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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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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8.0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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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외전 -형민이야기-

DUMMY

빰빰빠빠밤 빰빠라밤빰 빰빠바 빰빠밤 빰빠라밤빰


기상나팔 소리에 기계처럼 일어나 혼자 침구류부터 정리하고 눈을 비비고선 복장을 갖춘다. 복장을 입고 난 후 시간을 보곤 아직 자고 있는 선임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선임들을 깨우고 화장실에 들러 용변을 본 후 연병장으로 나간다. 점호시간에 맞춰 연병장에 집결해 있는 병사들 모두 잠이 덜 깬 건지 뭔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서있다.


당직사령의 구령에 맞춰 점호가 진행되고 뜀걸음을 한다. 입대한지 9개월이 지났지만 형민은 아직 아침에 뛰는 뜀걸음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뜀걸음을 마치고 생활관에 들어가 씻을 준비를 한다. 몇몇 짬 높은 선임들은 씻을 생각도 없는지 그냥 드러누워 못 다 잔 잠을 자고 있었다. 그들은 아침식사 집합하라는 소리와 함께 일어나 우유만 먹고 나와 다시 생활관으로 돌아간다. 형민은 아침을 먹고 몇몇 선임들과 모여 생활관으로 돌아가 정리를 한 후 일과집합 시간 10분 남겨두고 자고 있는 선임들을 깨운다.


이제 막 막내를 벗어난 형민은 아직은 부대 적응중인 막내를 대신해서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상하게 옆 소대에는 동기들도 최소 2명씩 있고 후임들도 2~3명씩 들어가 있는데 형민의 소대엔 동기는 없고 후임도 이제 두 명 들어왔다. 빈자리에 맞춰 끼우다보니 그렇게 된 건데도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은 버릴 수가 없다.

일과 집합을 하고 형민은 5개월 차이나는 박상병과 함께 예초병으로 분류되어 탄약고 내부로 들어가 예초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예초병에게 위로휴가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자원하긴 했지만 고작 3일을 받고자 더운 여름 내내 땡볕에서 무거운 예초기를 들고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린다는 게 형평성에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3일이 어디냐며 자신을 위로하며 열심히 예초기 줄을 당긴다. 같이 임무수행하는 박상병도 친해서 어쩔 땐 이게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놈의 풀은 여름 뙤약볕을 받고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렇게 잘라도 일주일 후면 어느새 자라서 좌절감을 안겨줄 것이다. 날씨도 더운데다 예초기는 무겁고 기계의 열기 때문에 더 후덥지근하게 하지만 내일이면 휴가라는 생각에 기운내서 돌릴 수 있다. 쉬는 시간에 박상병이 ‘이 새끼가 선임은 예초하느라 뺑이 치는데 휴가를 가네’라며 장난 섞인 갈굼을 하지만 ‘저 오기 전까지 여기 다 돌려주시면 안 됩니까?’ 라며 여유롭게 농담을 건네며 웃는다. 원래 성격이 좋고 같이 예초를 하면서 많이 친해져서 이정도 농담은 둘 사이에 오고간다.


예초를 하다 점심을 먹고 나니 몸이 나른해진다. 한숨 자고 싶지만 생활관에선 눈치가보여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앉아 졸다가 집합시간 10분 전 쯤에 나와 생활관에 들어가 정리를 한다. 오후 집합 후엔 다행히 온도지수가 너무 높은 탓에 예초는 안 나갔지만 세시부터 온도가 다시 떨어져 다시 예초를 하러 나간다. 예초할 구역이 워낙 많은데 두 시간 까먹었으니 체력단련시간까지 돌리라는 행보관에 말에 불만이 확 올라왔지만 내일 있을 휴가를 생각하며 꿋꿋이 돌린다.


