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231,828
추천수 :
5,519
글자수 :
1,674,356

작성
13.12.07 16:18
조회
1,251
추천
34
글자
17쪽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7)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7.

원래 계획대로라면 파티는 새벽까지 계속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파티는 중지되었다.

‘거기에다 일을 꾸민 분리주의자들까지 잡아들였으니, 사실상 끝난 일이나 다름없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편재는 더 오션으로 접속했다. 시간에 쫓겨 마무리 못한 퀘스트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되면, 파티를 망쳐준 분리주의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결과적으로 분리주의자들의 공작은 페이오니어 컴퍼니와 콜로니 연합, 두 세력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편재는 재미없는 파티에서 벗어나 다시 계획을 진행 시킬 수 있다.


◇◇◇◇◇◈◇◇◇◇◇◇◈◇◇◇◇◇◇◈◇◇◇◇◇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위즈는 퀘스트 창부터 열어보았다.


§§§§§§§§§§§§§§§§§§§§§§§§§§§§§§§§§§§§§§§§§§§§§§§§§

[보상 퀘스트/ ‘마음속 성전(聖殿)’]

당신을 만난 witch는 300년 뒤 찾아올 당신을 위해 이 섬에 안배를 남겨두었습니다.

[최초단서: 마음속에 성스러운 궁전을 지으십시오.]


난이도: D++ / 레벨제한: 없음.

보상: ‘마음속 성전(聖殿)’

§§§§§§§§§§§§§§§§§§§§§§§§§§§§§§§§§§§§§§§§§§§§§§§§§


히든 퀘스트인 이름 모를 여인의 부탁을 클리어 하고나서, 위즈는 어떤 장소로 워프할 수 있었다. 국왕의 홀에 새겨진 좌표가 데려다 준 곳은 한번 갔었던 장소였다. 일기장을 통해 만난 300년 전의 witch가 근거지로 사용하던 장소. 지금 이곳은 많은 유저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제로니스 섬이라.”

미니맵을 통해 섬의 크기를 확인한 위즈는 곧 보상을 받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


“여기는 NPC도 거의 없고, 얻을 수 있는 자원도 평범합니다.”

“섬의 크기도 작아서 삼십분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어요.”

“그럼 어째서 이곳에 사람들이 몰려든 겁니까?”

“그거야 공통 스킬 때문이죠. ‘이글아이’라고 들어 보셨죠?”

과거 레드 오션 때 많은 이들이 앞 다투어 차지하려고 혈안이 된 물건이 있었다.

그것은 한권의 스킬북. 책에는 직업과 클래스에 관계없이 배울 수 있는 공통 스킬이 담겨 있었다. 게임을 하는 자들의 특성상, 먼저 선점하여 강해지려는 것은 당연한 일. 싸움은 그렇게 벌어졌다. 그 결과 레드 오션의 유저 1/3이 사망 패널티로 레벨다운을 경험했고, 스킬북은 길드-스컬그레이가 차지했다. 그리고 스컬그레이는 훗날 바하르칼에 건너가 용병들을 통합한다. 즉, 지금의 바하르칼 용병단인 것이다.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궁수 지망인 겁니까?”

“보통은 그렇지요.”

“곧 싸움이 일어나겠군요. 로그아웃해야 하나…….”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번에는 스킬북이 10권이나 되거든요. 각각 다른 섬에 흩뿌려 두었지요. 그러니 바하르칼 놈들도 병력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안티 바하르칼 계열과 반반씩 섞여 있으니 놈들도 섣불리 싸우려 하진 않을 겁니다. 마도로스社로서도 게임 초반에 유저간의 상잔이 일어나는 것만은 피하고 싶을 테니까요.”

“다행이네요. 그럼 수고 하십시오.”

위즈는 유저들과 헤어져 섬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유저들은 곳곳에서 눈에 불을 켜고 스킬북을 찾고 있었다. 그들과는 전혀 다른 것을 찾고 있지만, 경쟁자로 여겨질 소지가 컸기 때문에 위즈는 생각을 바꿨다.

‘차라리 이들이 거쳐 간 곳으로 가자. 그러면 유저들과 충돌할 일도 없겠지.’

