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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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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16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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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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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DUMMY

무더위가 한풀 꺾이긴 했으나 여전히 여름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날씨에 우리들의 여름은 이미 끝나있었다.

아직 덥지만 반바지 대신에 다시 긴 바지의 교복을 입고, 오후쯤이 아닌 이른 아침에, 수영장 아닌 학교로 가면서 몸도 마음도 무겁다.

즐거운 외출을 마치고 다시 우리 안으로 들어가는 동물의 마음이랄까?

다시 학교로 간다는 것은 무형의 우리 안에 기계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느낌이다.

그래도 개학날만큼은 설렘이 있다.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 그 시간만큼 못 나눴던 이야기로 웃고 떠들어댈 생각에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유독 사랑이가 나를 반긴다.

요새 들어 부쩍 사랑이한테 연락이 자주 온다.

내가 들이댈 땐 그렇게 도도하더니 요새는 편해졌는지 자꾸 지가 들이댄다.


그녀...


아직 이름도 못 알아낸 그녀가 영문도 모르게 어디 사는 누군가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이한테 문자가 자꾸 오기 시작했다.

대뜸 방학 잘 보내고 있냐는 문자가 오더니 그 후로 별로 시답잖은 내용을 주고받으며 연락을 해왔다.

갑자기 연락을 받지 않는 그녀 때문에 혼란스러운데 사랑이의 문자는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녀가 떠나고 집에 있는 시간은 거의 게임만 하고 지냈다. 이럴 때는 게임만큼 특효약이 없다.

처음에는 위닝일레븐을 한참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넥슨에서 유료게임들을 무료로 풀었다.

그 중 테일즈위버랑 바람의 나라를 고민하다가 백록이가 쩔 해줄테니 테일즈위버 같이하자고 해서 시작했다.

매일 매일 열렙하기 바빴고 잠깐 물건을 팔 때 장터를 열어놓고 위닝일레븐을 하는 등 그야말로 눈 떠있는 동안엔 밥 먹고 수영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풀로 게임만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오는 문자들은 길게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같은 반 친구에 한때 좋다고 했던 애라 차마 씹지는 못 하고 그저 예전에 나한테 한 것처럼 그렇게 답장을 보내왔다.


개학을 하고 교실에 들어서니 사랑이가 웃으며 먼저 다가와 장난을 건다.

예전에 고백한 후에도 몇 번은 이렇게 장난을 친 적이 있으도 뭔가 어색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괜히 귀찮게 느껴져 까칠해진다.

아직도 둘 사이에 그러한 어색함이 있기엔 방학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그날부터 방학이 끝날 때까지 계속 그 시간에 그 정류장에서 그녀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내가 기다리는 것을 보고 돌아서 가나 싶어 숨어서 지켜본 적도 있었으나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상 그녀는 거기에 나타날 것 같지 않았다.

그녀가 사는 동네에도 기웃거린 적이 있으나 집이 어딘지는 모르기에 동네만 배회하다 돌아 가곤했다.

그녀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마치 꿈에서 만난 이상형의 여인처럼 눈떠보니 현실에서 사라져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가끔씩 전화를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르지만 어차피 받지도 않을텐데 괜지 자존심만 상한다,

그리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관두었다.


쓸쓸히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차디차지고 학년이 올라 고3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나이라면 그 동안 즐겨왔던 여유를 포기하고 1년만 참자는 생각을 갖고 자신의 마음가짐을 졸라매는 시기이다.

나 역시 그저 많고 많은 수험생 중 한명일 뿐이고 치열한 경쟁체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목표 아닌 목표를 잡고 그저 묵묵히 공부만 했다.

뭐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지 버릇 남 못준다고 간혹 일탈을 하여 마음의 여유를 되찾곤 했다.


3학년에 올라와서 사랑이와는 다른 반이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같은 반일 시절보다 더욱 친해지게 되었다.

사랑이는 학교에서 소문난 미인이기에 그런 사랑이와 친한 나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난 사랑이에게 친구 이상의 느낌은 갖지 않았다.

처음 내가 들이댈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사랑이를 대하고 있었고 사랑이 역시 그런게 더 편했는지 남들이 오해할 정도로 사이가 좋아져있었다.

아니 가끔은 나 역시 오해하곤 한다.

어쩌면 사랑이 역시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둘이 노는 시간이 많아졌고 단 둘은 아니지만 학교외의 장소에서도 만나기 시작했다.

그쯤 되니 내 주변뿐만 아니라 사랑이 주변에서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둘은 서로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눠 본적이 없고 나누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랬다.


