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18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6.08 08:00
조회
18
추천
1
글자
8쪽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연옥은 그가 민서연이라는 이름을 불렀을 때, 전신에 소름이 훅 끼쳤다.


“방금 서연이라고 말했어요?”


그녀가 기태를 보았지만, 기태는 홀린듯 사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서연 아빠, 제발 나가지 마요!”


연옥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문이 둔탁하게 닫혔다. 차 안에 연옥 혼자 남았다.

기태가 사내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먼 발치에 두 명의 남자가 더 있었다.


“서연 아빠!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나만 혼자 두고 가면 어떡해!

이럴 때가 아니야. 경찰! 경찰에 전화해야 해. ”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기태와 남자들을 쫓고 있었다.

그가 연옥의 시선에서 더 멀어지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 그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연옥은 더 참지 못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서연 아빠!”


연옥의 몸이 덜덜 떨렸다.

벌렁거리는 심장이, 차가운 손, 몸에 감각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한 손에 꽉 쥔 채,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차가 세워진 곳에서 이미 그들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도로는 한산했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길 모퉁이에 다가서자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쿵쿵쿵쿵-


심장 박동 소리가 더 커졌다.

손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모퉁이를 돌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졌지?’


훅-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들이 보이지 않자, 그녀의 걸음은 빨라졌다.

길을 따라 미친 듯이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산길로 난 작은 오솔길이 보였다.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쭉 도로를 따라 걸어갈지, 산길로 올라가야 할지 방향을 정해야했다.

그녀가 차에서 나온 시간과 그들이 앞질러 간 시간을 생각하면 산길로 가는게 맞았다.

일자로 쭉 뻗은 길로 갔다면 그들이 안 보일 리가 없었다.

산 속으로 난 오솔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았다.

불빛이 없는 산 속은 어둡고 습했다.

바람소리가 웅웅거리며 연옥의 귀를 때렸다.


‘대체 이 길이 맞는 걸까?’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홀린 듯 발걸음을 내딛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왼쪽에 작은 동굴 입구가 보였다.

그곳에서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연옥은 불빛이 새 나오는 곳으로 걸었다.

가까이 가니, 사람이 인위적으로 파 놓은 굴이었다.

무당이 당집으로 쓰던 공간처럼 보이기도 했다.


굴 안에서 빛이 일렁였다.

연옥은 숨을 죽인채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생각보다 널찍했다.

동굴 주위에 촛불이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세 명의 남자와 기태의 그림자가 벽 뒤로 일렁이고 있었다.


기태가 보였다.

그리고 기태 옆에 세 남자가 빙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가 상상했던 것처럼 폭행을 당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쿵쾅거리던 가슴도 조금 진정이 되었다.

남자들은 기태를 둘러싸고 있을 뿐,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거나 그를 해하려는 기척은 없어보였다.


연옥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서연 아빠!”

기태가 연옥을 쳐다보았다.

남자들은 마치 연옥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뛰어 기태의 손을 잡았다.

다시는 놓지 말아야겠다는 듯 꽉 쥐었다.

그의 눈빛은 초점이 없었다. 무언가에 홀린 사람 같았다.


“서연아바! 서연아빠! 괜찮아?”

“어! 괜-찮-아.”


그의 목소리는 어눌했고 느렸다. 일반 녹음된 소리를 두배로 늘려 놓은 것 같이 늘어지는 소리였다.


“당신들 대체 뭐예요? 왜 사람을 이런데로 끌고 오는 거예요?”


남자들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불빛 아래에서 처음으로 남자들을 제대로 보았다.


한 올의 머리카락도 용납하지 않을 것처럼 반들반들 깨끗하게 면도한 머리.

사방에 흰자가 보이는 섬뜩한 눈.

검정 양복에 검정색 터틀넥 티셔츠를 입은 세 명의 남자.

세 쌍둥이처럼 똑같은 모습이었다.


연옥은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조금전까지 당당하게 나오던 목소리가 목구멍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첫 번재 사내가 말했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두 번째 사내가 말했다.


“운명의 바퀴가 돌고 있다”


세 번째 사내가 말했다.


“선택의 순간이 남았을 뿐”


그녀는 대체 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태는 왜 이렇게 가만히 이 사람들의 말을 얌전히 듣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어?”


그녀가 기태의 손을 꽉 쥐면서 말했다.

기태가 말했다.


“저기를 봐!”


기태가 오른 손을 들어 사내들 뒤의 거울을 가리켰다.

연옥이 너무 긴장해서 기태와 사내들의 모습에만 신경을 써서 그들 뒤에 있는 거울은 보이지 않았다.

기태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그제서야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거울 안에 기태와 연옥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거울 속의 기태와 연옥은 옷차림이 달랐다.

심지어 지금 하고 있는 헤어스타일과도 달랐다.

그들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집인 것 같았다.

그러나 연옥의 서울 아파트가 아니었다.

커다란 고급 주택이었다.

거실에 화려한 가죽 소파가 있었고 연옥과 기태가 보였다.

거울 속 연옥은 귀부인 같았다. 목이 동그랗게 파진 트위드 재킷과 치마를 입고 깔끔한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몸짓에는 기품이 있어 보였다.

기태도 멋진 양복을 입고 있었다. 단정하게 다듬은 머리에 포마드 기름을 바르고 젊은 사내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비서처럼 젊은 남자가 깍듯히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하더니 사라졌다.

서연과 서라가 계단에서 내려왔다.

두 딸은 마치 공주님처럼 예뻤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서연과 서라는 소파에 앉아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재벌집 딸들처럼 보였다.


“서연아빠! 대체 저게 뭐예요? 저건 대체 뭐냐구요? 왜 우리 식구들이 저기 보이는 거죠? 저건 우리가 사는 집이 아니잖아요. 서연이 서라, 나, 당신 저건 우리 모습이 아니예요.”


그녀는 기태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그는 홀린 듯 거울 속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요. 저건 속임수예요. 진짜가 아니라구요.”


첫 번째 사내가 말했다.


“속임수가 아니다. 저건 당신들의 모습이야.”


두 번째 사내가 말했다.


“다른 차원의 모습일 뿐이지.”


세 번째 사내가 말했다.


“당신들은 무한한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다.”


연옥은 대체 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게, 저게 어째서 우리의 모습이라는 거죠? 우린 저렇게 부자가 아니예요. 저건 말도 안된다구요.”


첫 번째 사내가 말했다.


“당신들은 선택할 수 있다. 다른 경우의 세계로. 다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는 없어.”


“여보! 말 좀 해봐요. 정신 차리라구요!”


기태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난 저곳으로 가고 싶어. 이곳은 너무 지긋지긋해.”

“여보오~!”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세상 만사가 귀찮은데, 하필 왜 나야? 21.06.12 16 0 8쪽
42 세계가 분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뭐? 21.06.11 17 1 8쪽
41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21.06.10 20 1 9쪽
40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21.06.09 22 1 9쪽
»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9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1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2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2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28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1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1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3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9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8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8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8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9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