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20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5.24 08:00
조회
33
추천
1
글자
12쪽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카페에 손님이 제법 늘고 있다. 역시 송아라 SNS의 힘인가, 서라는 생각했다. 심심해서 SNS에 카페 함사(HAMSA)의 이미지를 몇 장 올려봤다. 물론 서라의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서 찍었다.


그녀는 온라인 상에 자신의 사진을 올려본 적이 없다. 모두 인터넷에 떠도는 남의 사진과 풍경들을 골라 적당히 얹어 놓았다.


어차피 서라의 사진인지 아닌지 알 길은 없다. 남의 사진을 가지고 오더라도 적당히 잘라서 편집해 붙이면 감쪽같으니까. 누군가 기계적으로 좋아요를 눌러주면, 또 그들을 따라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녀는 카페 함사에서 커피잔과 샌드위치가 놓여진 테이블, 해가 잘 드는 카페의 풍경, 이국적인 모로코 분위기 이런 것들을 적당히 편집해서 SNS에 몇 장 올려두었다.


송아라의 수백만 팔로워들이 서로 서로의 SNS를 돌아다니며 탐방했고, 곧 서라의 카페도 그들의 눈에 띄게 되었다. 곧 해쉬태그(#)에 카페 함사라는 이름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좋아요 숫자가 늘기 시작하자, 카페에 직접 방문하는 손님도 늘기 시작했다.


잠시 한가해진 시간에 창가 자리에 앉아 노트북에 뜬 날짜를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벌써 열흘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 곧 아저씨가 돌아오시겠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아파트 방 안에서 보냈던 그녀에게 카페 생활은 제법 신선했다.


카페 주인은 그녀에게 맡기 고 간 카페가 걱정이 되지도 않는지 감감무소식이었다.


‘아저씨 취향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그녀는 오늘도 아저씨의 옷장을 열어 꺼내 입은 신축성 좋은 벽돌색의 티셔츠를 보며 생각했다.


가끔 노트북 화면을 보면, 집은 항상 비어 있었다. 그녀는 삐에로의 얼굴이 궁금해서 한 번쯤 보고 싶었지만, 번번히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가끔 서연의 모습을 보니 별 일 없는 것 같았고, 삐에로도 그녀와 마주치지 않게 온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었으니, 뭐 별일은 없겠지.


테이블 위에 커피를 마시며 그녀가 송아라의 SNS를 체크했다.

여전히 그녀의 주변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작년에 찍었다던 공포영화가 곧 개봉 예정인 것 같다.


그녀의 백만 팔로워들은 마치 호위무사처럼 그녀를 둘러싸고 좋아요 신공을 펼쳐대고 있었다.


빨리 개봉 했으면 좋겠다라던지,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에 달려갈 거라느니, 한준혁과의 썸 같은 거 타지 말고 언제까지나 자신들의 스타로 남아 있어달라던지 하는 글들이었다.


한류스타 한준혁과 같이 찍은 영화라고 벌써부터 각종 매체에서 떠들어 대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채널을 돌리는 곳마다 둘의 인터뷰가 등장했다.


서라가 SNS에서 송아라를 팔로우하고 있어서인지, 종종 그녀의 기사를 찾아봐서인지, 동영상 채널들은 귀신같이 추천 영상으로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이번에 찍은 공포영화는 엔플렉스에서 이미 판권을 사갔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사실입니까?”


리포터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한준혁에게 물었다. 185센티의 큰 키, 조각해 놓은 것 같은 턱선에 남성미 넘치는 얼굴, 몸의 비율을 돋보이게 하는 작은 두상.


서라는 한준혁이 한류스타로 인기 몰이를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빠르시네요. 그 소식이 벌써 들어갔나요? 네. 이거 말씀드려도 괜찮은 거겠죠? 하하하. 영화관 국내 상영 이후에는, 엔플릭스를 통해서 전 세계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한준혁이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역시! 한류스타 한준혁씨네요. 준혁씨 미소에 저도 녹아버릴 것 같습니다. 우리 아라씨는 이번에 한준혁씨와 같이 처음 촬영 했다고 들었는데요, 여배우들 경쟁률이 어마어마했다죠?”


리포터의 눈에 진심으로 부럽다는 질투의 시선이 섞여 있었다.