여름이 되고 얼마 안 남은 수능을 앞두고 심기일전하여 수영장대신 독서실에서 물대신 글자 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살면서 그렇게 공부에 몰두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 가끔 기분전환 하러 밤에 밖으로 나가 찬 공기를 쐬고 있으면 이름 모를 그녀를 떠올리며 씁쓸한 침을 삼키곤 했다.

그 해 여름은 너무도 아련했고 혼자서 꾸었던 달콤한 꿈은 미련이 되고 한 편의 조각이 되어 품속에 고이 간직하며 한번 씩 불현 듯 꺼내어 비추어보곤 했다.


내 청춘이던 고등학생 시절이 다 지나가고 수능이라는 학창시절 마지막을 장식할 고비가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수능에서 컨디션 조절을 실패해 평소 실력보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되었고 원하던 대학보다는 낮은 점수의 대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재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딱히 후회는 없었다. 할 만큼 한 것 같았고 이게 다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나의 마지막 10대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수능이 끝나고 사랑이와 그전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우리는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가 되었고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었다.

누가먼저 사귀자고 했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사귀는데 있어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누가 먼저가 중요한게 아니라 서로 같은 마음이었는지가 중요하지 말을 꺼내는 사람이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가 서로에게 신호를 주고 확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기 마련이다.

그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그건 확신이 없어서 일 것이다.

상대방의 신호를 못 알아 들어서 혹은 알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형식에 불과한 말을 꺼내지 못 하고 단계를 넘어서지 못 하는 것이다.

다행이도 처음 말을 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엔 확신이 있었고 우리는 단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수능이 끝나고 나와 사랑이 사이에서 공부라는 핑계가 사라졌기 때문에 더 가까워졌고 주변 친구들은 왜 안 사귀냐고 극성을 부렸다.

주변에 반응과 별개로 나 역시 비록 한번 차이긴 했지만 한때 좋다고 했던 여자였고 애랑 같이 있는 게 즐거운 것이 사실이었다.

10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연애한번 못해봤다는 게 억울한 마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녀와의 기억은 점차 확장되는 사랑이와의 기억에 밀려 더 이상 변하는 마음을 막지 못 했다.

그리고 서로의 신호가 확신으로 다가오던 날 우리의 관계는 변하였다.

눈이 많이 오던 날 학원을 갔다 오던 사랑이를 역 앞에서 기다렸고 우리는 함께 우산을 쓰고 걷다 집 앞에 있는 그 공원에서 도착했다.

다시 한 번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귀자고 말했을 때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집으로 쌩하니 들어가 버리면서 우리는 시작됐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사랑이와 사귄 것이 잘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 즐겁긴 했지만 사랑이와의 인연은 친구였을 때가 더 좋은 추억이지 않았을까.

고등학생시절 우리 둘은 마치 순정만화의 주인공들처럼 까칠한 남자와 발랄한 여자가 서로에게 마음을 숨기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내 기억엔 말이다.

분명 그때는 사랑이와의 그런 관계가 나쁘지 않았지만 우리가 더 발전한 사이가 되었을 때는 그때처럼 만화의 주인공 같이 마냥 아름다운 느낌은 아니었다.

마냥 까칠했던 내가 사귄 후부터 좀 더 다정해진 모습에 사랑이의 마음은 깊어졌지만 나는 그 마음을 따라가지 못 하고 머물러 있었다.

서로 다른 대학에 들어가고 몸이 멀어지니 조금씩 둘 사이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학은 억압받던 고등학교를 벗어나 자유 그 자체였고 그곳은 모든 걸 나의 의지에 맡기는 바깥세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신입생시절 여러 술자리에 참석하며 이런저런 사람들과 놀기에 바빴고 조금씩 사랑이에게 소홀해졌다.

그러자 사랑이는 좀 더 나를 구속했고 그것이 귀찮아져 다시 전처럼 틱틱 거리자 감정의 틈은 점점 벌어졌다.

우리는 긴 시간 만에 맺어졌지만 끝나는 시간은 찰나였다.

우리는 만화 속 이야기가 아닌 어느 선배의 말처럼 고등학생 때 사귄 애들은 대학 와서 깨져버리는 식의 이야기로 끝나고 말았다.

그때 주변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그 관계를 유지해서 좀 더 서로에 대해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좋았을까?

아니면 이런저런 애매한 관계를 끌고 가기보다 이렇게 결론을 짓는 것이 좋았을까?


사랑이와 끝난 후 미팅에서 만난 아이와도 사귄 적이 있었으나 이 역시 그리 오랜 기간은 아니었다.

누가 찼냐 뭐 이런 걸 굳이 따지자면 두 번의 연애동안 다 내가 차였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차일만했고 거기에 대한 미련도 아쉬움도 없었다.

