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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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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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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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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5.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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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조깅을 하러 나가는데 현관문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서연의 신발이다. 현관에 그대로 놓여져 있다는 건 아직 나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서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한 번 핸드폰의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7시 30분.

보통 때 같으면 한 시간 전에 도서관에 갔을 시간이다.


‘어디가 아픈가?’


조깅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샤워 후 카페 함사로 나서는 길에도, 서연의 신발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날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거리에 베이지색 트렌치 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위 아래 검정색 트레이닝 복으로 칙칙해 보이는 것은 그녀 뿐이었다.


11시.


카페 함사의 문을 열고 서라가 들어섰다. 아저씨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지 카페는 조용했다. 그녀는 익숙하게 카페의 조명을 켜고, 음악을 틀었다. 커피를 내려 창가의 자리에 가 노트북을 열었다.


‘뭐지 이 쎄한 느낌?’


그녀는 곧 쎄한 느낌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렸다. 자동 추천으로 올라오는 영상에 온통 <송아라>라는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서라는 잽싸게 포탈 사이트들을 검색했다. 검색어 1위로 올라온 내용 역시 <송아라 실종>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그녀는 <송아라 실종>으로 떠오른 검색어를 눌렀다.


[떠오르는 샛별, 신인 연기자 송아라 영화 개봉 앞두고 실종]


3월 11일, 신인 연기자 송아라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오

전 9시경, 매니저의 방문으로 송아라의 실종이 확인되었으며,

현재까지 연락 두절 상태이다.

소속사 관계자에 의하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잡혀 있던 기존 스케쥴들을 모두 잠정 보류한 상태라고...


그녀는 영상쪽으로 눈을 돌렸다.


영상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가득했다. <송아라 실종 사건>,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긴급! 삭제될 수 있음! 송아라 납치범엘리베이터 영상 충격>.


그녀는 마지막 제목의 영상을 눌렀다.


송아라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CCTV 영상이었다.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송아라에 대한 관심은 불법, 합법의 경계를 뛰어넘어 빠른 속도로 유통되고 있었다. 조회수가 벌써 60만을 넘어선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엘리베이트를 탄 송아라의 모습이 보였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엘리베이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아, 피트니스 센터를 가는 것 같았다.

중간층에서 문이 열리고, 세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서라는 순간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어제 그 남자들!’


영상속에서 송아라가 남자들의 눈빛에 놀라 엘리베이터 벽에 몸을 찰싹 붙였다. 그들은 송아라를 둘러싸고 있었다.

송아라가 뭐라고 말을 하는 모습, 발버둥치는 모습, 그녀의 양손을 붙잡는 남자 두 명. 미친 듯이 발악하며 온 몸으로 저항하는 그녀.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지하 주차장처럼 보이는 곳으로 그녀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하 주차장에 서 있던 여자. 송아라가 이상한 남자 세명에게 끌려가는데도 아무런 미동도 없이 쳐다보는 여자. 그녀가 웃고 있었다.

CCTV 화면에서도 그녀의 웃는 모습은 무섭게 보였다. 웃는다기보다 입가의 온 근육을 벌리고 이빨을 다 드러내고 있는 상태. 그대로 멈춤 상태인 얼굴. 소름이 쫙 끼쳐왔다.


CCTV 속의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던 서라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오기 시작했다.


‘언니?’


서연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뛰쳐 나갔다. 미친 듯이 집으로 달려갔다. 숨이 턱까지 차서 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폐에서 녹슨 쇠 냄새 같은 것이 올라왔다.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그녀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집에 있었는데, 아침에 신발이 있었어. 나가기 전까지도.’


긴장한 나머지 번호를 잘못 눌렀다. 에러 메시지가 울렸다. 다시 차근차근 번호를 눌렀다.


‘제발! 빨리...’


도어락이 풀리고 문이 열렸다.


‘신발이 그대로 있다!’


그녀의 가슴이 심하게 방망이질치기 시작했다.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서연의 방. 그녀의 방에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그녀가 왜 송아라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있었는지, 송아라가 사라진 일과 그녀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물어야 한다.


서연의 방문 손잡이를 잡은 그녀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제발!’


