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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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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1,636

작성
21.06.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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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만다라는 수행자가 명상을 통하여 우주의 핵심과 합일하고자 하는 깨달음의 안내도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본질(mandal) + 소유(la)로 이루어진 말이다.

즉 우주의 본질이 가득한 원형의 바퀴를 표현한 것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가설을 세워본다면 말이지.”


오교수가 물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우형과 서라는 그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외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해보세.”

“평행 우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우형은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양자역학이니 평행우주니 하는 복잡한 이론을 들을 시간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들어도 이해할 자신이 없다.

우형은 서라를 힐끗 보았다.

그녀는 오교수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냥 상상을 한 번 해 보자는 이야기지.

이 세계, 우리가 아는 질서와는 다른 세계가 있다고 한 번 가정을 해 보자고.

이런 가정은 우리만 하는 게 아니야.

오래 전부터 밀교라는 방식으로도 전해져 왔던거지.

밀법으로 비밀스럽게 전해지면서 말이야.

밀법이란 다른 말로 만다라를 연다고 표현을 해.


<만다라를 연다>


이 말은 실제로, 가상 공간에 만다라를 구축하는 걸 의미하네.

자기 자신 안에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거야.”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교수는 박한길의 노트 <므네모시네의 기억>을 펼쳤다.

그는 최대한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주>와 <나>라는 존재가 있다고 해 보세.

기존의 질서가 있는 우주 외에 내 안에 다른 우주를 만드는 거야.

그걸 <만다라를 연다>고 표현하겠네.

새로운 우주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세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오교수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창조의 단계가 필요하지.

박한길의 뼈가루로 만든 차차는 만다라를 구축하는 열쇠일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그의 아들 박인철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겠지.

자신이 감당하기에 매우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도 알았을거야.

쫓기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리고 박한길의 노트는 자네에게 주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차>의 행방이네.

그는 차차를 지은우라는 청년에게 주었지.”


오교수의 말에 퍼즐이 한 조각 한 조각 맞춰지는 것 같았다.

우형은 머릿속으로 그림을 맞춰나갔다.


박한길의 죽음과 그의 노트.


“십일면관음보살상 기억하나?”


오교수가 우형에게 물었다.


“네. 기억합니다. 제가 오교수님을 만나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요.”


“그래. 자네가 십일면관음보살상을 보기 위해 석굴암에 왔었지. 십일면관음보살상은 보지 못했지만 말이야.”


“그 때 교수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폭대소상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겁니다.”


오교수가 호탕하게 웃었다.

마치 이해력 좋은 학생을 앞에 두어 기분이 좋은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잘 기억하고 있군 그래. 폭대소상. 박한철씨가 요양원에서 자신의 목을 매면서 표현하고자 했던 폭대소상.”


“폭대소상은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중생을 바라보고 한바탕 크게 웃는다고 하셨지요. 인철의 아버님은 죽음으로써 자신의 몸을 통해 폭대소상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그래 그래. 정확해. 하하하”


오교수의 기분이 좋아보였다.


“박한길씨는 누군가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네.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깨달은 바를 표현하려고 했어.

깨달은 자의 혼이 담긴 뼛가루. 그것으로 차차를 만들었다?

그 안에 새로운 우주의 열쇠가 생긴거지.

그걸 그의 아들 박인철이 알게된거야.

그리고 자신이 쫓기게 되자, 힌트를 자네에게 남긴걸세.

만다라의 열쇠를 지닌 사람이 지은우라는 것을.”


여기까지 말하고 오교수는 다시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렇다면 지은우는 왜 사라진 것일까요?”


“만다라, 즉 하나의 우주가 만들어졌다면 완성의 단계가 필요하지 않겠나?

거기에 필요한게 육신이지. 이 육신은 우주의 기원, 죽음, 탄생 이런 모든 것들을 경험을 하면서 육신과 육신에 집착하는 것을 정화시켜야 해.

지은우가 바로 그 육신이야.

다카와 다키니같은.”


“다카, 다키니요?”


우형이 물었다.


“티벳어로는 <하늘을 노니는 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네.

쉽게 말하면 수호신이라고 할까, 정령이라고 할까.

다카는 남성성을 지닌 정령을 의미하고, 다키니는 여성성을 지닌 정령 같은 것이지.

