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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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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231,848
추천수 :
5,519
글자수 :
1,674,356

작성
13.12.06 19:34
조회
1,237
추천
59
글자
20쪽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6)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6.

“말해주지 않을 건가요? 전기통구이가 어쨌다는 건지?”

이 파티장에 있는 사람 중,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면 그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도 케이트는 집요하게 편재를 추궁했다. 케이트는 단순한 가십거리로밖에 여기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편재에게는, 스스로 입에 올리기에도 끔찍한 흑역사였다.

“재미없는 사람이네요. 파티장에서 만난 숙녀가 관심을 보이는데, 장단정도는 맞춰줘야 하지 않나요? 그래가지고서야 남자라고 하겠어요?”

편재는 말없이 픽 웃기만 했다.

“흥. 집에 가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야겠군요.”

기분이 나빠진 듯 케이트는 벌떡 일어섰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무심코 고개를 돌린 편재의 눈에 떨어지는 나사못 하나가 보였다.

‘잠깐. 뒤쪽 벽에 걸려 있는 건?’

편재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뭐, 뭐예요!”

케이트가 반항하건 말건 편재는 그녀를 옆구리에 끼고서 구석진 자리를 벗어났다. 간발의 차이로 그들이 머무른 자리에 바스타드가 떨어져 내렸다. 편재는 뒤돌아서 의자를 뚫고 들어간 바스타드를 바라보았다. 인위적으로 녹이 슬게 만들어 고풍스러워 보이기까지 한 바스타드는 원래 장식용으로 벽에 걸린 것이었다.

‘블런트 소드는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그런데 어째서 풀린 거지?’

비슷한 물건이 편재의 방 앞에도 장식되어 있으니 절대 모를 수 없다. 이런류의 장식품은 안전문제 때문에 결코 관리가 허술할 수 없다는 것을. 게다가 파티가 열리기 전에 미리 점검했을 게 분명하다.

편재는 가까이 다가가 바스타드를 살피려 했다. 그때 발에 무언가가 차이는 것이 있었다. 집어 들고 보니 나사못이었다. 주의 깊게 살펴보니 발밑에 뒹구는 나사못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바스타드에는 고정용 걸쇠가 그대로 달려 있다. 곧 편재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챘다.

“용접해버렸군.”

암릿을 조작한 편재는 경비를 불렀다.


◇◇◇◇◇◈◇◇◇◇◇◇◈◇◇◇◇◇◇◈◇◇◇◇◇


결과적으로 파티는 확실하게 망쳐버렸다. 젊은 사람들은 간단한 조사를 받고 귀가해버렸다.

파티장에 남은 건, 사건의 당사자라 불릴 수 있는 편재와 케이트.

그리고 범인으로 의심받는 몇 사람이었다.

“유감스러운 일이외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 입을 열었다. 작은 키에 살집도 없이 뼈만 앙상한 인물이었지만, 그 정체를 아는 자들은 겉모습에 속지 않았다. 특히나 바로 옆에 서 있던 편승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쿠사나기家의 1검객. 자에몬. 지금이야 내가 최강의 검이지만, 이자의 나이가 조금만 어렸다면 절대 감당 못했을 거다.’

견제해야 할 자는 또 있었다.

자신의 목걸이를 어루만지며 불안한 눈초리로 연신 주변을 둘러보는 가냘픈 여인.

누가 봐도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은 60이 넘은 할머니였다.

그녀가 치마 속에 감춘 권총을 꺼내면, 많은 이가 다치는 건 기정사실.

‘마에스트로家의 총잡이 아이린. 그 어떤 총기를 들고 대항해도 그녀의 권총에 한방만 맞으면 침묵하고 말지. 천리안이라는 이능을 가지고 있다던데……정확히 무슨 능력인지는 짐작조차 안 간다.’

덤으로 편승은, 아이린이 불안해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이유도 알고 있었다. 전투 발생시 ‘우선척살순위’를 가려내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밖에도 이곳에 참석한 자들은 하나같이 만만히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편승이 긴장하고 있자, 자에몬은 아무렇지도 않게 슥 칼자루에 손을 턱 얹었다.

그것만으로 자에몬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져버렸다.

옆에 있던 중늙은이는 어딜 가고 잘 벼린 칼만이 남았다.

‘야단났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자에몬, 이 늙은이는 능구렁이라 엉뚱한 생각을 늘어놓을지 몰라.’