“대본 받아보고, 이 역할은 꼭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받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오디션 보기 전에 거짓말 안하고 100번은 읽었을걸요. 호호호.”


“이번 역할을 따낸 비결이 따로 있으신가요?”


리포터가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길은 자꾸 한준혁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냥... 제가 운이 좀 좋았던 것 같아요. 오디션으로 진행한다고 했을 때, 걱정도 많이 했어요. 워낙 쟁쟁하신 분들이랑 경쟁해야 해서. 감독님이 저로 결정했다고 알려주시면서 그러더라구요. 제가 연기할 때 보여준 이미지가 배역 이솔이와 너무 닮았다고요. 호호호”


송아라가 수줍게 말했다.


‘송아라에게서 저런 표정이 나올 수가 있구나.’


서라는 수줍어 하는 송아라의 표정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입 한쪽 꼬리를 묘하게 올리며 고개를 30도 정도 기울인, 웃지도 화내지도 않는 무표정한 얼굴을 매일같이 보아왔던 서라에게, 송아라의 저런 인간적이고 소박해 보이는 모습은 너무도 낯설었다.


그녀가 인터뷰 영상에 빠져 있는 동안 채팅창 알람이 불빛이 끊임없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채팅방에서는 이미 한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서라는 적당히 위로 올라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는지 빠르게 스캔하기 시작했다.


삐에로가 어젯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분명 집에 들어간 것까지는 기억이 나고, 그 뒤에 거짓말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눈을 떠 보니 침대 위였고 지각하기 직전이라 출근, 아침부터 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뭐 그런 이야기였다.


[세헤라자데] 삐에로님 괜찮으신거예요? 아무래도 병원에 한 번 가 보셔야 할 것 같은데...


[황금박쥐] 저도 만성 두통에 시달리고 있기는 한데. 그렇게 중간에 필름이 끊기는 경우는 좀 심각해 보이는데요?


[세헤라자데] 혹시 어제 술 많이 드셨어요?


[삐에로] 아니요. 어제 장례식장에 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 사서 마신 정도. 그렇게 만취하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었어요.


[세헤라자데] 그럼 더 무섭다. 보통 술을 많이 먹어서 필름이 끊기는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맥주 두 캔 밖에 안 드셨다면 술 때문은 아닌 거 같은데요. 그게 더 심상치 않잖아요. 그죠?


[황금박쥐] 저도 정밀검사 한 번 받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요새는 나이가 젊다고 그냥 방관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도 요새 한 번에 훅 가는 걸 많이 봐가지고.


[삐에로] 아무래도 병원에 한 번 가봐야 할까요?


[세헤라자데] 에이... 황금박쥐님 너무 겁주신다. 삐에로님!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시구요. 혹시 모르니까 하는 생각으로 검진 한 번 받아보세요.


지난번에도 잠 못 주무신 것도 옆방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서였다면서요. 그것도 어쩌면 귀에 이상이 있거나 해서 들리는 거 아니었을까요?


[황금박쥐] 환청은 귀에 이상이 아니라 뇌에 이상이 있는 거 아닌가요?


[삐에로] 아악! 뇌에 문제요?

[세헤라자데] 황금박쥐님 말씀 너무 직설적!!! 노노노!


[황금박쥐] 아니 뭐 저도 뇌에 이상이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환청이 들리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 한 번 알아보시라는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뇌에 뭐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 너무 정신병적으로 보는 것 같아요. 전 그런 뜻으로 말씀 드린건 아닌데... 삐에로님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삐에로] 아닙니다. 다 저를 걱정해주셔서 하는 말씀인 거 잘 알아요. 하하하


이 방은 생각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서라만 빼고 모두들 개인적인 이야기들, 그것도 친한 사람들에게도 털어 놓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제법 털어 놓았다.


지난 번 세헤라자데의 고시원 이야기도 그렇고, 삐에로의 이야기도 그렇고, 어떻게 다들 자신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잘도 이야기하는 거지?


‘나 빼고 모두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가?’


그러고 보니, 채팅방 제목도 특이했다. 지금까지는 대화창 내용에 신경쓰느라 방 제목을 신경 써 본 적이 없는데, 서라는 방 제목을 유심히 쳐다 보았다.



