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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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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92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20.03.09 10:00
조회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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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8쪽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DUMMY

그리니언은 용사 코발트와 성녀 베이지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는 서튼 마을 외곽의 교회 앞에 도착했다. 서튼 마을처럼 피로 범벅되어 있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큰 교회 크기에 비해 스산할 정도로 고요한 분위기가 어쩐지 소름 끼쳤다.


'그러고 보면 이런 시골에 잘도 이런 큰 교회를 지을 생각을 했군.'


그리니언은 서튼 마을로 들어오기 위해 지나왔던 굴의 길이나 서튼 마을의 전체적인 규모를 생각하면 기이할 정도로 큰 교회의 크기가 신경 쓰였다. 다른 마을에서 찾아올 리도 없고, 마을 주민도 적은데 굳이 이렇게 큰 교회를 세울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뭐, 보나 마나 성녀의 출생지라는 이유로 체면도 살려줄 겸 세운 것이겠지만... 이런 곳에 발령받은 성직자는 뭐하는 사람일지 궁금하군.'


그리니언은 교회가 서튼 마을과 꽤 거리가 있는 데다 주변에 참극의 흔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없었기 때문에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품었다.


'일단 교회 내부부터 둘러보고... 응?.'


교회로 들어간 그리니언은 순간적으로 몸을 옥죄어오는 살기에 자세를 고쳐 잡았다. 천천히 예배당으로 걸어가자 거기엔 하얀 제복을 입은 금발의 청년이 있었다.


"이것 참. 예배나 좀 드리고 가려고 했는데, 마을에서도 못 받던 환영을 받게 되는군. 보아하니 신부님은 아닌 것 같은데?"


청년은 그리니언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유 용병 그리니언. 군부와도 꽤 좋은 사이를 유지하던 당신이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죠?"


"이런 짓? 음... 짚이는 데가 없군. 보통 무슨 짓이라고 표현하는 건 부정적인 의미잖아? 아무래도 서튼 마을에 내 환영인파가 없었던 것은 네놈 짓이었던 것 같은데 맞나?"


그리니언의 말에 청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뭐 그래도 작은 마을이라 다행이었네요."


"차림을 보아하니 특경인 것 같은데. 이거야 원. 차라리 무능한 그 녀석이 귀여워 보일 정도라니."


그리니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하자 그 말을 들은 청년이 되물었다.


"그 녀석? 아! 시안을 말하는 건가 보군요. 글쎄요. 저는 그래도 그 녀석보다는 나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뭐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저도 임무를 수행해야겠죠?"


"나 참. 나쁜 짓은 자기들이 다 해놓고 생사람 험담을 하더니 결국 입막음이라니. 뻔해도 너무 뻔해서 하품이 나오는구먼. 이제 와서 '흑막은 제국이었습니다!'라고 해봐야 더 건질 것도 없어 보이고, 오늘은 기분이 별로니까 여기 너 말고 살아있는 사람이 없다면 난 이만 가볼 생각이다만?"


그리니언의 말을 들은 청년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박수를 쳤다.


"음... 그런가요? 아! 그럼 이런 건 어떨까요? 저를 이기면 당신들의 정보를 빼돌리는 사람의 정체를 알려드리죠."


"..."


"이미 짐작하고 계시잖아요? 당신이 여기에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서튼 마을이 그 꼴이 된 거니까요. 특경 내에서도 좋은 평판이 자자한 그리니언 씨의 검을 견식 하고 싶어서 말이죠. 어떤가요? 싸울 마음이 좀 생기셨나요?"


"싸울 마음? 요즘 애송이들은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는 모양이군."


청년은 그리니언의 몸에서 일렁거리는 기세에 자세를 고쳐 잡고 검을 뽑았다. 청년이 그리니언의 기색을 살피며 호흡을 가다듬는 그 순간, 청년은 자신의 시야가 기울어지는 것을 느끼고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내가 그냥 간다는 건 자비를 베푼다는 뜻이었는데 말이야."


