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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58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7.1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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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또 다시 여름 -보충학습-

DUMMY

한가했던 것도 잠시, 저녁손님이 들이밀기 시작하자 바빠지기 시작했다.

주문을 받고 메뉴를 내주고 치우고를 반복하다보니 마감시간이 가까워졌다.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하자 사장님은 약속이 있다며 그녀한테 열쇠를 건네주며 알아서 마감하고 문을 잠그고 가라고 했다.

그렇게 셋이서 마감을 하는데 윤미도 어디 갈 데가 있다며 자기 일을 끝내고 먼저 나가서 어쩌다보니 둘만 남은 상태가 됐다.

화장실과 홀청소를 마치고 카운터 맞은편 의자에 앉아 그릇을 뒷정리 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정리를 하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눈이 마주쳤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또 ‘뭘 꼬라보냐’고 말해서 쓴 표정을 짓게 했다.


“아니 뭘 꼬라보냐가 뭡니까?”


“뭐가?”


“아닙니다. 말을 말죠.”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보조개를 만들더니 다시 하던 일을 했다.

아까는 그렇게 까불거리고 놀았는데 막상 둘이 있으니 어색했다.

탕비실로 들어가 옷을 먼저 갈아입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최종확인을 하고선 가게를 나서려 했다.

그녀는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잠금장치가 문 위쪽에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닿는 높이에 있어서 열쇠를 못 넣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멋지게 문을 잠그려고 열쇠를 뺏었다.

그리고 문을 잠그려 했는데 이상하게 열쇠구멍에 열쇠가 들어가지 않았다.

멋져 보이려고 했는데 오히려 나까지 낑낑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내 손에 열쇠를 뺏어서 자세히 보더니 말했다.


“이 열쇠가 아닌 거 같은데?”


“아 어쩐지 안 들어가더라...”


“사장님한테 전화 해야겠다”


그런데 사장님은 뭘 하는지 전화를 받을 생각을 안 했다.

세 번 정도 걸어보다 안되겠다 싶어 문자를 남기고 그냥 가려는데 후두둑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밖을 보니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 왜 하필 지금 오냐.”


안 그래도 낮부터 날씨가 꿀꿀해서 우산을 가져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결국 이 시점에서 쏟아지는구나.


“그러게요... 그냥 맞고 갈 수 있는 비가 아닌데요?”


그녀는 이마에 손을 얹고 잠시 고민하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

그녀는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 컴퓨터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는 카운터 바깥쪽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전화를 안 받는지 전화를 끊은 후 말도 안 하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어색한 기운에 화재를 전환하고 싶었다.


“누나 사장님 언제 연락될지 모르는데 커피 한잔만 만들어주면 안 돼요?”


“아까 기계 다 청소했는데?”


“그럼 에이드라도 하나 해주세요.”


그녀는 ‘무슨 에이드야‘ 라고 말하고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미안했는지 뭔가 생각난 듯 잠깐 기다려보라더니 찬장을 뒤지더니 병에 담긴 커피가루와 커피필터를 꺼내고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끓이고 커피내릴 때 쓰는 병을 꺼냈다.

그것들은 사장님이 핸드드립커피를 만들 때 쓰던 것들이었다.

그리고 아까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나 이거 몇 번 안 해봤는데 한번 마셔볼래?”


그러곤 사장님이 커피를 내릴 때처럼 받침대에 커피필터를 끼우고 오늘아침에 볶은 커피를 필터 위에 채웠다.

그 사이에 다 끓은 물을 한손으로 들고 물을 조금씩 붓다가 돌리면서 붓고 필터에 물이 어느 정도 차면 내려갈 때 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물을 붓곤 했다.

사장님이 내리던 모습을 기억해보니 얼추 비슷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천천히 커피를 내리고 컵에 한잔 따라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을 조심스레 한 모금 마셨더니 초롱초롱한 눈빛을 하며 물었다.

그 모습은 아이처럼 순수해보였고 어떤 누구보다 빛나보였다.


“맛이 어떤 거 같아?”


쓰다. 사실 커피가 쓴맛밖에 더 나는가?

메뉴판에는 어떤 커피가 초콜릿 맛이 난다는 둥 달달한 맛이 난다는 둥 개소리를 써놨지만 내입에 커피는 그냥 쓸 뿐이었다.

어제도 사장님이 맛보라며 핸드드립커피를 줘서 마신적은 있지만 기계로 내린 아메리카노랑 뭐가 다른지 잘 몰랐다.


“음... 괜찮은 거 같아요.”


“응? 그리고?”


괜찮다 그 이상의 표현은 생각나지 않았다. 커피 맛을 평가하기엔 혀는 너무나 무뎠고 지식은 짧았다.

하지만 다음대답을 요구하는 그 모습을 보면 어떤 말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하게 쌉싸름한 것이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하고....”


책자에 나와 있는 대로 비슷하게 말하려고 했으나 더 이상의 묘사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무리를 지어야 하기에 대충 얼버무렸다.


“음... 향이 좋고 목 넘김도 좋은 거 같아요.”


그녀는 그 말에 빵 터져 웃었다.


“야 무슨 맥주마시니? 목 넘김이 좋은 건 뭐야?”


생각해보니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민망함에 머쓱해져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본의는 아니지만 그녀를 웃겼다는 것에 뿌듯해하고 있었다.


“여기서 얼마나 일하셨어요?”


“음 한 1년쯤?”


“학교는 안 다니세요?”


