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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695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7.12.12 20:00
조회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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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여름방학 -정면돌파-

DUMMY

작전 실행하는 날.

전에처럼 놓치는 경우가 없게 미리 시간 맞춰 나와서 정류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혼자 속으로 파이팅을 하고 버스에 올라 맨 뒷자리에 앉아 그녀가 타길 기다렸다.

정류장에 도착하고 버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들어왔다.

그녀가 타기를 목 빼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버스는 또 그녀를 태우지 않고 출발했다.

시나리오고 나발이고 그녀가 타지 않았다.


혹시 또 시간이 엇갈린 건가?


이번엔 그녀와 같이 버스에서 내려야 시나리오가 수월해지기 때문에 정류장에서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혹시 다음버스에 그녀가 타지 않을까 하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만약 그녀가 다음 버스에도 안탄다면 나의 가설이 틀린 것이 되어 상당히 난감하게 된다.

제발 버스에 그녀가 타고 있길 바라면서 10분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 버스에 타자마자 버스 안을 살폈다.

다행히 뒤쪽 좌석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버스카드를 찍고 맨 뒷자리로 가면서 힐끔 힐끔 쳐다보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당황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정면을 응시하면서 뒷좌석에 앉았다.

그녀는 내 앞앞자리에 앉아있었다.

가는 내내 그녀가 뒤통수만 바라보다가 가끔 살짝 옆을 봐서 옆모습이 보일듯하면 혹시 뒤를 돌아볼까봐 창밖을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면 다시 뒤통수만 바라보곤 했다.

과연 작전이 잘 먹힐 수 있을까...

뭔가 두근두근 대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이제 내 청춘드라마 시나리오의 첫 페이지를 넘기려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잘 꺼내야 할텐데...

난 초등학교 연활극을 할 때 가장 주목받던 아이였으니까 잘 할 수 있을 거야...


덜컹 덜컹...


이번 정류장은..... 삐~


드디어 벨이 울리고 버스가 곧 서게 된다.


덜컹 덜컹...


끼이익~


치이익~


문이 열린다.

그녀보다 한발 먼저 내렸다.

뒤를 돌아볼 수 없으니 그녀의 발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잘 따라오고 있는 듯하다.

주섬주섬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무언가를 꺼내는 척을 하며 떨어뜨렸다.

어이쿠...

근데 이놈의 핸드폰은 곱게 땅에 떨어지지 않고 땅바닥에 바로 부딪치면 충격이 클 거라 생각했는지 완충작용을 하려고 걸음질하는 뒷발에 맞고 떨어졌다...


어떡해야하나...


그냥 가기도 어색한 상황.

자연스럽게 떨어뜨리는 법만 연습했더니 스탭에 핸드폰이 들어올 거라곤 생각 못 했다.

뒤에서 그녀는 핸드폰이 떨어지는 걸 봤다면 뒷발에 맞은 것도 봤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주워버리면 모든게 끝장이다.

쿨하게 신경 안 쓰고 가던 길을 갔다.


걸어갔다.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렇게 계속 저벅저벅 걸어갔다.


왜 도대체 여기까지 걸어오도록 냅두냐고!

설마 내가 떨어뜨린 걸 못 본거냐...... 아님 그냥 지나친 거냐....

더 이상 못 참아서 뒤를 돌아봤다.

그녀로 보이는 사람은 없다.

다시 떨어뜨렸던 장소로 가봤다.

핸드폰은 그 자리에 그대로 가만히 팔자 좋게 누워있었다.


어째서 바로 뒤에 붙어왔던 거 같은데 그걸 못 보냐...


지 몸 바쳐 바닥에 쳐 박은 핸드폰의 희생은 완충작용을 하려했을 때부터 이미 그 공이 충격과 함께 삭감하였다.

청춘드라마를 위한 첫 번째 시나리오가 졸작으로 끝나면서 이제 차기작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시나리오가 졸작이 된 이유가 그녀가 못 본 것인지 아니면 보고도 지나친 것인지 알 수 없기에 섣불리 같은 것을 한 번 더 내밀 수는 없었다.

같이 봤던 영화를 한번 보라고 추천하는 것만큼 우스운 광경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 차기작에 돌입해야 한다.


차기작...

