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13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6.03 08:00
조회
21
추천
1
글자
9쪽

대체 넌 누구냐?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은우가 사라진 지 3개월째.


그 날 고시원 방에 은우는 없었다.

서라와 우형이 고시원 방을 뒤져보았지만,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사백안의 남자들이 찾던 차차라는 물건은 은우와 함께 사라진 것 같았다. 그의 방에는 낡은 노트북과 옷가지 몇 벌 뿐이었다.


은우가 사라진 후, 우형은 백방으로 그의 자취를 찾아 뛰어다녔다.

동욱의 인맥을 통해 지은우의 가족관계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너 이런 부탁 들어주면 안되는 거 알지?”


동욱이 대체 우형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혀를 쯧쯧 차며 말했다.


“야! 요새 조심해야 돼. 이런 정보 빼다가 걸리면 얄짤없어.”


“알아! 부탁한다.”


“인철이네야 그렇다 치고, 이 사람은 대체 누구야?”


“나중에 설명해 줄게. 지금 좀 급해.”


우형은 하나하나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초조했다. 일분 일초가 급하다.


며칠 후,

동욱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형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 입안이 바싹 말랐다.


“아는 사람 통해서 알아보긴 했는데, 이 친구 가족이 따로 없네.”


동욱의 첫 마디에 우형은 좌절감을 느꼈다.

수화기 너머 동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지은우란 친구, 어린 시절 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는데, 3년 전 할머니까지 돌아가셨어.”


그렇다면 지은우에게 가족은 없는 셈이다.

돌아갈 곳이 없는 그는 그럼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디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를 두러싼 주변에서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아저씨!”


서라의 목소리에 우형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그녀의 눈빛이 모니터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낯빛이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송아라가, 송아라가 돌아왔대요”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긴급, 송아라 무사히 돌아오다!>

<송아라, 자택으로 귀가>

<송아라, 건강 이상무, 3개월간 그녀의 행방은?>

<독점 취재! 송아라 귀환 영상 긴급 입수>


서라는 동영상을 눌렀다. 마우스를 누르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영상 속 송아라의 모습은 건강해 보였다. 짙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고 있긴 했지만, 틀림없는 송아라였다.

하지만 그녀가 사라졌을 때의 옷차림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최대한 화려하게 꾸민 듯한 모습이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심플한 검정 원피스, 트위드 재킷, 단정하게 묶은 머리.

마치 그녀는 그녀를 촬영하기 위해 몰려드는 취재진들을 미리 의식하기라도 한 것인 양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이었다.

그녀의 주위에 남자들이 경호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아악-


서라가 비명을 질렀다.


“이 사람들! 그 남자들이예요!”


우형은 스쳐 지나가듯 비친 경호원들의 영상을 돌려 보고 또 돌려 보았다.

송아라를 납치하던 사백안의 남자들, 그들이었다.

어째서 그들이 송아라와 함께 등장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며칠 후.


송인섭과 강진아의 장례식에 송아라가 참석하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공식 석상에 등장한 첫 모습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기쁨도 슬픔도 보이지 않았다.

감정이 없는 사람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서라는 몇 번이고 송아라의 영상을 돌려 보았다.

마우스에 손을 얹고 따닥따닥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형은 이제 서라의 손짓만 보고도 그녀가 어떤 감정인지 알 것 같다.

지금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마우스를 두드리고 있다. 초조함, 긴장감, 풀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송아라 공식 인터뷰>


[리포터] 먼저 최근에 겪으신 일에 대해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은 좀 괜찮으신가요?


[송아라] 네


짧게 스타카토로 끊어 대답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리포터가 그녀의 메마른 목소리에 당황하고 있었다.

송아라의 눈치를 살피며 다음 질문을 이어나갔다.


[리포터] 실종된 다음 날부터 매일같이 뉴스에 보도가 되었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 가능할까요?


[송아라] 먼저 단어 설정부터 잘못 된 것 같네요.

실종도, 납치도 아닙니다.

그동안 돌아다닌 뉴스나 영상들은 모두 근거가 없는 추측성 기사들입니다.


[리포터] 그렇다면 왜 해명을 하지 않았고, 또 어디에서 지내고 계셨나요?


[송아라] 자발적으로 잠시 세상에서 떨어져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어디에서 지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송아라의 차갑고 간결한 멘트들에 리포터의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오히려 송아라에게 말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리포터] 엘리베이터 영상에서의 모습이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 같은데요?