그 애들을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단지 우선순위가 항상 1등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 애들은 자신이 나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1등이길 바랬지만 상황에 따라 항상 1등을 줄 수 없었다.

그래서 항상 1등을 달라는 그 애들의 투정을 다 받아줄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 그 애들 보다 나 자신을 더 사랑했던 것 같다.

나는 항상 나이길 원했고 내가 원했던 나의 모습을 유지하려 했기에 그것을 넘어서지 못 했다. 그것에 대해 뭐라 그러면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싸우고 싸우다 결국 차이고 나서 그 이별을 아무소리 없이 받아 들였다.


대학신입생의 봄은 만개하는 벚꽃처럼 짧은 순간 활짝 피었다가 언제 진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다시 세상은 뜨거워졌고 어느덧 대학교 1학년 1학기는 종강을 맞이했다.

대학에 와서 참으로 신기했던 건 기말고사가 끝나는 순대로 방학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많이 차이나면 2주일정도 먼저 방학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종강을 하면 각자 고향으로 흩어져 자신들만의 방학을 지내기 바쁘다.

고등학교 방학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학창시절 만끽할 자유를 방해했던 보충학습도 없었고 1달 남짓하던 짧디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방학은 무언가를 시도하기엔 터무니없이 짧았으나 대학생의 방학은 공부를 하던 아르바이트를 하든 무언가 시도해볼 정도의 시간이 됐다. 여태껏 맛봤던 방학은 단지 연휴에 지나지 않았다.


3달 사이에 두 번의 사랑의 실패를 겪은 상태라 무언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슴 뛰는 일이 없었고 무언가 도전할 만큼의 열정도 없는 상태였다.

그야말로 가는 시간을 붙잡을 마음도 돌이키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주어진 이 시간동안 남는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돈이라도 벌자라는 마음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구해보는 아르바이트라 어떤 게 좋을지도 모르고 무작정 집이랑 최대한 가까운 데로 구하려고 했다.

며칠 동안 구인 사이트를 뒤져보았는데 생각보다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 막 법적으로만 성인이 된 아이에게 주어지는 일의 폭은 좁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커피숍이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고 최저시급은 보장해주는데다 왠지 재밌을 거 같았다.

전화를 했더니 면접을 보러 오래서 쫄래쫄래 옷을 입고 나갔다.

슬리퍼를 끌고 가려다 그래도 면접이니 운동화를 신고 커피숍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친절한 인사말을 건네는데 나도 앞으로 저런 멘트를 손님이 올 때마다 날린다고 생각하니 뭔가 낯간지러웠다.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카운터가 있고 창가를 둘러싸고 8개정도의 4인용 테이블, 가운데에는 8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2개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투명유리로 격리시켜놓은 흡연석이 있었고 그 안에는 4개정도의 테이블이 있었다.

카운터를 보니 가게 유니폼으로 보이는 흰셔츠에 검은넥타이에 말끔하게 입고 앞치마를 두른 내 나이또래로 보이는 여자애와 그보다 약간 나이 있어 보이는 남자가 내 주문을 기다리는 듯 눈빛을 보냈다.

여자애는 키는 160쯤 돼보였고 둥글둥글해서 그런지 귀여워 보이는 얼굴에 얇은 빗으로 빗은 듯 정갈한 갈색 단발머리를 했다. 눈화장으로 커버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작아 보이는 눈에 분홍색 볼터치가 두드러졌다.

그 옆에 남자는 170 중반쯤 되는 키에 약간 길쭉한 얼굴에 말라서 그런지 턱선이 잘 보였으며 올곧은 생머리에 투블럭컷을 한지 얼마 안됐는지 옆머리와 뒷머리가 깔끔하였다. 왼쪽귀엔 피어싱을 하고 검은 뿔테안경을 끼고 있는데 왠지 바람기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저기... 방금 아르바이트 구한대서 전화드린 사람인데요.”


카운터에 있던 여자애는 쭈뼛대는 내 모습을 보고 영업용 미소와 다른 미소를 보이더니 말했다.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러곤 안으로 들어가서 누구를 부르는 듯 했고 잠시 후 40대 후반쯤 되 보이는 작은 키에 깔끔한 상고머리룰 한 남자가 나왔다. 김구 안경이라 부르는 둥그런 안경까지 껴서 그런지 고지식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상황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사장이 아닐까 싶었다.

그는 가게 한쪽 구석에 있는 빈테이블에 앉으라고 하더니 나이나 학교, 사는 곳 등 이것저것 간단하게 묻고서는 바로 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하는 일은 주로 서빙을 하며 간간히 설거지나 청소 등 크게 어렵지 않은 일들이었다.