마을로 내려가면서 위즈는 카무플라주 스킬로 한차례 모습을 바꿨다.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2주가 넘어가면서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지만, 스킬로 바뀐 모습은 여전히 살집이 잡혀 있다.

“조금만 더 힘내자.”

기합을 단단히 넣고 마을로 들어가자, 배를 타고 유저들이 꾸역꾸역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NPC 주변에는 더 많은 유저들이 몰려 있었다. 스킬북을 찾으러 가기 전에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다. NPC는 한마디 짜증도 내지 않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이는 부여된 AI가 낮은 수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낮은 AI를 가진 NPC들의 특성은, 유저들의 접근성이 높다는 것.

예를 들어 상점에서 물건을 팔거나, 난이도가 낮은 퀘스트를 위해 배치된 NPC들이 그렇다. 이들은 오로지 유저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AI가 높으면 그만큼 개성이 부여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게 되면 남성혐오의 성격을 가진 여점원은 결코 남성유저에게 무기를 팔지 않을 것이며, 게으름뱅이인 술주정뱅이는 낮잠을 자느라 정보를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유저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마도로스社는 초보자를 위해 일부 NPC의 AI를 하향했다.

‘거기에는 인육만두 사건도 한몫했지.’

한때 상점 NPC들이 이방인에게 물건을 팔지 않던 기간이 있었다. 인육만두가 처형되기 전까지 유저들은 제대로 사냥도 하지 못했었다. 마도로스社는 같은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기초상점의 NPC들의 AI를 손보았다. 그 결과 이들은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인형이 되어버렸다. 지금 유저들의 질문에 답하는 NPC도 마찬가지다.

‘그 덕에 유저들이 빨리빨리 빠져 나가니 다행으로 생각해야겠지.’

위즈는 한산해진 해안가로 내려왔다. NPC로 보이는 노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자동적으로 같은 말이 반복되었다.

“수년 전에 괴팍한 사냥꾼이 산속에 살았다네. 성격은 나빴지만 실력은 좋았어. 쏘는 화살마다 백발백중, 결코 빗나간 적이 없었지. 그에겐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아버지를 따라 활을 쏘고 싶어 했네. 사냥꾼은 활을 잘 쏘는 법을 책으로 만들어 아이에게 전해주었다는데, 그 아이는 그만 멧돼지를 피하다 절벽에서 떨어지고 말았네. 그리고 아이를 묻은 뒤 사냥꾼은 이 섬을 떠나버렸다네. 참 딱한 일이야. 딱한 일. 쯧쯧.”

여기까지 들은 위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아이가 가진 책은 무덤 속에 있단 말입니까?”

“그렇겠지?”

위즈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아무리 게임이라 해도 그렇지, 무덤을-그것도 어린애가 묻힌 곳을 파헤치려고?’

설마설마 하며 산으로 올라간 위즈는, 유저들이 쑤시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원래부터 던전으로 분류된 왕가의 무덤 같은 곳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요절한 어린애가 묻힌 곳을 검으로 들쑤시고 다녀?’

위즈는 가까이에서 스킬북을 찾는 유저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책 찾는 퀘스트 중이시죠?”

“그런데요?”

유저는 난데없이 말을 걸어오는 위즈를 보고 잔뜩 경계를 했다.

바하르칼 용병인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퀘스트의 난이도를 알고 싶습니다.”

“그쪽도 퀘스트를 받았다면 알고 있을 텐데요?”

“안 받았으니까 묻는 겁니다.”

“어디보자…D+로군요.”

“하나 더 묻겠습니다. 바하르칼 용병들이 가장 적게 모인 섬은 어디입니까?”

“여기 제로니스입니다.”

“아, 그렇다면 여긴 안전하겠군요.”

“난 또 뭐라고.”

유저는 경계를 풀었다. 관계자도 아닌 위즈가 질문을 한 이유를, 분쟁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노파심 때문으로 여긴 것이다.

“싸움 같은 건 벌어질리 없으니 안심하세요.”

유저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위즈는 즉시 해안가로 발길을 돌렸다.

그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조금 전의 대화로 확실해졌다.

이들은 플러스(+)가 붙은 난이도의 퀘스트를 해본 적이 없다.

