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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54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8.0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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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가을 -축제-

DUMMY

오전 수업이 마치고 오후는 공강이라 집에서 밥 먹으려고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서 엄마를 부르니 아무 대답이 없었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꺼내먹을 것도 마땅하지 않아 뭐 시켜먹을까 생각하고 배달 책자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책자를 뒤지는데 마침 현관문 소리가 들렸다. 외출을 하고 온 엄마가 일찍 왔다며 밥은 먹었냐기에 밥 좀 달라고 했다. 식탁에 앉아 핸드폰을 하면서 기다리는데 엄마가 밥을 차리며 물었다.


“너 만난다는 새롬이 있잖아. 웬 애를 끌고 다니니?”


“응??”


“아니 아까 은행가면서 봤는데 새롬이 같은 애를 봤는데 유모차를 끌고 다니던데?”


언젠가 올 줄 알았던 것이 갑작스럽게 찾아와 당황했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 그거. 걔네 언니 애야. 언니가 맞벌이해서 낮에는 엄마랑 같이 봐주고 있대.”


“그래? 어쩐지 새롬이 같은데 애를 끌고 다녀서 맞나 아닌가 싶었지. 맞았으면 말이라도 걸어보는 건데.”


“에이 왜 그래 아직 인사도 안 드린 애 부담스럽게.”


“뭐가 부담스러워?”


“아휴 그 오지랖은..”


“알았어. 나중에 집으로 한 번 오라고 그래. 맛있는 거 해준다고.”


“네네 알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지만 사실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엄마는 눈치가 빨라 아이와 같이 있는 장면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래서 엄마한테 새롬누나를 들키기 싫었다. 이 동네는 좁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런 상황이 올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마 21살인 애가 얘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넘어가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밥을 차리다 멈추고 다시 물었다.


“걔 정말 조카 맞아?”


“어 조카 맞아.”“정말 맞아?”


“정말 맞다니까.”


“아니 아무래도 이상한데.”


“뭐가 이상해?”


“아니 내가 저번에 너가 걔랑 만난다는 것을 아는 날 꿈자리가 뒤숭숭했어.”


“아 뭔 또 꿈 얘기야.”


꿈 얘기에 정말 위기가 왔음을 감지했다.


“아니 내가 저번에 꿈에서 니가 남의 복숭아를 훔치고서는 니꺼라고 우기는 거야. 나는 니가 복숭아가 먹고 싶어서 그러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아닌거 같아.”


우리 엄마의 꿈은 정말 기가 막힌다. 평소에는 별 꿈을 안 꾸지만 뭔가 일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꿈부터 꾸곤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이런 일이 있었다. 부모님과 누나가 시골에 가고 방학보충 때문에 나만 집에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몸에 기운이 없고 열이 나는 것 같았다. 그냥 감기겠거니 하고 하루 이틀 앓고 말겠지 했는데 그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꿈에서 내가 보였는데 마음이 불편한게 무슨 일이 있냐고 전화가 왔다. 안 그래도 감기 몸살 걸렸다고 하니 그냥 감기 몸살이 아닌 것 같다고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하지만 금방 낫겠지 하고 안 갔더니 결국 새벽에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말았다. 전날 먹은 초밥이 잘못 되서 급성장염에 걸려 며칠 입원했던 것이다.


엄마는 그런 예지몽 비슷한 것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신도 엄청 잘 믿어 우리 집 구석구석엔 온갖 부적들이 붙여있다. 그래서 엄마가 꿈 얘기를 한다면 그건 어느정도 확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애 정말 언니네 애 맞아?”


“엄마 걔 이제 21살이야 그런 애가 무슨 애가 있어.”


“요새 그런게 어딨니 중학생도 애 낳는 시대에. 걔가 혹시 속이고 너 만나는 거 아냐?”


“엄마 걔 그런 애 아니야. 얼마나 성실하고 착실한데.”


“아무튼 엄마는 왠지 꺼림칙한 게 안 만났으면 좋겠어.”


“엄마, 내가 결혼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만나고 안 만나고까지 터치 하지마.”


