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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49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7.12.20 20:00
조회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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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DUMMY

개학 후 사랑과 오정은 부쩍 가까워졌다.

아니 사랑이 오정한테 자꾸 장난을 건다고 할까?

오정 역시 한 때 좋아했던 여자여서 그런지 툴툴 거리긴 하지만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둘의 사이는 그렇게 지속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도 없이 물러서는 것도 없이 친한 친구 같지만 묘하게 서로에게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사이.

그러한 관계는 계절이 바뀌고 해가 갈 동안 유지되었다.

둘은 고3이 되었고 반이 갈리게 되었지만 바로 옆 반이었기에 그런 것은 크게 둘 사이를 변하게 할 요소는 아니었다.

사랑은 쉬는 시간에 오정의 반에 곧잘 놀러가 장난치며 시간을 보냈고 방과 후에도 서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농담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다.

처음엔 단답이던 오정도 시간이 지날수록 마냥 건조한 답장이 아닌 감정 있는 답장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사랑이나 오정이나 이 시기에 연애는 금물이라는 생각에 둘은 딱 그만큼의 거리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고3이라는 시기에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관계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최종라운드였던 고3이라는 시기는 막막할 것 같았지만 우습게도 빠르게 지나갔다.

여태껏 시간이 그렇게 지나왔듯이.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수능시험이 끝나자 둘 사이도 변하기 시작했다.


껍데기 같은 수능이 끝난 고3 교실에서 학생들 사이에 관심사는 좀 더 그 나이에 맞는 청춘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영은과 기은 역시 그런 흥미로운 요소들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오정을 앞 옆으로 둘러싸고 심문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요새 프로젝트 진행 중인데 너도 참가해라.”


오정은 미간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뭔 소리야 또?”


“임사랑 남친 만들어주기 프로젝트 진행하니까 너도 참가하라고.”


“뭔 되먹지도 않은 소리를 들이대?”


오정에 말을 개의치 않고 영은이 대뜸 직구를 날린다.



“너 사랑이 어떻게 생각해?”


“뭘 어떻게 생각하긴 어떻게 생각해.”


“아직 사랑이 좋아하지?”


“얘네가 또 옛날 얘기를 아직도 들먹이고 있네.”“빨리 니 생각을 말하라고!”


“야 졸리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절루가.”


“야 사랑이가 요새 남친을 사귀고 싶다고 선언했단 말이야. 내가 봤을 때는 사랑이 첫남친으로는 니가 딱 인거 같아.”


“딴데 가서 알아봐. 예전에 마음 접었으니까.”


“아니 니가 딱이라니까?”


“시끄러우니까 딴 데 가서 놀아.”


“아니 들어 봐봐. 그 남자에 관심 없던 사랑이가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했다니까?”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니까 그게 너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지.”


“사랑이가 남친을 사귀고 싶은 거냐 나랑 사귀고 싶은 거냐?”


“그야 모르지 사랑이 마음은. 다만 남친을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는 게 중요하지.”“나는 있잖아. 예전에 한번으로 족하거든요. 그때 이후로 아무

것도 없어요 알겠어요?”


“아니 우리가 볼 땐 안 그래. 넌 분명 아직 사랑이한테 마음이 있어.”“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넌 우리한테 대하는 거랑 사랑이한테 대하는 거랑 태도가 달라.”


“아니 어떻게 다른데?”


“표정부터 다르다니까? 우리가 장난걸때랑 사랑이가 장난걸때랑 표정이 달라.”


“그건 니들 생각이고 난 항상 같은 마음이거든? 사랑이가 단지 남친을 원하는 거면 딴 데 가서 알아보라고 그래.”


“야 우리가 팍팍 밀어줄 테니까 잘해봐.”


“아니 그러니까 뭘 잘해보라는 거야?”


“우린 니 맘 다 아니까 한번 잘 해봐.”


“아니 이 보세요 너네 예전에도 그런 말 했거든요?”


“아니 이번은 진짜 다르다니까? 한 번 잘해봐. 파이팅!”


“아니 그러니까....”


영은과 기은은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 일어나서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오정은 잠시 생각하다 그냥 엎드려 잔다.

아닌척하지만 오정 역시 마음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학교를 일찍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오정은 계속 기은과 영은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 둘이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이런다는 것이 뭔가 있는 것만 같았다.

정말 사랑이 자신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잘 해보라는 건지 헷갈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년 전 그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정은 지금과 같은 관계가 좋았다.

좋아했던 얘에서 친구가 되고 다시 연인이 된다는 것이 뭔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냥 애매한 친구인 지금 이대로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자꾸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랑은 수능이 끝나고 논술학원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집에서 좀 멀긴 하지만 친척이 하는 곳이라 원하는 대학에 가기위해 마지막까지 무언가 해야만 했다.

지하철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지겹기만 하다. 무표정한 사람들 얼굴에서 뭔가 삭막함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문자가 하나 온다.


“뭐해??ㅋㅋ”


웬일로 오정이 먼저 문자를 건넸다.

그것도 뭔가 말 걸고 싶어서 보낸 듯한 ‘뭐해’를 말이다.

그 문자 하나에 삭막한 공간에서 벗어나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다.

기은과 영은에게 말했던 남자친구라는 존재는 오정을 염두에 두고 했던 말이다.

그동안에 관계가 많이 변해 기은도 둘을 응원하는 입장이어서 더 이상 껄끄러움은 없었다.

하지만 속마음을 다 내비추기는 싫어 굳이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고 추상적인 개념만 던져줘도 눈치 빠른 영은과 기은이 무언가 행동할 것만 같았다.

그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저 문자를 보내왔다는 사실이 기분 좋게 했다.

