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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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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231,975
추천수 :
5,519
글자수 :
1,674,356

작성
13.12.28 23:42
조회
1,326
추천
40
글자
20쪽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17)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17.

위즈는 빙글뱅글을 무조건 상수(上手)라고 간주했다.

“레비나 사쿠라를 상대했을 때는, 뭘 하려 움직이는 지 정도는 알았어. 헌데 빙글뱅글은 행동부터가 모순투성이야.”

자신의 머리로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무조건 자신보다 뛰어난 계략을 꾸민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싸움을 피하는 게 좋다. 무턱대고 덤비다간,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허둥대다가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파고들 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빙글뱅글의 행동은 분명 이로운 결과를 만들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병사들을 몰아붙이는 행동은 충동적인 게 아니다. 빙글뱅글은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워진 계획일수록, 세부 사항이 틀어지면 걷잡을 수 없이 어긋나기 마련.”

이 경우에는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드는 방법이 즉효로 먹힌다.

‘총을 꺼낸다→ 탄창을 끼운다→ 슬라이드를 젖혀 약실에 총알이 장전된다→ 방아쇠를 당긴다’의 네 가지 단계에서, ‘탄창을 끼우는’ 도중에 공격을 하는 셈이다.

즉, 위즈가 생각한 방법은 기습이다.

그러자면 먼저 할 일이 있다. 절대로 공격이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타이밍을 알아내는 것. 고지대에 올라 온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빙글뱅글은 방패전사라 방어력이 높다.

정면으로 달려들면 방패를 이용해 공격을 막거나 흘려 피해를 줄일 것이다. 레벨도 높고 장비도 좋은 것을 착용한 빙글뱅글의 입장에서는 장기전까지 갈 필요도 없다. 실드 차징만 써도 위즈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방어이면서 공격인 실드 차징은, 맞는 순간 경직이 생기는데다가……그대로 돌진해서 건물에 들이 받아버리면 2차 충격 보너스까지 먹일 수 있다.

“일격으로도 끝날 수 있어.”

그렇기에 방패전사인 빙글뱅글과 정면충돌은 피해야 한다. 혼란한 틈을 타 뒤에서 공격을 꽃아 넣어야 한다. 그편이 훨씬 안전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미 위치를 노출시키고 말았다.

황급히 현 위치를 벗어나고는 있지만, 그것은 당황해 도망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작정 공격한다고 기습이 되는 건 아냐.”

위즈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켰다.

지붕에 숨어 지켜보던 위즈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빙글뱅글은 이쪽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어떻게 알아차린 걸까.”

아무리 훤히 드러난 지붕 위라 해도, 이곳에는 주의를 끌만한 소동이 벌어지지 않았다. 너무도 조용해서 눈길 한 번 받기도 힘든 곳이다. 그런데 빙글뱅글은 정확히 자신을 찾아냈다. 서로간의 거리도 제법 떨어져 있었다.

“전사계열 직업이 저렇게 감지력이 좋았었나?”

설마 빙글뱅글이 학자계열이나 모험가 계열의 직업이 아닐까 생각한 위즈는 고개를 저었다. 학자계열이라면 마법사의 냄새가 물씬 풍겨야 하건만, 하는 짓부터가 그렇지 않았다.

빙글뱅글이 방패를 휘두르는 솜씨는 누가 봐도 방패전사의 것이었다.

그리고 모험가 계열은 방어력이 높지 않다.

방패하나 믿고 뛰어들기엔 종잇장 같은 몸.

위즈는 골목으로 뛰어내렸다. 빙글뱅글은 지금도 계속 병사들을 보내고 있다. 싸움에 휘말려 죽던지, 아니면 빙글뱅글의 꿍꿍이에 당해 죽던지 둘 중 하나다.

“머물러 있어봐야 좋을 건 없지.”

이제 습격은 물 건너갔다. 남은 방법은 정보를 모아, 그때그때 대응수준을 조절하는 것.

