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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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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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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5.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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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대체 이런 지독한 장난을 치는 녀석은 대체 뭐지?’


은우는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보낸이의 이름만 [박인철]이라고 보이고, 제목은 비어 있었다. 다시 두통이 시작되고 있었다.


웅웅우웅- 머릿속에서 방사형의 전파 파장이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면서 모든 게 슬로우 화면처럼 보였다. 초점을 맞춰 보려고 고개를 흔들고, 눈을 깜박거렸다.


최대리가 와서 뭐라고 말을 했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웅얼웅얼웅얼~


눈 앞의 시야가 아까보다 더 뿌옇게 흐려졌다.


‘갑자기 왜 이러지?’


은우는 사무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희뿌옇게 흐려진 시야에 희끗희끗한 형체들이 움직이는 것만 감지된다. 빙글빙글 어지럽다. 왜 이러지?


시선을 정면으로 하고 눈을 감았다. 웅웅웅~ 하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그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집중했다.


그간 잠을 제대로 못 잔데다 박부장님 죽음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받은 건가? 뇌출혈, 심장마비, 심근경색 이런 단어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필사적으로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다.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는데,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제발 부탁이야! 여기를 좀 봐줘. 도와줘! 도와줘! 도와...주어어어어!’


책상 파티션 너머로 외치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


‘모두들, 내 말이 안 들리는 거야?’


뿌연 안개 속에서 눈이 점점 무거워졌다. 책상이 빙글 빙글 돌고 있다. 모니터도 빙글 빙글...


“지대리님! 지대리님!”


은우는 눈을 떳다. 현민아가 그를 흔들고 있였다.


“이렇게 대놓고 주무시기 있기 없기? 빨리 일어나세요. 간부회의 거의 끝날 분위기라 이쯤에서 일어나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탕비실 가서 커피 한 잔 하세요.”


현민아가 눈짓을 찡긋하고 사라졌다.


골치가 지끈지끈 아팠다. 은우는 일어서서 탕비실로 향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상징후가 오니 걱정이 됐다.


‘영양제라도 먹어야 하는 건가.’


그는 커피를 타며 그간 젊다는 이유로 영양과 운동에 신경을 쓰지 않은게 슬슬 나타나는가 싶었다.


믹스 커피를 뜯어 종이컵에 부었다.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누르고, 아직 손에 쥔 믹스커피 포장지로 휘휘 저은 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탕비실의 시계가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30분쯤 누워있었나 보다. 다행히 시야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누웠다 일어났더니 머리도 맑아진 것 같다.


약간 지끈거리기는 했지만, 커피를 마시니 좀 괜찮은 것 같았다.


그는 종이컵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들과 그의 동선을 하나하나 다 곱씹어 보기 시작했다. 순차적으로 다 복기해 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메일을 보고 있는 중이었어. 박부장님의 이름으로 스팸메일이 들어왔었지.’


그는 그 시점부터 시야가 흐려졌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최대리가 와서 뭐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웅얼웅얼하게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도 생각이 났다.


‘최대리가 뭐라고 했더라!’


그는 최대리의 말을 기억해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내 인지능력은 아무 문제가 없다, 별일 아니다, 누구에게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그는 주문을 외듯 눈을 감고 집중했다.


생각났다. 안개가 걷히고 청명한 바다가 보이는 것 같았다. 최대리는 은우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야! 내가 보낸 사진 마음에 들었나 봐! 시간 없으니까 빨리 샘플 갖고 와보래. 일단 나 네 삐에로 갖고 가서 미팅하러 갈테니까, 너는 오케이 사인 떨어지면 공장에 샘플 뽑을 준비하고 있어! 나 간다!”


해냈다. 해냈어. 은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운 산수 문제를 푼 아이처럼 기분이 좋았다. 퇴근 후에, 온라인으로 영양제 좀 주문해야지. 슬슬 몸을 챙겨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는 마우스로 휴면상태로 들어간 모니터를 깨우기 시작했다.



[박.인.철]



확인하지 않은 이메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스팸메일!’


제목이 없는 스팸메일이 있었다. 박부장님 이름으로 날아온 스팸메일.


그는 제목을 누를까 말까 망설였다. 스팸메일 잘못 누르면 악성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건 아닌지, 그런데 한편으로는 망자의 이름으로 온 스팸메일은 어떤 놈들이 무슨 내용으로 보낸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클릭-


[지은우 대리!]


본문의 첫 줄에서 정확하게 ‘지은우 대리’라고 그의 이름과 직급이 나오자, 그는 하마터면 입 밖으로 악-하는 소리를 낼 뻔 했다. 이름까지는 정확하게 보낼 수 있다치자. 하지만 요새 스팸이 회사 직급까지 정확하게 맞춰서 보낼 수 있나?


그는 ‘침착해지자 침착해지자’를 외치며 생각 하려 애썼다. 그리고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 메일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이 메일을 받으면 놀랄거라는 거 잘 알고 있네.

그냥 미리 준비를 해 뒀다고 생각해 주게.]



여기까지 읽고 나서야, 그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 박부장님은 메일에 예약 발송을 걸어 두었음에 틀림이 없다. 생각해보니 메일 예약 발송도 은우가 박부장에게 가르쳐 준 기능이다.


‘그래, 예약 발송 기능이라면 놀랄 거 없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자로부터의 메일이라는 사실에, 그의 몸에 한기가 들었다. 자살도, 자살 이후도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는 것. 어느 것도 평범하지가 않다.


은우는 책상 위에 식어버린 믹스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메일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먼저 자네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

나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알고 있을테니 말이야.

스스로의 삶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고, 어른스럽지 않다고 생각해도 좋아.


