 이런 걸 알고 있느냐면, 신사(?)의 소양이기 때문. [먼산]


Attached Image Attached Image Attached Image



[게임-마영전의 네글리제 룩으로 대신합니다.]

캐릭터가 걸치고 있는 망사옷 느낌이 네글리제입니다.

두번째 세번째 것이 대충 비슷한 이미지로군요.

[이래서 실물을 못올리는 것임]

대체로 재질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시스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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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6) 13.11.15 1,556 28 23쪽
2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5) +1 13.11.13 1,750 28 21쪽
2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4) +1 13.11.12 1,143 25 14쪽
2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3) 13.11.11 1,134 31 21쪽
2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2) +2 13.11.08 1,562 39 18쪽
2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1) +1 13.11.07 2,192 36 23쪽
21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0) 13.11.06 1,138 36 18쪽
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0 31 22쪽
1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8) +3 13.11.02 1,113 23 20쪽
1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7) 13.11.01 1,203 32 23쪽
1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6) 13.10.29 1,151 31 23쪽
1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5) 13.10.28 1,143 27 14쪽
1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4) 13.10.26 1,476 36 17쪽
1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3) +1 13.10.25 1,585 36 16쪽
»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2) +1 13.10.24 2,419 40 21쪽
1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 13.10.22 2,117 32 15쪽
11 1. 계절이 바뀌는 때 (ED) +1 13.10.19 2,870 138 19쪽
10 1. (9) +1 13.10.16 1,911 42 23쪽
9 1. (8) 13.10.14 1,703 29 23쪽
8 1. (7) +1 13.10.05 3,286 60 25쪽
7 1. (6) 13.10.04 2,227 42 22쪽
6 1. (5) 13.10.02 2,266 39 17쪽
5 1. (4) 13.09.29 2,359 4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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