그녀는 제발 닮은 사람이기를, 잘못 본 것이기를 바랐다.

문이 열렸다.


서연은 방에 없었다.

텅 비어 있었다.

심지어 침대의 이부자리도 깔끔하게 펴져 있었다. 마치 사람이 잔 흔적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그녀의 방은 손님 없는 호텔방 처럼 깔끔했다.

모든 것이 방안에 있었다. 그녀의 가방도, 핸드폰도, 책도 얌전히 놓여 있었다.

겨울 내내 입고 다니던 그녀의 낡은 코트도 벽 한 구석 옷걸이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


핸드폰 메시지가 떴다.



[이번 주말에 집에 갈거야. 별 일 없지? 아침에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공부한다고 너무 몸 축내지 말고, 잘 챙겨 먹어.]



서라는 그녀의 핸드폰 패턴을 풀어보려고 이리저리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녀는 서연의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 집을 나섰다.



*



은우를 만나기 위해 회사로 찾아갔다. 인철이 근무했던 회사라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래층 건물 관리인이 그를 붙잡았다.


“어떻게 오셨지요?”


“네. 3층 한솔무역에 지은우 대리를 만나러 왔습니다.”


“여기 방명록 적어주시고요.”


방명록을 적는 사이, 그의 목소리 뒤로 관리인의 전화 소리가 들렸다.


“아, 내가 자기들 경비원도 아니고, 뭘 여기서 통제하라는 거야. 웃겨서. 지들이 월급 주는 것도 아니고, 건물 일반 관리 하는 건데 뭘 출입을 통제해.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어. 코딱지 만한 중소기업인 주제에. 아 몰러-.

지난 번에 사채업자가 들락거렸대나 뭐래나. 그게 내 책임이야? 사채업자래도 내가 어떻게 막아. 무서워서. 안그랴? 쯧. 그쪽도 대충 할 거 다 했으면 이따 점심때 이리로 넘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버튼을 눌렀다. 관리인의 목소리가 문이 닫힐 때까지 계속 들려왔다.


반투명 유리문에 한솔무역이라는 표지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에 손을 댔다. 문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사무실 안에서부터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대체 무단 결근 이틀째가 말이 되냐고 말이.

당신들 지금 과장, 전무 이런 거 폼으로 달았어? 다들 인터넷 기사 봤어? 안봤어? 지금 온통 송아라로 난리가 난거 봤냐고!


벌써 개봉하기 전부터 영화 기념품 제작 문의가 쏟아진다는데,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고 기사들 안봤냐말이야. 이번 기념품 제작건, 왜 지은우 한테만 맡기고 있었어. 이렇게 큰 건은 당신들이 중간에서 계속 확인을 했어야지!”


“그게... 전에는 박부장이...”


양전부가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박부장! 박부장! 박부장! 이 사람아! 전무라는 직함달고 당신이 그게 지금 할 소리야? 박부장 죽은지가 언젠데 아직도 박부장 타령이냐고!”


사무실 분위기는 살벌했다.


“당장 지은우 찾아와! 어디 쳐 박혀 있는지 내 앞에 끌고와! 알았어? 양전무는 내 방으로 들어오고!”


사장은, 뒤돌아서서 사장실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양전무가 김과장한테 눈짓을 주고 사장실로 들어갔다.

다들 사장의 서슬 퍼런 기세에 눌려 입구 유리문 앞에 조용히 서 있는 우형을 인식하지 못했다.


“왜 맨날 우리만 갖고 난리야. 누가 송아라가 실종될 줄 알았나 뭐?‘


현민아가 이수련에게 속닥거렸다.


“저기...”


현민아가 소리나는 곳으로 뒤돌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어머! 언제부터 거기에... 어떻게 오셨어요?”


“실은, 지은우 대리를 좀 만나러 왔습니다.”


현민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필 안 좋을 때 오셨네요. 오늘 결근하셨는데.”


“방금 들었습니다. 혹시 지은우 대리 사는 곳 주소를 좀 알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게 좀 곤란한데.”


“지대리 찾아오셨다구요? 그런데 무슨 일로...”


최대리가 끼어들었다. 그는 우형을 얼굴을 알아보았다.


