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01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6.09 08:00
조회
21
추천
1
글자
9쪽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녹음은 거기까지였다.

서라와 우형, 동욱 어느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침묵을 깬 것은 한 통의 전화였다.

경찰서였다.


“민서라씨 맞으시죠?”

“네.”

“여기 경찰섭니다. 아까 낮에 뵜었죠?”

“네.”

“아··· 이거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우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무슨 일이시죠?”

“좀 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민기태, 이연옥씨의 시신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네?”


서라는 우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


“정말 괜찮겠어?”


우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서라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우형과 동욱은 먼저 집을 살펴 보았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없는지, 없어진 물건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다행히 침입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우형은 서라가 걱정되었다.


“나는 당분간 동욱이네 집에서 지내면 되니까, 카페 방에서 지내든지.”

“괜찮아요.”


서라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생각보다 침착해보였다.


“씩씩해 보이기는 하는데, 괜찮을까?”


운전대를 잡으며 동욱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게. 어떻게 해야 하나”


우형이 눈을 감았다. 피곤이 밀려들었다.


*


서라는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언니가 사라졌고, 송아라가 사라졌다.

돌아온 송아라는 예전의 송아라가 아니었고, 언니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도, 엄마도 이 세상에 없다.

경찰이 비관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서라는 믿지 않았다.

부모님들은 누구보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분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겨진 녹음 음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


음성에 남겨진 이야기대로라면, 엄마와 아빠는 사백안의 남자들을 만났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들이 엄마, 아빠를 죽였다.


‘그런데 왜?’


자정이 지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을 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적막을 깨고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누가?’


서라가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핸드폰에 발신자 표시가 없었다.

받아야 할지, 받지 말아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전화기는 끊이지 않고 계속 울려댔다.

마치 그녀가 받을 때까지 계속 기다리겠다는 것처럼 집요하게 울려퍼졌다.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침묵-


수화기 너머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서라의 팔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여보세요?”


‘어째서 아무 말이 없는거지?’


그녀는 다시 한 번 핸드폰 액정을 쳐다보았지만, 통화중 표시가 되어 있었다.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녹음 버튼을 눌렀다.


‘혹시 언니의 전화일지도 몰라!’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멀리서 바람소리 같은 소리가 났다.


쉬이익- 쉬이익-


전화기 너머에 틀림없이 누군가가 있다.


“어···언니? 서.연.언.니?”


전화기에서 잡음 소리가 섞여나왔다.


쉬이익-하는 바람소리와 지지직-하는 잡음 소리.

그리고 지지직-하는 잡음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려퍼졌다.

잡음 소리는 귀가 따가워질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잡음 소리 너머에 무언가 사람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여보세요? 들려요?”


서라는 필사적으로 잡음 속의 소리에 집중하려 애썼다.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서연의 목소리가 틀림없다.

서라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뻔 했다.


“언니! 어디야? 지금 어디야?”


“여-기, 갇혀있-어-“


지지직-하는 잡음 소리에 깨끗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틀림없는 서연이다.


“거기가 어디야?”


“어두운 곳!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조금만 기다려. 찾으러 갈게. 뭐라도 이야기 해봐.”


서라의 마음이 타들어갔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나갈 수 없-어- 여기가- 어-디-“


서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서연의 목소리에서 필사적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송-아-라-“


치지직- 치지직-

갑자기 귀가 떨어져나갈 것처럼 소음이 커지더니 전화기가 뚝 끊어졌다.


‘송아라라고 했어!’


*


“아저씨! 아저씨!”

우형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부시시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

서라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지금이 몇 시지?”


우형은 눈을 끔벅거렸다.

서라가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커튼을 활짝 열어제꼈다.

빛이 가득 방안에 들어왔다.

눈이 부셨다.

우형은 강한 햇살에 눈살을 찌푸렸다.


“빨리요. 얼른 씻고 나오세요. 보여드릴 게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묻어났다.


대충 세수를 하고 나왔다.

카페 안에 커피향이 가득 퍼졌다.

서라가 이미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여기요! 커피!”


시계를 보니 아직 9시다.

서라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다.

아마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날이 밝기 만을 기다린 것 같았다.


“전 머리가 나빠서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 하나도 이해가 안되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우형은 난감했다.

