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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26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6.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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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카페 창 밖으로 구름이 보였다. 푸른 하늘에 동동 떠 있는 포슬포슬한 구름을 쳐다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구름은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다.


띠링-


서라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서라의 핸드폰에서 울린 소리가 아니다. 소리는 서연의 핸드폰에서 울린 것이었다.

엄마의 문자였다.

서라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공무원 시험 떨어진거야?

시험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온다더니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야?


휴-


또 다시 한숨이 나왔다.

서연의 핸드폰으로 날아온 엄마의 문자에 거짓말로 대답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서연이 사라졌을 때, 수시로 날아드는 엄마의 문자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서라는 고민했다.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시간을 벌어야 해!’


순간적으로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서라인척 문자를 전송하고 있었다.

첫 달은 공무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고시원에 들어가 집중적으로 공부하겠다고 했다.

넓은 집 놔두고 꼭 고시원에서 해야 하냐는 엄마의 말에, 긴장감이 있어야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며 대충 둘러댔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일이 한참 지났을 무렵, 서라도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오지 않는 서연이 걱정되는지, 엄마는 수시로 서연의 전화기에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서라라면 대꾸하지 않아도 그러려니 할 텐데, 늘 살갑게 대답 하던 서연의 버릇 때문에 서라는 골치가 아팠다.


[서연] 마리 언니가 새로 이사 간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해서 여기서 지내고 있어.


서라는 서연의 핸드폰에 남겨져 있던 마리라는 이름을 기억해 냈다.


[엄마] 거기서 뭐해? 집에 들어오지 않고.


뭐라고 해야 엄마가 의심하지 않고 넘어갈까. 서라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서연] 언니가 당분간 같이 지내자 그래서. 언니가 연애하다 깨졌는데, 전 남친이 스토커 짓을 하나봐. 혼자 있으니까 무섭대.

[엄마] 전화해도 돼?

[서연] 그냥 문자로 해. 언니가 좀 예민해서 전화하기 좀 그래.

[엄마] 너 고시원 가고 나서, 서라가 방에서 나왔어.


문자를 보내던 서라의 손가락이 잠시 멈칫했다.


[엄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서연] 그랬어? 난 몰랐네. 방에서 안 나오길래.

[엄마]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몰라볼 정도야. 지금은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아.


서라는 한숨을 쉬었다.


[서연] 그래?

[엄마] 응. 그런데 너무 많이 빼서 걱정이야. 너무 말라서 괜찮은가 모르겠어.

[서연] 뚱뚱한 것보다 낫지 뭐

[엄마] 그렇기는한데... 그 때 그런 일만 없었어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을 텐데 싶어서. 마른 장작처럼 살이 빠진 걸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


서라는 잠시 타이핑 치던 손을 멈췄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엄마] 미안, 또 내가 너한테 서라 이야기만 했지? 그 마리라는 친구 집에 너무 오래 있지는 말고, 적당히 진정되면 집으로 와.


[서연] 알았어. 걱정마.


[엄마] 참! 엄마 당분간 부산에 내려가 있을거야.


‘어? 부산?’


엄마는 서라에게 부산에 간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좀 다친 것 같아.

[서연] 어디? 많이 다쳤어?

[엄마] 다행히 많이 다친 건 아니고... 운전하다가. 갑자기 길 한가운데에 사람이 있어 놀라서 핸들 돌리다가 다쳤다는데, 가서 좀 보려고.

[서연] 아빠만 다친거야?

[엄마] 어. 차도 이상 없고. 급하게 방향 돌리다가 목이 삐끗 했다나 봐. 정신 좀 차리고 길에 있던 사람 보니까 어디로 사라졌는지 안보이더래. 내려가서 진짜 괜찮은 건지 어떤건지 보고 올 거야.


[서연] 알았어


[엄마] 아빠도 서라가 방에서 나왔다고 하니까 좋아하더라. 집에 올라오려고 했는데, 하필 다쳤다고 해서. 이 양반도 나이를 먹었나, 사고를 다 내고. 아빠 올라오면 다 같이 밥 먹자. 다 같이 밥 먹은 지 너무 오래됐잖아.


[서연] 어


서라는 창밖을 바라봤다. 맑은 하늘이 눈이 시렸다. 깜박이지 않고 계속 하늘을 쳐다보았다. 눈 안에 고인 물이 마를 때까지 창밖에 시선을 응시하고 가만히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였다.

가만히 눈을 감고, 다 같이 둘러앉아 밥을 먹었던 일이 언제였는지 떠올려보았다.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 어두운 학창 시절의 그때, 가난했지만 둘러앉아 밥을 먹었었다. 송아라 부모가 정신적 피해보상을 이유로 3억을 준다고 했을 때, 아무 말 없이 돈을 받아 아파트로 이사 온 그 날부터 우리 가족의 해체가 시작되었다.

다시 모두 모여 둘러 앉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 서연이 우리 곁에 없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서라는 겁이 덜컥 났다.

송아라가 돌아온 마당에, 서연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왜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그녀를 찾아야 한다. 반드시.


*


TV를 켜면 송아라 뿐이었다.

광고, 드라마, 영화, 웹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매체에서 송아라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만했다. 그녀의 인터뷰 동영상 조회 수는 하루 만에 300만이 넘어갔고, 관련 뉴스나 인터뷰 채널은 사이트가 다운이 될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녀의 컴백 이후 영화 <실종>의 예매율은 더 올라갔고, 엘리베이터 영상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불꽃이 튀었다.

