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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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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48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19.11.21 07:00
조회
786
추천
32
글자
8쪽

5화 - 그 때의 기적은 지금의 거짓말이 되었다

DUMMY

"네. 꽤 유명한 이야기라서 감시하는 인물도 신경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용사일행의 모험담은 어딜가나 화제였지만, 유년시절의 모험담은 이야기책으로 나올 정도로 유명했기 때문에 용사일행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던 테이트도 몇 가지 정돈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 용사들이 마을 근처에 있는 오크 부락을 하루만에 소탕했다는 일화는 굉장히 유명해서 연극으로도 각색되어 공연이 되기도 했다.


당사자인 용사단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모양이지만, 당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틀림없는 사실이고, 관청에도 용사단의 토벌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었다.


"거기에 뭔가 의미가 담겨 있는 겁니까?"


"네. 브론드는 제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처했던 몇몇 상황들을 '오크 부락의 기적'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가령 예를 들면 그럴듯한 거짓말을 비꼴 때 '오크 부락의 기적을 일으켰다'라면서 말이죠. "


"오크 부락 토벌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완벽히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긴 하지만, 브론드는 자기가 하지 않은 일에 공치사를 듣는 걸 굉장히 불만스럽게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그럼 편지의 내용이 거짓이라는 걸 은연중에 알려준 것이겠군요."


테이트 경감은 다혈질에 고집스러운 이미지가 있던 마검사 브론드에 대한 인상이 조금 바뀌었다. 친구들의 죽음에 훌쩍거리던 카키에 대한 인상 역시 바뀌었다. 감시자를 피해 메시지를 섞어 놓는 마검사나 그걸 바로 알아보고 숨은 뜻을 찾는 여관 주인이나 평범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경감님 말씀도 맞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다른 의미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카키는 말을 잠시 멈추더니 탁자 옆에 놓인 서랍에서 양초를 꺼내고는 양초와 함께 놓여있던 라이터로 양초에 불을 붙였다.


'전등이 있는데도 양초같은 걸 잘도 가져다놨군'


테이트 경감이 여관주인의 꼼꼼함에 감탄하는 사이, 카키는 불 붙힌 양초를 탁자위에 올려놓고 말을 이어갔다.


"오크부락의 기적은 사실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것이었습니다. 오크 부락에 불을 붙인 후에 탈출하려는 오크 무리들을 함정에 빠뜨려 한 번에 불태워 죽인게 전부니까요. 그것이 와전되어서 16살의 용사 세 명이 500마리 가까이 되는 오크무리를 소탕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실제로 브론드가 그 사건에서 본 것은 다 타버린 오크들의 부락과 잿더미가 된 오크들의 시체 뿐이었어요. 그 때문인지 브론드는 종종 불이나 화재를 이야기할 때 오크부락의 기적 때와 같았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


"불... 말입니까?"


"네. 사실 경감님이 오시기 전에 이미 확인은 해두었지만. 직접 보시는 편이 빠를 것 같군요."


카키는 들고 있던 양초를 선반위에 놓고 그 위에서 손에 편지를 잡고 불길을 쐬었다.

테이트 경감은 행여나 편지에 불이 붙을까 조마조마 했지만 카키는 몇 초동안 편지에 불을 쬐다가 테이트 경감에게 건넸다. .


"이건 대체?"


테이트 경감이 건네 받은 편지에는 아무런 글자도 적혀있지 않았다.


"자세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마법을 걸어 놓은 것 같습니다. 브론드는 과학이나 공학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편지를 건네 받은 테이트 경감은 편지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사라졌던 글자가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 마 왕 은 용


사 를 죽 이 지


않 았 다 ]



처음 떠오른 글자들이 완성한 문장은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였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편지의 글자들은 어느새 모두 돌아와 있었다.

테이트 경감은 조금 놀랐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편지를 카키에게 돌려줬다.


"음...뭔가 짐작가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편지를 받은 카키는 편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그 전에 우선 이걸 쓴 것이 '정말로 브론드인가'겠죠."


테이트 경감은 카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제 개인적으론 브론드 씨 본인이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카키 씨의 추측대로 브론드 씨가 감시당하고 있었다면 중간에 내용이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런 것 치곤 내용이 꽤나 애매하니까요."



"저도 경감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만약 브론드 본인이었다면 더 적나라하게 배후를 지목했을 것 같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군요."


'브론드는 소문처럼 단순무식한 녀석은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빼빼 꼬는 것은 체질이 아니었으니까.'


카키는 용사일행이 나오는 연극에서 자신이 근육바보로 표현된다며 편지로 울분을 토하던 브론드의 모습을 떠올렸다.


"혹시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호칭이나 오크 부락처럼 숨겨진 의미를 담아놨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테이트 경감은 문장에 숨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지만 카키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편지를 봤을 때부터 쭉 생각해봤지만 짚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다만?"


"어쩌면 브론드가 숨길 수 있었던 단어가 많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몰래 보내는 것이니 장문을 쓰기는 힘들었겠죠. 거기에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라는 문장은 조금 이상하니까요."


"시점의 문제입니까?"


"네.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얼핏보면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 마왕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처럼 보이지만, 마왕은 이미 용사일행에 의해 토벌되었으니 애초에 용의선상에 없죠."


"뭐.. 마왕의 잔당들이 목숨을 노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라는 감싸는 듯한 표현 대신 마왕군이 용사를 죽이려 한다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군요."


"제 생각엔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라는 문장은 현재 사건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왕토벌 당시의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럴 경우 자연스러운 문장이라면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못했다 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마왕토벌 뒤에 뭔가 숨겨진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요. 조사해볼 가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당연한 일입니다."


카키는 테이트 경감의 감사 인사를 뒤로 하고 방을 나왔다.


'전화로 대화하지 않고 따로 만나러 온다고 했을 때 어쩌면 경찰 조직에 대해 꽤나 경계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 했었지만...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것 같군.;


카키는 테이트 경감이 여전히 뭔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종된 동료를 찾는 중이라는 말은 진실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속내를 모두 드러내지 않았던 것은 테이트 경감이 여전히 제국 소속의 경찰이기 때문이었다.


'용사가 마왕을 변호하는 상황이라면 마왕의 적이 용사의 적이 된 경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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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화 -대장장이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다 20.04.30 53 1 5쪽
84 84화 - 시종은 영웅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4.21 49 1 6쪽
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1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59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4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1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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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화 - 그는 나지막이 말한다 +1 20.04.07 67 1 8쪽
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69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59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2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2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5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0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6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4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7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0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0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3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5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79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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