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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07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6.07 08:00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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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왜 꼭 내가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기는건데?”


동욱이 운전을 하면서 투덜거렸다.


‘하긴, 석굴암에 갔을 때에도 동욱이 운전을 했었지.’


우형은 동욱과 경주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 때와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뒷좌석에 서라가 앉아 있다는 점 정도랄까.

우형은 동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 든든하기도 했다.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어차피 자기차가 SUV니까 튼튼한 차로 가자며 운전대를 잡았다.


“다들 알지? 난 차량 보험도 풀옵션 더하기 최고급 옵션으로 되어 있는거.”


동욱이 너스레를 떨었다.

우형이 쓴 웃음을 지었다. 백미러로 뒤를 보았다.

서라는 동욱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했다.


<부산 해운대구>


경찰서에서 유족 신원 조사를 마치고, 유품을 챙기기 위해 서라 아버지가 머물던 숙소로 향했다.


번화한 해운대 북부 리조트 단지.

초고층 빌딩이 해변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손잡고 걸어다니는 연인들, 관광객들로 거리에 활기가 넘쳤다.

산과 바다와 고층 빌딩과 시장이 다 있는 곳, 부산은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운전하기 힘든 지역이 어딘줄 아냐?”


어색한 침묵을 깨고 동욱이 말을 꺼냈다.


“어딘데?”


우형이 물었다.


“부산”


“왜?”


“서울은 길이 복잡해도 사람만 헤매는데, 부산은 네비도 헤맨다.

중간에 길 없어지는 경우도 많고, 네비대로 가고 싶어도 차선이 신호 건너가면 사라져서 우회하는 경우도 있어.

수영교 못 건너서 해운대 뺑뺑이 돌았던거 생각하면 어휴~”


“그래? 전혀 몰랐네.”


“너야 서울 촌놈이니 뭐.

전국에서 부산이 고가차도가 제일 많을걸.

옛날 네비는 2D로 뜨잖아. 이게 고가가 많으니까 갑자기 길이 헬이되는거지.

몇 번 길 찾기 틀리고 고가도로 서너번 잘못 들면 내상이 장난 아니야.”


동욱은 내가 부산을 이만큼이나 잘 알고 있는 거에 감사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1차선이 갑자기 좌회전 차선이 되지 않나, 직진하다 잘못 걸리면 진입불가가 되질 않나, 지하철 공사는 수십년째 끝나질 않아.”


“그렇게 말하니까 부산 토박이 같다.”


동욱은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처럼 말했다.


“여기 운전 몇 번 해 보면 부산 토박이가 안 될 수가 없어! 몇 번 길 잘못 돌면 분노게이지가 상승해서 얼굴이 헐크가 되지.”


동욱의 과장된 말투에 서라가 피식 웃었다.

백미러에 비친 서라의 모습에 우형은 안도했다. 그는 동욱이 같이 와줘서 고맙다고 생각했다. 동욱의 흰소리가 그녀를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주었다.

우형과 둘이 있었다면 아마 어색한 침묵만 있었을 것 같다.

그는 동욱처럼 넉살좋게 서라를 웃길 자신이 없었다.


차는 해안가의 화려한 도심지를 벗어났다.

번화가를 벗어나자 또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조금 전에 지나온 풍경과 같은 공간에 있는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였다.

마치 7-80년대로 건너온 듯한 쇠락한 동네 분위기가 나타났다.


“여기 관광 리조트로 개발한다고 매일같이 떠들석한 동네인데, 다 지으려면 아직 멀었네. ”


동욱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길도 한산해지고, 차들의 통행량도 줄었다.

심심한 산길을 지나가자 주변 풍경이 을씨년 스러워졌다.


“바닷가쪽으로는 이렇게 화려하고 계속 개발이다 뭐다 자본이 들어가는데, 여긴 아직도 촌구석이지? 아! 그러고 보니 너는 부산도 올 일이 별로 없었겠다.”

“그러네.”

우형의 얼굴이 붉어졌다.

석굴암에 갔을 때에도, 경주는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었는데, 부산도 초행길이나 마찬가지다.


“아유~ 이 서울 촌놈을 어쩔거야. 쯔쯔”

“너 아니었으면 네비가 있어도 난 찾아오지도 못했겠다.”


우형이 순순하게 받아들이자 동욱이 그를 흘끗쳐다보았다.


“갑자기 얌전하게 수긍을하니까 적응이 안돼.”


“여긴 정말 70-80년대 분위기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네비의 안내 목소리가 들렸다.

작은 조립식 주택이었다. 근처에 드문드문 조립식 주택이 몇 채 서 있었다.


“누구시오?”


사내 하나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츄리닝 바지에 목에는 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민기태씨 아시죠?”


민기태라는 이름을 이야기 하자 사내의 눈빛이 대번에 변했다.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그이는 왜?”

“이쪽은 민기태씨 따님이고, 저는 보험회사에서 나왔습니다.”

“아!”


사내의 경계하던 태도가 누그러졌다. 그는 김이라고 했다.

민기태와 같이 투룸에서 지냈다고 했다.

그가 숙소를 안내해 주었다.

작은 거실과 입식 부엌, 방 두 개로 이루어진 조립식 건물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남자 둘이 지내는 곳이라 그런지 살림은 단촐했다.


“뭐 별 건 없을 거요.”


사내가 흘끔흘끔 거리며 말했다.


“경찰들이 와서 벌써 싹 다 훑었어요. 여기 뒤져서 나올게 뭐 있다고.”