그리니언은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은 자신의 검을 허공에 휙휙 휘두르고는 다시 검집에 넣었다. 그리니언은 눈을 부릅뜬 채 죽어있는 청년을 힐끔 본 뒤 한숨을 내쉬고 교회를 샅샅이 뒤졌다. 잠시 후 그리니언은 책 한 권을 손에 든 채 표정을 구기고 교회를 나섰다.


"자, 그럼 주인장한테는 어떻게 보고를 한다? 지금쯤 정보가 새어나간 이유를 찾고 있을 텐데, 괜히 위험한 일이 되지 않으면 좋겠군. 어떻게 된 게 이만한 건물에도 전화가 없냐는 말이야."


그리니언은 제국 경찰들이 보낸 조사단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상을 한층 더 찌푸리다 손에 들린 책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에도 없는 인명부를 찾은 것은 좋았지만, 마을에 있던 시체들 중에 촌장의 얼굴처럼 보이는 게 없었다는 게 과연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군."


-------------------------------------------------------------------


카키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황당한 상황에도 꽤 담담했다. 오히려 마을 주민들이 몰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침착해지기까지 했다.


"오랜만이구나. 카키."


카키는 자신을 보며 울컥한 표정으로 말하는 노인에게 다가가 손을 붙잡고 말했다.


"그러게요. 직접 뵙는 건 1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래. 벌써 그렇게 됐구나. 나이를 먹으니 시간이 참 빠르게 간다니까."


"하하. 그런데 갑자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카키는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물었다. 노인은 그런 카키의 의중에는 관심이 없는지 살짝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어쩐 일이긴. 정 없는 녀석아! 네가 잘 지내는지 보고 싶어서 왔지."


"조만간 제가 찾아뵈려고 했는데... 일부러 먼길을 오시게 했네요. 죄송해요."


"됐다! 마을에 널 기다리는 사람이 나 말고 누가 있다고! 오래간만에 도시 구경도 하고 좋지 뭘."


노인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카키를 위로했다. 그러나 그런 노인을 보는 카키의 표정은 웃고 있는 것과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조금 차가운 분위기였다.


"그래도 서튼 마을에서 여기까지 한참 걸리셨을 텐데... 철마를 타신 건 아니시죠?"


"에휴! 아서라. 철마 같은 걸 탔다가 무슨 부정을 타려고... 날씨 좋은 날엔 걷고 어떤 때는 마차도 타고 하면서 왔지. 덕분에 한 3일은 걸렸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어."


"3일이 나요? 혹시 혼자 오셨어요?"


"그래. 사실 거리가 거리다 보니 어쩌나 싶었는데 시스랑 카모, 테아가 피므루까지 가는 마차를 구해줘서 말이야. 예전에는 너한테 각박하던 녀석들이지만, 아무래도 애들 생각이 난 거겠지."


노인의 말을 들은 카키의 눈에 섬뜩한 빛이 스쳐 지나가고, 잠시 후 카키의 얼굴엔 섬뜩한 기운은 사라진 채 온화한 표정이 됐다.


"그렇..군요. 혹시 머물 곳은 정하셨나요? 괜찮으시면 여기서 며칠 머물다가 내려가시죠."


"응? 아니 얼굴 봤으면 됐으니 이제 그만 내려가 봐야지. 촌장씩이나 되어서 마을을 오래 비워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뇨. 그냥 한 이틀만 여기 머물다 가세요. 촌장님. 부탁드려요."


촌장은 진지한 표정의 카키를 보고 어리둥절했지만, 자신의 손을 꽉 움켜쥐며 다시 한번 말하는 카키를 보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잠시만... 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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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7 Brav
    작성일
    20.03.09 10:42
    No. 1

    오! 이제 해결 장으로 들어서는 건가요? 그리니언 씨 생각보다 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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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 그녀는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 20.05.11 69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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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6 1 5쪽
84 84화 - 시종은 영웅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4.21 51 1 6쪽
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3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60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5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3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77 77화 - 경찰은 수사자료를 넘긴다 20.04.08 52 2 5쪽
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8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70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1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3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3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6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1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8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5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9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1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2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4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6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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