“상식적으로 일반인이 값진 부장물을 넣는 일은 드물어. 더군다나 자식의 무덤이 파헤쳐질지도 모르는데, 사냥꾼이 눈에 보이는 곳에 만들었을 리도 없잖아.”

예상대로 반나절이 지나자 유저들은 지쳐서 하나둘 나가떨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겠다며 로그아웃한 자들도 수두룩했다. 위즈는 이마를 짚었다. 이래서야 마음속의 성전을 찾으러 다닐 수 없다.

자신이 찾는 건, 무려 히든 퀘스트의 보상이다. 찾아내었을 때 유저들이 탐내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아니, 거의 확실하다.

‘레드 오션에서는 이글아이 하나 때문에 치고 박았잖아. 내가 무언가를 찾아낸다면 이들은 즉시 내게 달려들 거야.’

조금 전 유저가 보인 반응을 떠올린 위즈는, 이들이 하루빨리 스킬북을 찾아 섬에서 떠나게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위즈는 즉시 다른 NPC들을 찾아 정보를 모았다. 그들은 대동소이한 정보를 내뱉었다.

“결국 사냥꾼의 아들이 묻힌 곳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산속은 이미 많은 유저들이 헤집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은 다른 곳을 찾아야한다. 하지만 위즈는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산이 아닌 곳에는 무덤을 쓸 만한 장소가 없었다. 지금 밟고 있는 모래사장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곳이다. 망자가 쉬는 곳을 밟고 다니는 건 예의에도 어긋나는 일. 절벽근처는 더더욱 힘들다. 통짜 암벽으로 되어 있어서 매장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특수한 장례문화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예전에는 각 나라와 민족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수목장. 이집트의 미라. 불교식의 화장. 뱃사람들의 수장.

유럽에서는 가족묘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보편적인 방식은 역시 땅을 파고 매장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많은 유저들이 허탕을 치는 이유가 있을 거야. 사냥꾼의 아이는 어디 묻혀 있는 거지?’

위즈는 대놓고 무덤의 위치를 물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NPC들은 그런 건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사냥꾼은 굉장히 폐쇄적인 자였기 때문에 장례도 혼자서 치렀다고 한다.

“그럼 여기서는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지 않는 겁니까?”

“허허. 그랬다간 이 작은 섬은 무덤천지가 되겠지. 무서워서 살겠나. 우리들은 배를 띄워 먹고 사네. 뱃사람의 장례식이야 뻔한 것 아닌가.”

“하나 더 묻겠습니다. 만약……자녀가 어려서 세상을 떠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음……슬프지만 어쩌겠나. 앞세운 자식은 가슴에 묻어야지.”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묻는다. 은유적인 표현이었지만 위즈는 거기서 한 가지 힌트를 얻었다.

‘우리조상들에게는 아장살이라는 문화가 있었다. 죽은 아이를 항아리에 담아 산에 묻는 것. 하지만 그뿐만이 아냐. [살이]라는 건 살아간다는 뜻이야. 즉, 생이 끝날 때까지 아이를 잊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아장살이. 그게 여기서도 통용된다면 내가 할 일은 하나다…….’

위즈는 그길로 산속에 올라갔다. 그리고 양지바른 곳을 골라 돌면서 색색의 꽃을 꺾어 모으기 시작했다. 작은 섬이지만 관심을 두고 살피면 지천에 널린 게, 이름 모를 들꽃들이었다. 불과 5분도 안 되어 인벤토리 가득 꽃이 모였다. 위즈는 풀을 엮어 매듭을 짓고, 군데군데 꽃을 끼워 넣었다. 손가락 가득 풀물이 들었을 즈음, 위즈의 손에는 소박한 화관이 들려 있었다.

둥둥.


<어설픈 화관이 완성되었습니다.>


=======================================

[어설픈 화관][내구도 1/1]

아이들이 만든 것처럼 볼품없는 화관. 머리에 쓰면 풀물이 배어들 것 같다.

=======================================


이리저리 화관을 돌려보던 위즈는 절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화관을 올려두었다.

“어디보자. 괜찮은 게 있나?”