“너 만약 그 애가 걔 자식이면 계속 만날 거야?”


“그럼 당연히 안 만나지. 내 나이가 몇 갠데. 벌써 결혼을 해”


살기위해서한 이정도 거짓말은 누나도 용서해주겠지.


“아무래도 꺼림직 해.”


“엄마. 왜 그래 정말. 그런거 아니니까 빨리 밥이나 줘요. 배고프프단 말야”


알았다며 밥을 차려주고 방으로 가셨지만 아무래도 들키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일단 핸드폰에서 주희가 친딸이라는 뉘앙스가 풍기는 문자를 지우다가 그냥 문자 전체를 지워버렸다. 이러면 여기서 나올 것은 없다. 아무래도 주희와 함께하는 데이트는 자제해야겠다. 그래도 호적이 그쪽으로 돼있으니까 엄마가 CSI도 아니고 쉽게 주희의 출생비밀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이 얘기를 그녀한테 할까 말까 하다가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말을 아낀다.


*****


한동안 날뛰던 햇볕이 이제는 지쳤는지 잠잠해졌고 하늘도 청명해졌다. 이제는 맨팔로 바람을 맞자니 닭살이 올라와 긴소매에 웃옷을 걸쳐야했다. 평소엔 텅텅 비어있던 독서실에 자리 잡기가 힘들어졌다. 중간고사가 다가오자 이래저래 바빠졌다. 시험이 겹쳐갈수록 절망도 깊어진다. 그전에는 어떻게 하루에 세과목씩 시험을 봤을까? 대학을 와서도 벼락치기 하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전보다 더 몰아치는 느낌이다.


시험기간이라고 그녀와 만날 시간도 없이 공부했다. 그래도 그녀가 일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면 도서관 앞에 나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밤하늘 보다 깊은 그녀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그전 여자 친구들이랑은 전화통화를 별로 안 했기에 나 스스로도 새삼 놀랐다. 전화도 문자도 금방 귀찮아하곤 했는데 그녀와의 통화는 오히려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이제는 같이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가는데 이렇게 전화기를 통해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래서 그 전 여자친구들이 그렇게 연락에 집착했던 건가 싶었다.


그렇게 전화하는 시간이 점점 늘다보니 그녀의 집에서도 내 존재를 눈치 챈 것 같다고 했다. 나야 진작 들켰지만 우리 가족이 내 연애를 바라보는 시점하고 그녀의 가족이 연애를 바라보는 시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랬기에 그녀의 어머니가 누구랑 그렇게 통화 하냐고 물어봤을 때 그녀는 내 존재를 부정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린 그녀가 집에 있을 때는 통화를 자제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서로가 서로를 밝혀야 하는 날이 올 테지만 아직은 이른 거 같았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어른들이 바라보기엔 우리의 사랑이 너무 미성숙해 보일 것 같았다. 비록 우리가 법적으론 성인이라지만 그들의 눈에는 우리는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어른아이쯤으로 여기기에 우리를 섣불리 그들의 시야에 내던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각과는 달리 우리는 누구보다 성숙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살아가고 있었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반박을 하고 싶지만 우리 스스로가 봐도 우리가 어리기에 책임이라는 말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실수로 미혼모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었고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당장 먹여 살릴 능력이 없는 어린어른이기 때문에 우리의 각오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었다. 우리의 각오는 어리지 않지만 완벽한 어른의 조건을 갖추지 못 했기에 스스로도 어리다고 치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미래를 위해 공부해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


중간고사가 끝나고 학교에는 축제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벽에는 각종 행사 및 주점 포스터들이 붙고 학교광장에는 부스가 들어서고 있었다. 처음 맞는 대학축제라 왠지 설렜다. 고등학교 다닐 때 연예인을 보러 대학 축제에 잠깐 들른 적은 있지만 그때는 축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대학 축제의 꽃은 주점이라고 선배들에게 들어왔기에 초청 연예인도 연예인이지만 공연 이후가 더 기대댔다.