이들이 밝은 에너지를 갖느냐 어둠의 에너지를 갖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속성을 갖게 된다네.

만약 밝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면 사람들에게 행복과 풍요를 주는 신이 될 수 있지.”


“만약 어둠의 에너지를 갖게 된다면요?”


서라가 불쑥 끼어들었다.

오교수가 서라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둠의 힘을 갖게 되면, 구원받지 못한 존재로서 죽음과 파괴의 신을 모시는 난폭한 정령이 되지.”


그의 말에 모두들 긴장하기 시작했다.


“다카니는 환영을 보여주는 힘을 지니고 있지.

그래서 인간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돼.

인간의 심장을 뽑아먹는 악귀 같은 존재가 된다네.“


서라의 손이 또다시 타다타닥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역시, 가설이네만, 서연이라는 아가씨는 다키니가 된 것 같아.

그것도 어둠의 힘을 갖고 있는 다키니.“


“그럼 은우는요?”


우형이 물었다.


“글세...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아직까지 사백안의 남자들과는 닿아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은 확실한 것 같아.

그 점이 다행이기도 하고.

은우라는 친구가 그들의 손에 들어가선 안 되겠지.”


“하지만 지은우가 차차를 가지고 있었는데 왜 우리 언니가 다키니가 된거죠?”


서라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오교수에게 물었다.


“아마, 두 사람은 커플링이 된 게 아닌가 싶어.”

“커플링이요?”

“차차라는 열쇠를 갖고 있는 지은우가 육신이 된다는 건데, 그 때 만약 같이 있던 사람이 자네의 언니라면 어떻게 되겠나?”


서라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은우를 아파트에 들인 것은 자신이 아닌가.

그가 서연과 같은 아파트에서 지냈다.


“지은우가 두통이 심하고, 기절을 했었다고 했어요.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서라는 지은우와 비밀 채팅방에서 한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처음에 고시원에서 옆 방에 있는 사람이 코를 심하게 곤다고 해서... 비어 있는 제 방을 쓰라고 했는데.

지은우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저 때문에, 제가 집에 들이지만 않았어도.”


서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우형이 일어서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네 탓이 아니야.”


서라가 무너지듯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니예요. 저 때문이예요. 제가 지은우를 들이지 않았으면 언니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거예요. 언니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모르는데...”


“자네의 언니는 아마-”


오교수의 말에 모두 그를 쳐다보았다.


“송아라라는 사람의 몸 속에 갇혀 있을걸세.”


“네에?”

“뭐라구요?”


서라와 우형이 동시에 대답했다.


“자네가 들려준 음성 파일.

그리고 지은우가 만약 육신으로써 에너지를 받는 시점에 서연양과 에너지를 나누었다면?

그리고 사백안의 남자들은 지은우를 찾고 있었어.

하지만 찾지 못했지.

그들이 찾은 것은 자네의 언니, 민서연이었지.

그래서 그녀를 데리고 간거야.

다카니로서 세상의 어둠의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서 말이야.”


우형이 오교수의 말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며 되뇌였다.


“새로 태어난 육신이 된다. 그리고 육신에 집착하는 것을 정화시긴다.”


새 우주의 열쇠가 되는 <차차>를 가진 지은우가 새로운 육신으로 탄생하는 날 민서연이 같이 있었다.

지은우가 받아 야 할 에너지를 그녀가 같이 나누어 받았다.

사백안의 남자들이 지은우를 찾으려 했지만, 찾지 못하고 대신 그의 에너지를 나누어 받은 민서연을 발견, 그녀를 데리고 사라졌다.

민서연은 송아라의 몸에 빙의 되어 새롭게 탄생하였다.

그리고 지은우, 민서연, 송아라 세사람과 연관된 사람들은 다 죽었다.

육신에 집착하는 것을 정화시키기 위해.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우형은 소름이 끼쳤다.


‘서라가 위험하다’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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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세상 만사가 귀찮은데, 하필 왜 나야? 21.06.12 16 0 8쪽
42 세계가 분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뭐? 21.06.11 17 1 8쪽
»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21.06.10 20 1 9쪽
40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21.06.09 22 1 9쪽
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8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0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1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2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1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1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3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8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7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7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7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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