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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60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7.1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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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DUMMY

둘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잠시 동안 서로만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말없이 아메리카노를 내리는데 열중했다.

나 역시 아무 말 없이 유니폼을 갈아입으러 안쪽 탈의실로 들어갔다.

여기 올 때까지만 해도 가게 유니폼을 입은 내 모습이 어떨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갈아입는 지금은 그저 늘 입던 셔츠를 입듯 자동적으로 입고 있었다. 머릿속엔 이미 그런 거 따윈 상관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만 가득했다.

아니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분명 그녀다.


두 번의 사랑을 하는 동안에도 마음 한 켠에 고이 두어 가끔씩 꺼내어 추억했던 그녀이다.

옷을 갈아입고 나서 문을 나서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문을 여는 인기척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분주히 움직이며 의식적으로 내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야 키가 커서 그런지 유니폼이 잘 어울린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들어올 때는 보지 못 했던 사장님이 말을 건넸다.

사장님의 말에 머쓱한 웃음만 지었다.

카운터에 있던 단발머리 여자애가 나를 보고 살짝 미소 지었으나 그녀는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하던 일을 했다.

그리고 사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름이 백오정이라고 했지?”


“네”


“얘는 어제 봤지? 너랑 동갑인 노윤미라고 하는데 서로 편하게 지내.”


사장님의 말이 끝나자 단발머리 여자애가 먼저 손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


“아 예 안녕하세요.”


“동갑인데 말 편하게 해”


“그래 편하게 할게.”


말은 놓았지만 어색한 것은 여전했다.


“아 그리고 어제 얘가 쉬는 날이라 못 봤지? 우리가게 매니져야.”


사장님이 그녀를 소개하자 그녀는 살짝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 나 역시 덩달아 꾸벅이며 명찰에 적힌 이름을 봤다.

김새롬.

그동안 그리워하며 한 번도 떠올리지 못했던 그녀의 이름이었다.


“매니져님은 이름이 뭐에요?”


명찰에 적힌 것은 봤지만 괜히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명찰에 적혀 있잖아.”


그녀의 까칠한 태도에 윤미와 사장님은 적잖게 당황했는지 서로 눈치를 봤고 그녀 역시 그런 주변의 반응에 아차 싶었는지 때마침 주문하려는 손님한테로 얼른 달아났다.

그러자 사장님이 상황을 수습하려고 급히 말을 꺼냈다.


“아 저애는 매니져인 강새롬이라고 하고 나이는 자네보다 한 살 많아.”


사장님의 말이 끊기자 오히려 아까보다 더 냉담한 공기가 주위에 맴돌았다.

윤미는 잔을 집어 들고 닦기 시작했고 사장님 역시 무언가를 찾는 듯 옷장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카페라떼 하나, 카페모카아이스 하나 휘핑 빼고.“


그녀는 주문을 받고 돌아와 주문받은 것들을 말없이 만들었다.

뭔가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만 마치 처음 그녀의 번호를 따고 옆에 앉은 날처럼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뭘 하고 싶었지만 아직 뭘 해야 할지 감을 못 잡은 상태라 더욱 그랬다.

잠시 후 사장님이 방에서 나와서는 윤미에게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잘 설명해주라 일러주고선 잠깐 나갔다온다며 나갔다.

윤미는 메뉴판을 펴주며 메뉴부터 열심히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나 역시 그녀와 나눌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아니 듣는 척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들으면서 맞장구는 치긴 하지만 그녀가 너무 신경 쓰였다.

뒤에서 메뉴를 만들고 있는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싶지만 왠지 고개가 뻣뻣했다.

설명이 끝날 때쯤 그녀가 카운터에 메뉴를 올려놓았다.

한번 직접 갖다 줘보라는 윤미의 말에 처음으로 서빙이라는 것을 해봤다.


테이블에 메뉴를 올려놓고 웃으면서 ‘맛있게 드세요‘라는 의미 없어 보이는 멘트를 날리며 돌아오니 낯 간지러우면서도 뭔가 기분이 새로웠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내가 아무리 맛있게 먹으라고 해봤자 나온 음료가 맛있어야 맛있게 먹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멘트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갔다.

하지만 이걸 물어보기엔 초반에 너무 이상한 애로 찍힐까봐 말을 아꼈다.

카운터로 돌아오니 여전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게다가 카페는 참으로 한산했다.

좀 바삐 움직여야 이러한 기류에서 벗어날 텐데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윤미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새롬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혼자 뻘쭘하게 서있었다.

말 걸어주기를 바랬으나 둘은 대화하기 바빴고 상황을 봐서 은근슬쩍 대화에 껴들고 싶었으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손님들 쪽을 바라보고 서서 둘의 대화를 관심 없는 척 귀 기울이고 있었다.


요새 인터넷에 올라오는 시답잖은 이야기들.

어떤 연예인이 어쨌다는 지 그런 이야기들.

어디에 뭐가 맛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이야기라는 게 사실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녀와 이야기 나누는 게 벅차다.

그런 도중 손님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고 사장님도 들어왔다.

조금씩 바빠지자 아까처럼 어색해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아메리카노 두 잔에 아이스크림 와플이요.”


이 말이 내가 그녀와 통성명하고 건넨 첫 마디였다. 엄밀히 따지자면 통성명도 안 했지만.


“아메 둘에 아이스와플 하나?”


그리고 이것이 그녀가 내게 답해준 첫 마디였다.


대화라고 하기엔 너무 사무적이었다.

그래도 말을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일에 여지가 있어보였다.

적어도 내 머릿속에만 존재할 때보다는.


알바 첫날, 일에 그리 어려운 것은 없었지만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일이라 익숙지 않았다.

