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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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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201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20.04.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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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DUMMY

테이트 씨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루브린 서의 숙직실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숙직실에서 한숨 자고 가자는 테이트 씨의 말에 조금 어수선하고 뭔가 찌든 모양새를 생각했던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숙박업을 하고 있는 내 방에 비해서도 깔끔했기 때문에 나는 적잖이 반성했다. 확실히 객실관리하는 것에 절반만이라도 신경을 쓴다면 지금보다 깔끔하겠지.


"나는 잠시 가볼 곳이 있으니 먼저 자도록. 열심히 일하는 경관들이 없어서 아무도 쓰지 않는 곳이니 마음 편하게 있어도 좋아."


테이트 씨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숙직실의 문을 닫고 나갔다.

구석에 있는 서랍에서 이불과 베개를 꺼낸 나는 잠자리를 펴고 누웠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을 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좋다고 들었지만,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그다지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선 촌장님. 하쉬 씨의 말에 따르면 온건파의 수장. 마공작 이오스의 저주를 받았을 확률이 높다. 촌장님이 나에게 해를 가하려고 했다는 것이나 잔인하게 돌아가신 것에 대한 충격도 잠시. 내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 찼다.


언제부터?


외부와 꽤나 단절되어있는 서튼 마을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오늘 만났던 촌장님이 '진짜'일 경우, 며칠 전에 출발했다는 촌장님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그럼 어제 내 전화를 받은 촌장님은 가짜인 걸까? 아니면 레드럼 씨의 말처럼 어떤 수를 써서 마을이 아닌 곳에서 전화를 받았던 걸까?


우선 오늘 나를 찾아온 촌장님은 가짜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나에 대해, 그리고 촌장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통화를 했던 촌장님의 경우에도 조금 위화감이 있긴 했지만 가짜라고 단언하기엔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마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촌장님이 한 번에 두 명 존재했을 가능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공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는 촌장님이 어떤 식으로 이동 중에 전화를 받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니 이 부분은 잠시 접어두고 다른 쪽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나와 통화할 때 촌장님이 했던 말들. 거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두 가지였다.


먼저 촌장님이 나를 찾아오게끔 도와줬다는 아주머니들. 내 기억이 편향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들이 촌장님에게 그렇게 싹싹하게 굴 위인들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이 말 자체가 거짓일 수도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다음 의문과도 이어진다.


두 번째는 코발트가 그놈의 행방을 물었다는 이야기. 확실히 듣자마자 너무나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랬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였던 이야기다. 저번에도 잠시 생각했던 것이지만 만약 그 이야기가 거짓이라면 대체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때는 내게 그 이야기를 전하려 했던 사람이 촌장님인지 혹은 다른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중에 그만뒀지만 만약 마공작 이오스가 내게 그 사실을 일부러 들려주려 했던 거라면 거기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첫 번째 의문인 아주머니들의 이야기와도 이어진다. 이야기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서 그녀들을 언급했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사전조사가 미흡하다.


나와 그녀들. 아니 평소 그녀들의 행실에 대해 알고 있다면 절대 하지 않을 이야기다. 목적을 위해 마을 주민들을 몰살시키고 촌장을 루브린 시까지 보낸 것치곤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허술하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이야기했다기엔 그 이야기에서 내가 받는 느낌은 위화감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혹시 어떤 이유에서 이오스 공작이 내게 통화 내용이 거짓이라는 걸 은연중에 표현하기 위함이었을까?


하지만 그럴 경우 기껏 장황하게 늘어놨던 코발트의 이야기가 신빙성을 잃어버린다. '코발트에 대한 내용도 거짓이야'라는 걸 에둘러서 표현했다기엔 방법이 너무 복잡할뿐더러 애초에 언급하지 않았으면 모를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 전화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전화가 올 지 몰랐기 때문에 엉겁결에 대응식으로 한 것일까? 이 모순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리고 라스베트에 걸려 있다는 방해 마법. 레드럼 씨의 표현에 따르면 재밍?이라고 했던 것 같지만, 그런 것이 어째서 걸려있었을까. 정말로 카쉬르 씨가 걸어둔 것이라면 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하마터면 하쉬 씨가 게이트를 타다가...


"게이트?"


나는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이야기다. 전화를 중간에 낚아챘다? 두 명의 촌장님이 존재한다? 그런 복잡한 것 까지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게이트를 연 것은 물론 촌장님에게 저주를 걸었다는 이오스 공작이겠지만, 어째서 촌장님은 그 사실을 숨긴 것일까? 세뇌를 당했기 때문에? 교묘하게 숨어있던 저주는 그렇다고 쳐도 세뇌 같은 강력한 마법도 흔적을 숨길 수 있을까? 이런 건 레드럼 씨나 하쉬 씨와 상담을 해봐야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심호흡을 한 후, 다시 자리에 누웠다. 이래저래 고민해봤지만, 사실 배경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럼 다음은 '어째서 나를 노리는가'인데... 단순히 용사 일행의 소꿉친구라서? 아니면 친구들의 죽음을 조사하는 게 거슬려서?


테이트 씨의 부하 분도 쫓기는 신세가 됐다고 하니 얼핏 당연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정은 조금 다르다. 그야 테이트 씨의 부하 분은 제국 쪽의 추적을 받는다고 생각해 서쪽 평원으로 도주한 것이지만, 나를 노리는 것은 설사 이오스 공작이 아니더라도 마족들인 모양이니까.


물론 제국과 마족이 손을 잡고 용사 일행의 죽음을 덮으려고 드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그렇다면 과연 제국과 마족이 손을 잡고 숨겨야 할 진실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마족과 제국이 동시에 신경 쓸만한 것이라면 역시나 용사. 혹은 마왕일 것이다. 하지만 가짜였다고는 해도 용사 일행은 죽었고, 마왕 역시 의문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죽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게다가 이상한 점이라면 더 있다. 나나 테이트 씨의 부하 분이 노려지는 것이 당연하다면 어째서 테이트 씨나 그리니언 씨. 그리고 하쉬 씨에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


물론 그러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나를 노린 것이 이오스 공작의 소행이었다면 다른 분들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직까진 그런 모습은 없었다. 심지어 테이트 씨는 루브린 서에 계속 출입을 했는데도.


이번 습격의 경우도 그렇다. 내가 이오스 공작이었다면 용사 일행의 죽음을 파헤치는 인원들이 모두 모여있을 때를 노려서 한 번에 처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다른 분들이 라스베트를 비우고, 손님조차 뜸할 때 계획을 실행했다. 마치...


"마치 그분들을 피해 움직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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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 그녀는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 20.05.11 69 1 6쪽
87 87화 - 서장은 부하에게 취조당한다 +1 20.05.06 48 1 7쪽
86 86화 - 용병은 신속하게 과자를 먹는다 20.05.01 46 1 6쪽
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6 1 5쪽
84 84화 - 시종은 영웅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4.21 51 1 6쪽
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4 2 6쪽
»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61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5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5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3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7 2 6쪽
77 77화 - 경찰은 수사자료를 넘긴다 20.04.08 52 2 5쪽
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9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70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1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4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3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6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1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8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5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9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1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5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2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5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6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1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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