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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67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7.1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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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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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또 다시 여름 -쉬는날-

DUMMY

나흘 동안 일하고 모처럼만에 쉬는 날인데 마음이 무겁다.

일을 나가야 그녀도 보고 다시 들어갈 틈을 찾는데 집에만 있으려니 영 찜찜하다.

간만에 실컷 자볼까 생각도 했지만 자기만 하기엔 쉬는 날이 너무 아까웠다.

쉬는 날에 뭐할지 생각을 안 하면서 지내다보니 뭘 해야 될지 몰랐다.

간만에 석재한테 연락해서 시내에서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 시내까지는 3정거장정도라 버스비도 아낄 겸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요 며칠 아르바이트만 다니다보니 자전거 안장에 뽀얀 먼지와 작은 거미줄이 쳐져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운동도 전혀 안했다는 생각에 배를 들춰서 힘을 줘봤는데 확실히 고등학교 때보다 뱃살이 늘어났다.

대학 들어와서 운동보다는 술 마시고 놀기 바빠 신경을 못 썼는데 왠지 오늘따라 뱃살이 꼴 보기 싫었다.

석재한테 다시 연락해서 간만에 수영을 하러 가자고 했다.

수영장은 버스로 9정거장은 가야 나오는데 자전거를 타고 갈지 버스를 탈지 고민하다 버스에 탈 사람도 없는데 빡세게 운동한다 생각하고 자전거로 길을 나섰다.

날씨가 건조해서 찜통더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햇빛이 뜨거워 땀이 흠뻑 났다.

이럴 줄 알고 나오기 전에 회색 티를 흰색 티로 바꿔 입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수영장 건물에 들어서니 에어컨 바람을 쐬며 기다리고 있는 석재가 보였다.

이 녀석은 대학생이 되도 여전히 짧은 머리를 고집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맨날 머리스타일이 같아서 박제머리라고 부르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녀석은 여전히 저 머리를 고집하고 있다.

아마 자신이 생각하기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저 머리라고 생각하고 있는듯하다.

몸의 열이 식기 전에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씻지도 않고 몸을 가볍게 풀고 수영장물에 풍덩 들어가니 이만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나게 수영을 하다가 문득 고2 여름방학이 생각났다.

그때 그녀에게 접근하려고 수작 부리던 게 떠올라 온몸이 화끈거렸다.

그러다 다시 어제 일이 생각나 홧김에 발장구를 세게 치다가 그만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레일에 박아 그 자리에 멈춰서 레일에 매달린 채 깽깽거렸다.

뒤에 따라오던 석재는 걸리적거린다고 툭 치고 지나가버린다.

열 받아서 발가락 아픈 것도 잊고 쫒아가 발장구치는 발을 손으로 잡고 물속으로 끌어내렸다.

갑자기 발이 잡히니 당황했는지 바둥바둥 거리다 레일에 매달려서 나한테 물을 뿌려댔다.

같이 물을 뿌리다 수영강사한테 주의를 받고서야 다시 얌전히 수영을 했다.

우리는 20살이 되었는데도 변한 게 없었다.


수영이 끝나고 시내에 나가려 했는데 갑자기 망할 석재 놈은 일이 생겼다고 딴 데 가본다고 했다.

여자를 만나러 가는지 암만 꼬드겨도 그쪽으로 간다기에 결국 다시 혼자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는 길에 다시 땀을 뻘뻘 흘려 수영장 갔다 온 게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럴 때 에어컨 밑에서 아이스크림 퍼먹는 것만큼 꿀인 것도 없다.

그래서 핸들을 돌려 아이스크림 체인점으로 향했다.

열심히 패달을 밞으며 가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하나가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낯익은 얼굴을 자세히 보니 그녀였다.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녀를 의도치 않은 곳에서 보니 서운한 감정들은 깜빡 잊은 채 반겨버렸다.

난 정말 단세포에 자존심도 없는 놈이구나.


“새롬 누나!”


이름을 부르니 역시 거기에 반응해서 돌아보았다.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지어 나까지 당황할 뻔 했지만 뭔가 지금 다시 들어갈 틈이 있어 보여서 가까이 다가갔다.


“우와 누나 완전 애 엄마 포스 장난 아니다. 누구에요 얘는?”


“어? 내 조카”


유모차는 자외선을 차단하려고 덮여있었고 살짝 들쳐보니 1살쯤 돼 보이는 아기가 동그랗고 커다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에헤 너무 귀엽다. 누나 얘 이름이 뭐에요?”


“주희야. 김주희.”


볼이 탱탱한 게 너무 귀여워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니 찌를 때마다 커다란 눈을 깜빡 깜빡거렸다.

날이 더워서 인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얘 더운가 봐요. 땀이 이렇게 맺혀있네. 집까지 가긴 머니까 여기 가까운 아이스크림가게 가서 몸 좀 식히고 가요.”


“괜찮아. 집까지 금방이야.”


“에이 왜 자기 생각만하고 그래 주희가 더워서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는데. 그러지 말고. 아이스크림 먹고 가요.”


분명 말로해서는 거절할 것 같아서 자전거를 한 쪽으로 세워놓고 유모차를 뺏어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아.. 아니... 괜찮다니까...”


유모차를 뺏기자 당황해서 만류시키려했지만 무시하고 꿋꿋이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갔다.


“뭐 먹을래요?”


“아니... 괜찮은데...”


“세 가지 맛 골라야 되니까 얼른 골라 봐요. 난 뭐가 맛있는지 모르니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잠시 아이스크림들을 보더니 말했다.


“이거랑 이거 맛있는데.. 어 이거 새로 나왔네? 모카랑 쿠키? 맛있겠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그녀는 미간에 살짝 주름을 잡고 노려보며 말했다.


“왜 웃어?”


