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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21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5.29 08:00
조회
34
추천
1
글자
11쪽

네 사람이다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우형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운영하던 카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었다.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조용하던 카페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커피향이 온통 카페에 진동하고 있었다. 셀카를 찍는 손님들이 보였다. 서라가 분주하게 이곳 저곳을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그가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서라가 그를 보고 다가왔다.


“오셨어요?”


서라가 웃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은 두 번째다. 퀴즈를 풀어주었을 때와 열흘 지나 카페에 돌아온 그를 맞이하는 지금. 서라는 어리둥절한 그의 표정을 보고,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어요. “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제가 좀 유명한 사람 SNS에 올라탔는데, 그게 대박나서.”


그녀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참! 저 아저씨 옷 좀 입었어요. 티셔츠랑 바지. 오신다고 해서 세탁방에서 다 빨아서 넣어 놨어요.”


우형은 놀란 눈으로 카페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리고···”


그녀가 뭔가를 더 말하려고 하는 순간 카페의 문이 열렸다.


“어서오세···”


기계적으로 인사를 하던 서라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우형은 고개를 카페 문쪽으로 향했다.


남자 셋이 카페로 들어왔다.

검정색 양복, 그리고 안에 딱 붙는 검정색 터틀넥 티셔츠를 입은 세명의 남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카페를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세명이 모두 똑같은 모습이었다. 머리카락 한 올 없는 갸름한 두상은 카페 조명에 반들거렸다. 눈은 흰 동공 안에 검은 점이 찍힌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카페를 둘러보자, 카페는 정적에 휩싸였다. 웅성웅성 발랄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카운터 쪽을 향했다.

남자들과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얼른 시선을 피했다.

정적이 계속되자 주섬주섬 자리를 일어나는 사람들이 생겼다. 한 테이블이 일어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우수수 일어나기 시작했다.


맨 앞의 남자가 우형에게 말했다.


“차차는 어디에 있나?”


메마른 목소리였다. 입을 최소한으로 움직이는지, 남자는 입을 거의 벌리지 않고 말을 하고 있었다.

우형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손님! 뭘 찾으시는 거죠?”


매장의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박한길. 차차!”


뒤에 서 있던 두 번째 남자가 말했다.


어쩌면 저렇게 똑같은 모습인지, 그는 당황스러웠다. 감정 없는 눈이 흰 동공 안에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서라가 주섬주섬 자리를 비운 손님들의 테이블을 치우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온통 카운터로 향하고 있었다.


‘박.한.길?’


그들의 입에서 박한길의 이름 석자가 나오자 우형은 당황했다. 이들은 왜 돌아가신 인철의 아버지를 찾고 있는가. 혹시 이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나? 그리고 인철의 시신에 대해서도?


복잡한 생각들이 순식간에 그의 머릿속을 휘몰아쳤다.


“글쎄요. 무슨 말을 하고 계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곳에서 차차의 기운이 느껴진다。 분명히”


세 번째 남자가 나직하게 웅얼거렸다. 세 번째 남자의 말에 다른 두 명의 남자들이 카페를 다시 훑어 나가기 시작했다.

손님 테이블을 치우던 서라가 조용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시끄러운 일이 생기면 바로 신고할 자세였다.


*


카페의 문을 열고 은우가 들어섰다.


“저···”


카운터에 서 있는 남자가 사장인 것 같다. 그를 보고 말을 걸려던 은우는, 카운터 앞에 서 있는 세 명의 남자들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백안의 남자들!’


‘저 사람들이 왜 여기에 있지?’


두근 두근 –

그의 심장이 심하게 방망이질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카운터에 서서 카페 주인과 마주하고 있었다.


‘어! 저분은!’


장례식에서 만났던 박부장님의 친구분이다. 상주 역할을 하시던 분.


‘저 분이 대체 왜 여기에!’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장례식장에서 진작에 서류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들이 왜 여기까지 쫓아왔을까?’


그러고 보니, 회사로 찾아온 것도 이상했다.


‘돈을 빌린 거라면, 직계가족에게 독촉해야 하지 않나?’


그들은 회사로 찾아와 박부장의 책상과 서랍을 샅샅이 뒤졌다. 회사의 책상 서랍 같은 곳에 돈을 숨겨두고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들이 찾고 있는 게 대체 뭘까?


‘그러고 보니···’


은우는 카페 주인에게 전달해 주기 위해 손에 들고 온 서류 봉투를 보았다.


‘박부장님 서랍에서 꺼낸 것!’


서류 봉투를 들고 있는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눈에 띄어선 안될 것 같다. 카페의 손님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손님들과 섞여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제 어쩐다?’


건물 밖을 서성이며 생각했다. 그의 가슴이 두근두근 방망이질 쳤다.



*



“대체 그 사람들 정체가 뭘까요?”


서라가 물었다.


“글쎄, 그건 나도 잘···”


“저 아까 무슨 일 생기는 줄 알았어요. 신고하려고 전화기 꼭 붙잡고 있었는데, 그냥 가서 다행이에요.”


열흘 사이 그녀는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아가씨였는데, 밝고 명랑해 보인다. 말 수도 많아진 것 같다.


“아까 차차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게 뭐예요?”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차차가 뭘 의미하는 걸까? 노트에서도 그런 말은 본 기억이 없다.


