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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66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7.1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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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또 다시 여름 -질투-

DUMMY

다음 날 출근길은 첫날과 다르게 설렘으로 가득했다.

발걸음이 가벼워 나도 모르게 스텝을 밟으며 걷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니 다행히 그녀가 크림을 휘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이구 신입이라 군기가 들어가서 그런가 목청한번 크다.”


사장님이 껄껄 웃으며 인사를 받아줬고 윤미도 웃으며 맞아줬으나 그녀만 또 본채 만채 크림이나 젓고 있었다.

약간 서운한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오히려 오기가 생겨 그 앞에 가서 말했다.


“매니져 누나 저 왔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어, 그래 라며 무뚝뚝하기 그지없었다.

사장님과 윤미는 우리를 힐끔힐끔 보았고 난 아무렴 어떠냐싶어 그냥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옷 갈아입고 나오자 마자 단체손님이 들어와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어제 했던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려고 종이와 펜에 주문내용을 꼼꼼히 적어서 전달했다.

설거지 할 때도 깨먹지 않으려 최대한 싱크대와 가깝게 들고 그릇을 씻었다.

생각해보면 크게 어려운 일도 없는데 어제는 뭐 그리 긴장했는지 모르겠다.

급할 것도 긴장할 것도 없다.

그녀와는 어제처럼 공적인 대화밖에 오고가지 않았다.

사적인 대화를 나누자니 우리 둘이 아는 사이라는 걸 사장님이나 윤미가 알게 될까봐 굳이 하지 않았다.

만약 둘이 아는 사이냐고 물었을 때 아는 사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모르는 사이라고 대답하기는 싫었다.

아니 그거보다 그녀가 모르는 사이라고 대답할까봐 겁이 났다.

만약 그렇게 대답한다면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그 시절이 혼자만의 착각 속에 살던 시절로 치부돼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간혹 사적인 대화를 나누더라도 아는 사이였다는 뉘앙스가 전혀 안 나오도록 신중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간 나누고 싶었던 대화는 둘만 남게 되는 퇴근하는 길에 꺼내려고 안주머니에 품고 있었다.

그때처럼 조바심 낼 필요 없다.

그땐 마치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매력을 어필해야하는 오디션에 나가는 것처럼 급급했다.

그러다보니 일을 그르친 게 아닐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그녀는 어디가지 않을 것이고 만날 약속을 잡으려 전전하지 않아도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천천히 친해지면서 다가가려고 한다.


둘째 날도 퇴근하며 그녀와 얘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긴 했지만 그냥 일을 하면서 궁금한 거나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꺼내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비록 알고 있는 거라도 괜히 말 한 번 더 붙여보려고 물어보기도 했다.

대화하면서 가는 길은 너무도 짧았다.

더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뭔가 허전한 기분. 대화는 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다.

왜 그런지는 안다.

정작 묻고 싶은 말은 묻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가버렸는지, 왜 나한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사실 물으려면 눈 딱 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돌아올 대답이 두려워 피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날 피한 거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거나 단지 내가 맘에 안 들었을 경우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그것을 물을 때 원하는 대답은 전자에 해당할 경우지만 혹시 후자가 나올까봐 감히 묻지를 못 하겠다.

아니 사실 어떤 쪽이건 간에 거절당했다는 사실은 변함없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건 매한가지다.

서두를 필요 없다.

천천히 다가가 언젠가 그녀가 내 마음과 같아질 때 자연스럽게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삼일 째 아르바이트에 갔을 때는 윤미가 아닌 면접 보러 올 때 봤던 남자가 있었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있었기에 아무렴 상관없었다.

이 마르고 바람기 있어 보이는 남자의 이름은 천지권이라고 했다.

나보다 두 살 많지만 대화를 몇 마디 나눠보니 괜찮은 사람 같았다.

유머도 있는 것 같고. 말빨도 좀 있는거 같고. 아무래도 남자다보니 윤미보다는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본인도 친하게 지내자고 하면서 살갑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생각은 금세 바뀌었다.


이 놈팽이는 여기서 일한지 꽤 됐는지 그녀와 무척이나 친해보였다.

특히 농담 따먹기를 하며 치근덕거리는 모습은 와플로 주둥이를 뭉개고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녀는 뭐가 그리 재미있다고 웃으면서 손바닥으로 등을 찰싹찰싹 때리는데 그런 자연스러운 스킨쉽을 보며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오정이는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


게다가 날 벙어리 취급까지 하고 있다.


“아니요 그냥 아직 어색해서요.”


“어렵게 생각 하지마. 여긴 원래 스타일이 프리해서 편하게 생각하면 되.”


프리는 지랄.


“얘도 생긴 건 이래도 알고 보면 되게 착해.”


그녀는 ‘내가 뭐 어때서?’라고 말하곤 주먹으로 놈팽이의 팔뚝을 가볍게 때렸다.