“일단 깔짝대면서 부딪쳐보고, 위험하다 싶으면 빠져나와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포션을 최대한 확보하고, 도시의 지리를 익혀야 했다.

포션은 여분의 목숨, 지리를 익히는 것은 퇴로 확보를 위해서이다.

골목을 빠져나오려던 위즈는 황급히 그늘에 몸을 숨겼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근처에는 싸우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적군과 청군들이 진형이고 뭐고 없이 마구 뒤섞인 채 웅성거리고 있다.

빙글뱅글에게 밀려난 병사들이었다.

처음엔 난입한 이방인에게 밀려난 황당함 때문에 소강상태였지만, 곧 무기를 들고 싸우는 자들이 늘어갔다. 이들은 모두 적대세력들이다. 그런 자들이 한곳에 모이자, 굳이 싸움을 붙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충돌이 발생했다. 역동적인 움직임 끝에는 비명과 신음이 터졌고, 반드시 누군가가 드러누웠다.

그 치열함 속에서도 몇몇은 모래주머니와 통나무를 가져다가 진지를 구축했다. 공병들이었다. 위즈는 그들이 가져다 놓은 상자를 눈여겨보았다. 뚜껑이 열인 상자에는 포션으로 보이는 병들이 들어 있다.

‘저게 보급품상자로군?’

위즈는 싸움을 피해 움직이며 진지에 다가갔다. 공병들은 일에 열중하느라, 뒤에서 다가온 위즈를 눈치 채지 못했다. 위즈는 재빨리 상자를 하나 챙겼다.


<보급품 상자를 습득했습니다.>

<하급 체력포션10개, 하급 마력포션 5개, 해독초 5개. 작전지도 1장을 습득했습니다.>


‘됐어! 이걸로 조건은 갖춰졌다.’

볼일을 마친 위즈는 전장을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진지구축을 끝마친 공병들이 알아차리고 말았다.

“누구냐!”

말은 그리 하면서도 공병들은 궁금하지 않는 눈치다. 파이크가 찔러 들었다. 사실상 위협 수준을 넘어선 공격이다.

“젠장! 정령강화!”

신발에 스킬을 건 위즈는 전력으로 뛰며 진각을 사용했다. 좁은 골목의 양쪽 벽면을 번갈아 박차며 뛰어오르자, 금세 지붕에 매달릴 수 있었다. 공병들이 쫒아오며 휘두른 파이크는 헛되이 허공을 갈랐다. 위즈는 다리로 반동을 주어 지붕위로 기어 올라갔다. 슬쩍 공병들을 내려다본 위즈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공병들은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 가버린 위즈에게 ‘게 섯 거라. 저놈 잡아라.’하고 소리 지르지 않았다. 그 대신 화염병에 불을 붙여 던졌다.

“앗 뜨뜨!”

위즈는 불이 번지기 전에 옆 건물의 지붕으로 건너뛰었다. 그 동안 공병들도 사다리를 가져와 지붕에 오르기 시작했다. 위즈는 비로소 안심했다. 정령강화로 이동속도가 크게 상승한 상태다. 공병들과의 거리는 계속 벌어질 것이다.

그러자 공병들이 석궁을 꺼내 쏘기 시작했다.

쐐액!

평소 훈련을 착실하게 받은 것인지 원래 명사수들인지, 화살은 하나도 빗나가지 않고 위즈에게 명중했다. 하지만 화살은 위즈에게 맞은 즉시 쇳소리를 내며 튕겨나갔다. 스톤 스킨이 걸린 로브는 화살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주었다.

위즈는 제 자리에서 진각을 힘차게 밟았다. 지붕이 터져나가며 위즈의 몸이 쑥 들어가 버렸다. 공병들은 위즈가 사라진 구멍에 화염병을 퍼부었다. 위즈가 빠져나가기 전에 집을 전소시켜버릴 의도였다. 구멍으로 따라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 위즈는 당황했다.

