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두수씨네 다락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김이라
작품등록일 :
2021.05.12 2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808
추천수 :
48
글자수 :
211,636

작성
21.05.28 08:00
조회
40
추천
1
글자
12쪽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매일 매일 똑같은 세상 어차피 지긋지긋했잖아? 실수로 그만 이 세계의 멸망 버튼이 눌러졌다




DUMMY

그녀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던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가늘어졌다.


“살려주세요!”


은우는 몸이 굳어진 채 생각해내려 애썼다.


평소와 같이 조용히 들어왔다. 거실은 조용했다.

이제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익숙해졌다. 신발장에 신발도 얌전히 잘 넣었다. 혹여나 하우스 메이트가 잠에서 깰 수도 있으니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파티마의 방으로 걸어갔다.


거실의 센서등이 곧 꺼졌다.


그는 방문 비밀 번호를 조심스럽게 꾹-꾹- 눌렀다.


띠리리릭~


방문이 열리자 그는 안도했다. 마지막 날까지 무사히 잘 들어왔다고 생각한 순간, 문이 열렸다. 그리고 누군가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너무 놀라 펄쩍 뛰었다.



불이 켜졌다. 갑작스러운 불빛에 눈이 부셨다. 은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으아아악!”


“으헉!”


하우스 메이트였다. 그녀가 그를 보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은우도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계속 비명을 질러댔다. 패닉에 빠진 것 같았다. 그녀가 잡고 있던 그의 팔을 놓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가려했다.


‘이대로 가면 안돼! 경찰에 신고할지도 몰라!’


순간 은우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자신도 모르게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파리한 손목이 느껴졌다.

손목을 잡힌 그녀는 더욱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그의 팔을 뿌리치기 위해 그녀는 발작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녀의 비명 소리에 옆집, 윗집에서 달려 올 것만 같았다. 은우는 그녀를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소리지르지 못하게 입을 막아야 해!’


그는 그녀를 제압해야했다. 손으로 그녀의 몸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녀의 몸이 가슴팍에 닿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입을 틀어 막았다.


‘제발! 소리지르지 마! 제발!’


필사적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가 그의 몸에서 빠져나가려고 전신으로 몸을 비틀어댔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그녀의 몸이 부들거렸다. 종잇장처럼 힘이 없었다. 그녀는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곧 파들파들 떨더니 은우 쪽으로 힘없이 스러졌다.


은우는 그녀를 바닥에 주저앉혔다.


그녀의 얼굴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은우의 가슴에 그녀의 등이 느껴졌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뒤돌아 보면 죽임을 당하기라도 할 것처럼.

더 이상 그녀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은우의 손도 힘이 빠졌다.그는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그녀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살려주세요.”


그녀는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삐이이이~ 삐이이이~ 징징징~ 지이잉~


은우의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머릿속에서 고주파 소음 같은게 울려 퍼졌다. 곧이어 북이 울리는 것 같은 울림이 강력하게 밀어닥쳤다.


‘머리가, 머리가, 갑자기, 왜 이러지?’


그는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신호음에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정신을 차리리 수가 없다.


최대한 집중하려고 애썼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예요. 이 방 주인분이 열 흘 정도 집을 비운다고, 방을 써도 된다고 허락하셔서 잠깐 들어와 있었어요.”


삐이이이~ 삐이이이~ 징징징~ 지이잉~


‘아아아아! 머리가 아파!’


머릿속 울림이 점점 더 커져갔다. 그는 빙글 빙글 돌기 시작하는 시야를 꽉 붙들기 위해 이를 꽉 물었다.


“내일 나갈겁니다. 방 주인 분도 돌아온다고 하셨거든요. 제발, 소리지르지 마시고, 진정하세요.”


그녀가 듣고 있는지, 듣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원하신다면 제 핸드폰에 같이 대화 나눈 내용들을 다 보여드릴 수 있...”


갑자기 현기증이 밀려왔다. 그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



서연은 남자의 손이 그녀를 당기는 순간, 이제 죽는구나 했다. 뒤에서 끌어당긴 손은 강력했다. 그녀의 힘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다른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을 때, 머릿속에서 수많은 영상이 지나갔다.


‘내 목을 조를까?’


공포에 질려 더이상 목에서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두근두근- 그녀의 가슴에서 심장이 터져 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쩌면 칼 같은 것으로 찌를 수도 있다.


‘언제, 어디를 찌를까?’


원치 않는 상상력이 그녀를 괴롭혔다. 공포는 배가 되었다. 몸이 쉴새없이 부들부들 떨렸다.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의 힘이 풀렸다. 두려움은 그녀의 몸에서 모든 힘을 빼앗아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소리지를 수 없었다.