그동안 장난도 치고 문자도 주고받고 했지만 항상 자신이 먼저 다가갔고 오정이 다가온 적은 없었다.

이렇게 애매하기만 하던 둘 사이에 한 걸음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의 그 한ㄷ걸음은 둘이 좀 더 마음을 확인해 나갈 디딤발이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을 향한 발걸음이나 닐 암스트롱의 달에 내딛는 첫걸음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사소하고 흔해빠졌지만 인류가 아닌 개인의 역사로 생각한다면 그만큼의 의미가 있는 걸음이다.

결국 인류가 됐던 개인이 됐던 역사라는 것은 그 한 걸음으로 변하는 것이다.


둘 사이에 문자는 더 잦아졌고 이젠 누가 먼저 보내고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보였다.

다만 누가먼저 말을 꺼낼지 긴장되는 눈치게임과도 같았다.

그 긴장감 넘치는 게임의 결과가 나오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감성을 조금 자극하면 되는 것이다.


낮부터 자잘하게 내리던 눈이 밤이 되니 더 커져 포근하게 땅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금방 그칠 줄 알고 우산 없이 갔던 터라 눈사람이 돼서 집에 도착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역에 도착하고 내리는 눈발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역 밖으로 나가니 예상치 않게 역 앞에는 낯익은 실루엣이 서 있었다.

커다란 우산을 쓰고 검은 목도리에 검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으니 제법 쓸 만한 실루엣이었다.

오면서 문자를 주고받았던지라 여기에 도착한 것을 말하긴 했지만 놀랍게도 오정이 앞에 서있는 것이다.


“야! 너 여긴 어쩐 일이야?”


“아니 그냥 근처 지나가다 여기라 길래 우산이나 씌어줄까 하고.”


“오올~ 매너남이네?”


“시끄럽고 빨리 가기나 해.”


둘은 그렇게 함박눈이 내리던 밤,

눈 사이를 가르고 서로의 마음속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시답잖은 말들을 주고받았다.

어쩌면 둘 다 오늘이 눈치게임의 클라이막스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수록 마음을 졸인다.

알게 모르게 묘한 긴장감이 둘 사이에 있는 공기 속에서 맴돈다.

이윽고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오정이 운을 띄운다.


“아 여기 오랜만이네.”


“아 맞다 너 여기 와봤었지?”


“그때 생각하기 싫다. 딴 애기하자.”


“왜애? 왜 생각하기 싫은데??”


“아 몰라. 기억 안 나.”


“그때 참 웃겼는데.”


“뭐가 웃겨??”


“너 말이야. 나 좋다고 했을 때.”


“야 그땐 내가 좀 뭔가 그랬고.”


“나 진짜 너처럼 고백하는 애 처음 봤다.”“뭐가 어때서?”


“야 꽃 한 송이 없이 대뜸 찾아와서 좋다고 말하면 어떤 여자가 받아 주냐?”


“아니 남녀사이에 서로가 좋으면 꽃이라는 게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그때는 내가 널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맘을 돌리려면 그렇게 성의 없이 고백하면 안 되지”


“아니.. 뭐...”


나름 변명을 하려고 말을 이으려다 사랑의 말에서 뭔가 걸리는 단어가 있었다. 그 단어가 묘하게 가슴에 파고들어 다시 확인 하고자 되묻는다.


“그럼 지금은?”


사랑은 아무 말도 없이 앞만 보며 걸었다.


“아 저기였나? 그 때 앉았던 데가?”


“어 저기 맞아. 잠깐 앉았다 갈래?”


“집에 다 왔는데 뭘.”


“잠깐만 앉았다 가자.”


그때 앉았던 집 앞 공원 정자에는 지붕이 있었지만 워낙 눈이 많이 온지라 가장자리에도 눈이 적당히 쌓여있었다.

오정이 눈을 치우긴 했지만 앉으면 젖을 것 같았다.

둘은 그냥 그 앞에 서있었고 사랑이 웃으며 다시 오

정을 놀리기 시작했다.


“후후 그때 여기서 나한테 뭐라고 했더라? 뭔 말을 길게 했었는데”


“몰라 그걸 어떻게 기억해.”


“그리고 나한테 그랬잖아 ‘나랑 사귈래? 아니 나랑 사귀자‘ 이러고”


“아오 진짜 그만해라. 그딴 건 어떻게 그렇게 기억한데”


“당연하지. 그렇게 찌질하게 고백한 걸 어떻게 잊냐?”


“이게 진짜 자꾸 까불어.”


사랑이 계속 웃자 오정은 사랑의 양 볼을 꼬집으며 아웅다웅했다.


“야 임사랑 그게 그렇게 웃기냐?”


“그럼 안 웃기냐?”


“그럼 또 웃을 거냐?”


“뭘 또 웃어?”


볼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사랑을 바라보는 오정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사랑 역시 때가 왔음을 느꼈는지 얼굴에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오정의 목젖이 한번 올라갔다 내려오더니 낮은 목소리로 나지막히 말했다.


“나 아직도...”


그렇게 내뱉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이어간다.


“나 아직도 니가 좋아. 그때처럼 꽃 한 송이 하나 없지만 마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웃어도 좋은데 다시 한 번 너한테 말하고 싶어. 나랑 사귀자.”


사랑은 더 이상 웃지 않고 오정을 빤히 올려다봤다.

오정은 사랑을 지긋이 내려다 봤다.

서로를 바라보다 사랑이 다시 고개를 숙이고 우물쭈물하다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말고 고개를 두 번 끄덕이곤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작가의말

그래서 커플이시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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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09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69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8 0 17쪽
»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89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4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2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8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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