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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00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6.05 08:00
조회
21
추천
1
글자
8쪽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송아라가 한준혁을 찾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준혁의 무명시절 호스트바 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아쁜 년!”


그 영상을 보자마자 상우의 입 밖에 욕설이 치밀어 올랐다.


‘강진아 관장 짓이 틀림 없다’


하지만 욕설 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강진아 관장의 히스테릭한 웃음소리가 그의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문이 벌컥 열리며 한준혁이 들어왔다.


“대체 이 영상! 어떻게 된 거야?”


한준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벌개진 얼굴로 씩씩거리는 그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옷 매무새가 엉망이었다.

트레이닝 바지에 헌터 그린 색의 폴로 티셔츠, 라이더 가죽 재킷, 오렌지색 선글라스 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매치 되는 아이템이 없었다.

평소라면 소품 하나하나 완벽하게 매치 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았을 그였지만, 그의 마음이 얼마나 급했을지 알 것 같았다.


“강진아 관장이 뿌린 것 같아. “


“뭐라고?”


일순,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씩씩거리며 들어온 기세와 달리 한준혁은 일순간에 얌전한 고양이가 되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사무실에 정적이 흘렀다.


“일종의 경고지!”


상우가 한준혁의 눈을 응시했다.

한준혁은 머리를 한 번 쓱 쓸어올리더니 허공을 쳐다 보았다.


“강진아다운 스타일이야.”


휴우-

상우는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나 잠깐 생각했다.


“송아라가 다녀간 걸 어떻게 알았지?”


한준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 거렸다.

그의 얼굴에 깎지 않은 수염이 까슬까슬 올라오고 있었다.


“설마 강진아가, 한류스타 한진혁이 돌아다니고 싶은 대로, 아무나 만나도록 놔 둘까?”


상우가 한심하다는 말투로 쏘아붙였다.


‘너한테 들이부은 돈이 얼만데!’


이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지금은 우리가 갈라져 싸울 때가 아니다.

상우는 이 상태로는 강진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꼈다.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강진혁도 그의 기획사도 파산에 이르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


<쉬움 갤러리>


“무슨 일이야, 날 다 찾아오고?”


강진아 관장이 상우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소파에 앉아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던 그녀가 찻잔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입고 있던 짧은 원피스 때문인지, 꼬고 앉은 다리의 각선미가 도드라졌다.

우아하게 올린 머리와 긴 목선. 태어날 때부터 자외선이라곤 받아 본 적 없는 사람처럼 하얗고 창백한 피부.


‘정말 관리를 잘했군!’

상우가 그녀를 보며 감탄했다.


지방 삽입이며 안면 윤곽 교정, 이마 보정용으로 넣은 실리콘, 보톡스의 힘으로 그녀는 어째 점점 더 젊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수국 좋아하시죠? 색이 관장님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하하”


상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의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우리 사이에 뭘 이런 걸 다 챙겨. 앉아. 여기 차 좀 내와.”


강관장은 피식 웃었지만 그닥 싫지 않은 눈치였다.

비서가 고개를 까딱하고 나간 뒤, 상우는 어렵게 입을 떼기 시작했다.


“아시잖아요. 한준혁. 강 관장님밖에 모르는 거.”


그녀가 테이블 위에 놓인 수국 꽃잎을 만지작거렸다.


“글쎄, 무슨 소리가 하고 싶어서 온 걸까? 난 이대표가 왜 이런 소릴 하는지 통 모르겠네?”


상우는 일어나 강진아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제가 단속 잘하겠습니다.”


그녀가 탐스러운 수국 꽃잎을 한 손으로 감아쥐더니 꽃잎을 훑어 뜯어냈다.

한웅큼 꽃잎이 떨어져 나왔다.

그녀는 우아하게 팔을 뻗어 상우 머리 위로 던졌다.

손안에 든 꽃잎이 상우의 머리 위로 흩뿌려졌다.