“살려주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흘러나왔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예요. 이 방 주인분이 열 흘 정도 집을 비운다고, 방을 써도 된다고 허락하셔서 잠깐 들어와 있었어요.”


그가 말했다. 생각보다 정중한 목소리였다.


‘날 안심시키려고 거짓말하는 걸까,’


‘잠깐 방심한 틈을 타 죽이려는 거야?’


그녀의 머릿속이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고, 천천히 말하고 있었다.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서연의 긴장감도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뒤에서 그녀를 붙잡고 있던 팔의 힘도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내일 나갈겁니다. 방 주인 분도 돌아온다고 하셨거든요. 제발, 소리지르지 마시고, 진정하세요.”


그가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오해라고? 서라가 방을 내줬다고?’


몸의 떨림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터질 것 같던 심장 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긴장으로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몸에 다시 피가 돌기 시작했다. 갑자기 막혔던 혈관들이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현기증이 났다. 순식간에 긴장이 풀렸다.


“원하신다면 제 핸드폰에 같이 대화 나눈 내용들을 다 보여드릴 수 있...”


서연은 그의 말이 끝나자, 팔의 힘이 완전히 풀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몸이 서연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녀는 몸도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과 함께 그녀의 몸이 바닥으로 천천히 쓰러졌다.


*


아침부터 사장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부부 싸움이라도 했는지 출근길부터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하던 사장은, 직원들 앞에서 양전무에게 호통치고 있었다.


“잘 한다. 지금 회사 돌아가는 꼴이 이게 뭐야?

양전무! 내가 지금 이런 꼴 보자고 회사 운영하는 거야? 이래서 내가 어디 믿고 맡길 수 있겠어?”


사장 앞에서 양전무는 쩔쩔매며 땀을 닦고 있었다.


“작년 하반기 구매자료 갖고 내 방으로 와!”


사무실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사장이 한바탕하고 소리지르고 지나가면, 곧 양전부의 히스테리가 아래로 전달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양전무가 드잡이를 하기 시작했다.


“어이! 김과장! 지대리는 왜 아직 출근 안 하는 거야? 지금 부서장 자리가 공석이니까 제멋대로 한다는 거야 뭐야?

간부들 회의하는데, 떡 책상에다 자료만 얹어 놓고 가면 다야?

김과장! 대체 밑의 직원들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야? 어?”


“지대리는 어제 몸이 좀 안 좋아서 일찍 들어갔습니다. 제가 전화해 보겠습니다.”


최대리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평소 최대리라면 끔벅죽는 양전무가 혀를 끌끌 찼다.


“어제 박부장 찾는 사채업자들이 있었다며?”


“그게···”


김과장이 말끝을 흐렸다. 그도 오전에 전해 들은 내용이라 자세한 건 모른다. 그가 양전무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중간 관리자들이 알아서 잘 해야지, 이런 거 하나하나 내가 다 지시해야겠어?

얼른 박부장 자리 치워요. 장례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책상이 저대로야.

그러니까 사채업자나 들락거리지. 쯧쯧. 당장 치우고, 아래 관리인한테 이야기해서 외부인 출입단속 잘 시켜요!”

“네. 알겠습니다.”


김과장이 몇 번이고 고개를 조아렸다.


*


은우는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가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고 그는 아직 서라의 방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내가 왜 여기에···’


어젯밤 기억이 사라졌다. 정말 뇌에 문제가 있는 걸까, 그는 겁이 덜컥 났다. 잘 생각해보자. 침착해야 된다. 그는 눈을 감고 어젯밤 일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그래! 방에 들어왔는데, 그녀가 나를 붙잡고 소리를 질렀지. 내가 진정시키려고 몸을 꽉 붙잡고 입을 막았는데.’


그는 어젯밤 하우스 메이트에게 자신이 했던 말들을 생각해냈다.


‘잘하고 있어. 기억이 난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 방 주인이 허락해서 잠시 들어와 있었노라고 그녀에게 설명을 했다. 틀림없이.


‘그리고···’


그 뒤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이 방으로 오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지끈지끈한 머리를 누르며, 더이상 기억나지 않는 그의 머리를 흔들었다.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일어났어요?”


은우는 놀라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어젯밤 그녀였다.


“어떻게···”


그는 잠겨 있는 방을 어떻게 들어왔을까 문쪽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그녀는 고갯짓을 했다.


“저기”


문에는 두꺼운 책으로 닫히지 않게 틈을 벌려 놓았다.


“아!”


그제서야 은우는 그녀가 방에 자유롭게 들어온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제가 왜 여기에?”


“기억 안나요?”


“네. 전혀”

그녀가 황당하다는 듯 은우를 쳐다보았다.