혹자는 송아라가 세뇌를 당했다고도 했고, 혹자는 약점을 잡혔다고도 했다.

그녀가 보인 장례식장에서의 태도 또한 논란에 휩싸였다.

졸지에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고도 슬퍼하는 표정이 없던 그녀의 얼굴은 끊임없이 입방앗거리가 되어 돌아다녔다.


*


“송아라 연락 안돼?”


한준혁이 상우에게 소리질렀다.

상우는 또 시작이군, 시작이야 하며 혀를 내둘렀다.

여자에 대한 집착이 한 번 시작되면 끝을 볼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인간이다. 상우는 한준혁의 조각같은 옆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새로운 매니저가 전혀 정보를 안 줘.”


“정보를 얻을 데가 매니저밖에 없다는 게 말이 돼? 미용실, 피트니스, 수영장, 마사지 샵, 자주 가는 의상실 파보면 많잖아.”

한준혁이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그를 쏘아봤다.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르겠는데, 미용실, 피트니스, 수영장, 마사지 샵, 의상실... 어디를 가는지 알 수가 없어.

갈 만한데 다 알아봤는데, 다들 자기네 쪽에는 발 디민 적이 없대.”


상우는 할 만큼 다 했다는 뜻으로 어깨를 움찔 들어올렸다 내렸다.


“서울 하늘 아래에 이 바닥에 갈 만한 데가 몇 군데가 있다고.”

“그러게 말이야. 우리 대배우께서 이렇게 안달을 하시는데, 이렇게 힌트가 없다니. 쯧”


자신도 모르게 빈정대는 말투가 나왔다 싶어 한준혁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는 상우의 말투에까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오직 송아라 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애들도 많잖아.

왜 굳이 송아라야?

걔 엄마 스폰도 받고 지냈는데, 걔가 넘어오겠어?”


상우는 아차 싶었다.


송아라 엄마, 강진아 관장.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한준혁과 강진아 관장의 염문설은 이 바닥에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40대 후반의 강진아 관장은 송아라 못지 않게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대대로 재벌집 귀동이로 자란데다 갤러리를 맡을 정도로 지적인 욕심도 가득한 그녀였다.

강진아 관장과 송아라를 같이 두고 보면, 엄마와 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리 봐도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큰언니 느낌이었달까?

그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를 한 강진아 관장이었다.


5년 전이었던가. 강진아 관장이 한준혁을 찾았던 게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십대 딸을 둔 40대 초반의 강진아 관장은, 한참 물이 오른 30대 중반의 한준혁에게 푹 빠져 있었다.

중간에서 한준혁을 소개해 준 헤어 드레서에게 십 억대 아파트 한 채를 찔러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바닥이 그런 곳이니까.

하긴, 그렇게 치면 상우가 이만큼 자리를 잡은 것도 다 강진아 관장 덕분이다.

몇 번의 투자 유치 실패와 흥행저조로 문 닫을 지경인 기획사를 살려준 것도 그녀였으니 말이다.

한준혁이 월드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영화 <유혹의 미로>도 강진아의 스폰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덕분에 한준혁의 사치는 날로 심해져 갔고, 그의 이미지 관리를 하느라 뒤에서 돈 깨나 뿌리고 다녔지만, 강진아의 돈의 샘은 마를 줄 몰랐다.

송아라와의 미묘한 삼각관계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송아라 역시 자신의 엄마가 한준혁을 스폰 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준혁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보다 젊고 어리다는 점을 무기로 삼아, 한준혁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졌다.

한준혁도 그런 송아라가 싫지 않았다.

십대에서 갓 벗어나 한껏 여성미를 뿜어내기 시작하는 20대 초반의 여배우.

게다가 아버지 송의원의 피를 받은 것이 틀림없는 듯 권력욕이 대단했다.


상우는 송아라와 나눴던 그 날의 대화를 떠올렸다.


“한준혁이 엄마 남자라는 거 알아요.

그리고 저도 한준혁에게 관심이 있죠.

아마 한준혁씨가 우리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해야겠죠?”


당돌한 그녀의 말에 상우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말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상우가 말을 고르는 동안 송아라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엄마가 그동안 많은 돈을 뿌렸다는 것도 알아요.

그쪽 기획사도 망할 뻔 한거 엄마 돈으로 간신히 살아난 거 잖아요.”


상우는 그녀의 직설적인 발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대체 이 집안 여자들은 왜 이렇게들 뻔뻔한거야? 무례한 것도 내력인가?’


“한준혁한테 전해요.

이제 어느 정도 자리 잡았잖아요.

우리 엄마한테 의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는 큰 것 같은데.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세요.

전 엄만 신경쓰지 않는다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되거든요.”


그녀는 상우가 뭐라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자기 할 말만 내뱉었다.

그리고 뒤 돌아 보지 않고 발길을 돌려 사라졌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한준혁은 턱선을 만지작거리며 거울을 보았다.


“재밌네. 송아라.”


“조심해. 강진아 그렇게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 아니야.

이 바닥 인맥도 넓고.”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봐도 강진아에게 반기를 드는 것이 두렵다.

상우는 잘못하면 이 바닥에서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 한준혁이야, 한준혁! 내가 다 늙어가는 강진아 수발 언제까지 들 거 같아!”


한준혁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상우에게 소리질렀다.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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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세계가 분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뭐? 21.06.11 17 1 8쪽
41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21.06.10 20 1 9쪽
40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21.06.09 22 1 9쪽
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9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1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20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2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3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3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9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5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1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1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4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9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8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8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6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8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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