[송아라] 당시 제가 심신 미약의 상태였습니다.

자신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상태였고 저를 진정시키기 위한 모습이 그렇게 비춰졌을 뿐입니다. 영상에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진실은 지금 말씀드린 내용입니다.


[리포터] 왜 부모님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는지요?


송아라는 차가운 눈으로 리포터를 쏘아보았다.

리포터는 그녀의 눈빛을 받아내지 못하고 황급히 옆쪽으로 시선을 피했다.


[송아라] 성인으로써 스스로 극복하고 돌아와 건재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는 곳에서 지내다 왔기 때문에 따로 연락할 길도 없었습니다.

왜 그런 곳에 갔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않으시겠죠?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법이고, 종종 세상과의 단절을 원할 때가 있으니까요.

비극적인 일이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이 또한 제가 극복해내야 할 문제겠지요.


리포터는 다음 질문을 하기도 전에 송아라에게 허를 찔리자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리포터] 그렇다면 엘리베이터의 남자들은 누구이며 어떤 관계인가요?


송아라는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리포터를 쳐다보았다.


[송아라]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고 의지하는 정신적 스승님들입니다.


[리포터] 다시 돌아왔을때에도 그분들과 같이 동행했는데요, 앞으로도 함께 할 생각이신가요?


[송아라]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제 곁에는 스승님들 뿐이라, 앞으로도 제가 의지하며 지낼 생각입니다.


리포터는 다음 질문지를 보며, 보이지 않게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한 표정이었다.

어렵게 입을 떼기 시작했다.


[리포터] 세간에 송의원님의 혼외자식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복형제들과 재산 분할 소송이 예견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송아라] 남들 가정사에 관심 많은 사람들의 소설일 뿐입니다.

부모님들은 타의 모범이 되시는 훌륭한 분들이셨어요.

슬하의 자식은 저밖에 없습니다.

이런 억측성 질문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네요.


리포터는 다시 얼굴이 빨개졌다.

한 번 헛기침을 한 뒤에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리포터] 활동은 언제 재개할 계획이신가요?


[송아라] 앞으로 모든 일정은 스승님들과 함께 상의하고 진행할 것입니다.

매니저 활동도 스승님들께서 맡아 주기로 하셨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승님을 통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건 송아라가 아니예요”


인터뷰 영상을 보던 서라가 한 손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우형은 깜짝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송아라는 저런 식으로 말을 하지 않아요.”


그녀가 테이블에 손을 타닥타닥 두드리며 말했다.


“사람이 어려운 일을 겪다보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충격이나 정신적 쇼크 같은...”


우형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도 서라가 틀어 놓은 인터뷰 내용을 다 듣고 있었다.


“아뇨, 아뇨. 이건 절.대. 그럴 수 없어요.

아무리 충격적인 경험이 있었다지만, 사람이 사용하는 말투, 어휘가 순식간에 바뀔 수는 없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랬다.

몇 달 전, 우형이 동욱과 인철의 아버님 노트를 보았을 때 느꼈던 위화감.

그 때 동욱이 우형에게 그랬다.

인철이 아버님의 노트에 적힌 현학적인 내용들이 아버님이 쓴 것일 수도 있지 않냐고.

우형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었다.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환경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느 순간 순식간에 사고와 어휘가 바뀌는 일은 없다고.

서라가 우형에게 하는 말이 몇 달전 그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서라는 우형에게 그동안 송아라가 해 온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었다.

특히 실종되기 직전 한준혁과 같이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깜찍하고 여우같은 느낌의 발랄한 아가씨였다.

말투는 애교가 넘쳤고, 톤은 하이톤으로 콧소리가 섞여 있었다.

사용하는 어휘는 단순했다.

사회생활을 많이 해 보지 않은 어린 아가씨의 모습이라고 할까.

밝은 온실에서만 지냈을 것 같은 천진한 아이같은 말투였다.


‘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누구일까?’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세상 만사가 귀찮은데, 하필 왜 나야? 21.06.12 16 0 8쪽
42 세계가 분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뭐? 21.06.11 17 1 8쪽
41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21.06.10 20 1 9쪽
40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21.06.09 22 1 9쪽
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8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1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1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2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1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1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3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8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7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8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7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