“군복도 입지 않은 제3자한테 너무 하잖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보급품까지 훔쳤으니 적대세력으로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위즈는 즉시 창문을 깨고 뛰어내렸다. 낙하 데미지를 입었지만, 낙법을 썼기 때문에 포션을 마실 정도는 아니다. 2층 정도 높이라 데미지도 적었다.

몸을 일으킨 위즈는 주변이 온통 싸우는 자들로 가득함을 알았다. 정신없이 달리느라 광장까지 와버린 것이다. 광장은 가장 치열한 격전지다.

멍청히 서 있자니, 적으로 오인한 병사들이 창으로 찔러대고, 검을 휘둘러 댄다.

위즈는 찔러 들어오는 창을 겨드랑이에 낀 채로 진각을 찍었다. 그 충격으로 창을 놓친 병사는, 다른 자의 칼에 찔려 이승을 하직했다. 위즈는 창을 부러뜨려 양손에 나눠 쥐고, 날아드는 공격들을 일일이 쳐내고 흘려내며 이동했다. 아군과 적군이 뒤엉킨 곳에 위즈가 섞여들자, 화살은 날아들지 않았다. 위즈는 공병들이 석궁을 거두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것만으로도 위즈는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그때 광장 서쪽에서부터 병사들이 밀려나는 게 보였다. 위즈는 입술을 깨물었다. 큼직한 방패로 병사들을 후려치며 전사하나가 다가오고 있다.

전사는 위즈처럼 군복을 입지 않았다.

위즈처럼 군복을 입지 않아, 이질감이 느껴지는 존재. 빙글뱅글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병사들이 낙엽처럼 훨훨 날아가는 모습이, 보통 박력 있는 게 아니다.

빙글뱅글은 주변에 널린 시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방패에 끼워둔 책을 꺼내들었다. 책이 펼쳐지자마자 어두운 회색 기류가 넓게 퍼졌다.

“뭐, 뭐야?”

청군하나가 발목을 잡아채는 손길을 느끼고 검을 겨누었다. 그를 붙잡은 것은, 마찬가지로 푸른 갑옷을 입은 청군이었다. 하지만 아군의 복장을 하고 있었음에도 청군은 비명을 지르며 검을 쑤셔 넣었다.

그를 붙잡은 청군은 심장에 부러진 창이 박혀 있었다.

그런 상처를 입고도 살아서 움직이는 인간은 없다.

죽은 자가 일어선 것이다.

“죽어! 죽어! 죽어!”

하지만 청군의 공격을 받고도 시체는, 느릿하게 손을 들어올렸다.

날카롭게 자라난 손톱이 청군의 어깨에 박혀들었다.

시체는 입을 벌려 청군의 목을 물어뜯었다.

손을 마구 내저으며 청군이 넘어졌다.

오드득 오드득.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리며, 청군의 발버둥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만족한 표정으로 시체가 일어섰을 때, 목을 물어뜯긴 청군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둘로 늘어난 시체들은 다른 희생자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신 차려! 고작 구울들이다!”

“그래! 한데 뭉쳐 싸우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살아남은 자들은 바닥의 시체를 피해 한데 모여들었다. 언데드라는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도, 청군 적군으로 나뉘어 싸우는 멍청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위즈도 그들에 섞여 뒷걸음질 쳤다.

“네크로맨서였군!”

전사 직업군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인 학자 직업군. 그러니 감지능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조금 전 지붕에 숨은 날 찾아낸 것도 당연해.’

빙글뱅글이 손을 뿌렸다. 그의 손짓을 따라 바닥이 진동하더니 쩍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나와라! 죽음의 전도사들이여!”

갈라진 틈에서 회색물결이 꾸역꾸역 새어나왔다. 그 정체는 쥐떼!

하나같이 머리위에 Lv.2가 달려 있는 시궁쥐들이 몰려들자, 가까이에 있던 병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져갔다. 그리고 구울이 되어 몸을 일으켰다.


