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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91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20.03.31 18:00
조회
69
추천
2
글자
7쪽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DUMMY

카키는 갑자기 여관을 빠져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 어리둥절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빠르게 뒤따라갔다. 시안은 뭔가 자신만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개하면서 계단을 내려갔고, 클린트와 테이트는 묵묵히 그 뒤를 따라 내려갔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요?"


라스베트의 앞에 나온 카키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레드럼과 하쉬에게 물었다. 하쉬는 시안과 클린트에 이어 테이트까지 빠져나온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라스베트는 이전부터 노려지고 있었거나 주목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전을 확인하기 전 까진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아 보이는군요."


"노려지다니... 라스베트가 말인가요?"


카키가 조금 불안함이 담긴 목소리로 하쉬에게 물었다.


"오늘. 아니. 벌써 어제군요. 어제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게이트를 열고 다른 장소에 다녀오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마법진을 설정하던 도중 혹시나 싶은 마음에 확인해보니 미미하게 좌표 왜곡이 있더군요. 계산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공간 이동형 마법들은 작은 오차만으로도 온몸이 산산조각 날 위험이 있습니다.


평소였다면 아무리 저라 해도 눈치채는 것이 어려웠겠지만, 레드럼 씨가 종종 머무는 곳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봤기 때문에 겨우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마법진을 조금 변형해서 이동했고, 돌아올 때도 기존에 있던 마법진을 조금 수정해서 왔고요."


하쉬의 말이 끝나자 꼬리를 이어 레드럼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까 내가 말했다시피 나는 그런 공학품을 설치해놓지 않았어. 하쉬르단 이 놈처럼 괴상한 녀석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외곽이라곤 하지만 군사시설과 용병단이 우글거리는 루브린 한복판에서 게이트 마법을 열 리도 없거니와 그 정도 조치가 라스베트에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럼...?"


"아마 카키 씨도 모르게 레드럼 씨가 아닌 다른 누군가 설치해 둔 것이겠죠. 문제는 마물을 보낸. 어쩌면 대동했을 침입자가 그 왜곡 마법의 존재를 알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입니다."


"그렇군. 물리적인 방법으로 라스베트에서 그 마물이 사라졌을 리 없으니 침입자가 직접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해 마물을 데리고 갔거나 아니면 회수용 이동 마법을 원거리에서 사용했을 텐데 그 왜곡 마법에 대해 몰랐다면 침입자든 마물이든 어느 쪽이라도 산산조각이 났을 거라는 건가."


묵묵히 레드럼과 하쉬의 이야기를 듣던 클린트가 말하자 옆에서 하쉬를 노려보던 시안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클린트 님. 만약 그렇다면 침입자나 마물은 다른 곳에서 산산조각이 났을 테니 오히려 잘된 일 아닌가요?"


"다른 마법들과는 달리 이동 마법의 경우 방해받았을 때 시전 한 장소에 영향이 나타나지. 좌표식으로 대응하는 마법이니까 시작점이 비틀리면 선이 끊어지는 거라고 보면 된다.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테이트가 담담하게 말하자 시안은 얼굴을 붉히다가 땅을 걷어차며 뒤로 물러섰다.


"그럼 결국 그 왜곡 마법의 존재를 몰랐다면 라스베트에 침입자의 시체나 마물의 시체가 있었을 거라는 거군요? 그게 보이지 않는다는 건 침입자가 왜곡 마법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거니까 라스베트는 이전부터 노려지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고요."


카키의 말에 하쉬는 고개를 저었고, 레드럼은 침묵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쩌면 침입자가 저 이상으로 마나를 잘 느끼는 체질이라 간파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왜곡 마법이 걸려 있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겠죠. 그것도 레드럼 씨나 그리니언 씨. 그리고... 테이트 씨의 눈을 속일 정도라면요."


테이트는 자신을 슬쩍 돌아보는 하쉬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과대평가입니다. 어쨌든 라스베트에 침입자. 그것도 마물이 들어왔고, 쟁쟁하신 분들이 쉽게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왜곡 마법이 시전 되어 있었다면 여러모로 느낌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군요."


그때 여태까지 침묵을 지키던 레드럼이 불쑥 말했다.


"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만."


"뭔가 알아내신 건가요?"


카키의 질문에 레드럼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그런 마법을 걸었는지 그리고 왜 걸었는지 조금 신경이 쓰여서 말이다. 결국 그 마법을 걸어 놓은 건 라스베트의 투숙객 중 한 명일 텐데, 라스베트의 투숙객 중에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카키는 말을 끝맺지 못하는 레드럼을 대신해 자신이 떠올린 이름을 입에 담았다.


"...카쉬르 씨군요."


"단정하긴 어렵지만 설사 카쉬르 님이 마법을 걸지 않으셨더라도 왜곡 마법의 존재 정도는 이미 알고 계셨을 거다. 하지만 네게도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으셨다는 건 뭔가 짚이는 게 있으셨다는 거겠지."


카쉬르라는 이름을 들은 하쉬와 시안. 그리고 클린트에겐 경악의 눈빛이 떠올랐지만, 테이트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어째서 왜곡 마법인지는 조금 신경이 쓰이네요. 감시를 위해서라면 추적이나 도청류의 마법을 사용했을 거고, 습격을 위해서라면 미리 게이트를 마련해두는 편이 좋았을 테니까요. 어쩌면 역으로 라스베트를 보호하기 위해 걸었다고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요?"


카키가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하쉬나 레드럼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결국 라스베트에 무언가 위협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왜곡 마법을 걸었을 테니 크게 바뀌는 것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것이라면 침입자와 왜곡 마법의 시전자가 다른 의도를 가졌을 확률이 높을 텐데 침입자가 저 정도로 희미한 마나를 감지할 정도의 실력자라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군요."


하쉬의 말을 들은 카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고, 시안마저도 하쉬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때 묵묵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클린트가 말했다.


"잠깐 괜찮나?"


"그럼요. 클린트 씨. 말씀하세요."


카키는 얼굴에서 걱정을 털어내려는 듯 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까부터 아주 간단한 사실을 간과하는 듯하군. 어째서 침입자가 도주했을 거라고 단정 짓는 거지?"


"무슨...?"


"칩입자. 그러니까 왜곡 마법의 존재를 모른 채 이동 마법을 사용하다 산산조각 난 시체라면 2층 끝 방에 있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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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8 1 8쪽
»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70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1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3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3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6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1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8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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