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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81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20.03.16 18:00
조회
68
추천
5
글자
7쪽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DUMMY

헤이나르 성에서 나온 하쉬는 곧바로 춘봉과 여각이 있는 동굴로 향했다. 헤이나르 성과 동굴의 거리가 꽤 됐기 때문에 하쉬가 동굴에 도착한 것은 밤을 지나 새벽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비장한 표정의 춘봉은 하쉬가 돌아오자 미소를 지으며 환영했다. 하쉬는 그런 춘봉의 기색을 잠시 살피다가 이내 라스베트와 이어지는 게이트를 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양방향 이동에 사용 횟수 무제한... 기간은 대충 3일 정도로 해둘까.'


하쉬는 게이트 설치를 돕는 공학품을 마법진에 올려놓고 설정했다. 임시로 그려놨던 마법진은 저번에 사용한 후 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마법진을 그려야했다.


원래라면 마법진으로 라스베트와 동굴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계산만도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겠지만, 계산을 간소화해주는 공학품 덕분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평소 공학품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하쉬였지만, 그리니언에게 의뢰를 넘겨받을 때 먼 거리를 이동할 경우도 있어서 이 게이트 설치기만큼은 제법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뭐, 마나나 투기에 간섭하는 공학품이 아니니까. 이런 것들만 있다면 온건파뿐만 아니라 모든 마족들 사이에서 쓰일 텐데.'


강경파 마족들이 공학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들이 만들었기 때문이지만, 강경파 이외의 마족들도 공학품의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투기와 마나에 대한 간섭 때문이다.


힘의 논리야 말로 정의인 마족 사회에서 마나 증폭이나 억제 같은 수단을 사용하는 공학품은 편법 혹은 더러운 수법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뭐, 온건파 녀석들이 좋아하는 붉은 공학자는 예외인 듯 하지만. 최근에는 온건파들 사이에서 다른 공학품들에도 꽤 너그러워진 모양이고.'


온건파 마족들의 평가에 따르면 붉은 공학자 레드럼의 공학품은 '강함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느껴지는 상쾌한 물건들로, 아이러니하게도 '편법이지만 강함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온건파의 수장인 이오스 공작이 레드럼의 공학품을 보고 '이 정도 까지...'라고 침음 성을 삼킨 것은 꽤나 유명한 이야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게이트를 잇는 데 성공한 하쉬는 공학품을 회수하고 춘봉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한 번 더 올 것 같군요."


"네. 조심히 가십쇼!"


힘차게 인사하는 춘봉을 뒤로하고 게이트로 들어가 자신의 방에 도착한 하쉬는 방 밖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눈살을 찌푸렸다.


'마족? 아니 마물인가? 기운이 옅은 걸로 봐선 이미 떠난 것 같지만...'


좋지 않은 예감에 재빨리 방문을 열고 나간 하쉬는 뭔가 묘하게 조용한 복도를 지나 카운터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간 하쉬는 평소라면 카운터에 앉아있을 카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짙은 미소를 지었다.


'재밌군. 마치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좋은 때를 노렸어. 감시가 붙어있었던 건가? 나나 그리니언 씨를 속일 만한 감시역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말이지. 손님으로 위장을 했던 걸까?'


라스베트는 용병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기 때문에 평소에 습격하는 것은 꽤나 까다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특히 그리니언이 장기 투숙할 경우라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리니언이 조사를 위해 서튼 마을로 떠나고, 토벌 의뢰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재정비 시기인 지금이라면 평소보다 훨씬 습격하기 쉬워졌을 것이다.


'손님은 아마 우리를 제외하고 한 두 명 정도가 더 묵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하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카운터 주변을 살피다가 카운터 뒤편에 있는 카키의 방을 발견했다.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간 하쉬는 생각보다 멀쩡한 방 안의 풍경에 조금 실망했지만, 여관 어디에도 모습아 보이지 않는 카키가 어디로 갔을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납치당했다...라고 봐도 될까? 그리니언 씨 말로는 카키 씨는 제법 똑똑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무력은 전무하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치곤 여관 내부가 묘하게 깔끔해. 다른 손님들은 모두 자고 있는 건가?'


하쉬는 더 이상 카키의 방에서 얻을만한 정보는 없다고 판단하고 카운터로 가 체크인이 되어있는 방들의 번호를 확인한 뒤 다시 위층의 객실로 향했다.


'테이트 씨와 그리니언 씨는 체크아웃했으니 내 방을 제외하면 201호와 204호, 그리고 208호인가. 주인장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하쉬는 카운터에서 챙겨 온 마스터키를 들고 계단과 가장 가까운 201호부터 살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204호도 공학 용품으로 보이는 몇 가지 도구가 어질러져 있는 것을 제외하면 마물의 기운이나 수상한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공학자라도 머물렀던 모양인데, 오늘 체크인한 건가? 과연 이 정도로 어질러진 방을 이상 없다고 봐도 되는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보류하는 게 좋겠군.'


하쉬는 204호 투숙객의 정리 상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천천히 마지막 208호로 향했다. 208호 문 앞에 선 하쉬의 얼굴에는 짙은 미소가 번졌다.


'여기군. 옅지만 마물의 기척이 느껴져. 희미하지만 피 냄새도.'


하쉬는 피 냄새의 주인이 카키라면 그리니언과 테이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심 기대하면서 천천히 208호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어진 시체와 거기서 흘러나온 피가 가득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시체의 얼굴만큼은 온전히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본 적이 없는 손님인데, 오늘 체크인한 건가? 다른 방들에 침입한 흔적이나 마물의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던 걸로 봐 선 흉수가 이 놈이 머무는 곳을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이놈만을 노렸던 거겠지.


어쩌면 201호와 204호 손님이 정보원이고 이 놈은 그냥 말려든 걸지도 모르지만 입막음을 위해서 처리한 것치곤 지나치게 과시하는 듯한 살해 방법이군. 할아버지가 운이 너무 없었어. 상대가 인간이었다면 시체라도 온전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마물에게 그런 걸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린 하쉬는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에 아래층으로 내려가 현관을 확인했다. 현관을 바라보는 하쉬의 얼굴에는 또 다시 일그러진 미소가 떠올랐다.


'그때 나를 제압했던 장치가 이번에는 작동을 하지 않았나? 인간을 찢어 죽일 마물을 허용할 만큼 허술한 장치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어쩌면 204호에 묵은 공학자가 감시역이고 침입을 허용하기 위해 일부러 마물에 대한 대책만 세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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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2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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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8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69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0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3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3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5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0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8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5 3 7쪽
»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9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0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1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4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5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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