오후 다섯 시가 되어서야 일과가 끝나 막사로 돌아와 샤워를 한 뒤에 저녁식사를 한다. 반찬으로 나온 제육볶음이 이렇게 꿀맛일 수가 없다. 하지만 반찬이 부족해 내일 나가면 제육덮밥부터 먹겠다고 생각하고 생활관으로 돌아와 옆 생활관 동기와 함께 사이버 지식 정보방으로 향한다. 사이버지식 정보방에 들어가자마자 네이트온에 접속하고 접속해 있는 친구들을 찾아본다. 선배들과 몇몇 동기들이 보이는데 그 중 입대를 일주일 앞둔 친한 동기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밑으로 들어와라”


“ㅅㅂ꺼져”


먼저 간 승리자로서 이럴 때마다 빨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휴가 가서 보자는 말과 함께 대화를 끝내고 접속해 있는 사람들 중 나가서 볼 사람들 몇 명한테 연락을 하고 미니홈피에 들어간다. 방명록에 글을 남긴 몇 명 사람들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글을 남긴다. 그리고 여기 저기 들어가서 사진첩을 보는데 댓글에 입대 후 헤어진 여자친구의 이름이 보인다. 잠시 나쁜 감정이 올라오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 이름을 클릭한다. 홈페이지 메인에서부터 새로 생긴 남자 친구와 한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이쁜 척하며 찍은 사진을 장식하고 있다.


“썅년이.... 치통이 있나.”


사진첩에도 온통 남자친구랑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남자친구가 생긴 건 알고 있었으나 생각할수록 열 받는 년이다. 입대를 하고 신병교육을 받기도 전에 다른 남자로 갈아탄 샹년이었다. 그것도 나도 아는 친구랑 말이다.


“내가 왜 이런 년 때문에...”


그는 인생 최악의 선택이 바로 이년이라고 생각한다.. 이년 때문에 인간임을 포기한 쓰레기가 되었다.

대학에 처음 들어가서 예쁘장한 얼굴에 살살 눈웃음치는 것에 넘어가 사귀게 되었다. 아니 처음부터 사귈 마음은 없었다. 오티 때부터 얘가 꼬리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 여자 친구가 있기에 넘어갈 마음은 없었다. 사실 없었다기보다는 흔들리고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여자 친구와 만나는 횟수도 줄고 연락도 줄었다. 그럴수록 여자 친구는 자꾸 이것저것 트집 잡기 시작했고 약간의 권태기에 접어들었을 때 동기들끼리 모여 있는 술자리에서 술김에 그 년이랑 자버린 게 화근이었다.

형민은 술김에 하룻밤을 지새운 거지만 이 얘는 진심으로 보였기에 여기서 얘랑 안 사귄다면 과생활하기 힘들어질 것 같았다. 게다가 여자 친구와 사이도 안 좋았고 새로운 여자를 만난다는 설렘에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얘를 택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 친구 있는 거 알면서도 꼬리친 년인데 제대로 된 애이길 바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친구 녀석이야 어차피 대학 때 친해진 놈이니까 그렇게 배신감이 들진 않는다. 하지만 같이 살을 맞댄 사이가 이렇게 쉽게 끝나버린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갔지만 자신도 그랬던 일이니까 벌 받는 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형민이 여기서 가장 힘든 것은 얘가 아닌 그전 여자 친구였다. 그 애를 버리고 이년이랑 사귄 것이 너무 후회가 되었다. 잠시 미쳐서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긴 했지만 걔만 한 여자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 얘한테 몹쓸 짓을 하고 이곳에 들어왔다.


친구홈페이지를 파도타서 그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예전과는 달리 메인에 사진이나 글귀는 물론 방명록도 사진첩도 없었다. 글을 남기고 싶지만 남길만한 곳이 없었고 단 한 번도 대화방에 로그인 하지 않았다. 할 말이 많다. 쓰레기에서 다시 사람이 되고 싶다. 내일 휴가를 나간다면 제일 먼저 그녀를 볼 것이라 다짐한다.


