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25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6.01 08:00
조회
22
추천
1
글자
10쪽

죽임을 당하고 있다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3개월 후.


공포영화 <실종>이 개봉되었다.


송아라가 마지막으로 출연했던 공포영화.

제작사는 개봉 직전 제목을 <실종>으로 바꿨다.


홍보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실종>이 개봉되자마자 예약 버튼을 눌렀다. 영화는 예약이 넘쳐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업계에서는 송아라 실종은 안타까운 사연이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뒤에서는 신나게 샴페인을 터뜨리는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도 그럴법했다.


송아라의 실종 사건은 매일같이 뉴스에 등장했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엘리베이터 영상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아무리 소속사에서 지우고 또 지워도 영상은 어딘가에서 샘솟아올랐다.


개인 채팅을 할 때도 송아라 이슈는 단골이었고, 송아라 영상 봤는지 물어보는게 일상이었다. 보지 않았다고 하는 순간 바로 링크가 올라왔다.


그녀에 관한 미스테리 영상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들이 넘쳐났다.

각종 SNS들에는 송아라라는 이름 석 자만 들어가면 폭발적인 조회수로 주목을 끌었다.


영화배우 <한준혁>에 가려졌던, 그녀의 인터뷰도 주목을 끌었다.


[리포터] 그럼 영화에 대해서 질문해 볼게요. 영화 속 주희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인가요?


[송아라] 글쎄요. 그녀는 굉장히 독특한 인물이예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가졌어요.


[리포터] 재밌는 능력이네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라니.


[송아라] 그래서 상처가 많아요.


[리포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다는 게 꼭 좋은 능력만은 아닌가봐요.


[송아라] 아무래도 좋은 말보다 나쁜 말들은 입 밖에 내지 않고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리포터] 아라씨는 굉장히 밝고 구김 없는 이미지라, 가슴 속에 상처를 품고 사는 비밀스러운 캐릭터를 역할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나요?


[송아라] 호호호. 사실 쉽지 않았어요. 전 어렸을 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거리낌없이 하고 사는 편이었거든요. 또 저한테 잘 맞춰준 좋은 친구들도 많았구요.


‘흥! 국회의원 아버지와 재벌 엄마 사이에서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산 공주님. 그리고 공주님 눈 밖에 날까 무서워 벌벌 떨며 비위 맞춰준 시녀들!’


서라는 코웃음을 쳤다.


[리포터] 아라씨에겐 좋은 친구들이 많았군요. 인터뷰를 들어보니 영화 속 주인공 주희라는 인물이 궁금해지네요.


[송아라] 그건 영화를 보셔야 할 거예요.


영화 <실종>이 개봉되자 관객들이 물밀 듯이 들었다.

매체들이 연일 한국 영화계의 흥행 신화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며 떠들어댔다.

영화속 소재로 사용되었던 삐에로 인형도 덩달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


은우, 서연 그리고 송아라까지 사라진 사람들은 셋.


우형은 이 셋이 모두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디서 실타래를 풀어야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서라를 보았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석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가 고개를 들어 우형을 쳐다보았다.


“아저씨! 이것 좀 보세요!”


서라가 손짓 했다.


우형은 황급히 카운터에서 서라의 자리로 이동했다.

그녀가 모니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모니터의 내용을 훑어 보았다.


<금일 오전 강남 아파트에서 거주하던 국회의원 송인섭 의원과 갤러리 쉬움 관장 강진아씨 시신 발견.

주변인에 의하면 송아라의 부모로 알려진 송인섭 의원 부부는 딸의 실종을 비관하여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그러네. 아직 딸이 실종상태인데 비관 자살이라니.”


우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상적인 부모의 마음이라면 딸이 죽어서 시신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살아 있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사라진 딸의 행방을 알기도 전에 자살이라니. 그것도 동반자살.


“송아라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왜 비관자살을 하죠? 거기다 한 사람도 아니고, 부모가 둘 다 같이 죽는다는 건 너무 이상해요.”


마치 우형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 서라가 말했다. 우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상한 일이야.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있나?”


서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기사들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방 안에서 수면제를 먹고 목을 맸대요.”


“둘 다?”


우형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 목을 매어 자살하다니.


“네. 그리고 유서도 발견됐대요.”


우형은 관자놀이를 어루만졌다. 정황은 틀림없는 자살처럼 보인다.


“하지마나 이 사람들, 자살할 사람들이 아니예요.”


서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걸 어떻게 단정하지?”


우형이 물었다.


“옛날에 한 번 만난 적 있어요. 송아라가 사고친 거 해결하려고 저희 집에 찾아 왔었거든요.”


서라는 다시 그 일을 생각해내기 싫은 것처럼 보였다.


“가진 게 너무 많은 사람들, 평생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만 내리며 살아온 것 같은 사람들이었어요. 피해자인 저와 우리 부모님에게조차 거래를 하려고 했지, 진심으로 사과를 하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서라는 목이 타는지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자식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자기 자신이 소중한 사람들이예요. 그런 사람들에겐 자식도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악세사리일 뿐이예요. 송아라 엄마? 자기 손으로 밥해서 먹여 본 적도 없을 걸요?”