자에몬에게 끌려 다니느니, 먼저 선수를 쳐 해명하기로 결심한 편승은 조심스레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자에몬은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설마하니 자작극을 벌일 줄은 몰랐구려.”

오늘의 파티는, 파이오니어 컴퍼니의 초대로 이루어졌다. 그러니 전적으로 주최 측에서 안전문제를 책임져야 옳다. 각 가문의 대표들이 마치 싸울 것처럼 구는 것에는, 이를 소홀히 여긴 개최측을 향한 책임추궁의 뜻이 깃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2주전의 테러로 체면을 구긴 파이오니어 컴퍼니가, 다시 이런 일에 연관된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이기도 했다.

“우리 콜로니 연합은 당신들의 파트너이자, 라이벌 아니오? 헌데 이 무슨 추태인지 모르겠구려.”

편승은 칙칙한 눈빛을 자에몬에게 던졌다.

분명 이번일은 파이오니어 컴퍼니에서 실수한 게 맞다. 아니 이쪽의 실수가 아니라고 해도, 파티를 개최한 측이 져야만 하는 책임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이렇게나 매섭게 몰아칠 이유는 없다. 게다가 자작극이라니?

‘이 영감탱이가 노망이 들었나? 한 단체를 이끄는 수장인 날 이따위로 대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편승이었으나, 그는 자신이 회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음을 떠올리며 억눌렀다.

회장은 개인적인 생각과 행동도, 파이오니어 컴퍼니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위치. 그리고 편승은 그만한 자제력을 갖추고 있었다.

“자작극이라니, 오해입니다. 얻을 이득이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죽을 뻔한 사람은 제 아이입니다.”

“난 우리 콜로니 연합의 아이를 노린 줄 알았는데요?”

아이린이 난간에 팔을 기대며 편승을 지그시 응시했다.

편승을 1차 제거 목표로 삼은 것이다. 그럼에도 편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으로 여겼다. 2층 난간에 모인 사람의 절반은, 파이오니어 컴퍼니에 해당한다.

그 절반에게 가는 위협이 자신에게 쏠려 있다고 생각하면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아시다시피 편재는 한때 용병생활을 했습니다. 당연히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에 반해, 케이트라는 아가씨는 콜로니를 벗어나 생활했을 것 같지도 않군요.”

“그러니까 우연히 말려들었다 이거로군요. 그렇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비록 라이벌이지만, 저는 파이오니어 컴퍼니가 이렇게 무른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솔직히 말해, 무장빌딩이 반파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하가 잠꼬대를 한다고 생각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니 자작극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예요.”

“다시 말하지만 자식의 목숨까지 걸어가며 자작극을 하지 않습니다. 설사 한다 해도 무엇을 얻겠습니까?”

자에몬이 중얼거렸다.

“명분.”

편승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파이오니어 컴퍼니의 무장빌딩을 일개 분리주의자들이 반 점거 하는 게 가능할까. 고작해야 재래식 화약무기만 들고 달려드는 자들이, 각종 트랩과 펄스 라이플로 무장한 병력을 당해냈다? 해커의 조력이 있었다고 하여도,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외다. 그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잘 아는 사실. 그럼에도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지. 그게 가능해지려면 적어도 비슷한 힘을 가진 세력이어야 하지 않겠소? 우리 콜로니 연합처럼.”

“솔직히……우리 쪽에서도 자에몬님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없지요.”

“그래서 명분이라도 만들려고 일을 꾸민 게 아니오? 자식을 희생시키면 어느 정도 공분을 살수도 있겠고, 의심도 할 수 없겠지.”

“제가 회장 자리에 앉고 싶어서 앉은 사람입니까?”

편승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장일치 투표로 회장이 되었다.

그 과정은 콜로니 연합에서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도 편승은 권력 지향형 인간이 아니었고, 콜로니 연합과도 잘 지내려 노력해왔다.

편승이란 인간이 호전적이긴 해도, 회장으로서의 편승은 평화주의자다. 그런 자가 이제 와서 이런 일을 저지를 이유가 없었다.

그것도 남들에게 자작극으로 의심받을 것을 알면서 말이다.

편승은 그렇게까지 멍청한 남자가 아니었다.

“딴은 그렇군.”

자에몬은 칼자루에 얹은 손을 치워버렸다. 그러자 아이린도 자세를 바로 해 편승에게서 멀어졌다. 일촉즉발의 상황은 그걸로 끝나버렸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 누가, 왜, 저 아이들을 죽이려 했는가를 밝히는 겁니다.”