윤미가 옆에서 이것저것 조언을 해줬지만 이런 저런 실수가 많았다.

단체손님이 왔는데 메뉴를 잘못 적어 컴플레인 받기도 하고 설거지를 하다가 손이 미끄러져 컵을 박살내기도 했다.

그때마다 윤미가 뒷수습을 해서 너무 미안했다.

사장님은 월급에서 까면 된다며 껄껄 웃지만 그녀는 ‘바빠 죽겠는데 뭐하는 거야?’라는 눈빛으로 바라봤고 그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경직된 몸짓으로 눈치만 봤다.

여기저기 밀려오는 주문과 그녀의 눈살에 허덕이다 하루가 다 갔고 마지막 테이블을 치우고 나서야 겨우 버텼다는 느낌을 받았다.

뒷정리를 하면서 사장님과 윤미는 처음이니 그럴 수도 있다며 위로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안 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녀를 만나서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첫날부터 얼 타고 있으니 영 체면이 안 살았다.

뭔가 말을 붙이고 싶어도 나를 달가워하지 않아 보여 자신감이 나질 않았다.

결국 첫날 그녀와 한 대화는 커피니 와플이니 하는 게 전부였다.

정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문득 생각났다. 그녀도 같은 방향이라는 것이.


그녀도 옷을 갈아입으러 안으로 들어가자 순간 고민을 했다.

그냥 지금 먼저 가버릴까?

그건 좀 싸가지 없어 보이고. 그래도 같이 가면서 말을 걸어볼까?

그럼 무슨 얘기를 하지?

알바하는 얘기?

이건 오늘 한 짓이 있어서 좀 그렇고. 날씨 얘기?

이건 말을 길게 못하는데. 연예인 얘기?

이건 너무 뜬금없나?


아니면 그때 못 다한 이야기....?



잠시 후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왔을 때는 그때처럼 몸에 붙는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를 입고 있었다.

순간 처음 본 그 날처럼 가슴이 덜컹했다.

웬만한 노출보다 더 설레게 했다.

하지만 대놓고 볼 입장은 못돼 힐끗힐끗 쳐다보다 눈이 마주쳐 아까보다 더 심장이 덜컹했다.

시간이 꽤 지났고 그저 한편의 추억이라고만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그냥 그때의 아쉬움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은 내 마음이 다시 그 시절에 놓여 진 것이다.

아련한 추억이 아닌 현실이다.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고 같이 문을 나섰다.

쿵쾅쿵쾅대는 심장박동은 귀에 들릴 정도로 빨라져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말을 걸어보자. 무슨 말이라도 좋다.

그때와 달리 연애를 해봐서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법도 아니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북돋았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우물쭈물 하는 건 여전할 수밖에 없다.

참 한 결 같이 얼간이처럼 쭈뼛거리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말도 참 많았던 거 같은데 한 마디도 안 나온다.

그때 먼저 침묵을 깬 건 그때처럼 그녀였다.


“처음 일 해보니까 어때?”


“네?? 아.. 네... 그냥 아직 잘 모르겠어요.”


또 다시 먼저 말떼게 한 것도 모자라 한심한 대답을 하고 있었다.


“계속할거니?”


“예 아직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계속해보려고요.”


“그래?”


뭘까? 이 질문은?

나보고 관두라는 소린가? 역시 이렇게 다시 마주치니 싫은 걸까?

혹시 내가 안 관두면 이쪽에서 관두는 건 아닐까?

한마디 나눴을 뿐인데 별에 별 생각이 다 든다.

말없이 걷다 갈림길에서 다시 그녀가 입을 뗐다.


“어느 쪽으로 가?”


“이쪽이요.”


“난 이쪽인데. 잘가.”


“네...”


그러고는 갈라서려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응?”


“제가요 그쪽한테 뭐라고 호칭을 해야 할까요?”


“어...뭐.. 매니져님?”


“윤미는 그냥 언니라고 부르던데.”


“그게 너무 딱딱하면 매니져 누나라고 부르던가.”


“그럼 그냥 누나라고 부를게요.”


“아니 앞에 매니져라는 말은 왜 빼먹니?”


“너무 길잖아요.”


“에휴 그래. 니 맘대로 해라.”


“근데 있잖아요..”


“또 뭐?”


“그때는 그렇게 말 놓으라고 해도 안 놓더니 이제는 잘만 놓네요?”


“어...어?? 아..아니... 일단 난 매니져고 넌 아르바이트생이니까. 게다가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고 또.... .”


당황했는지 횡설수설했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오랜만에 봤는데 그때보다 더 편하게 대해주시네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아무튼 난 갈테니 내일보자.”


“네 안녕히 가세요.”


그녀가 돌아서서 가려는데 다시 말을 꺼냈다.


“아 그리고요.”


“또 뭐?”


“물어볼 거 있으면 연락해도 되죠?”


“뭐?”


“아직 번호 안 지웠거든요.”


“뭐? 그걸 안 지웠어?”


“쉽게 못 지우겠더라구요.”


“하...”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날 바라보더니 오른쪽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저런 표정을 지으니 보조개가 생기는 구나.


“나 번호 바뀌어서 그걸로 연락 안 될거야.”


“네? 뭘로 바뀌었는데요?”


“나중에... 나중에 알려줄게.”


그러고 손을 젓고 돌아서서 갔다.

예나 지금이나 바뀐 건 없구나.

그녀가 가는 길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싶어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다른 사람이 받았다.

거짓말은 아니었구나.

그때처럼 내일 갑자기 사라져 버릴까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아니, 내일보자고 했으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작가의말

헐 실화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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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70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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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4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3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8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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