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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24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5.20 08:00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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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다시 아파트 현관문 앞이다. 은우는 파티마의 문자를 머릿속으로 다시 곱씹었다.


[파티마] 그냥 들어가셔도 아무 문제 없을거예요. 보통 저녁 먹고 자기방에서 공부하는데, 11시면 자거든요. 아침 일찍 도서관 가야하니까. 규칙적이예요. 생활 패턴이. 엄청.


그리고 현관문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절대 나와서 볼 일은 없어요. 그냥 그래요. 번호 알고 들어오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데다, 서로 인생사 신경안써서.


저는 보통 없을 때 확실하게 체크하고 나가는 편이고. 반대로 하우스 메이트는 제 신경 안 건드리려고 하는 쪽이라 편해요.


뭐 정 신경 쓰이시면, 제가 봐 드려요? 카메라로? 들어가시는거?


휴우... 그래도 긴장이 된다. 시간은 11시가 조금 넘었다. 카페에서 두어시간 죽 때리면서 인터넷 좀 하고, 복잡한 머릿속을 좀 비우고 나니 금방 10시가 넘었다.


손님 없는 카페에 계속 앉아 있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해서 나왔다.


회사 근처 찜질방에서 잘까 하다가 사람 많은 찜질방의 불편한 잠자리와 어제의 꿀같은 잠자리를 비교하니 발걸음이 자신도 모르게 아파트쪽으로 향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파티마에게 봐 달라고 할 걸 그랬나? 걱정하지 말라고, 알아서 하겠노라고, 다른 데서 자게 될지도 모른다고 호기롭게 이야기 한게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다.


아니다. 어쩌면 그를 위해 파티마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은우는 호흡을 길게 내쉬고 현관문 비밀 번호를 눌렀다. 오늘은 신발장에 신을 넣지 말고 벗고 바로 방으로 튀어 들어가는게 좋겠다 싶어 문이 열리자마자 준비해둔 동작-신발 벗기와 신발 들고 바로 방으로 살금살금 뛰어 들어가기–을 실행했다.


다행히 거실 불은 꺼져 있었고 집안은 조용했다.


‘아! 방문 비밀번호!’


방문의 비밀번호가 열리는 고작 몇 초 사이에 그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하우스 메이트가 혹시 화장실에라도 간다고 나오면 어쩌나.


신발까지 들고 남의 방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은 도둑 아니면 강도로 보일텐데... 그는 띠리릭 하는 잠금장치 풀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신발을 욕실에 넣었다.



*



두 달도 채 안 남은 공무원 시험이라 기출문제 풀이와 인강 수업 듣느라 정신이 없었다. 11시가 넘었지만 진도를 맞추려면 좀 더 풀어야 할 것 같다.


띠리리릭~


서연은 현관문 도어가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뭐지? 이 시간에?’


서라는 한 번도 서연이 집에 있는 시간에 나가거나 들어오는 법이 없었다. 그녀가 집에 없는 시간까지야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집에 있는 시간은 들고 나지 않길래 서연은 사람이 어떻게 항상 방에만 있을 수 있는지 그게 늘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나가볼까 하다가 서연은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잠깐 뭐 사러 나갔다왔나보지. 하다가 아닌데, 그녀가 집에 돌아온 후에는 나가는 소리를 못 들었는데 싶었다.


그렇다면 최소 서연이 집에 귀가한 7시 이전에 나갔다가 11시 넘어서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디를 다녀온 걸까? 그녀는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내다 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낸데다, 서라 고등학교 때 자살 소동을 벌인 이후로는 그녀와 대화라는 걸 해 본 기억이 없다. 설사 마주친다고 해도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만큼 둘의 사이는 어색했다.


곧이어 방문 도어락 여는 소리가 들렸다.


*


서라는 카페 문을 닫았다. 아까 주인 아저씨를 찾은 손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가고 나서 한 시간 쯤 후에 가게를 정리했다. 사실 정리랄 것도 없이 깔끔했다. 청소도 매일 할 필요 없을 것 같았다.


테이블만 한 번씩 가볍게 걸레질하고 바닥은 깨끗하니까. 내일쯤 한 번 걸레질 해도 될 것 같다.


노트북을 닫으려고 하다가 아파트 모니터링 화면을 켰다. 혹시 삐에로가 들어가나 싶어 본 화면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소심해서 안 들어갔나?



*



“으아아아아함~”


동욱은 기지개를 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형은 어디를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침 댓바람부터 어디를 갔대?”


동욱은 핸드폰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8시 30분.


남자 둘이 경주에 와서 모텔방 신세라니, 동욱은 어이가 없었다.


어제 저녁에 묵해장국이라도 한 그릇 먹지 않았더라면, 우형에게 한 소리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관광지에 여자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고 40대 중늙은이 남자 둘이 패밀리룸을 달라고 했을 때 모텔 주인의 눈빛이라니. 그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 위아래로 훑어 봤을 때, 이상한 취향 아니라고 꽥 소리를 지를 뻔 했었다.


'저 자식 컴퓨터를 몇 시까지 들여다 본거야?'


어제 밤 늦게까지 우형은 숙소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새벽에 자다 깼을 때도, 그가 티릭티릭 마우스를 클릭하고 간헐적으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났었다.


컴퓨터가 여전히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밤새 컴퓨터를 썼거나, 아침 일찍부터 뭔가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자는 동안 문자가 와 있었다. 캐나다에 있다는 인철이 딸이 보낸 메시지였다.


“일어났네?”


“생판 모르는 동네에 와서 어딜 쏘다니냐? 눈 떴는데 없길래, 나 버리고 도망간 줄 알았지.”


“싱겁기는...”


우형이 피식 웃었다.


