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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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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78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20.03.17 18:00
조회
74
추천
3
글자
7쪽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DUMMY

교회와 외곽을 모두 돌아본 그리니언이 마을로 돌아와 경찰을 기다린 지 몇 시간이 지나서야 마을 입구에 경찰들이 도착했다.


"나참, 공권력이라는 건 좀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는 건가?"


그리니언의 목소리는 제법 컸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시체를 수습하기 시작한 경찰들에게도 들렸지만, 경찰들은 묘하게 그리니언 쪽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자신들의 할 일을 빠르게 해 나갔다.


"늦은 만큼 만회라도 해볼 생각인가 보군. 뭐, 기특한 면도 있긴 하네."


그리니언이 그런 소리를 하며 경관들이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을 때, 검은 머리의 사내가 천천히 다가왔다. 사내는 다른 경관들처럼 머리는 짧았지만 머리색은 검은색이었고 다른 경관들이 제복을 입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북대륙 풍의 검은 도복을 입고 있었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꽤 높은 직책을 가진 것인지 시체를 조사하던 경찰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사내에게 경례한 뒤, 사내가 경례를 받아주자 다시 조사를 이어갔다.


"당신이 최초 발견자인가 보군. 반갑소. 수사를 맡은 위상현이오."


그리니언은 자신에게 손을 내민 사내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 손을 잡고 답했다.


"그리니언이다. 당신이 소문의 '그 경찰'이군. 뭐, 나는 최초 발견자보단 수훈갑이라고 할 수 있지."


"수훈갑?"


거들먹거리는 그리니언에게 상현이 반문하자 그리니언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가 워낙 유능해서 말이야. 마을 외곽 교회에 범인이 쓰러져 있을 거다. 손속이 과해서 죽여버렸지만, 뭐 특경 제복도 입고 있었고, 신원확인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겠어?"


그리니언의 말을 들은 상현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리니언에게 물었다.


"호오? 그 교회라는 곳까지 안내해 주겠소?"


"안내? 누구들이 늑장을 부린 탓에 이쪽은 시간을 허비해서 갈 길이 바쁘다고! 용의자 신원이나 사건 정황 같은 건 경찰인 너희들이 알아서 조사..."


상현에게 쏘아붙이며 말하던 그리니언은 갑자기 전신을 옭아매는 듯한 기운에 말을 끊었다. 그런 그리니언을 보고 상현은 나지막이 말했다.


"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보오. 나는 안내해달라고 했소만."


그리니언은 상현의 기세에 잠시 밀려났지만, 이내 질 수 없다는 듯 기세를 뿜었다.


"호오? 힘자랑이라도 하려는 거라면 나는 별로 상관없는데?"


두 사람의 대치가 길어지자 주변에서 시체를 조사하던 경관들이 갑자기 쓰러지기 시작했다. 상현은 그 모습을 슬쩍 보더니 기세를 거뒀고, 그리니언 역시 상현의 기세가 사그라들자 한숨을 내쉬며 기세를 거뒀다.


"... 수사에 제대로 협력하는 편이 쓸데없는 일을 줄일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오. 자유 용병 그리니언 공."


상현이 쓰러진 경관들을 살피며 말하자 그리니언은 혀를 차며 말했다.


"쓸데없는 일이라... 쯧. 확실히 협력하는 편이 쓸데없이 용의자로 몰리는 것보단 편하겠군."


"지략으로도 유명하시다더니 이해가 빨라서 좋군. 그럼 앞장서시겠소?"


그리니언은 내키지 않다는 표정으로 상현을 데리고 외곽의 교회에 도착했다. 깔끔하게 목이 썰린 시체를 살펴보던 상현은 낮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좋군. 소문보다 뛰어난 실력이오. 몸 부분 근육의 형태로 봐선 검을 뽑을 태세는 갖췄는데 채 뽑지도 못한 걸 보니 반응도 못했군. 쾌를 중시한 발도였겠지만 목뼈까지 깔끔하게 베인 걸로 봐선 결코 힘이 부족하지도 않아. 작은 육체에 비해 악수를 하는 아귀힘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일류라고 칭할 만 하오."


그리니언은 담담히 시체를 살피던 상현이 작은 육체니 뭐니 말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상현은 그런 그리니언을 알아채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그래... 그리니언 공. 이 사람이 범인이라고 하셨소?"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말이지. 본인 입으로 자기가 했다는 이야기를 했으니까. 아무리 외딴곳에 있는 마을이라지만 마을을 통째로 지울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려면 뭔가 믿는 게 있었던 거겠지.


그런 점에서 그놈은 특경 옷을 입은 걸 보니 아무래도 뒷배가 든든한 놈인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내가 오늘 여기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


"아쉽지만 마을 사람들의 시체에 남긴 상흔은 꽤 실력이 좋은 사람의 솜씨였소. 이 자에게 그런 실력이 있었는지 신뢰가 안 가는군."


"확실히 싱거운 녀석이긴 했지만, 상대가 상대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나한테야 한 주먹 거리였지만, 시골 마을 사람들에겐 천재지변이었을 테니 반응하지 못하고 깔끔하게 베였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지."


"마을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위치를 기억하시오?"


"위치? 딱히 규칙성 같은 것 없이 중구난방으로 쓰러져 있지 않았나?"


"혈흔이 낭자한 것과는 별개로 시체들을 이동한 흔적 같은 건 찾을 순 없었소. 완벽하진 않겠지만, 시체의 상태를 봤을 때 가장 먼저 죽은 것으로 보이는 시체가 죽어있던 곳은 마을 중앙 분수대의 것이었소.


그 뒤부터는 중앙 분수대를 기점으로 점점 큰 원을 그리듯이 쓰러졌고, 가장 최근에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는 시체는 다시 마을 중앙 광장 구석에 있었소."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뭔가 짚이는 것이 있다는 표정이시군. 짐작하시는 것처럼 흉수는 마을 중앙에서 범행을 시작했지만 마을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고, 심지어 마지막 피해자는 시체들이 널브러진 마을을 가로질러가 다시 마을 중앙까지 들어가서 살해됐소. 즉, 흉수는 환술... 동대륙 식으로 부르자면 환각 마법을 사용할 확률이 높다고 보오."


"그렇군. 그래서 저 녀석이 그럴 만한 실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건가?"


그리니언이 시체를 슬쩍 보며 말하자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 애초에 그리니언 공을 용의 선상에 올리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오."


"흐응... 뭐, 확실히 나는 환각 마법 같은 건 쓰지 못하니까. 그리고 저 녀석도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았지. 하지만 만약 환각 마법이 담긴 공학품을 사용했거나, 환각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공범이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이 자가 시골 마을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환술을 쓸 만큼 약했소?"


"..."


"조금 전에 그리니언 공이 이야기한 것처럼 어디까지나 상대가 그리니언 공이기 때문에 쉽게 당한 것이지 단련된 흔적만 봐도 충분히 강한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소. 그런 자가 굳이 환술을 사용했다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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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6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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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3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60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4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2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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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8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69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0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3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3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5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0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7 2 6쪽
»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5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8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0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1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4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5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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