게임에 접속한 상태에서도 암릿에 저장된 정보를 읽어 들일 수 있었다.

위즈는 상태창을 조작하여 한 편의 시를 불러들였다.

한차례 내용을 훑어본 위즈는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는 안 돼.”

기존의 시는 지금 상황에 너무 맞지 않았다.

현대적인 언어가 들어가 있었으며, 내용조차 병에 걸려 죽은 아이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위즈는 즉시 시를 고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적당히 고친 시가 위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

아비의 손때 묻은 나무막대 한껏 휘니.

산도 바다도 맘껏 내달려 그리 좋더냐.


아비의 그림자를 따라 걷던 아이야.

억센 바닷바람 마주 달려올 줄 누가 알았겠니.


아비를 닮고 싶었던 아이야.

가녀린 몸 바람 받혀 떠오를 줄 누가 알았겠니.


아래 바닷바람 그렇게 춤추는데

아비를 애타게 찾는 네 목소리 그리도 울리는데


아비의 애타는 목소리 그리도 울리는데.

너 혼자 아래 바람 타고 멀어지는데.


이유 없이 목이 멘다.

아래 바람 찾아도 너는 없다.

네 목소리 네 모습은 이리도 선명한데.

=======================================


낭송을 끝마친 위즈는 인벤토리 속의 꽃잎을 모조리 꺼내 바람에 날려 보냈다. 그리고 공복을 채우려 사둔 쿠키를 봉투째 바위에 올리며 합장했다.

“시끄럽게 굴어서 미안하다.”

고개를 든 위즈는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춤추듯 움직이는 환상을 보았다.

위즈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뒤쪽에서 누군가의 발걸음이 울렸다.

“자네…….”

목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알 수 있었기에 위즈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해안가에서 만난 NPC중 하나일 것이다.

“가까운 누군가가 죽는 건 슬픈 일이지요. 특히 자식이 어렸을 때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잊지 못하셨지요?”

“그렇네……잊지 못했어. 잊을 수가 없었네. 일부러 섬을 떠났지만, 아이가 눈에 밟혀 다시 돌아오고 말았네.”

“이방인들이 소란을 피워 심기가 불편하시지요?”

“한 가지 묻겠네. 저들은 내 아이의 안식을 방해하려는 게 맞지?”

“지금 이방인들은 과거 솜씨 좋은 사냥꾼이 남겼다는 스킬북을 찾고 있습니다. 그걸 찾기 전에는 절대 떠나지 않을 겁니다.”

“허허…….”

NPC, 아니 오래전 아들을 잃은 사냥꾼은 허허 웃기만 했다.

솔직히 위즈가 저런 입장이었다면, 이방인이 눈에 보이는 족족 화살로 꿰어버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냥꾼은 맨손으로 위즈를 찾아왔다. 그는 화관이 놓인 자리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춤추는 아이의 유령은 그 시선의 끝에 걸려있었다.

눈을 뜨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질 못하는 부자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인식하지 못했다.

둘의 모습을 눈에 담는 존재는 위즈뿐이었다.

“이 섬에는 하나의 마물이 있네. 땅속 깊은 곳에 뿌리내린 녀석은, 가까이 가지 않는 한 공격해오지 않지. 어느 날 아들은 내 활과 화살을 들고서 마물을 잡으러 갔네. 멀리서 활을 쏘는 거라면 안전하다고 생각한 거지. 하지만 마물은 땅을 뚫고 줄기를 뻗어냈네. 뒤늦게 아들을 구하려 도착했을 때는, 아들이 절벽에서 떨어지고 있었다네. 그런데 말이네. 날 보고도 내 아들은……그 어린 녀석은…….”

“괜찮다고……슬퍼하지 말라고 했던 겁니까?”

사냥꾼이 벌떡 일어섰다. 잠깐 사이에 더욱 늙어 보이는 얼굴 가득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어떻게 그걸?”

“지금 보고 알았습니다. 아이가 끊임없이 중얼거리는군요. 이제 이해했습니다. 당신과 아들은 확실히 아장살이 중이로군요.”

사냥꾼은 손을 내뻗어 위즈의 어깨를 붙들었다.

