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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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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73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19.11.19 07:00
조회
806
추천
32
글자
8쪽

4화 - 그의 친구는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DUMMY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너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 나는 아마 내일 죽을 거야. 정확한 이유까진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리그람도 나도 어째선지 죽음의 기운을 느끼고 있어.]


'리그람... 마검사 브론드가 가지고 다닌다는 마검인가.'


테이트 경감은 시도떄도 없이 용사일행의 이야기를 해대던 파트너의 말을 떠올렸다. 그의 파트너는 시끄러운 것에 비해 실속은 없는 녀석이었지만, 적어도 용사들이나 유명한 모험가같은 유명인들에 대해선 꽤나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브론드 님의 마검 리그람은 원래 사람을 먹는 칼이라는 소문이 자자했어요. 여행 중이던 브론드 님이 학살을 자행하던 리그람을 제압하고....'


그녀는 그 뒤로도 종종 용사 일행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지만 테이트는 무시했었다. 경찰과 용사. 테이트 경감은 용사라는 건 이야기책에나 나오는 사람들이고, 현실을 살아가는 경찰과는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테이트가 마검 리그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최근에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테이트가 사건을 맡으면서 받은 초동 수사 자료에 의하면 용사 세 사람이 살해당한 현장엔 반으로 조각나버린 마검 리그람도 있었다고 한다. 발견 당시 마검이 발현한 흔적은 찾지 못했지만 사건과의 관계성을 분석하기 위해 황실의 어느 연구원에서 조사 및 보관 중인 모양이었다.


'피에 굶주린 마검에게 휘둘리는 용사라... 그럴듯하군..'


테이트 경감은 마검사 브론드가 마검에게 지배당해 동료들을 죽였을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있었지만, 카키는 그런 테이트 경감의 생각은 짐작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편지를 읽어갔다.


[물론 이게 단순한 기우라면 좋겠지만, 나는 둘째치더라도 리그람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아마도 피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 오크부락 때처럼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말이야.


음...사실 이미 마왕도 토벌했고, 베이지와 코발트. 그리고 너. 세 사람 모두 이제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죽는 것에 큰 미련은 없지만...음..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해도 이상한가? 하하.]


테이트 경감은 카키가 편지를 읽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이윽고 카키가 잠시 편지를 읽는 것을 멈췄을 때도 경감은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이고 기다릴 뿐이었다.


'뭐, 똑부러지는 여관 주인이라곤 해도 20살 남짓의 어린애니까.'


한참 우두커니 서있던 카키는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편지를 읽어갔다.


[아무튼 그래서 말이야. 카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다른 두 사람이 사건에 대해서 깊게 파고 들지 않도록 이야기 해줬으면 해. 뭐 코발트나 베이지는 강하고 똑똑한 녀석들이지만 달콤한 신혼에 내 죽음이나 조사하고 있어서야 미안해서 눈을 못감을 것 같거든.]


'음...지금까지의 내용만 봐선 마검사는 다른 두 명도 죽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양인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있으면 좋겠군 감이나 기운만으론 단서가 되지않아.'


"사건에 대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그게 전부인가요?"


테이트 경감은 편지를 내려놓는 카키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물었다. 방금 전까지 울먹거리는 것 같았던 사람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단서가 이것밖에 없다면 헛걸음을 한 테이트 경감 역시 난감한 상황인 것이다.


"네. 이 이야기 외에는 전부 개인적인 것들이라...."


"이것만으론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군요. 확실히 마검 리그람은 죽음의 냄새를 잘 맡는다는 소문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결국 누구에게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선 아무 것도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렇네요. 이 정도 이야기라면 전화로 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군요."


테이트 경감은 살짝 속을 긁는 카키에 대해 '밍기적거리는 것을 기다려줬는데 이런 대접이라니!' 라고 한 마디 할까 싶었지만, 조금 전 카키가 자신에게 왜 이 사건 조사에 열을 올리는 지 물어봤던 것을 생각했다.


'눈치를 보니 아직 무언가 더 있는 것 같은데. 확실히 편지의 내용이 이것 뿐이라면 내가 여관을 방문하겠다고 했을 때 막았을 테고. 이 여관주인은 아무래도 이쪽의 사정이 궁금한 모양이군.'


테이트 경감은 어느새 평온을 찾은 카키를 노려봤지만, 편지에 적혀있다는 개인적인 내용이 궁금한 것은 이쪽이니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특수경찰 놈들이었다면 억지로 빼앗아도 별 문제가 안되겠지만, 이쪽은 일반 경찰이니 강압적인 수사는 삼가야겠지.'


개인 뿐 아니라 국가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인외종이 관련된 사건에는 다소 폭력적인 방법도 용인되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수경찰이라는 조직의 특권이었다.


테이트 경감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결심이 선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카키 씨. 사실 제 동료 형사 중에 용사단의 열렬한 팬이 한 명 있었습니다."


"네? 아 네..."


카키는 뜬금없는 이야기에 조금 당황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진지한 표정의 테이트 경감을 보고 자세를 고쳐 앉고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던 중에 실종됐습니다."


"..."


"실종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서에서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다른건 몰라도 보고는 철저하게 하던 녀석이니 뭔가에 휘말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뭔가 짚이시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아뇨. 그녀석은 신참인데다 그다지 유능하지도 않았고, 남한테 미움을 살만한 위인은 아니었습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라면 실종되기 전날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할 내용이 있다고 연락이 왔던 점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무래도 그 녀석의 실종과 이번 사건은 관련이 있는 듯 해서 저도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카키는 테이트 경감의 눈을 응시했다. 테이트 경감은 카키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거짓말...은 아닌 모양인데.'


카키는 테이트 경감이 아직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우선 자신이 아는 것을 말해주기로 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루브린 서의 테이트 경감님이 아니라 실종된 동료를 찾는 테이트 씨의 입장에서 들어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편지의 다른 내용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방금 읽어드린 내용이에요,"


"방금 읽어주신 내용에 어딘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었습니까?"


"네. 우선 브론드는 저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호칭은 언제나 리더였거든요."


"그럼 이 편지를 쓴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는?"


"아뇨. 다른 편지들과 필적을 비교해보면 아시겠지만, 본인이 작성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숨겨진 메시지가 있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아마도 글을 쓰고 있을 때 감시를 당하고 있었거나 어쩌면 유서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쓰도록 협박당했을지도 모르겠군요."


'마검사 브론드가 비밀리에 이야기를 전달해야할 만큼 위협이 되는 존재라는 건가.'


테이트 경감은 어쩌면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생각보다 빠르게 특수경찰에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크 부락 때의 기적이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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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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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 그녀는 인질로서 가치가 없다 20.05.11 68 1 6쪽
87 87화 - 서장은 부하에게 취조당한다 +1 20.05.06 47 1 7쪽
86 86화 - 용병은 신속하게 과자를 먹는다 20.05.01 44 1 6쪽
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6 1 5쪽
84 84화 - 시종은 영웅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4.21 50 1 6쪽
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3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60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4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2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77 77화 - 경찰은 수사자료를 넘긴다 20.04.08 52 2 5쪽
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8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69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0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3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2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5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0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7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4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8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0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1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4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5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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