“어! 혹시 박부장님 장례식장에서...”


“네. 박인철 친구입니다.”


“아! 역시! 아이구~ 최원일입니다.”


그는 우형에게 잠깐 밖으로 나가자고 끌었다.


“지금 사무실 분위기가 좀 안 좋아서요.”


건물 옥상의 화단에서 최대리가 말했다.


“들을려고 했던 건 아닌데, 본의 아니게 대충 들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저희 회사가 사장님이 좀 옛날 마인드셔서. 커피?”


“네. 저는 아메리카노로.”


최대리가 동전을 넣고 자판기 아메리카노 버튼을 눌렀다. 종이컵에서 아메리카노가 금새 나왔다. 최대리는 자신의 것도 눌렀다.


“그런데 지은우는 왜?”


우형은 잠시 망설였다. 어떻게 말해야 하지? 그렇다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설명할 수는 없다. 지난 일들을 빼고 이야기 하자니, 우형과 지은우 사이의 관계가 모두 사라져버렸다.


“실은, 인철이가 지대리에게 중요한 서류를 좀 맡겨 놨더라구요. 제가 대리인으로 처리해야하는데, 장례 치르느라 경황이 없어서,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렇군요. 직원들 중에는 지대리 거처를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고. 하하하 오해는 마세요. 그 친구가 워낙 입이 무겁고 자기 사생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요. 제가 그나마 가장 가까운 편에 속하는데, 사는 이야기를 통 안해서 말이죠.

밖에서만 만나고, 그러고 보니 저도 그 친구 집에 가 본적이 한 번도 없네요. 이걸 어쩐다.”


“연락도 없었나요?”


“그러니까요. 어제까지는 연락이 됐었는데, 몸이 안 좋아서 결근 처리 해 달라고 저한테 이야기 했었거든요. 그럴 친구가 아닌데. 좀 많이 안 좋은가보다 했어요. 오늘은 아예 연락이 안되네요. 그렇지 않아도 걱정이 되던 참이었어요. 문자도 답신이 없어서.”


우형은 난감해졌다. 여기까지 왔는데 헛 걸음인가.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면? 최대리가 입을 열었다.


“잠시만 기다려 보시겠어요? 제가 사무실에 가서 혹시 지대리 사는 곳이 어딘지 한 번 뒤져 볼게요.”


잠시 후, 사무실에서 올라온 최대리의 표정을 보고 우형은 직감했다. 이곳에서는 지은우의 거처를 찾을 수 없다.



*



“다 됐습니다. 여기요.”


핸드폰 수리점 직원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서라는 서연의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가장 최근 문자는 엄마에게서 온 문자였다. 서연의 방에서 보았던 문자다. 그리고 시험 끝나면 자신의 네일샵으로 꼭 오라는 서마리의 문자. 아마도 종종 집에 들러 같이 수다 떨던 친구인가보다.


’지은우?‘


서라는 지은우라는 이름에 깜짝 놀랐다. 동명 이인인가? 어제 카페에 왔던 남자, 아저씨에게 전해 줄 것이 있다며 왔던 남자 이름이 지은우 아니었던가?

그녀는 서연의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지은우 안녕하세요. 지은우입니다. 놀라게 해 드린 점 다시 사과 드립 니다. 말씀드린 채팅 내용입니다. 확인해 보시고 더 문의하실 내용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으실까봐 제 회사, 거주지, 연락처 개인 정보 남깁니다.


서라는 손톱을 잘근잘근 뜯기 시작했다.


’설마!‘


그녀의 직감은 맞았다. 지은우가 보낸 채팅 내용은 서라와 삐에로가 나눈 대화들이었다.


“지은우가 삐에로였어!”


눈 앞에 삐에로를 두고도 그녀는 알아보지 못했다. 물론 그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째서 그는 서연에게 그들의 채팅 내용을 보내게 된 걸까. 서연에게 들켰다는 말인가? 그녀와 부딪히지 않게 주의하라고 했는데 언제 둘이 만난거지?


머릿속의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녀의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아저씨?”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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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8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2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0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1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2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0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0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1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3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8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7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7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6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7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8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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