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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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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49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19.12.04 09:56
조회
652
추천
24
글자
6쪽

8화 - 공학에는 색이 없다

DUMMY

붉은 공학자.

레드럼은 자신을 가리키는 칭호에 불만이 많았다.


비록 자신의 머리카락이 타는듯한 붉은 색이고, 연구 때문에 항상 충혈되어 있는 눈빛이 붉은 짐승을 연상시킨다라고 두려움을 사고 있다지만 공학에는 색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마왕 토벌 이후 2년. 그 짧은 시간에 학문이라고 불릴 만큼의 성과를 이뤄낸 공학에는 어떠한 편견도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매개를 후원해주는 귀족의 파티에서 자신을 붉은 공학자라고 부르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대다수의 멍청한 사람들은 '허허 겸손하기까지 하시다니!' 라며 그를 더욱 치켜세울 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레드럼은 황제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기사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형용사 하나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멍청이! 하다못해 붉은 머리 공학자라고 부르란 말이야!"


이런 괴팍한 성격 탓에 레드럼은 어느 기관에도 속해있지 않지만, 35살의 나이에 공학의 정점이라고 불리고 있는 그가 만든 공학품들은 제국은 물론 마족들에게도 유통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자신을 멍청이라고 부른 레드럼에게 해코지를 하고 싶었던 기사는 레드럼이 마족에게 공학품을 유통했다는 혐의를 씌웠다. 레드럼은 구속되었을 때, 재판을 진행하는 귀족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만약 처형을 당하게 되면 교수대에 '빨간머리 공학자'라고 적어줘! 죽는 사람 소원 하나정돈 들어줘도 괜찮잖아!"


다행히 레드럼이 마족들에게 직접 공학품을 판 적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멍청이 소리를 들었던 기사는 '후후... 역시 붉은 공학자 내 계략을 무찌르다니!'라는 유언을 남기고 처형당해 레드럼이 길길이 날뛰게 됐다.


그러나 화가 잔뜩 난 레드럼과는 별개로 레드럼의 공학품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본디 마족은 마법을 숭상하고 과학을 배척했기 때문에 공학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자연의 마나를 활용한다는 것은 마법과 유사했지만, 일련의 현상들을 일으키는 데는 과학의 이론이 뒷받침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족들은 어째서인지 레드럼이 만든 공학품에 대해서는 꽤나 우호적이었다. 정확한 이유가 밝혀진 것은 아니었지만, 마족들의 사회에서 그의 공학품이 꽤 값비싼 물건으로 취급받았고 고위 마족들 사이에선 유행이 되고 있었다.


매개를 싼 값에 지원하는 조건으로 레드럼과 계약을 맺은 상회에서는 '마족도 몰래 사가는 붉은 공학자의 공학품'이라는 자극적인 슬로건을 걸었다. 덕분에 레드럼의 작품들이 '레드럼 컬랙션-붉은 공학품' 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게 되었다.


얼마 후 레드럼의 반발 때문에 상회는 그의 공학품에 대해 '마왕도 무덤에서 쓴다는 빨간 머리 공학자의 공학품'이라는 보다 자극적인 슬로건을 걸게 됐지만, 입에 달라 붙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다.


이에 크게 좌절한 레드럼은 더 이상 상회와 거래하지 않고, 공학자 겸 행상인으로 신출귀몰하게 활동하게 되었다. 물론 그를 만나 '붉은 공학자님을 만나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라는 이야기를 꺼낸 용병들이나 상인들에겐 절대로 공학품을 팔지 않았다.


덕분에 그의 공학품들은 품귀현상이 더 심해졌고, 만나는 사람마다 신경을 건드리는 탓에 레드럼의 짜증도 늘어만 갔다.


그렇게 항상 신경이 날카로운 그가 유일하게 마음의 안정을 얻는 곳이 바로 루브린 외곽의 한 여관이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청년은 레드럼이 체크인할 때 쓴 이름을 보고 '혹시 붉은 머리의 공학자님이십니까?'라는 말을 건넬 정도로 상식이 있었다.


"그리니언 그 녀석만 아니었어도 오전 중에 도착했을 텐데! 하여간 도움이 안되는 녀석! 최근엔 이래저래 운이 안좋다니까! 이상한 놈들이 왜 이리 많이 꼬여드는 건지!"


레드럼은 투덜거리며 여관안으로 들어갔고, 여관 주인은 기다렸다는 듯 그를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레드럼 씨."


"그래. 방은 남아 있나?"


"네. 자주 쓰시던 204호가 비어있는데 여기로 잡아드릴까요?"


"음. 그렇게 하지."


레드럼은 싹싹한 여관 주인이 마음에 들어 루브린으로 올 때면 항상 이 여관에 머물렀다. 공학자에 대한 형용사를 올바르게 사용했을 뿐 아니라 여관의 청결이나 분위기, 접객방식 등 여러 곳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기특해 여관 주인에게 몇 가지 선물을 하기도 했다.


"여기 방 열쇠와 호출기입니다."


"그래. 고맙네. 그건 그렇고 호출기는 쓸만하던가?"


호출기는 레드럼이 얼마 전 이 여관에서 묵었을 때 만들어서 선물한 것으로, 방에 있는 손님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카운터를 호출하는 공학품이었다.


시제품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오늘 레드럼이 루브린에 온 이유 중 하나였다.


"네. 덕분에 많이 편해졌습니다. 다만..."


"다만?"


레드럼은 여관 주인이 말을 흐리자 몸을 기울여 여관 주인을 쳐다봤다.


"사용하시는 분의 마나량이 많으면 아무래도 회로가 끊기는 모양입니다. 모험가 한 분이 쓰시던 호출기의 회로가 망가진 것인지 더 이상 작동을 안합니다."


"흠... 어지간한 마나량에는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뒀는데. 그 호출기 버리진 않았겠지?"


"네. 여기 보관해뒀습니다."


여관 주인은 공손하게 호출기를 내밀었다. 레드럼은 가만히 호출기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레드럼의 주위에 마나의 흐름이 증폭되고, 잠시 후 레드럼은 눈을 뜨고 말했다.


"내부에 있는 매개가 마나량을 견디지 못하고 타버렸군. 그 모험가라는 놈.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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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69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59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2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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