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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12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6.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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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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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그들이 나타났다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주인 없는 방’


텅 빈 서연의 방을 보며 서라는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데 그녀만 없다.

그녀가 문을 열고 나오자, 서연이 사라졌다.

엄마와 주고받은 서연의 메세지들이 떠올랐다.


그녀의 말이 맞다.


서라는 그녀의 상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시위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스스로를 가두며 식구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던 것 같다.


방안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 서라는 부엌 냉장고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방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 다이어트에 좋은 식료품들을 채워 넣었다.

다이어트와 운동에 익숙해지니 닭가슴살과 물, 약간의 과일 정도만 먹었다.


냉장고 음식에 손도 대지 않는 서라를 보며, 서연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주말에만 집에 오는 엄마는, 서라가 음식을 먹는지 먹지 않는지 잘 몰랐다.


커다란 냉장고가 오도카니 서 있었다.


가끔 카메라로 볼 때, 서연은 냉장고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꺼내 조리하곤 했었다.

부엌의 냉장고를 열었다.


서연이 가득 채워 놓아 둔 많은 도시락들.


‘편의점에 이렇게 많은 도시락들이 있었어?’


그녀는 이렇게 다양한 도시락들이 있었는지 몰랐다.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도시락들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하나씩 맛보기 시작했다.

냉장고 속에 꽁꽁 얼어 있던 도시락들이 하나하나 사라져갔다.

하지만 서라가 냉장고를 다 비울 때까지, 서연은 돌아오지 않았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마지막 삼각김밥 하나가 구석에 시체처럼 놓여 있었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단단했다.


‘이게 마지막이네.’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갑자기 울컥해졌다.


다 같이 밥 먹자는 엄마의 메시지가 머릿속에서 웅웅거리며 들려왔다.


*


부산 해운대구.


“서연 아빠! 대체 어디가 어떻게 된 거야?”


“오지 말라니까, 뭘 내려와? 내가 올라가면 되는데.”


“다쳤다는데, 얼마나 다쳤는지 내 눈으로 봐야 안심이 되지. 괜히 무리해서 운전했다가 무슨 사단을 내려고.”


기태가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연옥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 삐긋했다며? 병원 가 봤어?”


“아, 뭐 이런 걸 가지고 병원에 가. 며칠 쉬면 나을텐데.”


“우리 나이가 이팔청춘도 아니고, 잔병이라고 그냥 두면 안돼. 괜히 병 키우지 말고 나랑 같이 병원에 한 번 가봐. 간 김에 여기저기 검사도 한 번 받아보고.”


“나 원. 사람 오두방정은.”


기태가 목을 좌우로 돌리며 말했다.


“여지껏 몸뚱아리 하나로 버틴 사람이야. 이까짓 거 갖고 병원은 무슨.”


“제발 이제 그 몸뚱아리 걱정 좀 하고 삽시다.”


연옥이 혀를 끌끌 찼다. 그의 고집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서라가 누구 닮았나 했더니, 당신 닮았지. 독하게 문 걸어 잠그고, 한집에 살면서 식구들 안 보고 지내는 거 보면.”


“또 또 시작한다. 일절만 해.”


기태가 연옥의 말 허리를 잘랐다.


“애들 다 잘 있대?”


“어. 당신 다치지만 않았으면 같이 둘러앉아 밥 먹었을 거 아냐.”


연옥은 속이 상했다. 얼마 만에 다 같이 보는 건데, 사고를 내다니.


“나도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서연이는 시험 잘 봤대?”


“떨어졌나 봐.”


연옥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다음에 더 잘 보면 되지. 그깟 시험. 저녁 안 먹었지? 이 근처에 순대국밥 잘 하는 집 있어. 밥 먹으러 가자. 당신 얼굴 보니까 배고프네.”


기태는 연옥을 옆에 태우고, 휘파람을 불며 운전대를 잡았다.


“대체 어떻게 된거야? 인생 자랑이라곤 딸 둘 나은 거랑 30년 무사고 운전경력뿐이라던 사람이.”


연옥이 기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갑자기...”


기태는 잠깐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날, 리조트 건설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기태의 숙소는 건설현장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외진 곳에 있었다.

같이 일하는 김씨와 저녁으로 뜨끈한 해장국 한 술 말아 먹고 일어섰다.

비가 와서 그런지 으슬으슬한 한기가 도는 저녁이었다.


평소에 사람의 통행이 별로 없는 길이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한적한 도로. 비가 안개처럼 뿌리고 있었다.

숙소가 5분쯤 남았을까? 앞의 구부러진 길만 돌면 다 왔다 싶은 곳이었다.


충분히 속도를 줄이고 커브를 돌았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차의 반경이 바깥쪽으로 크게 돌았다.


‘생각보다 길이 더 미끄러운가 보네.’


기태가 더 조심해야겠다 생각한 순간이었다.

바로 앞에 뭔가가 갑자기 휙 나타났다.


으어어어엇!


기태는 순간 놀라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자신도 모르게 왼쪽으로 핸들을 크게 꺾었다.

