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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75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19.11.29 07:00
조회
712
추천
30
글자
7쪽

7화 - 키 작은 용병은 까치발을 든다

DUMMY

날이 채 밝기도 전, 테이트 경감은 출근을 위해 일찍 눈을 떠서 주섬주섬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카키의 여관은 루브린 마을에서도 외곽에 있었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경찰서와는 거리가 꽤 되는 편이었다.


루브린은 규모가 큰 도시지만, 아직 수도처럼 '전차'가 다니지는 않는데다가 테이트 경감도 마차를 부를 정도로 봉급이 많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늦지 않게 출근을 하기 위해서는 새벽녘에 일어나야 했다.


꽤나 이른 시간이었지만, 새벽에 체크 아웃하는 일이 많은 군인이나 모험가들이 묵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카키는 테이트 경감이 내려오기 전부터 카운터에 나와있었다.


덕분에 카운터에 숙박비와 열쇠를 올려두고 가려고 했던 테이트 경감은 갑자기 인사하는 카키 때문에 조금 놀랐지만, 뭔가 알아내는 것이 있다면 알려주겠다는 말을 건넨 뒤 여관을 떠났다.


'저번에도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다시 볼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군.'


어젯밤 카키 나름대로 추측해본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일반 경찰인 테이트 경감이 감당하기엔 사건의 스케일이 너무 컸다. 조만간 수사권은 특수 경찰들에게 넘어갈 것이고, 담당사건이 아닌 곳에 시간을 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물론 테이트 경감이 사라진 동료를 찾기 위해서 용사일행 사건을 계속 조사할 수도 있겠지만, 카키는 무언가 알아내는 것과는 별개로 테이트 경감이 이 곳을 다시 찾을 일은 아마도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두 번 일어나기 쉬운 법이니 내 예상이 또 빗나갈지도 모르지만,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가 실종되는 일도 두 번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카키는 체크아웃하는 테이트 경감에게 조심하시라는 말을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카운터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아침 청소를 해야겠단 생각에 여관의 문을 열고 거리로 나왔다.


'하긴 나도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군.'


브론드가 편지에 메시지를 남긴 이상, 지금까지처럼 평온하게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친구들의 죽음에 숨겨진 것이 무엇인지 밝혀내겠다는 사명감도 있었지만, 브론드를 감시하던 자들이 브론드가 보낸 편지의 행방을 쫓는다면 싫어도 말려들 수 밖에 없으리라.


"으아~"


일부러 소리를 내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지개를 펴자 온몸에서 나오는 비명이 입을 타고 새어나왔다. 카키는 으차자잣 하는 이상한 기합을 하며 몸을 바로하고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우선 레드럼 씨에게 부탁을 해봐야하나...'


"아침 체조인가?"


"아! 그리니언씨. 오랜만이네요."


카키에게 인사를 해온 사내는 허스키한 목소리와는 달리 카키의 어깨어림에도 못미치는 작은 키에 조금 앳되어보이는 얼굴이었다.


"오랜만이야. 빈방 있나?"


"그럼요. 그리니언씨처럼 장기 투숙하시는 분은 많이 없으니까요. 오전에는 넉넉합니다."


그리니언은 카키의 여관에 자주 오는 단골 손님으로, 군부대에 고용된 자유 용병이다. 본인 말로는 이미 30대 중반이라고 하는데, 1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외모와 달리 일처리가 깔끔하고 뒷말이 나오는 법이 없어 서쪽 평원 작전에 자주 투입되고 있었다.


그리니언이 처음 카키의 여관에 숙박하러 온 것은 1년 전. 개업한지 얼마 안된 여관에 온몸이 피투성이인 그리니언이 들어왔을 때, 카키는 마을의 의사를 수배하려고 했지만 정작 본인에겐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그럼 방 하나 부탁할게. 이번엔 한 일주일 정도 머물 생각이야."


"이번에도 토벌의뢰인가요?"


"뭐, 평소랑은 조금 다른데 기본적으론 비슷하지. 관문 근처에 묘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해서 말이야. 마족인지 아닌지 정찰임무야. 마족일 경우엔 토벌해야하니 거기서 거기인 느낌이지만."


