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85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20.03.20 18:00
조회
60
추천
2
글자
8쪽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DUMMY

"여기까지 왔으니 안심해도 되겠지. 빌어먹을! 주인장. 자네는 괜찮은가?"


레드럼이 짜증과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네. 레드럼 씨 덕분에 살았습니다."


카키가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레드럼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 어쩐지 불안한 기분이 들더라니! 내가 없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거야! 에잉... 그러니까 여관에 방범용 공학품이나 호신용 공학품을 구비해 둬야... 음... 그래서 내가 대신 지켜준 것이네! 반지 개량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출력 조절이 조금 힘들어서.... 아니. 아니지. 그 마물 녀석은 어떻게 라스베트에 들어온 거지?!"


레드럼은 혼자서 계속해서 중얼거렸지만, 카키는 그런 레드럼을 뒤로하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오늘 묵은 손님들 중에 하쉬 씨는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고, 레드럼 씨는 나와 함께 있었지. 체크인했던 사람들 중엔 촌장님...으로 생각되는 사람과 트랑 씨가 남는데, 트랑 씨는 오늘 톰 씨와 한 잔 하러 가신다고 했으니 결국 촌장님만 남아 잇겠군.'


카키는 레드럼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할 수는 있었지만, 여관에 남아있는 손님들이 걱정이었다. 갑작스러운 마물의 습격에 당황할 새도 없이 레드럼이 공학품을 이용해 어딘지 모를 숲에 도착했다. 덕분에 다른 손님들을 챙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오늘은 영업을 빨리 종료하기도 했고, 혹시 하쉬나 트랑이 돌아온다고 해도 두 사람이라면 자신들의 몸을 지키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지만 남아있을 촌장이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그 촌장님이야말로 마물을 부른 당사자일지도 모르지만...'


카키는 조금 전 레드럼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조금 놀랐다.


'꽤 신세를 진 분인데도 금세 의심하게 되는구나.'


카키가 그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레드럼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조용히 속으로 생각하는 카키와 달리 입으로 중얼거린다는 점이 차이점이었다.


"방범장치에 사용한 구성을 생각하면 아까 같은 마물이 현관으로 침입하는 건 불가능할 텐데... 물론 마물이니까 안녕하세요~ 하면서 현관을 통해 들어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겠군. 하지만 그놈의 크기를 생각했을 때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강화 외벽 장치를 구성해놨으니 부수고 들어왔을 확률은 낮아.


혹시 부수고 들어왔다고 해도 그랬다면 침입했을 때 소리가 났겠지. 그럼 내부에 누군가가 게이트라도 열어서 침입을 허용했다든가? 하지만 어떤 미친놈이 여관에 그런 게이트를 여냐는 말이야!"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카키는 레드럼의 고함에 가까운 소리에 고개를 돌려 레드럼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게이트라면 짐작 가는 곳이 있긴 합니다."


"응? 뭐라고?"


레드럼은 갑작스러운 카키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서쪽 평원과 라스베트를 연결하는 게이트를 연다고 하신 손님이 있었습니다. 다만 연결은 돌아올 때 하신다고 하셨는데..."


"서쪽 평원과 라스베트를 연결하는 게이트를 연다고?! 주인장은 그걸 알고도 허락했고?"


레드럼의 경악하는 표정을 본 카키는 씁쓸하게 웃었다.


"네. 믿을만한 분이라서요. 그리고 그분이 돌아오셨다면 마물 정도는 쉽게 제압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끄응... 믿을만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건 범죄야!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 게이트를 연결하겠다는 녀석. 진짜 믿을만한 거냐?"


카키는 레드럼에게도 자각은 있구나라고 잠시 감탄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그리니언 씨의 소개로 제 의뢰를 들어주고 계신 분이라서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꼬맹이 녀석!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소개를 시켜줬어야지! 매개 구하러 왔다 갔다 하는 게 얼마나 귀찮았는데!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놈이라니까. 그러니까 키가 크지 않는 거야."


카키는 레드럼이 그리니언의 이름이 나온 뒤로는 하쉬에 대한 의심을 풀었다고 생각했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니언 씨도 게이트를 열 수 있으신 것 아닌가요? 방금 저희가 이동한 것처럼 하시면 되는 게...?"