“아뇨. 그냥 귀여워서요.”


“뭐 임마?”


“여기요 이거랑 이거랑 요거 새로 나온거 이거 주세요. 누나 저기 먼저 앉아있으세요.”


그녀는 여전히 미간에 주름이 잡힌 채 잠시 쳐다보더니 유모차를 끌고 자리에 앉았다.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자리로 가니 주희가 아까보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표정이 밝아보였다.


“거봐요. 주희 표정이 훨씬 좋아졌네. 얘 더운데 혼자 고집피우고. 주희야 나쁜 이모지?”


“야 이렇게 같이 병원 가주는 이모가 어떻게 나쁜 이모야?”


“이모 나쁘지 주희야. 너희 이모가 나한테 어떻게 한 줄 알아?”


“뭐?”


“이거 봐. 벌써 기억도 안 나나 봐”


사실 기억도 안 나는 쪽은 내 쪽인 듯하지만.


“이 시간에 어디 갔다 와? 오늘 쉬는 날이었어?”


“아 이거 또 섭섭하게 왜 이러시나 같이 퇴근하는 사이에 쉬는 날이 언젠지도 몰라요? 하여튼...”


“하여튼 뭐?”


“됐구요. 누난 어디갔다와요? 조카랑 같이 사는 거에요?”


“응. 언니네랑 같이 살어. 언니대신 얘 데리고 병원에 좀 다녀왔어.”


“얘 아파요?”


“아니 그냥 예방접종 좀 하려고.”


“아 그렇구나. 우리 주희 주사 맞고 왔어? 에구 아팠겠다.”


주희는 말을 알아들은 건지 팔을 내밀면서 ‘아, 아‘ 하고 소리를 냈다.


“에구 거기 아야 했어? 얘 너무 귀엽다. 주희야 이모부가 아이스크림 줄까?”


“얘 주사 맞아서 아이스크림 먹으면 안 돼. 그리고 니가 왜 이모부니?”


“뭐 얘한테 호칭 따위 뭐가 중요하겠어요.”


“아니 삼촌도 있고 오빠도 있고. 아니, 오빠는 좀 그런가? 아무튼 다른 호칭도 많은데 왜 나랑 엮으려 그래?”


“뭐 아무렴 어때요. 그치 주희야?”


“내가 싫다고!”“아 하여튼 별것도 아닌 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뭐 임마?”


“알았어요 알았어요 근데 아까부터 임마가 뭐에요. 임마가. 얘 앞에서.”


“아니 니가 자꾸 성지...ㄹ....으...ㄹ”


말도 끝나기 전에 얼른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퍼서 입에 먹여줬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도 입안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오물오물 거렸다.


“누나 그거 맛 어때요? 새로 나온 거라면서요?”


맛을 보더니 찌푸린 인상을 펴더니 말했다.


“뭐 맛있네.”


“히히 그럼 많이 먹어요. 나도 먹어봐야지.”


그녀는 참 단순하다. 카페에서도 몇 번 느꼈지만 먹을 거에 약하고 단거에 유독 약하다.

하지만 이것을 입 밖으로 꺼내면 또 ‘임마’소리를 듣겠지.


“아 주희도 아이스크림 먹고 싶겠다. 정말 한입만 주면 안 되요?”


“주사 맞아서 안되는데... 그리고 한번주면 자꾸 달랜단 말야.”


“이구.. 불쌍한 주희. 다음에 맛있는 거 많이많이 사줄게. 오늘은 주사 맞았으니 참아요.”


주희는 못 알아들었는지 입에 꼭지를 물고 있기 바빴다.

오물오물 거리는 볼이 너무 귀여워 같이 놀아주다가 문득 그녀를 쳐다보니 나와 주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누나 뭐 그렇게 빤히 쳐다봐요?”


“응? 아무것도 아니야.”


“주희가 날 더 좋아할까봐 겁나는구나? 그러게 평소에 조카한테 좀 잘해야지.”


“야! 내가 주희한테 얼마나 잘 하는데!”


“알았어요. 아이스크림이나 더 먹어요. 근데 이거 되게 맛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분위기도 좋고 화기애애했다.

게다가 오늘은 아이가 있어서인지 그녀는 좀 더 여성스러워 보였고 자상해보였다.

오늘따라 우리 둘 사이에 늘 존재하던 껄끄러움이 없어진 기분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게에서 나와 자전거를 끌면서 함께 걸어갔다.


“아이스크림 잘 먹었어.”


“저도 덕분에 즐겁게 먹었어요. 누나 다음에 주희 데리고 또 올래요?”


“내가 왜 또 오냐?”


“거 말을 해도 그게 뭡니까.”


“내가 뭘”


“아니 주희가 집에만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이 더운데 자꾸 밖에 나오는게 더 안 좋거든?”


“뭐 어때요? 이렇게 시원한데 있으면 되죠.”


“이렇게 시원해도 곤란해. 밖이랑 온도차가 심하잖아.”


“에휴 싫으면 싫다고 하지. 괜히 얘 핑계는.”“아니 정말 얘가 아직 면역력이 약해서 그런 거란 말야.”


“알았어요. 그럼 둘만 보죠. 뭐”


“뭐래는 거야 또.”


“알았어요. 얼른 가 봐요. 언니가 걱정하겠다.”


“참나. 말 안 해도 갈 거거든?”


“네네 조심조심 살펴 들어가셔요.”


그녀는 노려보며 ‘카페에서 보면 죽을지 알라’고 한 뒤 유모차를 끌고 돌아서서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혼자 흐뭇한 상상을 한다.

그러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기에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어렴풋이 미소를 지었고 손을 흔들어줬다.


작가의말

화해한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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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또 다시 여름 -고백- 18.02.07 8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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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10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70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11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89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5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3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8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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