"음...정찰단계에서 그리니언 씨가 동원되는걸 보면 뭔가 뒤숭숭한가보네요?"


그리니언은 자유 용병 등급 A의 전투용병이기 때문에 자작 이상의 마족 토벌임무에만 동원되는 소위 고급 인력이었다. 단순 정찰임무에 A급 전투용병이 투입되는 것은 카키가 생각하기에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뭐, 시기가 시기니까. 용사일행이 살해당한 시점이니 평상시보다 경계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거지"


"...그렇군요."


그리니언의 말에 카키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리니언은 까치발을 들어 그런 카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런 우울한 표정 지을거 없어. 어차피 내가 온 이상 루브린에 마족들이 들어올 일은 없을테니까."


"저기...그리니언씨?"


"응?"


그리니언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부르는 카키를 의아한듯 쳐다봤다.


"혹시 이번에 그리니언 씨에게 의뢰한 게 누구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모양인데, 아쉽지만 의뢰인을 밝히는 건 안 돼. 주인장한테는 신세를 졌지만, 용병도 신용장사니까 말이지."


만약 다른 이가 물어왔다면 그리니언은 상대를 한 방에 넘어뜨리고 얕보지마라 임마! 라며 소리를 쳤을테지만, 평소 예의바른 카키가 이런 질문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키는 단호하게 거부하는 그리니언을 보며 잠시 고민했지만, 뭔가 생각이 난듯 아까보다 한층 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겠죠? 음...그럼 혹시 이번에 의뢰하신 분이 평소에도 의뢰하는 분과 같은 사람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전에 없이 진지한 태도로 물어오는 카키를 보며 어떻게 할지 잠시 생각하던 그리니언은 다시 까치발을 들어 카키에게 꿀밤을 먹이려 했지만, 키가 닿지 않아 실패하고 애꿏은 어깨만 한 번 더 툭 치며 말했다.


"그렇게 인상쓰다가 주름 생긴다. 음... 그렇네. 이번 의뢰인은 평소에 받던 곳과는 다른 곳이었어. 꺼림직하긴 해도 정찰임무인데다 보수가 좀 센 편이라 받아들였지. 대답이 됐을까?"


"네..감사합니다. 그.. 그리니언 씨."


"걱정하지 않아도 이번에 빨갱이 그녀석한테 의뢰해서 좋은 걸 챙겨왔으니, 체크아웃은 제때할 거야."


카키는 자신의 말을 끊으며 선언하듯 말하는 그리니언 때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안심이네요."


"그래. 이따 저녁에 체크인 하러갈테니까 이왕이면 조용한 방으로 예약해줘. 저번에 205호 쓰다가 잠을 한숨도 못잤다."


"하하. 알겠습니다."


카키는 멀어지는 그리니언을 바라보다 다시 아침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에 받던 곳과는 다른 '곳'이라... 아무래도 개인이라기보단 단체인 모양이군.'


카키는 친구들의 죽음과 서쪽평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이변에 모종의 관계가 있지는 않을지 생각했다. 친구들의 죽음에 제국이나 마왕이 관련되어 있다면, 서쪽 평원의 일들에 대해서도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우선 여관 정리부터 빠르게 하자. 그리니언 씨가 레드럼 씨를 만났다고 했으니 조만간 레드럼 씨도 오실테니까.'


작가의말

쓰다보니 끊는 곳이 애매해져서 일단 이정도만 올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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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 그녀는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 20.05.11 68 1 6쪽
87 87화 - 서장은 부하에게 취조당한다 +1 20.05.06 47 1 7쪽
86 86화 - 용병은 신속하게 과자를 먹는다 20.05.01 45 1 6쪽
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6 1 5쪽
84 84화 - 시종은 영웅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4.21 50 1 6쪽
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3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60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4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2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77 77화 - 경찰은 수사자료를 넘긴다 20.04.08 52 2 5쪽
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8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69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0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3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2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5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0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7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4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8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0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1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4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5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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