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대장간으로 향하던 클린트는 자신보다 앞서서 대장간으로 향하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살짝 긴장했다. 동이 트기 전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어두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푸르스름한 새벽의 빛은 클린트의 경계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감시역은 아닌 모양인데... 이질적이군. 마물이나 마족과도 조금 달라.'
클린트는 대장간에 가까워질수록 더 강하게 느껴지는 기운에 여러 가지 추측을 하며 천천히 대장간으로 향했다. 대장간에 도착한 클린트는 잠시 기색을 살피다가 이내 열려있는 대장간 문 앞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주인도 없는 대장간에 무슨 볼 일인가?"
클린트가 대장간 안쪽을 향해 말하자 대장간에서 한 인영이 밖으로 나왔다.
"자네가 클린트 카모르인가?"
클린트는 자신의 앞에선 금발 금안의 사내의 모습에 조금 놀랐지만, 대장간으로 오늘 길에 계속 느껴졌던 기운과 동일인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외형도 외형이지만 풍기는 기운을 보아하니 인간이 아니군. 대답을 듣고 싶다면 그쪽의 정체부터 밝히는 게 맞지 않을까?"
사내는 클린트의 말을 듣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여전히 인간들은 자기중심적이고 건방지군."
"주인도 없는 곳에 찾아온 불청객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겠지."
"음... 확실히 그 점에 대해선 사과하지. 인기척이 느껴져서 자네인 줄 알았는데 설마 하니 텔레포트로 달아날 줄은 몰랐거든."
클린트는 상대가 생각보다 적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신경 쓰였지만,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사내의 말을 곱씹었다. 클린트는 대장간에 먼저 가 있겠다던 레드럼의 얼굴을 떠올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드럼의 기운이 대장간 안쪽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텔레포트로 달아났다는 건 아마 감시역이었겠지. 그 신입 녀석과는 방금 헤어진 참이니 그 녀석 말고 다른 녀석이겠고. '
클린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금안의 사내를 보며 말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당신이 누군지 어째서 날 찾아온 건지 말이야."
사내는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려는 클린트의 어깨를 붙잡고 여전히 변함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안에는 자고 있는 사람이 있던데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는 편이 좋지 않나?"
클린트는 뜬금없는 사내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차피 신경 줄이 굵은 놈이라 어지간한 이야기론 일어나지 않을 테니 엿들을 걱정 같은 건 할 필요 없다."
클린트는 사내의 손을 어깨에서 내리고 다시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사내는 그런 클린트의 모습을 보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테비르의 핏줄도 꽤나 위엄이 없어진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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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자 손님도 주인장도 없는 라스베트에 제복 차림의 특경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안은 그 모습을 보고 뿌듯하게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런 시안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
"앗! 부대장님! 여긴 어쩐 일로...?"
시안은 기척도 없이 자신의 뒤에서 나타난 시스를 보고 화들짝 놀라 물었다. 시스는 그런 시안을 보고 낮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근처에 볼일이 있었거든. 그나저나 시안. 감시 대상은 어디 갔지?"
"아! 클린트 님이라면 지금쯤 대장간에..."
"이미 특경에서 나간 분이다. 님까지 붙일 필요는 없어. 그나저나 그럼 넌 왜 여기 있지?"
시안은 갑자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는 시스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에? 아... 그... 크흠. 인수인계만 하고 바로 뒤따라 갈 생각이었습니다. 부대장님이 오셨으니 저는 그만 가... 가보겠습니다!"
시스는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것 같은 시안을 붙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소리 소문 없이 떠날 위인은 아니니까 서두를 필요까진 없어. 뭐, 스쿠아 녀석이 있었다면 끔찍했겠지만. 일단 지금은 보고부터 듣고 싶군."
시안은 시스의 말을 듣고 몸을 살짝 떨다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 보고했다.
"그래. 이오스라는 말이지... 주변 경계를 강화하고 역추적에 들어갈 준비를 해두도록. 감시 대상과 이 사건에 관해선 지금부터 내가 이어받는다. 그리고 함께 이동했다는 인원들에 대해선 수배해두도록. 사정 청취를 해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시안은 시스에게 경례하고 빠른 걸음으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시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 공작에 드래곤 로드라... 스쿠아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 작가의말
오늘은 흐름상 조금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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