“응. 재수하다가 사정이 생겨서 대학은 포기하고 여기서 일을 배우고 있어.”


그 전에는 신상을 물어보면 전혀 답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술술 말하고 있는 게 놀라웠다.

그때는 한 명의 이성이고 지금은 한 명의 동료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그래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진지한 분위기에서 그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와 그럼 바리스타 하시는 거에요?”


“응. 처음에는 그냥 별 생각없이 들어왔는데 하다 보니 재미가 붙어서 몇 주 전부터 바리스타 공부하고 있어.”


“와... 뭔가 멋있는데요?”


“멋있긴 뭘.. 그냥 좋아서 하는 건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는지 몸을 베베 꼬고 있었다.


“누나 그러면 제가 이렇게 일 끝나고 같이 남아서 누나가 내려준 커피 맛봐드릴까요?”


“어? 정말?”


“네. 뭐 저야 커피도 마실 수 있어서 좋죠.”


“아니 뭐 지금 공부를 하고 있긴 한데... 아직 어깨너머로 배운 게 다라서... 사실 내가 탄 커피가 어떤지 잘 모르겠기도 하고.... 그렇다고 사장

님 앞에서 내리려니 왠지 쑥스럽고....”


사실 커피 맛은 내가 더 모르지만 그녀의 그 초롱초롱한 눈빛을 또 보고 싶어서 무턱대고 그런 제안을 했다.

매일 둘이 이런 시간을 갖는다는 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40분 정도 후에 사장님이 헐레벌떡 오셨다.

"아이고 미안 미안 애들아."

사장님이 오시자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사장님 왜 이제 오세요!"

속으로 왜 벌써 오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사장님은 미안하다며 시급 한 시간 더 쳐주겠다고 했다.

사장님이 오고나니 아까 그 좋던 분위기가 깨지고 다시 어색해졌다. 사장님도 둘이 뭔가 어색해 보였는지 물었다.

"뭐하고 있었어? 둘이 싸웠냐??"

"싸우긴 뭘 싸워요."

"톰이 또 제리 괴롭힌거 아냐?"

"아니 제가 괴롭히긴 뭘 괴롭혀요. 저같이 착한애가."

"쿡킄킄크큭"

나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세어나왔다.

"웃어? 지금 어느 부분이 웃기냐?"

"아니 그게 아니라..."

그녀는 주먹으로 팔뚝과 날개뼈쪽을 한차례씩 때리며 말했다.

"이 부분이 웃기냐? 아님 이부분이 웃기냐?"

얼른 도망가서 사장님 옆에 붙었다.

"아 사장님 아니었으면 오늘 사망할뻔 했네요."

"그래? 내가 생명의 은인인가? 그럼 시급 안 쳐줘도 되나?"

"왜이러십니까 사장님"

"농담이다. 뭘 정색을 하고 그래"


사장님이 오니 다시 가벼운 분위기가 되었다. 아직은 남의 눈이 의식된다.

밖에는 비가 그쳤는지 조용했다. 나가보니 아직 조금 내리지만 그냥 맞고가도 무방할 정도로 였다.

사장님께 인사를 하고 둘이 걸어 나왔다. 또 다시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분무기로 뿌리는 듯 촉촉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맞아도 별로 안 젖을것 같았지만 그녀에게 뭔가 씌워주고 싶었다.

옷을 벗자니 달랑 반팔 한 장 입고 있어서 그러지 못 했다. 그래서 양손으로 머리 위를 가려줬다.

그녀는 웃으면서 됐다고 그냥 가자고 했다.


다음날에도 일이 끝나고 커피 내리는 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매일 남아서 30분정도 연습한다.

그때마다 마냥 쓰기만 한 커피의 맛을 묘사하기 위하여 매일매일 그날 볶아둔 커피를 확인하며 표현할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그리고 라떼아트를 한다며 그림을 그리고 나면 그것도 마셔야 돼서 밤에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물론 버려도 되지만 맛있게 먹어주면 그녀가 또 기뻐하기에 그럴 수 없었다.

그녀와 그만큼 더 가까워지는데 그런 것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렇게 같이 있다 보면 웃는 일도 더 많아진다. 집에가는 짭은 시간 외에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이 커피평론가 노릇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이번 건 어때?”


“글쎄요... 저번보다 향이 덜 한 거 같기도 하고...”


이런 말 한마디에 표정변화가 바로 나타난다. 금세 진지해지고 뾰루퉁 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가끔 그런 표정이 재밌어서 얼굴을 빤히 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면 나만 느꼈는지 모르지만 전과 다르게 묘한 기류가 흐르곤 했다.

그녀는 감정이 분명한 사람이어서 어쩌면 내게 마음을 열고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낮에는 또 서로 틱틱거리고 싸운다. 아마 나도 그녀도 아직 주변을 의식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루살이 평론가만으로는 힘들어서 이번엔 나 역시 바리스타 지망생이 되었다. 같은 목표를 하면 더 가까워질 것 같았다.

그러면서 사장님께 정식으로 커피를 배우기로 했다.

그동안 그녀는 왠지 쑥스럽다며 말을 안 하고 있기에 내가 먼저 배우고 싶다고 말하면서 같이 시작했다.

자기 의사표현은 분명해보이면서 이런 거는 또 이상하게 말도 못 하고 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여자다. 같이 남아서 연습하는 시간에 간혹 사장님이 끼어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와 함께해서 좋았다.


작가의말

난 커피마셔도 잠 잘 오던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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