<죽음의 단면>



세헤라자데는 디자이너라고 했고, 황금박쥐는 작곡가, 삐에로는 회사원이라고 했었지. 그러면 편집자는? 그러고 보니, 편집자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은 본 기억이 없다.


서라는 삐에로에게 개인 채팅 문자를 보냈다.


[파티마] 지금은 좀 어떠세요?


[삐에로] 아, 지금은 아주 멀쩡해요. 회사에 오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말짱하네요. 하하하. 걱정해 주셔서 감사감사~


[파티마] 괜찮으시다니 다행이네요. 집도 별 문제없죠?


[삐에로] 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훌쩍 갔네요. 이제 곧 돌아 오시는거 죠? 언제 오세요?


[파티마] 아직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한 이틀이나 사흘 후? 일정 확인되면, 전날까진 알려드릴게요. 그때까지 편하게 지내세요.


[삐에로] 너무 신세를 많이 진 것 같네요.


[파티마] 신세는요 뭐. 어차피 비어 있는 방인데 누구라도 쓰면 좋죠. 그런데 저··· 궁금한 거 하나 질문해도 되요?


[삐에로] 네. 말씀하세요.


[파티마] 이 비밀 챗방에 가입한 지 오래되셨어요?


[삐에로] 아니요.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는데. 아마 파티마님 들어오시기 한 달쯤 전인가? 편집자님이 방 만든 분이고, 그 뒤에 제가 제일 먼저 들어왔고, 그리고 황금박쥐, 세헤라자데님 순서로 들어 왔을걸요?


[파티마] 그럼 방 만든 지 두 달도 안 됐다는 거네요?


[삐에로] 그런 셈이죠? 왜요?


[파티마] 아니, 뭐··· 그냥··· 저만 빼고는 다들 서로 잘 아시는 것 같아서 오래 알고 지내신 분들인가 했어요.


[삐에로] 아하하하. 아녜요. 다들 방에 들어온 지는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들 잘 풀어 놓으시더라구요.


[파티마] 그런데 편집자님은 뭐하는 분이세요? 저는 편집자님만 뭐 하시는 지 못 들은 거 같아서. 다들 서로 잘 아시는데, 이제와서 다시 물어보기도 좀 벌쭘하고···


[삐에로] 아··· 그게··· 편집자님은 뭔가 되게 특이한데 설명하기가 좀 어렵네요. 잠깐만요, 제가 대화 백업해 둔 게 있으니까 그거 보여드리는 게 낫겠다.


[파티마] 와! 그런 걸 다 백업을 하세요? 저는 싹 다 지워버리는 버릇이 있어서 남아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


[삐에로] 습관이예요. 회사에서도 업무 관련해서 요새는 채팅으로도 많이 하니까.

백업을 남겨 두지 않으면 나중에 꼭 딴 소리하거든요. 업무 메일로도 남아 있지 않은데, 채팅 같은 걸로 컨펌한 내용 기록도 없으면, 언젠가 꼭 뒤통수를 맞더라구요.

몇 번 당하다 보니까 습관적으로 백업하고 남겨두는 버릇이 있어요.

어디 보자··· 잠시만요···


삐에로가 잠시 예전 채팅을 뒤적이느라 조용한 사이, 서라는 채팅방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죽음의 단면> 으로 검색되는 내용들은 별로 없었다.


고작 나오는 내용이라곤,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 <사회의 단면> 같은 정도였다.


그녀는 외국에서 많이 쓰는 검색엔진 우글에서 검색했다.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다 그녀의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죽음의 단면> 그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전율을 느꼈다.

한국 문학에 탁형일이라는 존재가 있었구나.

그래서 나는 그의 죽음에 더 큰 충격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문단이 그를 잃었다는 크나큰 상실감···.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그러나 제목을 눌렀을 때 그녀는 곧 실망하고 말았다. 삭제된 내용의 글입니다 라고 떴다.


삐에로의 채팅창이 깜박였다.


[삐에로] 여기 있네요.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세상 만사가 귀찮은데, 하필 왜 나야? 21.06.12 16 0 8쪽
42 세계가 분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뭐? 21.06.11 17 1 8쪽
41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21.06.10 20 1 9쪽
40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21.06.09 22 1 9쪽
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9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1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2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3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1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1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4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9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8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8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8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9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