“저들 중에 범인이 있다면 곧 밝혀지겠구려.”

자에몬이 히죽 웃었다.

“난 아이들이 내린 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전혀 개입하지 않겠소.”

마침 1층에서는 당사자들 간의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었다.


◇◇◇◇◇◈◇◇◇◇◇◇◈◇◇◇◇◇◇◈◇◇◇◇◇


“날 의심하나본데, 파티장에는 오늘 처음 들어온 겁니다. 장식에 손을 댈 시간도 없었습니다.”

편재와 사소한 시비가 붙었던 세 청년들은 극구 부인했다.

아무리 철이 없다고 해도, 이런 사건에 휘말리면 가문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게다가 저 위에서 힐끔거리며 지켜보는 어른들은,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표정으로 팔짱만 끼고 있다.

문제가 생길 경우 잘라낼 도마뱀 꼬리로 전락했다는 점은 이들을 조바심 나게 했다.

편재는 그들의 면면을 살피며 케이트에게 물었다.

“평소 이들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그냥 같은 연합이라 안면정도 익힌 사이에요. 하지만 이런 일을 할 정도로 멍청한 자들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도 모르게 이들과 척을 질수도 있지 않습니까?”

“글쎄요……딱 두 번 만났을 뿐인데 그렇게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저들 중 한 사람은 쿠사나기家 사람이에요. 무엇이 아쉬워서 이런 일을 벌이겠어요?”

“확실히 이상하긴 해요. 저는 파이오니어 컴퍼니의 수장의 자식, 그리고 저 셋 중의 하나는 콜로니 연합의 무투파를 이끄는 우두머리와 같은 가문. 두 사람이 한 장소에서 얽히는 일은 몹시 드문 일이지요. 다행이도 무사히 끝났지만.”

편재는 자에몬의 손자라는 사람에게 물었다.

“파티에 참가하신 것은 개인의 의지였습니까? 아니면 자에몬님의 권유였습니까?”

“할아버님의 뜻이었습니다. 설마 할아버님을 의심하는 겁니까?”

청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편재는 손을 내저었다.

“그분이 무투파라 하여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이번 일에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이면이 있습니다. 우리끼리 다퉈봐야 진실은 멀어질 뿐입니다. 진정하세요.”

편재의 말에 청년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았다.

“뭔가 짐작 가는 거라도 있습니까?”

“이번 파티의 주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2주전 그쪽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 때문이 아닙니까? 평소 같으면 얼굴조차 볼 수 없을 분들이 모여든 것도 그래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입니까?”

“여기 모인 사람들, 누구하나 만만한 사람이 없어요. 저희 회장님이나 자에몬님처럼 개인 무력을 갖춘 분도 계시고, 군부를 움직이는 실력자도 계십니다. 식량플랜트와 달 기지와의 교류를 맡은 분은 말할 것도 없지요. 만약 테러라면 우리들 같은 애송이가 아니라 저분들을 노렸어야 해요. 그런데 결국 목표가 된 건 우리들이지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케이트가 죽었다면, 파티를 개최한 파이오니어 컴퍼니에 책임이 돌아갑니다. 그렇게 되면 콜로니 연합과의 사이가 벌어질 수 있겠지요. 반대로 제가 죽었다면, 콜로니 연합에 의심이 가겠지요. 테러 건도 있으니까요. 어느 쪽이든 두 세력 간의 갈등이 생기게 될 겁니다.”

“잠깐. 어째서 콜로니 연합을 의심한다는 겁니까?”

“그거야 파이오니어의 무장빌딩을 공격할 능력을 가진 세력은, 현재로썬 그쪽-콜로니 연합밖에 없으니까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우리들은 절대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드러난 사실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제 보니 자작극이군!”

편재는 혀를 찼다. 이쪽은 파티의 주최자 쪽이니 그런 의심을 살만도 하다. 하지만 얻을 이득이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상대는 이미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식으로 책임을 떠넘길 생각을 하다니 유치하군. 하긴, 어렸을 때부터 파격에 파격을 거듭한 사람이니 당연한 건가? 전기통구이씨?”

편재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상대는 편재의 손에 목을 잡혀 캑캑거리고 있었다. 벼락같이 들이닥친 편재의 손길은 너무도 쉽게 방어를 뚫었다.

“뚫린 입이라고 막 던지는 거 아니다.”

“큭큭큭. 나도 구워버릴 생각인가? 어디 해봐. 이 살인자야!”