<광장에 역병이 창궐합니다.>

<체력이 50%미만일 경우 상태이상-역병에 걸립니다.>

<역병에 걸리면 초당 10의 체력이 감소됩니다.>


“으악! 도망가!”

병사들이 앞 다투어 도망쳤다. 위즈는 무작정 도망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타격을 주기 위해, 맹독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보라색 가루가 확 퍼지자, 위즈는 진각을 잇달아 밟으며 빠져나왔다. 중독되는 것은 각오했지만, 멍청히 서 있을 생각은 없었다.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행운+50 버프의 효과로 해독합니다.>

<민첩+50 버프의 효과로 진각발동 시간이 짧아집니다.>


‘대련모드 한정 버프라고 무시할 것도 아니군.’

중독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자, 위즈는 맹독 스크롤을 더 꺼냈다.

독 가루가 퍼진 곳을 지나는 쥐들은, 몸을 뒤틀며 죽어갔다. 하지만 몇 마리 죽어 자빠진 건 티도 나지 않았다. 그만큼 광장에 모인 쥐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래도 위즈는 맹독 스크롤의 사용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시궁쥐들은 기본체력이 낮다. 이런 허접한 공격이라도, 지속적으로 범위에 피해를 주면 숫자 줄이기 정도는 가능하다.

같은 생각을 한 자들은 위즈 말고도 또 있었다.

“투척!”

쥐떼들 위로 불붙은 유리병이 떨어졌다. 병이 깨지며 바닥에 튄 액체는 곧 이글거리며 번져나갔다. 쥐떼들은 불이 붙자 이리저리 뛰며 발광했다. 그 움직임 때문에 여기저기 불이 옮겨 붙어, 피해가 커졌다.

공병들은 빙글뱅글에게도 화염병을 던졌다.

곳곳에서 시체가 일어나고, 역병을 퍼뜨리는 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모든 일은 네크로맨서 때문이다.

네크로맨서는 기본적으로 소환사다.

그리고 소환사가 죽으면, 소환물이 힘을 잃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인지 화염은 빙글뱅글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화염병만으로 빙글뱅글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빙글뱅글은 네크로맨서. 즉, 학자 계열의 직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마법도 사용할 줄 안다.

“프로즌 실드!”

그가 방패를 번쩍 쳐들자, 얼음장벽이 생겨나면서 화염은 더 이상 번지지 않았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공병들은 서둘러 지붕을 건너뛰었다.

“그렇겐 안 되지!”

빙글뱅글은 건물근처의 구울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시체폭발!”

그러자 손톱을 세우며 걸어 다니던 구울들이 부풀며 터져나갔다.

구울로 바뀌면서 딱딱해진 몸은, 작은 파편이 되어 주변의 모든 것을 휩쓸어버렸다. 건물도 예외는 아니다. 벽이 박살난 것은 물론이고, 내부의 대들보마저 구멍이 숭숭 뚫렸다.

시체폭발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파편에 두들겨 맞은 건물들은 차례차례 주저앉아버렸다. 미처 피하지 못한 공병들은 거의가 즉사했고, 살아남은 자들도 사방에서 몰려드는 구울들에게 물려 언데드가 되어버렸다.

위즈는 가까운 거리에 쓰러진 공병에게 다가갔다. 근처에서 얼쩡대는 구울들은 진각으로 걷어차 멀리 날려버렸다.

“한숨 돌릴 장소나 집결지가 있습니까?”

위즈는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내 던져주었다. 공병은 지도의 한 곳을 짚었다.

“여기는 보급품이 많이 있어서 방비가 탄탄합니다.”


<미니맵에 목적지가 표시됩니다.>


구울들이 물러나자, 이번엔 쥐떼들이 달려들었다.

위즈는 윈드 커터 주문서를 꺼내 뭉텅이로 찢어버렸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바람의 칼날에 치여 쥐떼들이 튕겨나갔다.

“빌어먹을 마법저항!”

“고맙습니다!”