그녀는 자신의 노트북이 있는 자리로 향했다. 우글에 <차차>로 검색을 해 보았다.


“어! 여기! 재미있는 말이 있어요.”


그녀의 다급한 손짓에 우형은 창가 자리로 다가갔다.


“여기 보세요. 이 글은 티벳 장례에 관한 내용인데, 차차는 화장하고 남은 뼈를 빻아 가루로 만들어 탑이나 보살 등의 모습으로 만든 것이다. 고인의 뼈가루가 신성한 모습으로 변하면 고인은 놓은 곳으로 윤회하거나 해탈할 수 있다.”


글을 읽는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걸 대체 왜 여기서”


갑자기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어젯밤, 인철의 빌라의 발자국들. 최소 두 명 이상으로 보이는 발자국들이었다. 그리고 안방의 이불과 매트리스까지 갈기갈기 찢어가며 뒤진 흔적들. 틀림없이 아까 그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대체 찾는게 무엇이길래?


“저기...”


카페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서라는 바로 그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우형에게 아직 그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자네는-”


우형도 은우를 알아보았다. 워낙 조문객이 없는 장례식이었으니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장례식장에서 뵈었었죠.”


창가 자리로 주섬주섬 다가와 그가 인사를 했다.


“자네가 어떻게 여기를...”



*



세 사람의 앞에 놓인 커피가 식어가고 있었다. 은우와 우형이 서로 그동안 일어났던 이야기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시간이 한참 흘렀다.


우형은 그에게 그동안 자신이 찾은 단서들, 그리고 풀지 못한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은우는 박부장이 우형에게 남긴 서류 봉투, 그리고 이미 검은 양복을 입은 세 남자가 회사를 찾아갔었다는 이야기까지 낱낱이 이야기했다.

그리고 카페에 왔을 때, 그들을 보고 마주쳐서는 안 될 것 같아 잠시 피해있다가 다시 왔다는 이야기까지 끝마쳤을 때, 그는 목이 마른 것 같았다. 차게 식은 커피를 후루룩 들이켰다.


“그들은 차차라는 걸 찾고 있다고 했어요.”


서라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띄워 놓은 노트북 화면을 은우에게도 보여주었다. 그녀는 흥분해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어느새 밤 11시가 넘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이제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남은 이야기는 차차 하도록 하지. 자네 연락처를 알려주게.”


은우는 우형의 핸드폰에 자신의 연락처를 남겼다.


서라는 아쉬웠다. 주인 아저씨가 받아 든 서류 봉투 안에 뭐가 있는지 같이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지금 보여줄 것 같지는 않았다.


“늦었는데 혼자 갈 수 있겠어요?”


우형이 물었다.


“걱정마세요. 걸어서 금방이니까.”


“괜찮으시면 제가 바래다 드릴 수 있습니다.”


은우가 말했다. 혹시 아까 그 남자들이 아직도 카페 주변을 맴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괜찮아요. 제 걱정마세요. 뭐 그 차차인지 뭔지 어차피 제가 갖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사실, 제가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우형은 당돌한 아가씨라고 생각했다.


“근데, 저 여기 아르바이트 계속 하면 안되요? 저 때문에 당분간 사람 많이 올걸요? 바빠서 혼자 못 하실거예요.”


우형은 잠깐 고민에 빠졌지만, 흔쾌히 승낙했다.


*


고작 열 흘 남짓이었는데, 고시원이 너무나 낯설었다. 방 안은 그가 떠나기 전이나 후나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닭장 같은 공간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가방에서 삐에로 인형을 꺼내 책상 위에 얹었다. 하얀 얼굴이 반짝거렸다.

낮은 한숨을 내쉬고 그는 침대에 누웠다.


*


우형은 자신의 방 소파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우형의 앞에 서류 봉투가 놓여 있었다. 봉투를 여는 손이 가늘게 떨렸다. 실로 돌돌 말아 둔 입구 부분을 풀어서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그림 한 장과 손으로 쓴 편지지들이 있었다.

그림은 한눈에 봐도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그림이었다. 고문서 같은 그림 안에는 원형의 그림이 있었고, 그 안에는 다시 사각의 모양이 기하학적인 문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건 뭐지?‘


처음 보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내려놓고 편지를 들었다.


그는 인철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왜 손편지를 남겼을까?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도 되고, 이메일을 보냈다면 더 빨리 소식을 전했을텐데, 굳이...‘


그는 이런 번거로운 방식으로 메시지를 남긴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철의 글씨는 반듯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편지였다.



아마 이 편지를 받아 보았을 때쯤 나는 이 세상에 없을걸세.

당황했으리라 생각하네.



그의 편지가 끝나갈 무렵 우형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갔다.


’차차는 그럼...‘



*



은우는 미칠 것만 같았다.


옆 방에서 코 고는 소리에 귀를 막고, 베게 속에 얼굴을 파묻어 보았지만 소리는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손을 뻗어 책상 위엔 놓인 무선 이어폰을 잡았다. 그것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은우의 귀에 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줄...게...”

“내...혀...를...줄...게...”


그의 몸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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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1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2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3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 네 사람이다 21.05.29 35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1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1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4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9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8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8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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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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