"응? 아아. 방금 사용한 건 이스케이프 스크롤을 개량한 거라서 말이야. 오로지 탈출을 위한 공학품이라 위치 지정까진 하지 못 해. 좌표 설정을 할 수 있는 개량형도 만들긴 했지만, 긴급상황에 좌표 같은 걸 조정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레드럼의 말을 듣던 카키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좌표를 미리 입력해놓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응? 그... 렇군.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 거였어. 게이트 계산기 때문에 아무래도 선입견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렇지. 단순히 탈출만 할 뿐이라면 도착 좌표를 내장해놓으면 되는 거였어. 나 참. 천재는 일반인의 시각을 살피지 못하는 법이라더니..."


카키는 끊임없이 말을 이어가는 레드럼을 잠시 바라보다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저... 그런데 이렇게 손을 놓고 있어도 괜찮은가요? 라스베트에 머물고 있는 손님들도 걱정이고 그 마물이 다른 곳까지 가서 활개를 치고 있다면 큰 일일 것 같은데..."


"손님이야 어떻든 그 마물 놈이 쉽게 여관 밖으로 나갈 일은 없을 거야. 아까 그놈 말고 다른 마물들이 더 침입을 했다면 모를까 그놈 정도 크기의 마물이 강화 외벽 장치를 쉽게 뚫기는 힘들 테니. 가만 그러고 보니 여관에 손님은 몇 명이나 묵고 있었지?"


"체크 인한 손님은 레드럼 씨를 제외하고 세 분입니다. 그중 한 분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게이트를 열겠다고 했던 분이고, 다른 한 분도 오늘은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았으니 라스베트엔 촌장님...으로 추정되는 한 분만 남아 계실 겁니다."


"음... 안타깝지만 지금 돌아가 봐야 이미 늦었을 거야. 혹 살아있다면 아예 안전할 테니 지금 돌아가 봐야 소용없을 거고! 에잉... 이럴 줄 알았으면 여관이 박살 나더라도 처리해버릴 걸 그랬군. 주인장까지 말려들까 봐 일단 탈출에만 신경 썼는데 말이지."


"살아있다면 안전할 거라는 말씀은 여관 내부에 현관처럼 뭔가 장치가 되어 있는 건가요?"


"아니. 객실에까지 그런 걸 주렁주렁 달아놓을 필요성은 못 느껴서 말이야. 하지만 그놈의 침입 경로를 생각하면 아마 확실하겠지. 우선 내가 만든 방법 장치가 있으니 적어도 현관은 아닐 거야. 그리고 현관 주변 반경도 방범 장치의 영향권 안일 테니 아예 1층에서 침입했을 가능성은 배제해야겠지.


그렇다면 2층 객실을 통해서 침입했을 텐데, 그놈이 평범한 마물이었다면 우리에게 내려오기 전에 이미 다른 손님들은 모조리 그놈의 먹잇감이 됐을 거니 이미 늦었겠지.


만약 그놈이 특정인의 마나에 반응하도록 조종당하는 마물이라서 다른 손님들을 무시한 채 우리에게 온 거라면 목적을 잃은 녀석은 기껏해야 귀환 명령을 받고 돌아가는 게 고작일 거야."


카키는 레드럼의 설명을 듣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키는 마물이 노린 것은 아마 자신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 말려들지 않기를 빌었다.


'아마 날 습격한 건 마을 사람들이 몰살당한 것과 같은 이유겠지. 사실 지금까지 조용했던 게 오히려 이상했으니까. 그동안은 카쉬르 씨나 그리니언 씨가 주변에 있어서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건가.'


카키가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자 레드럼이 다가와 말했다.


"음... 일단은 자네가 무사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그리고 여기가 어디인지 좀 돌아다녀봐야겠구만. 사방팔방 온통 나무들 뿐이니 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관련 공지 20.09.13 185 0 -
88 88화 - 그녀는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 20.05.11 69 1 6쪽
87 87화 - 서장은 부하에게 취조당한다 +1 20.05.06 47 1 7쪽
86 86화 - 용병은 신속하게 과자를 먹는다 20.05.01 46 1 6쪽
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6 1 5쪽
84 84화 - 시종은 영웅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4.21 51 1 6쪽
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3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60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4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3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77 77화 - 경찰은 수사자료를 넘긴다 20.04.08 52 2 5쪽
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8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69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0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3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3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5 2 7쪽
»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1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8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5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9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0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1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4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6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0 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