위즈가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공병은 무사히 몸을 빼냈다. 위즈는 단검을 두 자루 꺼내들었다. 이미 던전에서 단검으로 펼치는 검술이, 쥐떼에게 잘 먹힌다는 걸 확인했다. 위즈의 손이 어지럽게 움직였다. 공격하려고 접근하는 쥐들은 여지없이 두 토막이 나버렸다.

빙글뱅글이 다가왔다.

“잘 싸우는군. W. 쥐떼는 그렇다 쳐도, 이 많은 구울들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다니. 보통은 긴장해서 몸이 굳어야 정상 아닌가?”

“구울이랑 싸우는 건 처음이 아니니까.”

이미 위즈는 witch의 시험으로 구울 무리 속에 던져진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구울 열 마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는 시궁쥐다.

‘최대한 시궁쥐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

위즈가 앞장서서 어그로를 끄는 건, 더 이상 역병이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조금 전까지 이 도시는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시체도 많고, 부상자도 많다. 만약 시궁쥐들이 퍼져나가면, 역병에 걸려 쓰러지는 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병자들은 죽어서 구울로 탈바꿈 될 것이다.

‘네크로맨서는 자신의 언데드 군단이 늘어날수록,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의 숫자가 늘어난다.’

빙글뱅글이 공격을 하지 않고, 위즈를 지켜보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미 그는 시체폭발로 구울을 많이 소비했다. 광장에 남은 구울은 불과 10마리가 채 못 되었다. 시궁쥐들이 많이 있다지만, 이것들은 언데드가 아니라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쥐떼들의 움직임을 묶으면 더 이상 구울의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뭐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 쥐가 이것밖에 없다면 말이지.”

위즈는 끔찍한 생각을 떠올렸다. 만약 다른 경로를 통해 쥐떼들이 퍼져나갔다면?

“지금 생각하는 게 맞을 거야. 대련모드 시작하면서 떨어진 건물이 시청이었거든. 마침 하수도 배관을 그린 지도가 굴러다니더군.”

빙글뱅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망치던 사람들이 다시 광장으로 밀려들었다. 구울과 시궁쥐들이 그 뒤를 쫓고 있다.

“드디어 내 언데드 군단이 100마리를 넘어섰군. 절망의 오러!”


<네크로맨서가 절망의 오러를 발동합니다.>

<반경 50m의 생명체들은, 집중력이 -20, 이동속도-10%가 됩니다.>

<스킬이 실패할 확률이 5% 증가합니다.>

<민첩+50 버프의 효과로 인해, 이동속도가 원상복구 됩니다.>

<행운+50 버프의 효과로 인해, 스킬이 실패할 확률이 원상복구 됩니다.>


위즈는 대련승리 버프의 효과에 힘입어, 절망의 오러가 주는 불이익을 상쇄시켰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고스란히, 능력치가 깎인 상태.

“트, 틀렸어! 우린 다 죽을 거야!”

“오지 마. 저리가! 가란 말이야!”

패닉에 빠진 병사들은 하나둘 역병에 걸려 쓰러져갔다. 그리고 바닥에 누운 시체들은 구울이 되어 움직였다. 언데드가 늘어나는 모습을 즐겁게 감상하던 빙글뱅글이 갑자기 방패를 휘둘렀다.


<얼음족쇄에 걸렸습니다.>

<상태이상, 동결에 걸려 이동불가 상태가 됩니다.>

<민첩+50버프의 효과로, 이동불가가 해제되고, 5초간 이동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사람이 힘을 쓰려면 하체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무술을 배우는 자들 치고 하체단련을 소홀히 하는 자는 없다.

공격에 들어가는 힘과 속도가 다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위즈가 시궁쥐들을 도륙할 수 있었던 것은, 단검의 속도가 빨라서가 아니다. 자유자재로 간격을 조절하는 두 다리 덕분이었다.

그런데 얼음족쇄에 걸려 걸음이 느려지자, 놓치는 시궁쥐가 늘어났다.