사실 애초에 근사한 아이디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막 뛰기 시작한 심장에서 머리로 공급할 피는 다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어떤 수작을 생각해봐도 이미 저질러 놓은 일의 모방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정. 면. 돌. 파.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기에 뭔가 자신감이 없었다.

이 나이에 부킹 같은 즉석만남을 해봤을 리도 없고 같은 반이라던가 같은 학원이라든가 등 무언가 매개체 없이 이성과 가까워진 적이 없기에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아니 모든 것을 떠나서 그냥 이런 적이 처음이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나름 머리 굴린다고 짠 시나리오는 죽 쒔으니 이제 꺼려했던 최후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저기요... 번호 좀...


이라고 내 입에서 나올 것을 생각하니 절로 오그라들었다.

낯선 누군가의 번호를 물어볼 일이 티비나 남들한테나 들었을 이야기이지 내가 그럴 거라곤 생각 못 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 방법 밖에 없는데.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수영을 갔다.

사실 이젠 수영 따윈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녀를 만나러가는 길에 그냥 버스만 타기 뭐하니까 덤으로 가는 것뿐이다.

수영 하는 내내 머릿속에선 오늘의 결전을 앞두고 여러 가지 예상 스토리가 돌아가고 있었다.

번호를 받는 경우, 거절당하는 경우, 거절당하면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걱정, 막상 번호를 받으면 또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생각을 해도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데 이제 시나리오 짜기는 그만 두기로 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맞춰 버스에 타고 늘 앉던 맨 뒷자리 왼쪽구석에 앉았다.

시간을 보니 대략 늘 그녀가 타던 시간과 비슷한 것 같았다.

버스가 그 정류장에 서서 밖을 내다보니 그녀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대충 시간이 맞아 떨어진 듯 했다.

그녀는 내 바로 앞자리에 앉았고 긴장감은 고조되었다.

버스는 나와 그녀를 태우고 출발했고 내 마음속 카메라는 나와 그녀를 한 프레임에 잡았다.

이미 다른 승객들은 드라마의 엑스트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마침 사람도 얼마 없어 버스 안은 고요했다.

그녀가 앉은 줄과 내가 앉은 맨 뒷자리엔 마치 촬영을 위해 버스를 빌린 듯 아무도 앉지 않았다.


적절한 타이밍.


이제 주연배우는 연기력만 발휘하면 된다.

물론 정해진 시나리오는 받지 못했지만.

일단 이 텅 빈 버스에서 많은 빈 좌석을 놔두고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나의 존재를 어필하려 했다.

그래서 일단 맨 뒷좌석에서 한 칸 내려왔는데 차마 그녀의 옆자리에 앉을 자신이 없어 일단 오른쪽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뒷자리에서 내려온 나를 본 듯했으나 별로 신경 안 쓰는 듯 했다.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 앉고 싶다는 생각이 맴돌았으나 쉽게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 가다가 순간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벌떡 일어나서 그녀의 옆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

그녀는 나를 힐끔 보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표정관리를 하며 앞만 보고 있었다.

심장이 벌렁 벌렁 했다.


쿵쾅 쿵쾅


아마 버스 엔진소리가 없었으면 심장 뛰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쿵쾅댔다.

이제 말만 꺼내면 된다.

이제 핸드폰을 살며시 내밀며 그녀의 번호를 얻어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또 다시 몸과 입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도 두려워 앞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할까?


작가의말

어휴 답답한 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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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또 다시 여름 -불청객- 18.02.15 88 0 15쪽
25 또 다시 여름 -비밀연애- 18.02.14 101 0 9쪽
24 또 다시 여름 -결국엔- 18.02.13 80 0 9쪽
23 또 다시 여름 -또 다른 고백- 18.02.12 57 0 10쪽
22 또 다시 여름-회식- 18.02.11 8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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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또 다시 여름-바다(2)- 18.02.09 87 0 10쪽
19 또 다시 여름 -바다- 18.02.08 87 0 10쪽
18 또 다시 여름 -고백- 18.02.07 86 0 13쪽
17 또 다시 여름 -보충학습- 17.12.26 105 0 10쪽
16 또 다시 여름 -니전화번호- 17.12.25 82 0 10쪽
15 또 다시 여름 -쉬는날- +1 17.12.24 110 0 10쪽
14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14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73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102 0 17쪽
11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92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8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9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32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5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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