그가 마른 얼굴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몇 가지 옷가지와 생활 용품들을 제하고 나면, 딱히 눈에 띄는 물건은 없었다.


“옷가지들이랑 짐들은 다 가져 가실거요?”


그가 방 뒷편에서 그들이 뭘 가져가려나 흘낏흘낏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뭐, 어차피 버릴 물건들이면 내가 써도 되나 해서. 평소에 민형이 나를 또 끔찍하게 아꼈거든. 나도 형님하면서 모시던 분인데··· 우리가 같이 일하면서 내 물건 네 물건 나누지 않고 쓰던 사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세요.”


서라가 쿨하게 말했다.


“아이구! 그럼 내가 적당히 필요한 건 쓰고, 못 쓸만한건 정리해서 치우든지 할게요.”


김씨가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런데 건설현장 근처에 숙소를 두고 여기까지 와서 지내셨습니까?”


우형이 물었다.


“그거야, 거긴 너무 답답하기도 하고. 밥도 시원찮고. 온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야 뭣도 모르고 현장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지내지만, 우리같이 짬밥 좀 먹은 사람들은 답답해서 못지내요.

나랑 민형은 이쪽 밥 좀 먹었고, 또 나나 그 양반이나 워낙 조용한 편이라 잘 맞았거든. 그래서 좀 한갓진 데서 지내는 거지.

동네 모양새는 그렇지만 이 근방에 이 가격에 둘이 널찍하게 쓰기에는 여기가 딱 좋지.”


“고인이 돌아가시기 전, 별다른 말은 없었나요?”


우형이 물었다.


“글쎄, 뭐 별다른 말은 없었던 것 같은데··· 서울에서 형수님 내려온다고 마중나가는 거 말고는 뭐. 그 뒤에는 아시다시피···”


뉴스에서 나온 것처럼 차에서 연탄가스를 피우고 자살하지 않았냐는 말이 함축되어 있었다.

사내는 서라를 의식한 듯 말끝을 흐렸다.


“혹시 뭐 이상한 낌새는 없었나요?”


동욱이 답답한지 끼어들었다.


“그런 건 전혀 없었는데. 나도 그게 이상하단 말이오. 아니 전날까지도 같이 해장술도 먹고 하던 형님이 갑자기 왜 자살인지.

곧 여기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었거든.

형수님이 이제 여기 정리하고 다 같이 살자고 한다고 그랬다던데.

그리고 뭐가 좋은 일이 있는지 싱글벙글 합디다.”


“좋은 일이요?”


동욱이 재차 물었다.


“딸들 얼굴 본 지 오래됐는데, 이제 곧 보러 간다고 그러던데.”


우형과 동욱이 서라를 쳐다보았다.

서라는 가만히 사내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방안에 걸린 커다란 점퍼에 시선이 가 있었다.


“그럼 뭐 혹시 챙겨갈 거 있음 챙겨가시고, 저는 출출해서 먼저 나갑니다.”


사내는 본인 실속을 다 챙기고 난 뒤 총총히 사라졌다.


덩그라니 낯선 공간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여기서는 뭐 더 이상 단서가 될만한 게 없는 것 같은데, 그만 가지?”


침묵을 깨고 동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건 말이 안돼. 식구들 보러 올라가겠다고 기분이 좋았다는 분들이 동반자살이라니. 뭔가 이상해. 대체 어디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앗!”


서라가 소리를 질렀다.

우형과 동욱은 깜짝 놀라 그녀를 보았다.


엄마한테 받은 음성 메세지가 있었어요.”


서라는 아직 서연의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제야 기억이 났다.

그녀의 핸드폰에 남겨져 있던 음성 메세지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황급히 가방을 열었다.

서연의 핸드폰을 꺼내 메세지를 눌렀다.

혹시 어떤 단서라도 있을까? 재생 버튼을 누르는 서라의 손끝이 떨렸다.


“이게 맞든가? 음성 통화 누르는게?”


엄마의 목소리가 숙소 안에 울려퍼졌다.

서라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서연이는 왜 전화를 안 받는지, 아무리 친한 사이래도 멀쩡한 집 두고 언제까지 같이 지낼거래?”


엄마는 실수로 녹음 기능을 눌렀는데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귀신이라도 봤아? 말을 하다가 말아?”


“남자가 앞에 나타났었거든.”


아빠 목소리다.

서라는 아빠의 목소리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엄마가 물었다.


“저기 저 남자야!”


‘어쩌면 이 녹음은 다잉 메시지?’


녹음된 목소리를 들으며 우형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서라 아빠의 목소리에 방안에 정적이 흘렀다.


*


기태는 얼어붙었다.

분명 지난 번 사고가 났을 때 보았던 남자.

멀찍이 있던 그가 어느새 코앞에 있었다.

그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끼이익-하는 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서연아빠! 무슨 일이예요?”


급정거에 놀라 연옥이 기태를 쳐다보았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몽글몽글 맺혀 있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을 쳐다보았다.

낯선 남자가 차 앞에 서 있었다. 그가 뚜벅뚜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검정색 수트를 입은 남자, 창백한 인상이었다.

눈동자 주위로 흰자위가 반들거렸다.

어느새 기태 옆까지 선 그는, 차창을 작게 똑똑 두드렸다.


똑.똑


창문을 내리고 기태가 물었다. 그의 이마에는 여전히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오?”


“민.서.연.”


그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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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8 1 8쪽
»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0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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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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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0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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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8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7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7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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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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