지금껏 우등생으로 자라, 내노라하는 머리 좋은 사람들과 경쟁하며 살아왔지만 지난 몇 달 간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아저씨가 이 수수께끼 좀 풀어주세요.”


그녀의 말에 우형은 처음 서라가 그에게 말 걸었던 때가 떠올랐다.

비밀 채팅방에 들어가는 문제를 풀어 달라며 말을 걸었던 당돌한 그녀.

지금 그녀의 눈은 그 때의 당돌한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서라가 핸드폰을 눌렀다.


소음과 바람소리, 알아듣기 힘든 사람의 목소리와 끊어지는 문맥들.


“틀림없는 언니 목소리예요.”


녹음 파일이 끝나자 서라가 말했다.


*


“오랜만이네!”



오태선 교수가 손을 들어보였다.

그가 먼저 와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우형의 얼굴을 보고 미소지었다.

몇 달 전 경주 석굴암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생기가 돌았다.

그가 흥미로운 얼굴로 우형과 서라를 바라보았다.


“내 자네 덕에 한 시도 지루할 틈이 없어.”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번거롭게 해 드린 것 같아서.”

“아니야. 교수 생활할 때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더군. 그리고 자네 덕에 다시 서울로 이렇게 올라오지 않았나?

한동안 도서관에서 지냈다니까”


오교수가 껄껄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이 아가씨는 뉘신가?”

“제가 말씀드렸던 아가씨의 동생입니다.”

“아! 그렇다면 이 친구가 서라라는 이름의 아가씨겠군.”


오교수는 서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서라는 어떻게 이 노인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언니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만히 듣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네가 준 노트 말이야. 아주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


오교수가 노트를 펼쳤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감탄을 했다.


“이것도 한 번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우형이 서라에게 눈짓을 했다.

서라는 조용히 핸드폰을 눌렀다.

오교수가 눈을 지그시 감고 서라 부모님과 낯선이들의 목소리가 섞인 대화를 들었다.

그는 서 너 번 반복해서 듣고 또 들었다.

녹음된 내용이 다 끝났지만,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눈을 감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드드드드득-

테이블 위에 요란한 진동소리가 울려퍼졌다.

우형의 핸드폰이 테이블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나야!”


동욱의 목소리였다.

우형이 스피커폰으로 전화 모드를 바꿨다.


“그래, 내가 말한 거 알아봤어?”

“너 대체 어떻게 알았냐?”

“빨리 말해봐”


우형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맞아. 네가 말한 대로야. 송인섭 의원과, 강진아 관장의 시체도 사라졌어.”

“역시!”

“사람들이 쉬쉬하고 있는 모양인데, 장례식은 시신 없이 치른 것 같아.”


서라는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눈이 휘둥그래져 우형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스피커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니 말대로 인철이, 송인섭 의원, 강진아 관장, 부산에서 민기태, 이연옥씨 시신까지 모두 사라졌어. 병원 시신 안치실까지는 들어갔다가 그 뒤에 귀신처럼 사라진거지.”


“CCTV는?”


“내가 너 때문에 애 좀 먹었다. 경찰 인맥 그런데 쓰라고 있는 거 아니다”

“빨리 이야기 해 봐”

“시체 안치실 쪽 CCTV에는 잡힌 게 아무 것도 없어.

시신이 사라진 시간대 CCTV 기록이 감쪽같이 사라졌어.

일부러 지운 건지, 진짜 고장이 난건 지 알 수 없대.“


우형의 얼굴에 그늘이 생겼다. 적잖이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동욱의 말이 이어졌다.


“놀라지 마라. 병원 CCTV에 그 사백안 남자들의 모습이 있어.”

“뭐라고?”

“병원 주차장이랑 출입구 쪽에 드나든 모습이 찍혀 있다고.”

“역시!”

“그런데 이 기록가지고는 이 사람들이 시체를 가져간 건지 뭘 어떻게 한 건지 특정할 수 없대.

경찰에서도 이 정도 가지고는 수사할 수 없다고 하나봐.”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적어도 사백안의 남자들이 사라진 시신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우형의 맥박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세상 만사가 귀찮은데, 하필 왜 나야? 21.06.12 15 0 8쪽
42 세계가 분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뭐? 21.06.11 17 1 8쪽
41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21.06.10 19 1 9쪽
»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21.06.09 22 1 9쪽
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8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2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0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1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2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7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0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0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1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3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8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7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7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6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7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8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