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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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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83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20.04.13 18:00
조회
42
추천
2
글자
7쪽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DUMMY

테이트와 카키는 시체를 들고 나온 시안과 그 옆에서 시체를 살펴보고 있는 클린트에게 다가갔다. 테이트는 널브러진 시체를 보고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조금 전엔 급하게 나오느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는데, 뭔가 좀 알아내셨습니까?"


"마물의 기운이 짙게 남아있군. 시체 훼손 정도로 봐선 몸을 찢고 나왔다고 봐도 손색이 없겠어."


테이트는 클린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때 뒤에서 묵묵히 시체를 바라보던 카키가 입을 열었다.


"저주가 걸렸다면 뭔가 흔적이 남는다고 들었는데, 그런 건 없었나요?"


클린트와 테이트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던 시안은 카키의 질문이 내심 반가웠지만, 고고한 태도를 유지하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대개는 얼굴이나 팔목에 인장이 남지만 손상 정도가 심해서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렵..."


" 여기 있군. 얼굴이나 팔목에 인장이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간혹 흔적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발바닥이나 혓바닥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새기는 경우도 있지."


클린트가 시체의 발바닥 부분을 살피며 말하자 시안은 붉어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 지만 이 시체의 경우엔 발바닥에 있어서 비교적 잘 보존이 됐더군."


카키는 그런 시안은 무시한 채 시체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하쉬에게 다가갔다.


"하쉬 씨. 저주 마법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여관에 오시는 용병분들 중에 간혹 저주에 걸린 분들을 봤지만, 그분들은 모두 작위를 가진 마족과의 전투에서 저주에 걸렸다고 들었거든요."


생각에 잠겨있던 하쉬는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카키의 목소리에 생각에서 빠져나와 카키를 보며 말했다.


"음... 그렇군요. 우선 저주 마법은 마족들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다만 인간들 사이에선 꽤 꺼려지는 마법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많지 않죠. 그리고 들어가는 투기. 그러니까 마나에 비해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고 해주도 비교적 쉬운 편이라서 투기가 부족한 하급 마족들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저주 마법을 실전에서 사용하는 것은 작위가 있는 마족들 정도라는 거군요?"


"... 뭐, 이번 같은 경우엔 미리 저주를 걸어서 침투시키는 방식이었으니 반드시 작위가 있는 마족의 소행이라고 단정 짓기엔 이르지만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하는 하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키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혹시 뭔가 짚이는 사람. 아니 마족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


하쉬는 카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 흥미가 생긴 테이트와 클린트. 그리고 시안이 다가오자 카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급 마족이 건 저주를 레드럼 씨의 방범 장치나 하쉬 씨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시체에 저주가 걸렸을지도 모를 것이라는 클린트 씨와 레드럼 씨의 말을 들은 뒤부터 하쉬 씨의 상태는 조금 이상합니다."


하쉬는 카키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리니언 씨가 흥미를 가질만하군요. 좋습니다. 말씀드리죠. 물론 어디까지나 짐작이긴 하지만, 인간에게 저주를 심어 마물을 소환하거나 몸을 서서히 잠식해 가는 수법은 이오스 공작의 주특기입니다.


카키는 하쉬의 입에서 뜻밖의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오스 공작이라면 온건파의 수장 아닌가요?"


카키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테이트였다.


"온건파 마족이라는 건 말 그대로 인간을 말살하지 않는다는 거지 인간을 존중한다는 건 아니다. 인간과 가축의 관계. 그걸 마족과 인간의 관계로 옮기려는 것뿐이지."


테이트의 말에 쓴웃음을 지은 하쉬는 테이트의 말에 보충 설명을 했다.


"물론 개중에는 인간들에게 흥미를 느껴 호의를 표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이오스 공작의 경우엔 무력시위보다 서서히 잠식해 나가는 편이 재밌다고 생각해 온건파의 수장을 맡은 마족입니다."


"역시나 마족 놈들의 소행이었군. 이번 사건은 날이 밝는대로 특경 쪽에서 처리하도록 하지."


하쉬의 말이 끝나자 시안이 기세 좋게 말했다. 카키는 제국. 특히나 특경을 신뢰해도 좋을지 몰라 조금 망설였지만, 뜻밖에도 테이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안의 말에 동조했다.


"그래. 그 편이 좋겠군. 그럼 일단 급한 대로 주인장과 나. 그리고 하쉬 씨는 루브린 서에서 하루 머물도록 하지. 클린트 씨는 대장간으로 돌아가실 거고. 이걸로 해산이군."


---------------------------------------------------------------


조사를 마친 촌장의 시체를 수습한 뒤, 시안은 특경에 보고를 하겠다며 먼저 자리를 떴고 클린트 역시 레드럼이 기다리는 대장간으로 향했다. 카키는 테이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루브린 서로 향하기로 했지만, 하쉬는 마족인 자신이 루브린 서까지 들어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말하며 도중까지만 길을 같이 가기로 했다..


"아직 짐작이라곤 하지만 만약 이오스 공작의 짓이라면 조금 의외네요. 분명 제국의 소행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루브린 서로 걸어가는 도중 카키가 말했다.


"어째서 마족이 주인장을 노리는지는 의미불명이지만 말이지. 그리고 제국과 이오스 공작이 한 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어."


테이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하쉬를 바라봤다.


"하쉬 씨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오스 공작이 제국과 연수했을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테이트의 질문을 받은 하쉬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인간을 확실하게 아래로 보는 유형입니다. 힘을 합친다는 발상을 할 것 같진 않군요. 다만 이오스 공작이 카키 씨를 노릴 만한 이유도 떠오르는 게 없군요."


하쉬의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의 대화는 끊어지고, 각자 자신들의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루브린 서가 보이자 하쉬는 라스베트로 찾아가겠다는 인사를 남긴 후 떠났다. 하쉬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카키는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리니언 씨는 어떻게 되셨을까요? 라스베트가 비어있는 것을 보면 당황하실 것 같은데..."


"어차피 잠깐 눈 좀 붙이고 나서 바로 라스베트로 갈 거니까 별 문제는 없겠지."


카키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테이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테이트는 카키의 기색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시 평소의 주인장으로 돌아온 건가. 여전히 뭔가 어긋나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한숨 자고 나면 조금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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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6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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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3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60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4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3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77 77화 - 경찰은 수사자료를 넘긴다 20.04.08 52 2 5쪽
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8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69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0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3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3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5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0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8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5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9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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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5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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