카운터 뒤쪽 한쪽에는 싱크대와 그 옆에 컵이 정렬되어있고 그 옆으로 커피기계와 여러 가지 도구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내심 커피나 음료 제작하는 것도 시키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것은 3개월이 지나서나 조금씩 가르쳐준다고 못 박아 놨다.


사장님에게는 개강하고도 계속 한다고 말은 했지만 처음부터 방학 때만 할 생각이라 뭐 좀 있어 보이는 커피나 음료 만들기 같은 건 배우지 못할 듯 했다.

카운터 뒤쪽으로 관계자외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는 문이 있었다.

이제는 관계자가 될 사람으로 받아들여졌는지 사장은 그 안을 보여주었다.

예상치 못 했는데 아무래도 바로 채용됐나보다.

문을 여니 방에는 이것저것 들어서서 상당히 좁아보였다. 한쪽으로는 행거가 들어서있었고 알바생들의 것들로 보이는 옷가지들과 가게 유니폼으로 보이는 셔츠와 앞치마가 몇 개 걸려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으로는 뭔지 모를 박스들이 몇 층으로 쌓여있었다. 그리고 방 가운데에는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사장님은 오면 가장먼저 가게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옷은 옷걸이에 걸어두고 밥은 테이블에서 먹으면 된다고 설명해줬다.

그리고 다시 카운터 뒤편으로 나와 어느 타임에 손님이 많고, 같이 일하는 알바는 몇 명이고, 매니저가 있는데 오늘 쉬는 날이라는 등 잡다한 이야기를 늘어놨으나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냥 이래저래 돈만 벌면 그만이었기 때문에 같이 일하게 될 알바생들과도 그냥 인사만 꾸벅하고 딱히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대충 이야기를 듣고 내일부터 나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쫄래쫄래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첫 출근을 하려니 벌써 귀찮아졌다.

딱히 집에서 할 것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막상 이 커피숍에 구속되려니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돈이라도 벌 수 있으니 참고 일해보자고 다짐하며 커피숍에 들어섰다.

가게에 들어서니 어서오라는 영업용 멘트가 들리고 카운터에는 어제 그 단발머리여자가 서 있었다.

그 뒤에 커피머신 앞에는 어제 못 본 여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단발머리는 나를 보더니 왠지 어색한 존댓말로 ‘오셨네요’라고 말했다.

나까지 덩달아 어색해져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꾸벅하고 옷을 갈아입으려고 카운터 뒤쪽에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긴 머리를 올려 묵은 여성이 아메리카노를 내리다가 돌아보며 말했다.


“아 오늘부터 일하시는 분이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가 고개를 다시 들며 서로 마주보던 순간 굳어버려 눈만 꿈뻑 꿈뻑 떴다.

그 여성도 처음에는 자길 왜 그렇게 쳐다보냐는 듯 바라보다 뭔가 깨달았는지 똑같이 눈만 깜빡였다.


작가의말

둘이 아는 사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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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가을 -장벽- 18.02.24 66 0 11쪽
34 가을 -2년전 이야기- 18.02.23 78 0 10쪽
33 가을 -축제(2)- 18.02.22 115 0 12쪽
32 가을 -축제- 18.02.21 72 0 11쪽
31 가을 -개강- 18.02.20 84 0 11쪽
30 또 다시 여름 -나들이- 18.02.19 88 0 12쪽
29 또 다시 여름 -화해- 18.02.18 50 0 9쪽
28 외전 -형민이야기(2)- 18.02.17 73 0 11쪽
27 외전 -형민이야기- 18.02.16 60 0 10쪽
26 또 다시 여름 -불청객- 18.02.15 84 0 15쪽
25 또 다시 여름 -비밀연애- 18.02.14 97 0 9쪽
24 또 다시 여름 -결국엔- 18.02.13 76 0 9쪽
23 또 다시 여름 -또 다른 고백- 18.02.12 53 0 10쪽
22 또 다시 여름-회식- 18.02.11 77 0 11쪽
21 외전 -석재이야기- 18.02.10 84 0 13쪽
20 또 다시 여름-바다(2)- 18.02.09 82 0 10쪽
19 또 다시 여름 -바다- 18.02.08 82 0 10쪽
18 또 다시 여름 -고백- 18.02.07 82 0 13쪽
17 또 다시 여름 -보충학습- 17.12.26 101 0 10쪽
16 또 다시 여름 -니전화번호- 17.12.25 78 0 10쪽
15 또 다시 여름 -쉬는날- +1 17.12.24 105 0 10쪽
14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09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69 0 11쪽
»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11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89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4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2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8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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