그 타격마저 질투가 났다. 차라리 내가 맞고 싶었다.

그러면서 그녀와 살짝 눈이 마주쳤는데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자기 할 일을 했다.

그러고 보니 지권이형이 한 살 많을 텐데 둘이 말까지 놓고 있다.

분명 저 놈팽이가 수작 부리려고 말 놓자고 했겠지.

괜히 이런저런 생각하니 더 말이 없어졌다.

하루 종일 말도 제대로 못하고 혼자 속 끓였다.

오늘도 몇마디 얘기도 잘 못 해보고 마감을 했다. 퇴근길에 그녀에게 물었다,


“원래 그 형이랑 그렇게 친해요?”


“응? 지권이?”


“누나보다 한 살 많지 않아요?”


“내가 빠른 생일이라서 그냥 말 놓고 지내는데?”


이건 또 처음 안 사실이다.

처음 만났을 때 나보다 한 살 많다고 해서 그냥 한 살 많은 줄 알았는데 실제적으로 나보다 두 살 많은 것이다.

그러한 사실도 이제 알았다고 생각하니 더 열 받았다.


“원래 그렇게 잘 웃어요?”


“뭐가?”


“원래 그렇게 장난 잘 쳐요?”


“왜이래?”


“아 그냥 너무 달라보여서요.”


“뭐가 다르다는 거야?”


“저한테는 말도 잘 안 걸어주고 잘 웃지도 않으면서”


“걔랑은 친하니까 그렇지”


“그렇게 친해요? 얼마나? 혹시 사겨요?”


“왜이래 정말?”


“아 사귀냐고요??”


“사귀면 뭐? 사귀면 뭐 어쩔 건데?”


마구 몰아붙이다 나도 모르게 너무 들이댄 거 같아 움찔했다. 천천히 가자고 마음먹은지 하루 만에 그르쳐버렸다.


“아니.. 난 그냥... 그냥 저도 누나랑 그렇게 친해지고 싶어서...”


“너 되게 웃긴다.”“아니.. 그게...”


“예전 일이야 어찌됐든 그래도 같은데서 일하니까 어떻게든 편하게 지내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아... 그게 아니라요....”


“됐다 난 일루 갈게. 알아서 가. 그리고 앞으로 집에 갈 때도 따로 가자.”00000000


그리고 돌아서서 가는 걸 잡고 싶었지만 잡아서 딱히 할 얘기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발만 굴렸다.

내가 뭘 그리 잘못 했다고. 야박한 사람.


다음날 그녀는 그전보다 더 차가워졌다.

지권이형과는 다정한 반면 나한테는 한마디도 안 걸었다.

아니 공과사가 어찌나 뚜렷한지 공적인 것 빼고는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았다.

정말로 저 놈팽이랑 사귀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었다.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그녀한테 물어보지도 못 하고 지권이형한테 물어보기도 좀 그랬다.

저 놈팽이새끼 꼴도 보기 싫었다. 빨리 윤미가 왔으면 좋겠다.


그건 둘째치고 지금 그녀와의 이런 상태로 있으면 안될 것 같았다.

사과를 하고 싶은데 가게에는 사장님도 있고 지권이형도 있어서 단 둘이 이야기할 틈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냅킨에다가 이렇게 적어서 남들 몰래 건네줬다.


“누나 어제 미안했어요. 앞으로 안 까불게요ㅠㅠ”


그녀는 그 쪽지를 보고 아무 말이 없었다.

무슨 대답이라도 할 만한데 마감시간이 가까워질 때까지 한마디도 안 했다.

그리고 그날 옷 갈아입고 나왔는데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사장님께 물어보니 급한 일이 있다며 먼저 갔다고 했다.

진짜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혼자 가는 밤길은 쓸쓸했다.

그녀도 밤길이 쓸쓸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오기 전까지 매번 이 늦은 시간에 혼자 귀가 했을 텐데.


작가의말

그니까 왜 오바를 하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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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가을 -장벽- 18.02.24 66 0 11쪽
34 가을 -2년전 이야기- 18.02.23 7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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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또 다시 여름 -화해- 18.02.18 50 0 9쪽
28 외전 -형민이야기(2)- 18.02.17 74 0 11쪽
27 외전 -형민이야기- 18.02.16 61 0 10쪽
26 또 다시 여름 -불청객- 18.02.15 84 0 15쪽
25 또 다시 여름 -비밀연애- 18.02.14 97 0 9쪽
24 또 다시 여름 -결국엔- 18.02.13 7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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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또 다시 여름 -바다- 18.02.08 83 0 10쪽
18 또 다시 여름 -고백- 18.02.07 83 0 13쪽
17 또 다시 여름 -보충학습- 17.12.26 102 0 10쪽
16 또 다시 여름 -니전화번호- 17.12.25 78 0 10쪽
15 또 다시 여름 -쉬는날- +1 17.12.24 105 0 10쪽
»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10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70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11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89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5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3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8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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