지금은 어떤 말로도 이해하지 못할테니 말일세.

나는 나를 찾기 위해 가고 있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야 했는데,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은우는 도무지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를 찾기 위해 죽음을 향해 간다? 박부장은 정말 우울증이었나? 우울증 환자가 이렇게 예약 발송을 이용해 메일을 남긴다? 은우의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박부장이 보낸 메일을 꼼꼼하게 다시 읽어보았다.


주변에 왁자한 소리가 들려왔다. 임원 회의가 끝나고 사장부터 과장들까지 우르르 몰려나왔다. 최대리는 외근 나갔고, 밑의 직원들은 재빠르게들 퇴근을 해 버렸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윗사람들이 회의하고 나왔는데, 퇴근시간이라고 다들 칼같이 나갔구만.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말이야. 안 그래 지대리?”


양전무가 혀를 끌끌차며 은우에게 말했다.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 빨리 바뀌어서 말야.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어서 큰일이야.”


사장이 양전무 뒤에 나오며 말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우리때는 윗분들 출장 나갔다 그러면 돌아올 때까지 밤 열시든,


열 두시든 기다리는 건 기본이고, 윗분들이 먼저 퇴근하기 전까지는 퇴근이 뭔지도 몰랐잖아요?


요즘 애들은 얄짤없이 땡- 하면 나가더라구요. 기본이 안 되어 있어요. 기본이.”


“이래서 회사 운영하겠나? 이젠 아랫 사람들 눈치보며 운영하게 생겼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에잉~”


사장의 불편한 심기가 더해질까 안절부절 못하며 종종 걸음으로 양전무가 쫓아나갔다. 사장과 양전무가 나가자, 그 아랫급 간부들도 줄줄이 따라 퇴근하기 시작했다.


텅빈 사무실에 혼자 앉아 박부장의 메일을 몇 번씩 다시 보던 은우는, 온전히 혼자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 서랍 제일 마지막 칸.’


박부장의 자리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는 서랍 제일 아랫칸을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서류 봉투가 하나 들어 있었다.


겉면에는 강우형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클립으로 명함 한 장이 같이 꽂혀 있었다.


“카페 함사 (Hamsa)...”



*



“지금 안 계신데요?”


서라가 은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언제쯤 오시나요?”


“저도 정확히 몰라요. 한 열흘쯤 비운다고 하긴 하셨는데... 모르죠. 핸드폰 번호 드려요?”


은우는 이런 전개를 생각해 보지 못했다. 명함 주소와 카페 연락처가 있으니 당연히 가져다 주면 끝나리라 생각하고 왔는데, 주인은 없고, 아르바이트생만 있다.


‘핸드폰 번호를 달라고 해? 그런데 뭐라고 말하지? 박인철씨를 아시나요? 저는 그 분이 다니던 회사의 직원입니다. 그 분이 돌아가신 건 아시는지요? 박부장님이 돌아가시고 전달해 달라는 서류가 있는데...’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핸드폰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구구절절 설명 해야 하다니, 그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카페의 시계는 벌써 7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 시간이라면 파티마의 아파트 하우스 메이트도 돌아왔을 시각.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전화 한 통 해 보고 올 걸. 헛걸음 할 줄 알았더라면 그냥 아파트로 바로 가는 거 였는데...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이대로면 고시원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오늘 같은 컨디션으로 도무지 이상한 잠꼬대와 코골이를 하는 옆방 사람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오후에 잠깐 의식불명 상태로 책상에 쓰러져 누워 있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 갈 수가 없다.


“뭐 드실거예요?”


서라는 멀뚱멀뚱 서 있는 은우에게 물었다. 주인이 금방 돌아오지 않는다는데, 전화번호를 준다고 해도 받지 않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남자.


그는 순간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창가 자리로 갔다. 이미 구석 자리에는 노트북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누군가 맡아 놓은 자리인가? 그는 한 칸 옆으로 갔다.


“여기 메뉴요!”


서라가 메뉴를 갖다 주었다. 그는 라떼와 크루아상을 주문했다.


곧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떼와 크루아상이 그의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그녀는 쟁반을 그의 자리에 놓더니 계산대로 가지 않고 그의 뒷자리에 가 앉았다.


‘알바생 자리였군.’


그는 라떼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했다. 허기진 뱃속에 따뜻한 라떼가 들어가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크루아상을 찢어 입안에 넣고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카페를 둘러보았다. 보통 자영업을 하시는 분이 열흘씩이나 자리를 비운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 있다는 뜻이다. 자영업을 하면서 어지간해서는 가게를 며칠씩 비우지 않는다.


개인사를 알지도 못하면서 다짜고짜 용무만 이야기하고 전달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앞 뒤 전후 상황 없이, 전화로 설명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사장님이 카페로 돌아온 걸 확인한 뒤에 만나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 도리일 것 같다.


그는 서류 봉투를 보며 이제 이쪽은 정리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오늘 밤을 어떻게 보낼지를 고민해야지 했다.


은우의 핸드폰이 깜박거렸다. 파티마의 개인 문자였다.


[파티마] 어제는 제가 바빠서 집 모니터링을 못했는데, 혹시 오늘 안 들어가셨어요? 오늘은 제가 좀 전까지 보고 있었는데, 들어가시는 건 못 본 듯요.


은우는 솔직하게 말할지, 일이 있어서 오늘은 다른 곳에서 잔다고 할지 잠시 망설였다.


[삐에로] 사실... 오늘 일이 좀 있어서 늦어졌어요. 그런데 시간을 보니 하우스 메이트분이 집에 계신 것 같아서...


서라는 모니터에 뜨는 삐에로의 답신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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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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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0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0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1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3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8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7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7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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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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