시궁쥐들의 이빨이 위즈의 다리를 물어뜯었다. 삽시간에 위즈의 체력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위즈는 보급품으로 얻은 포션을 사용해 체력을 회복하며, 5초를 버텼다. 그 모습을 본 빙글뱅글이 다시 얼음족쇄를 걸었다. 발이 둔해지자, 다시 체력이 쭉쭉 빠져나간다.

이렇게 되자 위즈는 더 이상 검술에 의존할 수 없었다.

‘조금 전 행운+50버프 덕분에 중독에서 벗어났지. 어차피 독 가루 때문에 몸을 사릴 이유는 없잖아?’

위즈는 맹독 스크롤을 모조리 꺼내며 소리 질렀다. 독 가루가 퍼질 테니 알아서 피하라는 뜻이었다.

“맹독!”

스크롤을 찢자 보랏빛 가루가 확 퍼져나갔다. 그것을 뒤집어쓰자 조금 전과 같은 내용의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행운+50 버프의 효과로 해독합니다.>


‘역시!’

위즈는 진각으로 쥐떼들을 옮겨 다니며 맹독을 뿌려댔다. 그렇게 지나간 자리마다 쥐들이 배를 까뒤집었다. 그럴수록 쥐들은 위즈만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제대로 어그로를 끌어버린 것이다.

잠시 후 역병을 퍼트리는 쥐들은 모조리 독 가루를 마시고 죽어버렸다.

그러자 병사들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시궁쥐들은 구울과 달리 개체수가 많아 일일이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위즈가 모두 죽여 버리자 이들은 용기를 내었다.

“언데드를 몰아내자!”

“구울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병사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구울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난도질에 가까운 공격으로 구울들은 너덜너덜 걸레가 되어 바닥에 몸을 뉘었다.

그 모습을 본 빙글뱅글이 주문을 외웠다.

“타락한 대지!”

광장의 바닥이 검게 물들며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해치웠던 구울들이 덜그럭 거리며 벌떡 일어섰다. 사람들은 다시 절망에 빠졌다.

“끝이 없잖아!”

“포션도 다 떨어져 간다고!”

아무리 걸레로 만들어도, 빙글뱅글이 다시 일으켜버리면 소용이 없다.

위즈는 witch가 했던 말을 되뇌었다.

역시 언데드는 싼 맛에 써먹는 병사들…….

‘그렇지만 다시 살린 것까지 합하면 200마리 가까운 구울을 소환한 셈이야. 이만큼 공을 들였다면, 더 이상 싸구려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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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ED) +1 13.11.22 1,151 22 15쪽
2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8) +1 13.11.19 1,220 24 34쪽
2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7) +1 13.11.16 1,517 29 24쪽
2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6) 13.11.15 1,558 28 23쪽
2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5) +1 13.11.13 1,753 28 21쪽
2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4) +1 13.11.12 1,147 25 14쪽
2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3) 13.11.11 1,138 31 21쪽
2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2) +2 13.11.08 1,565 3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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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0) 13.11.06 1,142 36 18쪽
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5 31 22쪽
1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8) +3 13.11.02 1,116 23 20쪽
1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7) 13.11.01 1,205 32 23쪽
1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6) 13.10.29 1,153 31 23쪽
1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5) 13.10.28 1,145 27 14쪽
1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4) 13.10.26 1,477 36 17쪽
1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3) +1 13.10.25 1,587 36 16쪽
1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2) +1 13.10.24 2,422 40 21쪽
1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 13.10.22 2,118 32 15쪽
11 1. 계절이 바뀌는 때 (ED) +1 13.10.19 2,876 138 19쪽
10 1. (9) +1 13.10.16 1,915 42 23쪽
9 1. (8) 13.10.14 1,705 29 23쪽
8 1. (7) +1 13.10.05 3,290 60 25쪽
7 1. (6) 13.10.04 2,229 42 22쪽
6 1. (5) 13.10.02 2,269 39 17쪽
5 1. (4) 13.09.29 2,362 4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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