“인철이 딸이 오늘 비행기로 출발한대. 내일 도착한다나봐.”


“다행이네.”


“어디 또 슬슬 이 동네 맛집 탐방하러 한 번 나가보실까?”


“너는 보험 팔러 다니는 건 부업이고, 전국 맛집 순회하는게 본업이었냐?”


“이 짧은 세상, 먹는 거 빼면 대체 남는게 뭐가 있냐? 나는 먹는 재미라도 없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저 세상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야. 이거 왜 이래?


근데 대체 여긴 왜 오자고 한 거야? 제~발 나도 좀 알자.”


동욱은 답답하다는 듯 우형에게 물었다.


“노트에 있던 그림이 신경쓰여서.”


“그 공책?”


“어!”


“뭐 별거 없었던 거 같은데.”


동욱도 노트를 후루룩 넘겨보기는 했다. 반듯하게 써 놓은 글씨들과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이 간간히 그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그림들은 딱히 어떤 장소를 지칭한다거나 구체적인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우형이 뭘 보고 저러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다른 그림들은 다 제목이 없었는데 노트 제일 마지막 그림은 제목이 있었거든.”


“그 얼굴 많이 그려진 부처님 같은거?”


동욱도 그 그림은 기억이 난다. 석가모니상 같은 그림인데 머리 부분에 작은 얼굴들이 여러개 붙어 있었다.


“십일면관음보살상!”


“그게 관음보살 그림이었어?”


동욱이 물었다.


“어. 찾아봤는데, 관음 보살 얼굴 위에 11개의 얼굴들이 있다고 되어 있었어.”


“그런데 석굴암하곤 무슨 상관이야?”


“그 그림 제목 밑에 경주 석굴암이라고 써 놨더라고!”


“아버님이?”


“아니, 아버님 글씨랑 달라. 인철이가 써 놓은 거 같아.”


“인철이가 써 놨다고, 꼭 여기에 왔었다는 보장은 없잖아.”


“그렇기는 한데...”


우형이 잠깐 생각했다.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석굴암 안에 십일면관음보살상 있더라고. 어차피 딸이 오기 전에는 당장 시신을 인도 받을 것도 아니고, 집에서도 별다른 게 안 나오고 하니까 혹시나 해서...”


그는 말끝을 흐렸다. 확신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니다. 그저 막연한 이상한 느낌이 그를 여기까지 발걸음 닿게 했을 뿐이다.


그런 느낌까지 동욱에게 설명하기에는, 우형도 아는 게 너무 없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쯔쯔... 네 되도 않는 감을 믿고 여기까지 운전해서 따라온 거 하며, 동네 맛집들 순회 시켜주고 앉았는 내가 한심한 놈이지.”



*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럴거면 대체 여기 왜 온거야”


동욱의 실망스러운 목소리에 우형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침을 먹고 부랴부랴 올라간 석굴암에는 관람객이 우형과 동욱 둘 뿐이었다. 평일 오전, 그것도 개방하자마자 이른 아침부터 찾는 사람은 없었다.


석굴암을 공중에서 보면, 평면도는 <오>자 같이 생겼다.


사각형의 전실이 있고, 안쪽에는 돔형의 원형 석실이 있다. 그리고 사각형의 전실과 원형 석실 사이에 좁은 통로가 있다. 통로 벽면은 사천왕들이 지키고 있다.


원형 석실 중앙에 거대한 부처님상이 중앙에 있고, 부처님 석상 뒤의 원형 벽들에는 병풍처럼 부조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문제는, 돔형으로 된 원형 석실 내부는 내부 보존과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유리벽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정면에 본존 부처상이야 볼 수가 있지만, 안의 부조들은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최악은, 우형이 찾는 <십일면관음보살상>은 본존 부처상 뒤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관람객의 각도에서는 100% <십일면관음보살상>이 가려지는 위치다.


두 사람은 본존불상 앞 유리벽 앞에서 망연자실 서 있었다. 서울에서 4-5시간을 달려, 숙소를 잡고 아침부터 달려왔는데 정작 확인하러 온 보살상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니.


한 삼십분 쯤 지났을까. 동욱이 나가자고 했다. 우형도 말 없이 따라나갔다. 석굴암 앞 안내서에 내부 조형물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야! 이 정도 내용 볼 거였으면, 그냥 서울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뒤져보면 5초만에 나오는 거 아니냐?”


동욱이 허탈한 미소을 지었다.


“나도 이럴 줄은 몰라서...”


우형은 미안한 마음에 어쩔줄 몰랐다. 역시 너무 지나치게 과몰입한 탓일까.


“뭐 네 탓하는 건 아니고. 덕분에 간만에 경주도 오고, 맛집도 가고, 바람도 쐬긴 했지 뭐. 그래도 나는 경주에도 자주 왔었는데 넌 언제 온게 마지막이냐?”


“나? 나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온 게 마지막 같은데?”


“뭐?”


동욱이 황당한 표정으로 우형을 바라보았다.


“임마, 네 나이가 몇인데 경주가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이야?”


“그러게. 나도 노트에 경주, 석굴암이라고 하길래, 언제 마지막이었나 짚어보니까 수학여행 때 외에는 와 본 적이 없더라고. 허허허”


대기업에서 발이 부르트게 일하면서 해외 출장은 많이 다녔다. 중국,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를 이웃집 다니듯이 다녔는데, 정작 성인이 되고 우리나라 경주를 한 번 와 본 적이 없다는 게 다시 생각해 보니 헛 웃음이 났다.


“무슨 재밌는 말씀들을 나누고 계신지?”


동욱과 우형은 놀라 뒤를 보았다.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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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1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2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3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9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5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1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1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4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9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8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8 1 12쪽
»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6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8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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