끼이이이익!


바퀴가 노면을 벗어나 길가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리고 나니 목 뒤가 묵지근 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길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분명 사람이 있었는데...’


길에는 아무도 없고, 기태의 차만 가로수 쪽에 멈춰 있었다.


“갑자기 귀신이라도 봤어? 말을 하다가 말아.”


연옥이 싱겁다는 듯 기태를 보며 웃었다.


“남자가 앞에 나타났었거든.”


기태가 웅얼거렸다.


“그런데?”


연옥이, 오늘따라 말투가 그 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기 저 남자야!”


기태가 운전대 앞을 보며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


서라는 카페 창가에 앉아 있었다.


‘아! 핸드폰!’


잊고 있었다. 서연의 핸드폰을 충전한다고 어제 꽂아두고선 까맣게 잊고 있었다.

배터리는 꽉 차 있었다.

핸드폰 전원을 눌렀다.

핸드폰이 켜지자 메시지가 떴다. 엄마의 음성 메시지였다.


‘언제 들어온거지?’


들어보려고 핸드폰을 열었다.


딸랑-


문이 열렸다.


“어서오세요!”


우형은 기계적으로 반응했다.


“나다! 임마”


동욱이다.

서라 역시 손님인 줄 알고 일어섰다가, 금새 동욱을 알아차렸다.


“전 보단 조금 뜸해졌네?”


동욱이 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들을 재빠르게 훑어보았다.

카페는 아주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한산한 정도는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서라가 동욱에게 인사했다.


“서라씨 오랜만!”


카페에 몇 번 드나들더니 서라랑도 금새 친해진 눈치였다.


“카푸치노죠? 설탕 넣지 않은.”


“역시! 센스가 좋아!”


동욱이 엄지 손가락을 척 치켜세웠다.

서라가 커피 머신에서 원두를 내리는 동안 동욱이 우형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그 친구는 어떻게 됐어?”


“누구?”


“이럴거야 정말?”

“뭐가?”


“너 나한테 이러면 안된다. 정보가 급할 때는 빨리 좀 알아봐달라고 그 난리를 치고선. 에잇~. 이런식으로 나오면 앞으로 나 협조 안해. 국물도 없다.”


은우 이야기다.

우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소식 없어. 어디서 뭘 하는지, 어디로 사라졌는지,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회사도 출근 안하고···.”


“한국이 또 찾으려고 덤벼들면 그렇게 못 찾을 만한 곳이 아닌데···”


이 좁디 좁은 나라에 어디로 꽁꽁 숨었는지 정말 답답한 지경이었다.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찾을 길이 없어.”


“왜 요새 애들 많이 쓰는 거 있잖아. 온라인에 자기 사진도 올리고 하는 그런거.”


“다 찾아봤어. 없어. 심지어 고시원에 자기 짐도 다 두고 사라졌어.”


“별 희안한 일이 다 있네. 실종신고 해 보지 그래?”


“해봤는데···”


우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기요”


손님이 손을 들어 서라를 불렀다.

서라가 다가가 주문을 받고, 냉장고에서 차가운 쥬스를 꺼내 유리잔에 담아 내 갔다.


쨍그랑-


그릇이 깨지는 소리에 놀라 우형은 소리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라가 손님 자리 옆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연인인 듯 보이는 커플의 여자가 짜증을 내며 원피스에 쏟아진 쥬스를 닦아 내고 있었다.


“아이~ 새 옷인데 이게 뭐야!”

서라는 우두커니 서서 가만히 있었다.


‘왜 그러지? 저럴 아이가 아닌데···’


우형은 얼른 마른 수건과 쟁반을 들고 손님 자리로 향했다. 재빠르게 테이블을 정돈하고 손님에게 사과했다. 우형이 연신 고개를 숙이고 세탁비를 드리겠다고 하자 여자의 태도가 누그러졌다.


“무슨 일이야?”


서라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남자의 테이블 위 타블렛에 꽂혀 있었다.

우형은 타블렛을 쳐다보았다.

정지된 뉴스 영상이 화면이 보였다.

[부산에서 50대 후반 부부가 동반 자살, 승합차에 연탄가스로 질식사]


우형은 그녀를 자리로 데리고 가서 앉혔다.

그녀의 눈동자에 촛점이 없었다.

우형은 서라의 노트북에서 아까 그 기사를 찾아보았다.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한 공터에 세워둔 승합차 안에서 50대 후반의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승합차 안에서 연탄을 피워 놓고 질식사한 것으로 보이며, 남편은 근처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민모씨로 서울에 거주하던 부인 이모씨가 최근에 남편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동반자살의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으며...]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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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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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세상 만사가 귀찮은데, 하필 왜 나야? 21.06.12 16 0 8쪽
42 세계가 분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뭐? 21.06.11 17 1 8쪽
41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21.06.10 20 1 9쪽
40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21.06.09 22 1 9쪽
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8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1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1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2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1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1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3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8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7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8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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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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