“그만해요. 보는 눈도 많은데 이러지 말아요.”

케이트가 매달려 어떻게든 말리려고 했다.

편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지은 죄가 많음이야.

손에 들어간 힘을 빼고 상대를 놓아준 편재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아까의 이야기를 이어서 할 테니 앉아서 들어요. 이번 테러로 인해 콜로니 연합이 의심받는 건 당신 할아버지를 비롯한 수뇌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물론 증거는 없습니다. 그저 심증만 있을 뿐이죠. 하지만 오늘일로 인해 누군가 죽거나 다쳤다면, 심증만 가지고도 움직이는 게 사람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최악의 결정도 내릴 수 있겠지요.”

청년은 목을 주무르면서 편재를 노려보고만 있다. 케이트는 그의 앞을 막아서며 질문했다.

“최악의 결정이라니 그게 뭐죠?”

“전쟁입니다.”

케이트는 눈을 부릅떴다. 전쟁이란 역사책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치부했다.

콜로니가 세워진 이래로, 전쟁은 제로그라운드에서나 벌어지는 야만적인 활동일 뿐이었다.

그것을 편재가 언급하자 왠지 모르게 현실감 있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 케이트는 고개를 내저었다.

“갑자기 전쟁이라뇨? 수뇌들이 그런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릴 리 없잖아요?”

“전쟁은 바보 같은 일이 아닙니다. 이겨서 충분한 이익이 생긴다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유망한 사업입니다. 그 증거로, 지금 아메리카에서 벌어지는 내전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들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땅과 물이라는 이득을 노리고 투쟁중입니다.”

“콜로니는 충분히 풍족해요. 전쟁이 벌어질 이유는 없다고요.”

“케이트 양. 콜로니 연합이 왜 생겨났습니까?”

“그, 그야 파이오니어 컴퍼니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맞습니다. 우리들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게 다퉈왔습니다. 서로 간에 총부리를 겨눠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 그건 콜로니에 사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편재는 암릿을 조작해 홀로그램을 최대크기로 변형해 띄웠다.

“조금만 부추겨도 싸울 거라 여기고 추잡한 공작을 펼치는 경우가 생긴 겁니다!”

허공에 떠올린 화면에 린치를 당하고 쓰러지는 자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무장이 해제되어 꽁꽁 묶인 모습이었다. 거기에 브렌이 모습을 드러냈다.

- 찾았습니다. 지금 당장 전송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섯줄 남짓한 지령서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

파이오니어 컴퍼니의 주최로 파티가 열리는 곳은 A블록의 연회장이다.

분명 파티에 적응을 못하고 겉도는 자가 구석을 찾을 것이다.

그러니 미리 준비된 장식에 손을 써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조작한다.

일부러 눈에 띄게 처리해도 좋다.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은 반목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더없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


- 이놈들은 스파이 봇을 이용해 검을 고정한 나사를 풀어내고, 용접까지 해놓은 것 같습니다. 로봇관련 엔지니어로 보이는 자도 체포했습니다.


“일단 모든 물건을 압수하고, 분리주의자들은 전부 구금하세요. 뒷일은 윗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편재는 고개를 들어 올려 수뇌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저는 집에 가렵니다. 수고하시길.”

히쭉 웃으며 편재는 파티장을 빠져나갔다.


◇◇◇◇◇◈◇◇◇◇◇◇◈◇◇◇◇◇◇◈◇◇◇◇◇


자에몬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넉살 좋은 녀석이로군. 일이 벌어지자마자 곧바로 놈들을 쫒은 것이오? 아니면 이 파티부터가 놈들을 잡기 위한 함정인거요?”

“후자입니다. 덧붙이자면, 파티장에 장식이 너무 많아서 대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녀석이 미끼를 자처한 겁니다. 이 사실을 안 것도 파티가 열린 뒤였고.”

“잘못하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데 미끼를 자처했다? 굉장한 녀석이로군. 대단한 정보통을 두었나 보구려.”

“용병시절 안면이 있는 자에게 경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덕에 별다른 피해 없이 끝나게 되었지만, 여러분을 놀라게 해드렸습니다. 미리 알리지 못한 점은 사과드립니다.”

“아니오. 편회장의 입장, 충분히 이해하오. 증거도 없이, 분리주의자들 탓을 했다면 믿지 못했겠지.”

