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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16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5.23 08:00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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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죽고 싶지 않아!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이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면 어떻게 하지?’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서연의 방문을 열었다.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문은 활짝 열려 벽에 부딪히며 쿵 하는 소리를 냈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상황까지 상상하고 문을 연 은우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방에는 서연 뿐 이었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서연의 방 구석에 혹시 누군가 숨어 있지 않은지 두리번거렸다. 틀림없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혹시 그의 인기척을 느끼고 구석에 숨어 있을 수 있다.’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는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벽장문을 열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에, 벽장 안에는 옷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침대 밑인가?’


언젠가 혼자 자취하는 여성의 방 침대 밑에서 살았다는 노숙자의 도시 괴담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혹시 발목이라도 잡히지 않을까 거리를 계산하며 침대밑을 들여다보았다.


역시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내가 미친 건가? 틀림 없이 들었는데... 찾고 있다는 남자의 목소리를...’


그는 이 방에 성인 남자가 숨을 곳이 더 이상 없다는 것 확인하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망연자실 어둠 속에서 당황하고 있을 때, 그의 귀에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차...찾고... 있어....”


은우는 순간 소름이 끼졌다. 틀림없다. 남자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 이 목소리가 대체 어디서 들리는 걸까. 그는 두리번 거렸다.


놀랍게도 그 목소리는 침대에서 나오고 있었다. 침대에는 이불이 봉긋하게 올라와 있었다. 이불 속의 형체는 사람이 한 명 정도 누워 있는 정도로 보였는데... 은우는 긴장으로 몸이 다시 뻣뻣하게 경직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침대 안을 보아도 되는 것일까. 내가 환청이 들리는 것일 수도 있잖아. 그러다 하우스 메이트가 깨기라도 하면?


그렇지만 분명히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제와서 다시 돌이킬 수 없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조금 내렸다. 방안 모니터로 본 하우스 메이트의 얼굴이다. 그리고 내려진 이불에는 그녀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다.


‘역시... 그렇다면 내가 문제인가? 환청이 들리는 건가?’


다시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불을 덮어주는 찰나, 그의 귀에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 음... 찾고 있어... 찾고 있어...”


놀랍게도 여자에게서 나오고 있는 목소리였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 목까지 덮고 있던 이불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눈을 부릅떴다.


“왜 이제왔어! 찾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의 손을 잡고 소리쳤을 때, 은우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너무나 무서워서 앉은채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몸이 계속 바슬바슬 떨리고 있었다.


한참 동안 고요했다. 그 뒤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은우는 이 방에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저앉은 몸을 일으켰다.


다시 침대의 그녀 얼굴이 보였다. 이번에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일까? 혹시 무언가에 빙의 되어 저런 목소리가 나왔던 것일까.


더이상 남자의 소리도 그녀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는 것에 그는 안도했다.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 그녀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일 뿐이야.’’


어째서 저런 남자의 목소리가 나오는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는 빨리 이 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목 위로 다시 이불을 덮어줄까 하다가 아까 그녀가 눈을 부릅 뜬 상황이 너무나 무서워서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


뒤돌아서 나가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팔을 잡았다. 그가 뒤돌아 보자 강한 힘이 그를 침대로 당겼다.

은우는 순간 균형을 잃고 침대 쪽으로 넘어졌다. 곧 그를 잡아당긴 힘이 그녀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침대 위에서 자신의 얼굴이 뜨겁게 달구어진 그녀의 얼굴에 맞닿아 있다는 걸 느꼈다.


터질 것처럼 뜨거운 그녀의 얼굴과 체온이 그에게도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은 흥건하게 땀에 젖어 있었다.


그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마치 주술에 걸린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뜨거운 혀가 그의 입 속으로 들어왔다.


스물 스물 한 마리 뱀이 그의 입 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뱀은 은우의 입 안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쉐에엑 쉐에엑- 거친 숨을 뿝으며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뱀이 돌아다녔다.


뱀은 크고 부드러웠다. 녀석은 은우의 혓바닥을 자신의 입안 가득 머금었다가 다시 돌려보내주는 것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뱀의 혓바닥이 은우의 목구멍 안 쪽까지 점령하려 했다.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뱀은 아주 천천히 그의 입 안을 몇 번이고 돌았다. 뜨거운 뱀의 몸뚱이 때문에 입 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몸도 식은땀으로 번들거렸다.


목구멍 안에 뱀이 커다란 알을 넣는 것 같이 목구멍으로 무언가 넘어 왔다.


은우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온 몸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그는 미친 듯이 그의 방으로 달려와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비밀번호, 비밀번호...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방에 들어와 침대위에 그의 몸이 무너졌다. 그의 몸이 촛불이 꺼지듯 스러져갔다.


하얗고 반들반들 매끄러운 것이 목구멍으로 자꾸 넘어왔다


그 하얗고 반들반들한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걸려서 은우는 답답해 견딜수가 없었다. 목구멍에서 미끄덩 미끄덩 거슬거슬 신경이 쓰인다. 차라리 삼켜서 목에서 넘어가면 편할텐데... 그러나 너무 커서 삼킬 수 없다.


은우는 있는 힘껏 손을 뻗어 목 안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내려고 애쓴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과 달리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죽을 힘을 다해 손가락을 집어 넣어 입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 애썼다. 손가락에 도통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잡았다. 입 안에 붙어 버린 것처럼 자리잡고 있는 그것을 혼신의 힘을 다해 끄집어 낸다. 그리고 눈을 떠 무엇인지 확인해야만 한다. 무거운 눈꺼풀을 떠서 확인한다.


