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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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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95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20.03.06 10:00
조회
84
추천
3
글자
8쪽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DUMMY

"엄청 대단한 곳처럼 말하더니 시간만 오래 걸리고 결국 별다른 정보는 없었네요."


유디는 기운이 빠진 듯 한숨을 내쉬었다. 슬릭은 그런 그녀를 쓱 쳐다보더니 서재를 나가버렸다. 바이올렛은 사라지는 슬릭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어깨가 축 쳐진 유디에게 다가왔다.


"마왕에 대한 고급 정보는 마족들 중에서도 최고위 마족들에게만 전해지니까. 서적으로 남기는 일은 없다고 봐야겠지.


공작님이 서재를 안내해달라고 해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마왕에 대한 조사였다면 서재보다 장로회를 찾아가는 편이 나을 걸? 뭐, 인간인 너는 들킨 순간 죽임을 당하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분명 읽은 기억이 있다고요!"


"대죄의 마왕들인가 뭔가 하는 책 말이지? 최고위 마족들이 일부러 그런 기록을 남겼을 리 없으니 어차피 인간들의 망상을 적은 책이었겠지. 음... 혹시 책 내용이 기억나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말해봐."


유디는 방금 전까지와 달리 친절하고 차분해 보이는 바이올렛이 의아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대답했다.


"읽은 지 오래된 책이라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왕의 탄생에는 대죄가 얽혀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인간들은 그런 유치한 걸 정말 좋아한다니까.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하듯 '대죄가 얽혀있다!'라고 말하면 '오오 멋있어!'라고 감탄하는 원숭이들이야."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의 유디는 바이올렛의 신랄한 말을 듣자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 계속 비꼬실 거면 이만 가볼게요."


"그래서. 대죄가 얽혀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기억하고 있어?"


"분노, 오만, 나태, 질투, 폭식, 색욕, 탐욕의 칠죄종이 마왕 탄생 의식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네요. 나름대로 세세한 방법까지 적혀있었던 것 같은데,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요."


"흐응~ 죄를 지은 자가 마왕이 된다는 이야기? 마치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 같은 느낌이네. '죄를 지으면 마왕이 되어버린다?'라고 겁이라도 주려는 셈?"


"그런 뻔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만약 그런 거라면 음식을 많이 먹으면 폭식의 마왕이 된다! 라든가 어이가 없어서라도 기억하고 있었을 거예요. 나름 그럴듯한 이야기라서 술술 읽었거든요."


"음..."


유디의 말을 들은 바이올렛은 팔짱을 끼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왜 그러시죠? 뭔가 짚이는 거라도?"


"아니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어서 말이야. 폭식이라... 그러고 보니 공작님을 폭식의 아이라고 부르던 장로회 영감이 한 명 있었던 것 같은데..."


바이올렛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유디의 눈에 다시 기대감이 차올랐다.


"오오! 뭔가 관련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음... 하지만 그 사라... 아니 그 마족은 공작이잖아요? 마왕이 아닌데 어째서 폭식의 아이인 거지?"


"폭식의 아이의 '폭식'은 전대 마왕을 지칭하는 거라고 생각해. 전대 마왕과 공작님의 관계를 생각하면 말이지."


"헤에... 그 공작이 마왕에 대해 말하는 걸 들어보면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뭔가 있나 보군요. 저... 그런데..."


우물쭈물거리는 유디를 본 바이올렛은 심드렁하게 물었다.


"뭐야?"


"의외로 협조적이시네요? 인간인 저를 도와주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혹시 그 공작이 도와주라고 명령한 건가요?"


"공작님은 그냥 서재를 안내해라 라고만 말씀하셨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공작님은 인간을 싫어하거든. 나보다 훨씬."


"그럼 어째서?"


"저 녀석 때문이야."


바이올렛이 눈짓으로 가리킨 곳엔 어느샌가 서재로 돌아온 슬릭이 있었다. 슬릭은 나갈 때보다 조금 기운이 없어 보였고, 어딘지 모르게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듯했다.