어제 그 소동이 벌어졌는데, 당사자는 기억이 안 난다니, 어이가 없었다.


“어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잖아요. 덕분에 저도 같이 넘어졌지만. 못 일어나시길래, 제가 침대로 옮겼어요. 옮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아··· 그랬군요.”


그제서야 침대 위의 상황이 이해가 갔다.


“죄··· 죄송합니다.”


“어디 아파요?”


“그런건 아닌데, 요새 가끔 머리가 아파서. 지금은 괜찮습니다.”


어쨌든 그녀의 오해는 다 풀렸나보다. 은우는 생각했다. 마치 그의 생각을 읽기나 한 듯 그녀가 물었다.


“경찰서에 신고할까 하다가 말았어요. 일단 해꼬지 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아서. 쓰러지고 나서는 종잇장 들 힘도 없어 보이기도 했고.

그렇다고 제가 다 믿는 건 아니예요. 어제 서라랑 주고받은 메세지 내용 다 보내주신다고 하니까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니까.”


“죽 하나 데워드려요? 빨리 정신을 차려야 제 궁금증 풀어줄 거 아녜요.’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서연이 사라지자 그는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맙소사. 오후 2시. 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가 15통이 와 있었다. 모두 최대리의 부재중 전화였다.



[단순 지각? 왜 소식 없음?]


[어떻게 된거야, 빨리 연락 바람]


[어디 아파? 걱정되니 살아 있다는 소식이라도 전해라]



그래도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최대리가 제일 먼저 알아차릴 것 같다. 그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들을 보며 은우는 피식 웃었다.



[어젯밤 기절 후, 이제 일어남. 컨디션 회복중. 오늘 병가 처리 부탁]



“여기요.”


그녀가 쟁반을 내밀었다. 인스턴트 죽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그녀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방안에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그녀의 시선에 죽을 넘기기 어려웠다.


“나가 있을게요. 편할 때 나오세요.”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꾹 참은 채 사라졌다. 하지만 두꺼운 책은 그대로 방문 사이에 끼워 놓고 나갔다.

은우는 천천히 죽을 떠 넣었다. 두통은 거짓말처러머 사라졌다.



[오케이! 살아만 있어다오!]



최대리한테 문자가 왔다.


‘아! 오후에 카페에 가기로 했었지.’


남아 있는 죽 한 수저를 뜨며 그가 생각했다.




새로운 세계의 판을 짜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진리의 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은우, 서라, 서연, 우형’ 네 사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실수로 그만 멸망 버튼을 눌러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세상 만사가 귀찮은데, 하필 왜 나야? 21.06.12 16 0 8쪽
42 세계가 분열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뭐? 21.06.11 17 1 8쪽
41 새로운 세계에 필요한 그것 21.06.10 19 1 9쪽
40 다른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 21.06.09 22 1 9쪽
39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다 21.06.08 18 1 8쪽
38 또 다른 죽음, 그들의 발자취 21.06.07 23 1 10쪽
37 그들이 나타났다 21.06.06 20 1 9쪽
36 욕망의 세계를 돈으로 관리한다 21.06.05 22 1 8쪽
35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가면의 세계 21.06.04 19 1 11쪽
34 대체 넌 누구냐? 21.06.03 21 1 9쪽
33 흔적을 찾아서 21.06.02 22 1 7쪽
32 죽임을 당하고 있다 21.06.01 22 1 10쪽
31 송아라 실종 미스테리 21.05.31 28 1 12쪽
30 풀지 못한 숙제 21.05.30 28 1 12쪽
29 네 사람이다 21.05.29 34 1 11쪽
»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21.05.28 41 1 12쪽
27 어둠 속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21.05.27 30 1 12쪽
26 사백안의 사내들 21.05.26 34 1 12쪽
25 빈소를 찾아 온 남자 21.05.25 32 1 12쪽
24 나를 왕따시킨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21.05.24 33 1 12쪽
23 죽고 싶지 않아! 21.05.23 38 1 12쪽
22 그 문을 열지 마라 21.05.22 37 1 12쪽
21 그가 죽음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21.05.21 37 1 12쪽
20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21.05.20 35 1 11쪽
19 장례식도 지난 망자로부터 온 이메일 21.05.19 37 1 12쪽
18 회사에 목매지 마라, 너 없어도 잘 굴러간다 21.05.19 35 1 12쪽
17 제발 좀 만만하게 보지 말아줄래? 21.05.18 37 1 12쪽
16 깨달은 자의 미소 21.05.18 37 1 12쪽
15 우울한 요양원에서의 기묘한 죽음 21.05.17 39 1 12쪽
14 이상하고도 수상한 동거가 시작되다 21.05.17 3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