“아이는 어떤가? 고통스러워하는가? 죽을 때처럼 형편없는 모습인가?”

위즈는 흐느적거리며 바람에 떠밀리는 꽃잎을 쫓는 아이를 살폈다. 깨끗한 흰색의 튜닉에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의 얼굴은 해맑았다. 사냥꾼의 걱정처럼 피투성이도 아니다. 그 사실을 알리자 사냥꾼은 안심했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눈가가 붉어진 사냥꾼이 입을 열었다.

“사내아이는 아비의 그림자를 쫓는 법이지. 내가 사냥꾼이었기 때문에 내 아이는 활을 들었고, 그래서 마물을 상대하려다 목숨을 잃었네. 아들의 죽음은 내가 사냥꾼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어. 그래서 난 모든 것을 마물의 소굴에 던져버렸다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원하는 것을 취하면, 이방인들은 이 섬을 떠날 것입니다.”


◇◇◇◇◇◈◇◇◇◇◇◇◈◇◇◇◇◇◇◈◇◇◇◇◇


편재는 더 오션의 팬사이트에 접속하여 사냥꾼에게 얻은 정보를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로니스 섬에서 ‘공통스킬-이글아이’의 스킬북이 발견되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암릿을 들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4시. 한창 피로가 몰려올 시간이다.

편재는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마음속의 성전만 찾으면 당분간은 레벨업이나 해야겠다.”

비록 게임이지만, 산자와 죽은 자의 마음을 연결시켜주었다는 뿌듯함에 잠이 솔솔 왔다.


작가의말

1.

이번 편에 넣은 시의 출처는, 본문에 나와 있듯이...
아장살이, 애기무덤[돌무덤] 관련한 시가 필요해서 직접 지어볼까 하다가 그냥 포기.

그래서 간단하게 구글링해서 찾아 넣었습니다. 일단 사람들에게 오해사지 않도록 본문에 출처를 집어 넣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군요.

원작자와 상의하여  부분은 삭제하였습니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4.3사태 관련된 시라, 원래의 한과 숭고함의 희생시켜서는 안될 것 같았습니다.

2.

아장살이 관련설명

http://k.daum.net/qna/openknowledge/view.html?qid=3OxSX

3.

위즈의 시 낭송 부분 임의로 추가.

어디선가 본듯한 싯귀도 있고 할 겁니다.

짜깁기 한 거거든요. 데헷 :p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또 다른 셸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4) +2 13.11.30 1,022 23 27쪽
33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3) +2 13.11.29 1,151 30 21쪽
32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2) +3 13.11.28 1,049 25 20쪽
31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1) +4 13.11.23 1,521 20 19쪽
3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ED) +1 13.11.22 1,147 22 15쪽
2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8) +1 13.11.19 1,217 24 34쪽
2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7) +1 13.11.16 1,514 29 24쪽
2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6) 13.11.15 1,556 28 23쪽
2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5) +1 13.11.13 1,751 28 21쪽
2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4) +1 13.11.12 1,143 25 14쪽
2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3) 13.11.11 1,134 31 21쪽
2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2) +2 13.11.08 1,562 39 18쪽
2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1) +1 13.11.07 2,192 36 23쪽
21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0) 13.11.06 1,138 36 18쪽
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1 31 22쪽
1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8) +3 13.11.02 1,113 23 20쪽
1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7) 13.11.01 1,203 32 23쪽
1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6) 13.10.29 1,151 31 23쪽
1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5) 13.10.28 1,143 27 14쪽
1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4) 13.10.26 1,476 36 17쪽
1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3) +1 13.10.25 1,585 36 16쪽
13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2) +1 13.10.24 2,419 40 21쪽
1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 13.10.22 2,117 32 15쪽
11 1. 계절이 바뀌는 때 (ED) +1 13.10.19 2,871 138 19쪽
10 1. (9) +1 13.10.16 1,911 42 23쪽
9 1. (8) 13.10.14 1,703 29 23쪽
8 1. (7) +1 13.10.05 3,286 60 25쪽
7 1. (6) 13.10.04 2,227 42 22쪽
6 1. (5) 13.10.02 2,266 39 17쪽
5 1. (4) 13.09.29 2,359 42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