"기분 나쁠 정도로 무른 녀석이니 너랑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돕겠다고 나설 거야. 지금도 아마 공작님 방 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돌아온 거겠지. 저런 녀석이니까 공작님이 신뢰하는 것이지만 그 반대로 공작님이 저 녀석의 상냥함을 어디까지 용인해 주실지는 미지수지.


반마긴 하지만 쓸모 있는 녀석인 데다 공작님도 내심 걱정하고 계시니 저 녀석이 뭔가 저지르기 전에 내가 처리하려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네가 조사하고 싶어 하는 것들은 나로선 어찌 되어도 좋은 것들이니까."


바이올렛의 말을 들은 유디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마족들 사이에서 마왕은 신성한... 표현이 조금 이상한가요? 아무튼 뭔가 고귀한 존재인 게 아닌가요?"


"물론 최강의 존재라는 점에선 나도 나름대로 호의를 가지고 있지만, 절대적인 충성 따위 마족에게 있을 리 없잖아? 언제든 꺾고 강함을 증명하기 위한 대상일 뿐이야."


"그런 것치곤 그 공작을 대하는 슬릭 씨나 바이올렛 씨의 태도는 조금 이상한데요?"


"... 공작님은 예외야."


"헤에... 바이올렛 씨도 꽤나 인간적인 모습이 있으시네요."


유디가 바이올렛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바이올렛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 너 그거 욕인 건 알고 말하는 걸까?"


"아! 그러네요! 죄송해요. 무지라는 건 위험하군요!"


"인간들은 뭐든 자신들을 기준으로 삼지. 너희들이 말하는 '인간적'이라는 말은 마족들 입장에선 비열하고 비겁하다는 의미니까."


"마족들 사이에선 비겁하고 비열하다는 게 칭찬이라는 동화내용이 있었는데, 그것도 잘못된 건가 보군요?"


유디의 질문을 들은 바이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마족들의 정의는 단 하나. 힘이야.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무가치하지."


"헤에... 그런데도 마왕보다 그 공작에게 충성하는 이유는 뭔가요?"


유디는 조금 음흉한 표정으로 바이올렛을 바라보며 물었지만, 바이올렛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답했다.


"대답할 이유는 없겠네. 일단 네가 찾는 정보는 서재에 없는 듯하니 아쉽지만 이만 나가줘야겠어. 오늘 있었던 일은 모두 공작님께 보고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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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이라도 걸린 모양이군?"


헤이나르의 비아냥에 하쉬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설마. 그냥 너한테 물어볼 것도 있고, 여기서 만날 사람도 좀 있어서 말이지."


"일단 바이올렛은 다른 임무를 줘서 떼어놓긴 했다만, 빠르게 용건만 말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군."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그 가짜 용사들이 죽었다. 뭔가 짚이는 건 없나?"


하쉬의 질문을 받은 헤이나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진품만 취급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그런 약골들이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다."


헤이나르의 대답이 예상대로였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하쉬는 바로 말을 이었다.


"뭐,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여기에 머물고 있다는 유시드라는 인간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그 시끄러운 여자라면 지금쯤 바이올렛과 서재에 있을 거다. 기왕이면 아예 데리고 떠나 줬으면 좋겠군."


작가의말

개강이 코앞이라 조금 바쁘네요.

저번에 잠시 언급드렸던 것처럼 이제부턴 월~금 주 5일 연재로 이어가겠습니다.
연재 분량이 줄어드는 만큼 앞으로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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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 그녀는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 20.05.11 69 1 6쪽
87 87화 - 서장은 부하에게 취조당한다 +1 20.05.06 48 1 7쪽
86 86화 - 용병은 신속하게 과자를 먹는다 20.05.01 46 1 6쪽
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6 1 5쪽
84 84화 - 시종은 영웅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4.21 51 1 6쪽
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3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60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5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3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77 77화 - 경찰은 수사자료를 넘긴다 20.04.08 52 2 5쪽
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9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70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1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4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3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6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1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8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5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9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1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2 4 8쪽
»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5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6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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