서라는 고등학교 시절 송아라가 자신을 괴롭히면서 친구들에게 말하던 걸 생각해냈다.


“우리 엄마 한준혁 끼고 있느라 요새 몸매관리 엄청 들어갔거든. 연하의 배우랑 같이 다니는데 꿀리지 않으려고. 씨바-”


송아라는 담배를 맛있게 한 모금 빨고 연기를 훅 뿜었다. 말끝마다 씨바라는 단어가 운율을 맞추는 것 처럼 말 끝에 따라다녔다.


“야~ 나 태어났을 때도 애 걱정하는게 아니라 자기 몸매 망가진 것부터 걱정하던 인간이야. 짜증나. 내가 한준혁 꼬셔볼까? 재밌지 않겠냐? 솔직히 나이 먹어서 늙어가는 여자보다는 나같이 탱탱한 애들이 더 먹히지 않겠어? 안 그래?”


송아라의 시녀들이 그녀의 말에 맞춰 박자를 맞추듯 장단을 맞춰주었다.

서라는 송아라가 던져 놓은 가방을 들고 묵묵히 듣고 있었다.


“출산으로 자신의 몸매가 흐트러졌을까 걱정하고, 가정부가 집안일 해주고, 보모가 아이 키워주고, 전담 가정 교사가 학업 스케쥴 관리하고.... 그런 엄마와 자식사이에 유대감이 얼마나 있겠어요?”


서라가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경멸의 눈빛이 떠올랐다.

우형은 그녀의 논리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서라가 스크랩했던 다른 기사들을 보여주었다.


“여기 보세요. 여기.

몇 년 전 가십란에 모 갤러리 관장과 영화배우 한준혁의 불륜설이 있었어요.

그 갤러리 관장이 송아라 엄마예요.”


우형은 그녀의 검색능력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걸 다 알아?”


“제가 송아라 관련된 내용들은 좀...”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강진아 관장이 한준혁 스폰이라고 한 때 엄청 시끄러웠었거든요.

둘이 연인관계이기도 하고. 그래서 강진아 관장이 한준혁이랑 송아라랑 같이 영화 찍는다고 했을 때, 엄청나게 반대 했었어요.

혹시 강준혁이랑 송아라랑 영화 찍다가 썸날까봐.”


우형은 그녀의 이야기에서 현실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흔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우형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서라가 말을 이어 나갔다.


“이쪽 바닥이 좀 그래요. 아저씨는 잘 모르시겠지만.”


“그래도 설마 자기 딸에게 질투를 할까?”


우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풉! 아저씨! 이 사람들은 결혼도 뼛속까지 비즈니스예요. 결혼은 그냥 결혼일 뿐이고 각자 사생활은 다 따로 있어요.”


서라는 우형이 나이에 맞지 않게 순진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가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다.


“이거 보실래요?”


이번엔 빠르게 손가락으로 타이핑을 쳐 나가기 시작했다. 기사들이 주루룩 올라왔다.


“국회의원 모씨와 염문 관계에 있던 가수 A씨가 하와이에서 원정 출산을 한 사실이 알려져...”


서라가 또박또박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송아라 아빠가 밖에서 낳은 애가 셋인가 그래요.

이 가수 말고도 모델이랑 영화배우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 둘. 그리고 그 세 명의 혼외 자식 중에 두 명이 아들이고 하나가 딸이예요.

아니, 자기 자식이 송아라 말고도 셋이나 더 있는데 왜 죽어요?”


우형은 그녀와 흥신소를 차려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외적으로는 송의원과 강진아 관장 사이에는 송아라 밖에 없긴 하지만. 그나저나. 둘 다 재벌 집 자식들이라 재산이 어마어마 할 텐데, 그 재산들 가지고 혼외자식들 사이에서 소송전 시작되겠네요”


이야기가 조금 엉뚱한 쪽으로 흘러가긴 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았을 때 송의원과 강진아 관장의 죽음은 확실히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대체 그들은 왜 송아라를 데리고 갔을까?”


우형이 중얼거렸다.

서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우형은 그가 서연의 실종도 상기시켰다는 것을 알고 아차했지만, 서라의 얼굴은 곧 차분해졌다.


“언니와 삐에로, 아니 은우씨라고 해야겠죠? 모두 그 사백안의 사람들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송아라의 실종 전 마지막 엘리베이터 장면.

서연, 송아라, 사백안의 남자들.


그들이 모두 같이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왜 송아라와 서연을 데리고 갔을까.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였다.

그리고 은우의 행방은?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세상 만사가 귀찮은데, 하필 왜 나야? 21.06.12 16 0 8쪽
42 세계가 분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뭐? 21.06.11 17 1 8쪽
41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21.06.10 20 1 9쪽
40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21.06.09 22 1 9쪽
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9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1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2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3 1 7쪽
»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3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9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5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1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1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4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9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8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8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6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8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9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