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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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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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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93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20.04.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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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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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DUMMY

기세 좋게 마을을 나서려던 그리니언은 피므루 시까지 돌아갈 마차를 수배해 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침 여기로 오는 분이 있으니 그분의 마차를 사용하면 되겠군. 연락을 넣어둘 테니 조심히 가시오. "


상현의 도움으로 피므루 시까지 가는 마차를 확보한 그리니언은 상현에게 인사를 건네고 좁은 굴을 지나 피므루 시로 돌아갈 마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마왕이 확실하게 죽었다는 하쉬 녀석의 말이 거짓이었을까? 재밌어 보이는 일이면 뭐든 하는 녀석이지만, 적어도 마왕에 관한 일에 대해선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어쩌면 그 녀석도 헤이나르에게 속은 것일지도 모르겠군. 일단 라스베트로 돌아가서 조사한 내용들을 정리해봐야겠어.'


한참 생각에 빠져있던 그리니언은 어느새 자신의 앞에 멈춰있는 마차를 바라봤다.

잠시 후 마차에서 경장 차림의 젊은 여성이 내려오자 그리니언은 인상을 구겼다.

에리엘은 그런 그리니언의 표정을 보며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말했다.


"어머. 설마 제가 미행이라도 했을까 봐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일 때문에 온 거랍니다. 그것보다 결국 제 충고는 또 무시당한 모양이네요?"


그리니언은 잠시 에리엘을 노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에리엘이 타고 온 마차에 올라탔다. 에리엘은 쓰게 웃으며 마부에게 출발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고, 그리니언이 탄 마차가 떠나자 에리엘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아직도 미움받고 있는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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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님... 말씀인가요?"


카키가 차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클린트는 그런 카키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인이었나 보군.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하네."


"아닙니다. 확실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니까요."


테이트는 잠시 카키의 안색을 살피다 클린트에게 말했다.


"마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클린트는 자신을 바라보며 질문하는 테이트를 바라보다 눈을 빛냈다.


"그렇군. 어디서 봤나 했는데, 루브린 시의 테이트 경감인가?"


테이트는 자신을 아는 듯한 클린트의 태도에 내심 긴장했지만, 이내 덤덤하게 말을 받았다.


"일개 형사를 기억하고 계시다니 특이하신 분이군요. 뭔가 짚이는 것이 있으신 듯한데, 실례가 안된다면 수사에 협조를 요청드려도 괜찮겠습니까?"


클린트는 테이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협조라고 할 것 까지 있겠나 싶지만, 알고 있는 것은 이야기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방금 전의 질문입니다만, 만약 죽어있던 그 노인이 괴한의 정체라고 한다면 마물은 어디로 갔다고 생각하십니까?"


테이트의 질문을 받은 클린트의 얼굴에서 흡족해하는 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테이트는 그런 클린트를 모른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소환 마법의 종류가 다양하다곤 하지만, 결국은 이동 마법일 테니 노인처럼 마물의 잔해가 남아있어야 할 텐데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물의 기운이 남아있던 것을 생각하면 일단 마물이 여관 안에 들어왔던 것은 사실이겠지. 빨간 머리 놈의 방범장치가 오작동했을 리는 없으니 현관이나 외부에서 들어왔을 리는 없고, 이동 마법진이 방해받고 있으니 소환자체도 어려운 상황. 그럼 남는 방법은 하나."


클린트가 말을 마치기도 전 옆에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레드럼이 말했다.


"저주를 말하고 싶은 거라면 가능성이 없진 않겠군. 현관에 설치한 방범 장치는 기본적으로 마나 감지를 기반으로 하는 거니까 원칙적으론 저주 정도는 가뿐히 잡아내겠지만, 서쪽 평원 쪽 임무를 수행하고 온 용병들도 많을 테니 시간이 지나면 풀리는 저주나 상태 이상 마법 쪽으로는 조금 관대하게 설계했거든. 뭐, 그렇다고 마물이 대놓고 들어올 정도는 아니었지만 말이지!"


테이트는 레드럼과 클린트의 말을 듣고 상황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요컨대 촌장 자체가 마물로 변하는 저주를 받은 상태로 라스베트에 들어와 주인장과 레드럼 씨를 습격했을 거라는 이야기군. 시간이 지나 인간으로 돌아왔을 때 탈출을 위해 이동 마법을 썼다가 죽었을지 아니면 죽은 뒤에 마물 화가 풀린 것인지는 확정 지을 순 없겠지만.'


테이트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다가 옆에 있는 카키의 눈치를 살폈다.


'... 머리가 좋은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군.'


테이트는 이미 상황 파악이 끝난 것인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키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쉰 후 레드럼에게 물었다.


"혹시 저주의 흔적을 알아보실 수 있으십니까?"


레드럼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테이트를 보고 자신의 방범장치를 변호하기 위해 나선 것을 후회하면서 괜스레 헛기침을 했다.


"크...크흠... 물론 나도 마법에 조예가 있긴 하지만, 그런 것은 전문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지. 나는 먼저 대장간에 가있을 테니 알아서 도와주고 오도록. 함부로 대장간을 비운 벌금이다! 망할 영감."


레드럼은 큰 소리를 치고는 클린트의 대장간이 있는 골목 쪽으로 향했다. 클린트는 무언가 말하려고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테이트에게 말했다.


"하는 수 없지. 일단 다시 라스베트에 들어가야 할 것 같군.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시체만이라도 옮기는 편이 좋겠지."


클린트는 시안에게 눈짓으로 시체를 가지고 나오라고 명령했다. 시안은 클린트의 옆에 있는 테이트를 못마땅하게 쳐다봤지만,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라스베트로 들어갔다.


"대장장이시라고 들었는데 마법에도 조예가 있으십니까?"


시안이 라스베트로 들어가자 테이트가 클린트에게 물었다.


"정확하게는 저주와 관련된 지식이 조금 있네. 간혹 마물들에게서 전리품이랍시고 그런 물건들을 가져오는 멍청이들이 있거든."


테이트는 클린트의 대답에도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주인장. 괜찮은가?"


테이트는 여전히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키에게 다가가 물었다. 카키는 그제야 굳은 표정을 풀고 대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어쩌면 촌장님이 괴한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거든요. 실감은 잘 안나지만요."


테이트는 공허한 미소를 짓는 카키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느 쪽을 말하는 건가?"


카키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자 테이트는 코트에서 담배를 꺼내 물며 다시 말했다.


"어릴 때부터 호의를 베풀던 촌장님이 갑자기 자신을 죽이려 들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건가? 아니면 촌장님이 끔찍하게 돌아가신 것이 실감 나지 않는 건가?"


카키는 그제야 테이트의 의도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 둘 다인 것 같네요. 그래. 그렇군요."


테이트는 카키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카키에게 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그 순간 시안이 촌장의 시체를 수습해 가지고 나왔다. 조사를 하기 위해 담배를 땅에 버리고 발로 비벼 끄려던 테이트는 나지막한 카키의 목소리를 들고 발을 멈췄다.


"이제부턴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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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 그녀는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 20.05.11 69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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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 용병은 신속하게 과자를 먹는다 20.05.01 46 1 6쪽
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6 1 5쪽
84 84화 - 시종은 영웅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4.21 51 1 6쪽
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3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60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5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3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77 77화 - 경찰은 수사자료를 넘긴다 20.04.08 52 2 5쪽
»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9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70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1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3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3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6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1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8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5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9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1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2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4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6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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