다른 사람들도 자에몬의 말에 동조했다. 어쨌거나 좋게 끝난 게 다행이었다. 까딱 잘못했으면, 분리주의자들에게 속아 넘어가서 남 좋은 일을 해줄 뻔하지 않았는가.

거기에 편승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놈들이 오면 바빠질 테니 미리 식사나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거 반가운 소리요. 파티에 와서 요리도 먹지 않다니 그럴 수는 없지.”

자에몬이 장단을 맞춰주자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반면 지옥의 밑바닥 같은 칙칙한 분위기인 곳도 있었다. 자에몬의 손자를 비롯한 세 청년이 있는 장소였다.

“결국 우리만 바보 된 거 아냐?”

“미리 알려주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잖아.”

“시끄러워.”

“일어날 수 있겠어?”

“괜찮아. 목 줄기 잡힌 것 가지고 호들갑 떨지 마.”

청년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섰다.

“해도해도 너무한 거 아냐? 어쨌거나 우리들은 손님이잖아. 게다가 무고함이 밝혀졌는데도 사과한마디 하지도 않고 가버렸어.”

“괜히 기피대상이 된 게 아니다. 그놈의 별명 ‘전기통구이’가 왜 생겨났는지 생각해봐라. 그놈은 고작 10살 때 사람을 통째로 구워버렸어.”

청년들은 입을 다물었다. 문제의 사건은 그들이 한참 어렸을 때 발생했다.

당시 편재가 저지른 일을 전해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사람을 구워버린 살인자 따위가, 이제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정의의 사도 놀이를 해? 오늘의 일 잊지 않겠다. 각오해두는 게 좋을 거야. 나 쿠사나기 시로츠키의 이름에 걸고 반드시 네 녀석을 부수어주겠다.’

자에몬의 손자는 이를 갈았다.


◇◇◇◇◇◈◇◇◇◇◇◇◈◇◇◇◇◇◇◈◇◇◇◇◇


집에 돌아온 케이트는 할아버지의 품에 안겼다.

유일한 혈육이 위험해질 뻔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노인은 잠도 안자고 기다린 것이다.

“얼마나 걱정한 줄 아느냐? 다친 데는 없고?”

“말짱해요. 할아버지. 편재라는 사람이 구해줘서 아무 일 없이 잘 끝났어요.”

“편재? 설마 편家의 전기통구이를 말하는 거냐?”

케이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종일 사람들이 편재를 가리키는 말이 전기통구이였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좋은 의미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그래도 설명이 필요했다.

“궁금했는데 잘 되었네요. 어째서 멀쩡한 이름 놔두고 전기통구이라고 부르는 거죠?”

케이트의 할아버지는 16년 전 벌어진 어떤 사건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것을 듣던 케이트의 표정이 질려갔다.

“고작 10살에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다고요?”

“그래. 편재, 그는 위험인물이란다. 네 목숨을 구해준 것은 고맙지만……가까이 하지는 말거라. 그는 어릴 때부터 정신이 불안정했단다.”


작가의말

다음 편부터는 또 카무플라주와 함께 하는 사기 Life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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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7 작전명테러
    작성일
    13.12.06 21:39
    No. 1

    그런 흑역사가 있었군... 암튼 흑역사는 신조어인데.. 참좋은 표기법인듯 편재의 과거가 더욱더 궁금해지는 지금이군요... 그리고 편재에게 사전경고를 알여줬다는 용병도 예사롭지않은 인물같은데 언제... 게임안에서 뵙게될지 현재에서 보게될지 궁금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티케이
    작성일
    13.12.06 22:13
    No. 2

    재밌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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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1 31 22쪽
1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8) +3 13.11.02 1,114 23 20쪽
1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7) 13.11.01 1,203 32 23쪽
1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6) 13.10.29 1,151 31 23쪽
1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5) 13.10.28 1,143 27 14쪽
1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4) 13.10.26 1,476 36 17쪽
1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3) +1 13.10.25 1,585 36 16쪽
1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2) +1 13.10.24 2,419 40 21쪽
1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 13.10.22 2,117 32 15쪽
11 1. 계절이 바뀌는 때 (ED) +1 13.10.19 2,871 138 19쪽
10 1. (9) +1 13.10.16 1,911 42 23쪽
9 1. (8) 13.10.14 1,703 29 23쪽
8 1. (7) +1 13.10.05 3,286 60 25쪽
7 1. (6) 13.10.04 2,228 42 22쪽
6 1. (5) 13.10.02 2,266 39 17쪽
5 1. (4) 13.09.29 2,359 4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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