커다란 반원형 알사탕같은 그것. 하얗고 맨질맨질하다.


이것은...


...박부장님이 주신 삐에로의 얼굴...


은우의 의식은 늪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말았다.


*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시간은 벌써 여덟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몸은 솜처럼 무거웠다. 모니터 위의 삐에로는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였다.


은우는 생각했다. 기억을 더듬어 어젯밤 일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머릿속 가득히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 같다. 8시 10분 알람이 한 번 더 울리고서야 그는 당장 회사로 가지 않으면 지각으로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



서연은 꿈결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서라인가?’


서연이 집에서 나간 뒤에 서라는 종종 외출을 하는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에 가는 것일까? 학교를 다니지도, 돈을 벌러 나가는 것 같지도 않다. 친구도 없다.


서라는 언제까지 가족들을 보지 않고 이렇게 지내려는 걸까? 누군가 한 번은 용기를 내서 마주해야 하는 걸까?


서연은 몸을 일으키려 애써 보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제는 지독한 악몽을 꾼 것 같다’


서연은 생각했다. 어젯밤의 꿈은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꿈 속에서 서연은 길을 헤매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위압적이고 무서운, 낮은 목소리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어디에서 목소리가 들리는지 보려고 애썼지만, 주변은 안개가 가득 끼어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독한 안개 속이었다.

그녀는 두려움 속에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마침내 눈앞에 건물이 보였다.


3층 건물이었다. 건물 안에는 사람의 인기척이 없었다. 계단을 올라가니 2층이 나오고, 다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갔다. 하지만 계단이 또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3층 건물이었는데...’


그녀는 다시 계단을 올랐다. 또 계단이 나오고, 계단을 내려가면 다른 계단이 나왔다. 그녀는 깨달았다. 지금 그녀가 서 있는 곳은 처음 들어왔던 입구의 계단이었다.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제발 누가 나 좀 구해줘요.’


그녀는 입 밖으로 소리쳤지만, 목 밖으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있어...”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굵은 저음의 남자 목소리였다. 서라는 고개를 흔들고 양손으로 자신의 목을 졸랐다. 내 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내 목소리가 아니야.


그녀는 다시 있는 힘껏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하지만 그녀의 귀에는 여전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고...있....어...”


건물 어딘가에서 불이 나고 있다. 주변이 불에 타서 타닥타닥 불꽃이 혀를 낼름거리고 있다.


’여기서 빨리 벗어나야 해!‘


그녀는 미친 듯이 계단을 다시 올라갔다. 2층, 3층을 올라가도 다시 끝없는 계단이 나오고 그 계단들을 돌고 나면 다시 처음 계단이 나왔다. 그녀는 어떻게 해도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에 빠졌다.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불꽃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고 불길이 그녀를 삼킬 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의식이 점차 희미해져갔다. 불길이 거의 그녀의 곁에까지 다가왔다. 타닥타닥– 곧 그녀를 다 태워버릴 것처럼 뜨겁다.


’제발... 도...도와줘...!‘


눈이 희미하게 감기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여전히 기묘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음... 찾고 있어... 찾고 있어...”


이 이상한 목소리... 없애 버리고 싶다. 그녀는 자신의 목을 졸랐다. 없어져. 내 몸에서 없어져, 제발.


그녀가 스스로의 목을 졸라 의식이 희미해져가고 있을 때, 그녀 앞에 누군가가 보였다. 서연은 그 사람을 붙잡았다.


‘부탁이예요! 제발... 도와주세요!’


그 사람이 나를 보았다.


그러나 서연의 목에서는 그녀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는 목소리가 나왔다.


“왜 이제 왔어! 찾고 있었는데!”


순간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더 이상 뜨거운 화염이 없다. 대신 갑자기 칠흙같은 어둠이 서연을 덮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움이었다. 완벽한 암흑이었다. 불길보다도 더 무서운 고요함과 암흑.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움.


두려웠다. 영원할 것만 같은 이 암흑세계. 분명 조금전까지 누군가 있었다. 아까 그 사람은 어디로 갔지? 그는 내가 여기 갇혀 있는 걸 보았다. 유일하게 나를 구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녀는 죽음이란 것은 이런 것인가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는 암흑의 공간에 갇혀 있는 것. 아무 존재도 아닌 것. 그런 것인가. 그녀는 절망했다.


암흑의 절망 속에서 갇히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금 전까지 불길에 잡아 먹힐 듯 했던 몸은 아직도 뜨겁다.


‘아니야!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그녀는 몸을 허우적거렸다.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그녀의 팔과 다리는 다른 사람의 것 같았다.

그 때 그녀의 손에 잡히는 누군가의 몸.


‘사람의 팔?’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꽉 붙잡았다. 다시는 놓지지 않겠다는 듯 젖 먹던 힘을 다해 그녀쪽으로 끌어당겼다. 무거운 물체가 그녀의 몸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그녀의 몸뚱아리가 물속에서 물결치듯이 출렁거렸다.


곧이어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죽고 싶지 않아!’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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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세상 만사가 귀찮은데, 하필 왜 나야? 21.06.12 16 0 8쪽
42 세계가 분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뭐? 21.06.11 17 1 8쪽
41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21.06.10 20 1 9쪽
40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21.06.09 22 1 9쪽
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8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1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2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2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1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1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3 1 12쪽
»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9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8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8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8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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