하지만 혼자 축제를 즐기기엔 너무 허전했다. 물론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겠지만 그보다 내 여자와 함께 축제를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보통 그녀는 마감까지 있어서 무리일거라 생각했으나 사장님의 배려로 축제 둘째 날 오후 8시에 퇴근하기로 했다.

처음에 둘이 짜고 은근슬쩍 카페에서 축제얘기를 꺼냈고 그녀가 되게 가고 싶어 하는 티를 내니까 사장님도 처음엔 그냥 지켜보다가 ‘대학도 못 가봤는데 축제라도 가보고 싶다’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허락해주셨다. 비밀연애 할 때는 눈치 보느라 불편했지만 관두고 나니 이런 점은 좋았다. 아무래도 한 쪽만 아는 것보다 둘 다 아는 쪽이 좀 더 배려 받기 쉬웠다.


둘째 날은 그녀와 함께 하기로 하고 첫날은 친구들과 보냈다. 축제기간동안은 오전 수업만 해서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모여 광장으로 갔다. 여러 가지 부스가 있었는데 30분 동안 돌고나니 할 게 없었다. 딱히 눈에 띄는 부스도 없었고 그렇다고 이런저런 먹거리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름 시간마다 프로그램을 선정해 놓은 거 같았는데 눈에 안 띄는게 없었다. 그나마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가 있기에 친구가 참가한다고 해서 봤는데 1회전에서 광탈해서 남들 마시는 거만 구경했다. 그래도 사회자의 말솜씨가 좋아 재밌게 구경했고 끝난 뒤에 맥주도 한 캔씩 받아 나름 재밌었다.

근데 끝나고 난 뒤에도 3시가 채 안 돼 야간 공연이 시작하려면 너무 시간이 남았다. 뒤에 이어지는 프로그램도 마땅히 잡힌 것도 없어 다 같이 PC방으로 향했다. 축제라서 기대했는데 결국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PC방행이었다. PC방에 앉아서 아까 받은 맥주를 까먹으면서 게임하다 6시쯤 돼서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어느새 해가 짧아졌는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저녁이라고 해도 간단하게 돈가스나 먹는 게 고작이었다. 7시부터 공연이 시작하는데 첫날은 가요제와 초청가수들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라 나름 볼만 할 것 같았다. 밥 먹고 나와 학교 운동장 쪽으로 가는데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씩 그쪽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운동장에 도착하니 어느새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연예인들을 보러 온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1년 전만해도 저렇게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지금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니 그렇게 어려 보였다.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니 금방 공연이 시작됐다. 가요제엔 다양한 학과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도 있었고 무대를 잘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누가 더 잘했냐 보다는 중간 중간에 투입되는 연예인들의 공연이 더 흥미 있어 보였다.

실력파 가수도 나오고 걸그룹도 나오면서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특히 걸그룹이 나오면 미친 듯이 날뛰는 친구들에 맞춰 나도 날뛰긴 했지만 사실 크게 흥미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기다렸다는 듯이 날뛰는 게 재밌어서 같이 날뛰었다. 그러면서도 괜히 그녀한테 문자를 보내 걸그룹 얘기를 하면서 질투를 유발했다. 공연이 끝나면 사라져버리는 연예인보다 얘기하고 들어주는 여자친구가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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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외전 -형민이야기- 18.02.16 60 0 10쪽
26 또 다시 여름 -불청객- 18.02.15 84 0 15쪽
25 또 다시 여름 -비밀연애- 18.02.14 97 0 9쪽
24 또 다시 여름 -결국엔- 18.02.13 76 0 9쪽
23 또 다시 여름 -또 다른 고백- 18.02.12 54 0 10쪽
22 또 다시 여름-회식- 18.02.11 7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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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또 다시 여름 -바다- 18.02.08 83 0 10쪽
18 또 다시 여름 -고백- 18.02.07 8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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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또 다시 여름 -니전화번호- 17.12.25 78 0 10쪽
15 또 다시 여름 -쉬는날- +1 17.12.24 105 0 10쪽
14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09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69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11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89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4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2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8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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