휴가 날 아침 일찍 당직사관에게 신고를 하고 버스를 타러 나간다.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마음이 붕 뜬 기분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마음은 목적지에 가 있어 느리기만 한 버스가 야속하기만 하다. 4시간에 걸쳐 집에 도착했을 때 정겨운 집 냄새가 향수를 자극했다. 신병위로외박 후 4개월 만에 왔지만 마치 4년 만에 온 것같이 감회가 새로웠다. 문을 여니 엄마가 두발 벗고 반겨주었다. 처음 휴가 때는 엄마한테 만나자마자 거수경례를 했는데 이번에는 포옹으로 대신했다.


엄마가 밥을 차려주는 동안 기다리면서 핸드폰을 다시 개통하려고 서랍에 재워둔 핸드폰을 꺼냈다. 간만에 핸드폰을 만지려니 손이 떨려왔다. 핸드폰을 개통하고 친구들에게 문자를 돌려 만날 약속을 잡는다. 그리고 아직도 안 잊어지는 익숙한 번호를 누르고 문자를 썼다 지우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안에서는 그렇게 다시 연락하겠다고 마음먹었으나 막상 다시 연락하려니 망설여졌다. 눈을 한번 질끈 감고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다.


저녁까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밤이 돼서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다. 그동안 별 감흥 없이 만나왔던 친구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별 의미 없었던 소소한 일상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친구들과 술 한 잔 걸치면서 웃고 떠드니 그동안 안에서 받아왔던 스트레스가 절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흘러가는 1분 1초가 아까웠다. 시간이 지난다는 게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지나다보니 어느덧 복귀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정작 그녀한테는 연락이 없다. 오늘이 지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없는 번호라는 음성을 들고 허탈해진다. 그동안 무엇을 기다렸단 말인가. 이번 휴가에는 그녀를 만나고자 했으나 만날 도리가 없었다. 그녀의 집을 알고 있지만 만약 찾아갔을 때 그녀의 부모님이라도 계신다면 그 자리에서 초상을 치룰 것 같아 그러지도 못 했다.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 보내다 무거운 마음으로 복귀를 한다.


형민은 다시 부대에서 생활하는 동안 틈틈이 수소문하여 그녀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알아내고도 몇 번을 망설이다 전화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수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막상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 아니 사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그녀가 아이를 낳았든 낳지 않았든 아직 그때의 일들이 너무 두려웠다. 그 후로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가끔 생각은 나지만 깊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저 군 생활에 전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군대라는 게 이런 점에서는 참으로 고마웠다. 그래도 가끔씩 밤에 소등하고 누워있으면 지독한 죄책감이 밀려와 괴로워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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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가을 -장벽- 18.02.24 66 0 11쪽
34 가을 -2년전 이야기- 18.02.23 79 0 10쪽
33 가을 -축제(2)- 18.02.22 1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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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또 다시 여름 -화해- 18.02.18 50 0 9쪽
28 외전 -형민이야기(2)- 18.02.17 74 0 11쪽
» 외전 -형민이야기- 18.02.16 61 0 10쪽
26 또 다시 여름 -불청객- 18.02.15 84 0 15쪽
25 또 다시 여름 -비밀연애- 18.02.14 97 0 9쪽
24 또 다시 여름 -결국엔- 18.02.13 76 0 9쪽
23 또 다시 여름 -또 다른 고백- 18.02.12 54 0 10쪽
22 또 다시 여름-회식- 18.02.11 78 0 11쪽
21 외전 -석재이야기- 18.02.10 85 0 13쪽
20 또 다시 여름-바다(2)- 18.02.09 82 0 10쪽
19 또 다시 여름 -바다- 18.02.08 83 0 10쪽
18 또 다시 여름 -고백- 18.02.07 83 0 13쪽
17 또 다시 여름 -보충학습- 17.12.26 102 0 10쪽
16 또 다시 여름 -니전화번호- 17.12.25 78 0 10쪽
15 또 다시 여름 -쉬는날- +1 17.12.24 105 0 10쪽
14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09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70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11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89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5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3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8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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