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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86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20.03.23 18:00
조회
125
추천
2
글자
7쪽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DUMMY

가방만 가져왔다면...이라고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레드럼을 달래며 카키는 천천히 숲을 헤쳐나갔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두 사람은 테비르에 도착했다.


"테비르라니! 꽤 멀리도 왔군! 그동안 계속 품에 넣어 다녔더니 마나가 좀 많이 모였던 모양이구만."


"그래도 제국 영토라서 다행이네요. 숲만 나오길래 혹시 서쪽 평원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카키는 일단 안전을 확보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레드럼은 그런 카키를 보고 킬킬거리더니 자신의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이군. 이 정도 매개면 값을 꽤 받겠지! 여기서 루브린까지 걸어가려면 꼬박 하루는 걸릴 테니까 말이야! 그런 미개한 짓을 할 수는 없지. 주인장! 잠시 공학품점에 들렀다가 철마든 마차든 타고 가자고!"


카키는 그렇게 소리치고 앞장 서가는 레드럼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지금 루브린으로 돌아가는 게 좋은 선택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예상했던 것처럼 상대가 제국과 관련이 있다면 내가 익숙한 곳에서 대응하는 편이 좋을 거야. 다른 분들은 몰라도 하쉬 씨는 오늘 중에 돌아온다고 하셨으니 이미 돌아오셨을 확률이 높고... 아무래도 그쪽이 더 안전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레드럼을 따라간 카키는 이미 문을 닫은 공학품점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 점장과 한바탕 언쟁을 벌인 끝에 원하는 값을 이끌어 내 뿌듯한 표정의 레드럼을 보고 작게 웃을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일단은 라스베트에 돌아가서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눠야 해. 촌장님에 대한 건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굳게 결심한 카키는 안중에도 없는 듯 콧노래까지 부르며 걸어가던 레드럼은 어두운 거리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남자를 보고 굳어버렸다.


"아! 테이트 씨! 여기 계셨군요?"


어느새 손을 흔드는 카키를 보고 테이트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주인장? 여긴 어쩐 일이지?"'


"설명하자면 조금 길지만... 테이트 씨는 어디 가시는 중이셨나요?"


"일단 오늘 조사는 끝냈으니 숙소라도 잡을 생각이었는데..."


"아... 그렇군요. 저는 다시 루브린으로 돌아갈까 하는데, 괜찮으시다면 함께 가실래요? 드릴 말씀도 있고요."


"음... 뭐, 철마를 타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군. 그나저나... 뭔가 낯이 익는데 혹시 어디서 만난 적이 있습니까?"


테이트는 어느새 카키와 거리를 두고 딴청을 부리고 있는 레드럼에게 물었다.


"뭣!? 나는 경찰하고 안면이 있을 만큼 막무가내인 사람이 아니야! 준법정신이 투철한 공학자라고!"


"아마 저희 여관 현관에서 잠깐 지나가듯 보셨을 거예요. 현관에 방범장치를 달아주셨거든요."


"그래. 이제야 생각이 나는군. 하지만 나는 아직 내가 경찰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크흠. 그... 저번에 그리니언 그 꼬맹이와 다니는 걸 서쪽 평원 관문에서 봤지. 제법 유능한 경찰이라고 나한테 이야기했었거든. 하하."


테이트는 횡설수설하는 레드럼을 미심쩍다는 듯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 카키에게 말했다.


"일단 철마 역으로 가면서 주인장이 왜 여기 있는지, 그리고 하려는 말이 뭔지 말해주게."


"알겠습니다. 가시죠. 레드럼 씨도 빨리요!"


"아니 나는! 끄응.... 알겠네! 거참!"


레드럼은 마지못해 카키와 테이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철마 역에 가는 동안 카키는 서튼 마을 사람들이 몰살당했다는 사실과 촌장이 라스베트에 왔던 것, 그리고 마물에게 습격을 당해 테비르로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테이트에게 전했다.


"음... 그 촌장이라는 사람과 전화 통화했을 때 어떤 걸 물어봤다고 했지?"


카키는 말을 꺼내기 전 잠시 뒤에서 걷는 레드럼의 모습을 살폈지만, 어딘지 모르게 위축되어 있는 듯한 그의 모습을 보고 이내 말을 꺼냈다.


"친구들과 최근에 연락했던 게 언제였는지,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여쭤봤었습니다."


"그렇군... 그리고 그다음 날. 용병 형씨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어있었고, 촌장이란 사람이 라스베트에 도착했다?"


"네. 서튼 마을에서 루브린까지 철마를 타고 가면 하루정도면 충분하겠지만, 라스베트에서 만났던 촌장님은 마차와 도보를 이용해 3일에 걸쳐서 오셨다고 했습니다.


만약 라스베트로 온 촌장님이 진짜라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땐 전화통화를 한쪽이 가짜가 되겠죠. 하지만 레드럼 씨의 말에 따르면 도중에 전화를 가로채서 루브린으로 오는 길에 통화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더군요."


테이트는 뒤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쫓아오는 빨간 머리의 사내를 슬쩍 돌아봤다. 사내가 그 유명한 붉은 공학자 레드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꽤나 놀랐지만, 어째서인지 소문보다 조용한 탓에 금세 관심이 식었다.


"음... 결국 그 촌장이라는 사람을 만나보지 않고서는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다는 거군요."


"..."


테이트는 촌장의 이야기가 나오자 우울한 표정을 짓는 카키를 보며 쓰게 웃었다. 상황을 전해 들은 바로는 아마도 촌장이란 사람이 살아있을 확률은 극히 낮았다. 다만 시체가 남아있다면 적어도 마물과 촌장의 관계는 우호적이지 않았을 것이고, 촌장이 사라져 있다면 카키를 습격한 것과 촌장이 무언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루브린으로 가는 철마에 오른 세 사람은 어두운 밤길을 가로지르는 철마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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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잉크의 출처를 조사하라는 임무였는데 루브린에는 왜...?"


시안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클린트는 담담히 말했다.


"조금 마음에 걸리는 녀석이 있거든. 그 녀석이 이 일과 얼마나 관계되어있는지 확인할 거다. 겸사겸사 조사할 것도 있고 말이지."


시안은 잠시 클린트를 바라보다가 더 이상 말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클린트에게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괜찮군요. 이 철마라는 것. 밤늦게도 운행하는 데다가 이렇게 경치까지 볼 수 있다니 말입니다."


어느새 창밖 구경에 빠진 시안과 달리 클린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브론드가 가장 마지막으로 발송한 편지. 아마 그게 그 잉크를 사용한 편지겠지만...'


클린트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라스베트에 마검사 브론드의 지인이라도 묵고 있다는 건가? 설마 하니 레드럼 그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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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 그녀는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 20.05.11 69 1 6쪽
87 87화 - 서장은 부하에게 취조당한다 +1 20.05.06 47 1 7쪽
86 86화 - 용병은 신속하게 과자를 먹는다 20.05.01 46 1 6쪽
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6 1 5쪽
84 84화 - 시종은 영웅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4.21 51 1 6쪽
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3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60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4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3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77 77화 - 경찰은 수사자료를 넘긴다 20.04.08 52 2 5쪽
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8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69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0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3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3 2 7쪽
»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6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1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8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5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9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0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1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4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6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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