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그녀는 사소한 것에서 대단함을 찾곤 했다
테이트 경감은 침대에 누워서 카키의 말과 행동들을 곱씹어봤다.
마검사 브론드가 남긴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라는 문장.
카키가 테이트 경감에게 보였던 방어적인 태도.
'결국 제국이 연관되어 있는건가. 세상을 구한 용사님들의 일이라 그런가 동네 형사님이 따라갈 스케일이 아니구만.'
테이트 경감은 굳이 따지자면 애국심같은 건 없는 편이었다.
'그 녀석은 제국의 위대함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곤 했지만... 생각해보니 그 녀석 어지간한 것들에 대해서는 다 대단하다고 말하는 타입이었군.'
카키의 말을 듣기 전부터 테이트 경감은 어렴풋이 제국에 대한 의심을 하고 있었다. 용사일행이 살해당할 정도의 일이라면 그야 국가단위가 움직일 만한 사안이니까. 물론 테이트 경감의 입장에선 범인이 제국쪽이든 마왕쪽이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테이트 경감의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였다.
'확실히 제국과 용사. 그리고 마왕 사이에 뭔가 있었던 건 사실인 것 같지만...그보다 더 거슬리는 건 그 편지다.'
테이트 경감이 보기에 조금 전 브론드의 편지에 나타난 기이한 현상은 마법이 아니었다. 만약 마법이 걸려있었던 것이라면 감시자에게 금방 들켰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마나의 흐름에 민감한 그가 느끼지 못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주인장은 마검사 브론드가 공학이나 과학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이야기했지. 구태여 거짓말을 할 이야기도 아닐테고, 주인장 체내에 활성화된 마나가 없었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로 눈치채지 못했던 거겠지.'
테이트 경감은 평소 마나에 지나치게 민감한 체질 떄문에 동료 경찰들로부터 마법소년이라고 놀림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개 마나에 민감한 체질. 통칭 '마체'를 타고난 다른 사람들이 마나를 다루는 데에도 특별한 재능을 나타내는 반면, 테이트 경감은 단순히 민감할 뿐 마나를 다루지는 못했다.
"나는 의무교육 세대가 아니니까 과학도 공학도 젬병이라고..."
16년 전, 르티오르 내란이 일어난 후 몇년이 지나고나서 제국은 의무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어린아이들에게 문자와 숫자, 그리고 과학을 가르쳤다. 최근에 이르러선 희망자에 한 해 공학까지 배운다는 모양이지만, 테이트 경감은 의무교육이 시작될 무렵 이미 성인이었다.
젊은 형사들 사이에선 은연중에 '마법 세대'라고 조롱당하는 듯 했지만, 그 이전부터 별명이 마법소년인 테이트 경감으로선 사건 해결을 위한 지식이 없는 것이 답답할 뿐 타인의 말따윈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
'이럴 때 그 녀석이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테이트 경감은 연락이 끊긴 파트너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고, 몸을 일으켰다. 테이트 경감은 그녀를 찾기위해 짐작가는 곳을 모두 조사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카키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에게 남은 단서는 그녀가 용사일행사건을 조사 중이었다는 것 뿐이니, 테이트 경감은 결국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그녀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테이트 경감은 다시 누울까 잠시 고민하다가 서랍 위에 올려 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마검사 브론드의 편지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곰곰이 짚어보기 시작했다.
'우선 마검사 브론드가 감시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편지를 위해 공학품을 구매했을 경우인가'
마왕토벌이후 4년. 공학이 점차 생활에도 스며들고 있었지만, 경찰서에 있는 전화처럼 대개의 공학품은 가격이 비쌌다. 공학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매개'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우선 다룰 수 있는 장인이 제한적이고, 공급이 적은 탓에 취급하는 곳도 한정적이었다.
'비용이야 제국에서 마왕토벌에 대한 보수를 넉넉히 받고, 마물 사냥만 해도 엄청나게 벌어들일 테니 문제가 안되겠지만, 공학용품을 파는 가게에 들락거렸다면 의심을 사기 마련이지.'
테이트 경감은 용사일행의 감시라면 그 정도는 신경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0여년 동안 형사 생활을 하면서 상대에 대한 평가를 잘못내릴 경우 수사에 굉장한 혼란이 야기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상대는 대륙의 영웅을 죽였다. 그는 이 정도의 평가가 고평가라면 제국은 진작에 마왕에게 넘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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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형편 좋은 가정은 감시역에게 의심받지 않을만한 협력자가 있었을 경우군.'
테이트 경감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창문을 열었다.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거리는 몇 년전에 비해 조금 더 밝아졌다.
'세상은 살기 좋아졌는데 사람들은 왜 아직도 죽어나가고...''
테이트 경감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창을 닫고 카키가 켜놓은 촛불을 껐다.
'촌동네 여관 주인조차 비밀이 많고, 우린 왜 이렇게 바쁜 건지 모르겠구만.'
- 작가의말
오늘은 조금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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