꽃잎이 눈처럼 나풀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에는 수국을 참 좋아했었지. 그런데 너무 자주 봐서 그런가. 질리려고 하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흩날리는 꽃잎에 머물러 있었다.


“제가 잘 하겠습니다.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그 날, 상우는 한준혁 대신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오후에 영상은 싹 다 처리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강진아와 한준혁의 평화로운 관계가 지속되었다.


*


“지금 강진아가 사라졌고, 송의원, 강진아 재산이 모두 송아라게 됐잖아?”


한준혁이 샴페인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호박색 샴페인이 크리스탈 잔 안에서 반짝거렸다.

이렇게 자신만만한 한준혁의 태도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송의원과 강진아 관장의 부고를 듣고 가장 기뻐한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 한준혁일 것이다. 상우는 생각했다.

그들의 사망 뉴스 소식을 접한 상우가 한준혁을 찾아갔을 때, 그는 음악의 볼륨을 최대로 키워 놓고 샴페인을 마시고 있었다.


“게다가 나한테 관심이 있었던 애라고.”


한준혁이 낄낄대며 웃었다.


“이때 잡아야지, 다른 놈들이 채 가게 내버려 두면 되겠어, 안 되겠어?”


그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씩 웃어 보였다.

30대 후반의 한준혁은 아직도 한결같이 잘 생겼다. 시간이 그를 비껴간 것만 같았다. 오히려 전보다 그의 외모는 남성미로 넘쳤다.


‘닳고 닳은 자식!’


상우는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그의 이미지 사이에 삼천만 광년 쯤의 거리감을 느꼈다.


“어쩐지 나는...... 사라지기 전의 송아라 보다 다시 돌아온 송아라가 훨씬 더 매력적인 것 같아.”


“자기 부모가 죽어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던데 그게 뭐가 매력적이라는 거야? 차라리 실종 전에는 연기라도 새침하고 애교라도 있지, 지금은 뭔가...”


갑자기 말이 막혔다.

말로 잘 설명하기 어려웠다.

확실히 송아라의 모습은 전과는 달랐다.

뒤에서 성깔을 부리고 갑질을 했어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애교와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폭발했다.

그러나 인터뷰할 때의 그녀의 모습은 무서울 정도로 냉정했다. 그녀가 사용하는 단어들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들 이었다.


‘뭐랄까. 사회생활을 많이 해 본 사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감정을 억누르고 표현을 절제한다는 느낌이었어.’


인터뷰 방송을 보고 몇몇 아는 지인들을 통해, 그날 인터뷰장에서의 송아라에 대해 물어 보았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태도가 이전과는 딴판이라고 했다.

그녀는 전혀 갑질을 하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스텝들에게 사무적으로 대했으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에게서 어딘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같은 것이 있었다고 했다.

상우가 기억하는 송아라는 히스테릭하고 입맛 까다로운 공주님 같은 캐릭터였다.


“그래서 흥미가 생긴다는 거야.

전에는 잠깐 가볍게 만나볼까? 이 정도의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그녀를 진심으로 갖고 싶어졌어.”


어차피 한준혁의 흥미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상우는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가장 오래 지속된 관계는 강진아 관장이었다.

다른 여자들에게는 잠깐의 욕망이 있을 뿐이지만, 강진아 관장에게는 돈과 권력이 있었으니까.

이제 강진아 관장이 사라진 지금, 한준혁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게다가 강진아의 돈을 물 쓰듯 쓰면서 만들어진 그의 지나친 사치벽도 문제였다.

상우의 기획사에서 감당하기에 한준혁의 사이즈가 너무 커져버렸다.


‘이를 어쩐다’


상우는 일단 송아라의 소재와 커넥션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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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세상 만사가 귀찮은데, 하필 왜 나야? 21.06.12 15 0 8쪽
42 세계가 분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뭐? 21.06.11 17 1 8쪽
41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21.06.10 19 1 9쪽
40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21.06.09 21 1 9쪽
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8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2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0 1 9쪽
»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1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2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7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0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0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1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3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8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7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7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6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7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8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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