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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553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8.0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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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또 다시 여름 -바다-

DUMMY

집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대자로 누웠다. 실연당했다. 아니 잘 모르겠다. 사랑이때도 그랬지만 내가 고백한 사람들은 참 어떻게 하기 어렵게 거절한다.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다고 하질 않나, 남자 사귈 상황이 아니라고 하질 않나. 그냥 싫다고 했으면 좋아질 수 있게 계속 잘해주면 되고 사귀는 남자가 있다면 그 남자와 헤어질 때 까지 기다리면 되겠지만 이도저도 못 하게 너무 애매하게 말을 했다.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싫은 것도 아니지만 만날 상황이 아니다 라니... 참 사람 난처하게 한다. 고백한 사람이 실망감이나 뭐 그런 것이 아닌 미안함을 느끼게 한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 아니라는 것일까?

집안이 어려운가?

부모님이 아프시거나 뭐 그런거?

그래서 언니네 식구랑 같이 살고 있는 건가?


끝없는 물음만이 이어져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해서 연애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았다. 모르겠다. 그냥 잠이나 자는 게 좋을 거 같다.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어제의 실연이 떠올라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쩌자고 내가 그렇게 내뱉어버렸을까? 그놈의 드라마 대사 하나 때문에 감성에 젖어 일을 그리친 것 같았다. 당장 오늘 알바를 가야되는데... 때려 친다 해도 그동안의 정이 있는데 전화로 대뜸 그만둔다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고, 결국 한번은 마주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그리고 방학도 어느 정도 지난 지금 시점에서 어디서 알바를 받아주겠는가? 지금 같은 심리상태로는 관둔다면 남은 방학을 소득 없이 잉여로만 지낼게 뻔했다. 그래 그냥 눈 딱 감고 버텨보자.


카페에 가면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자고 다짐했지만 들어서서 그녀 얼굴을 보자마자 움츠러 들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일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평소처럼 행동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됐다. 그녀도 의식하는 것 같았다.


사장님이 오늘은 둘 다 조용하다 라는 말에 괜히 당황해서 둘러댔다. 어색한 분위기가 마치 처음 알바 했던 날 같았다. 어찌어찌 일이 끝나고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먼저 나와 버렸다. 약속도 진짜 만들었다. 백록이와 석재를 일 끝나고 한잔 하자고 불러냈다. 우리는 거의 이렇게 즉흥적으로 만나기에 뭔 일 있냐고 물어볼 일도 없었다. 나도 딱히 상담신청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술이라도 먹으면서 조금 기분을 내보려고 했다.


하지만 남자 셋이 모이니 아무래도 흥이 안 났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결국 여자얘기 뿐이다. 한잔 두잔 주고 받다보면 얘기만으로 부족해서 여자를 꼬시자고 난리치기 시작한다.

석재는 벌써 다른 테이블에 여자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자들끼리 온 자리는 한 두 자리 밖에 없었다. 거기라도 가서 시도하다가 안 되자 다른 술집을 가니 마니 하다가 뜬금없이 바다에 가자고 제안했다.

처음엔 무슨 바다야 라고 했는데 바다에 가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데 보아하니 알았다고 할 때까지 보챌 삘이라 그냥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즉흥적으로 바다여행이 결정되었다.


처음엔 그냥 심드렁하게 받아드렸지만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꿈틀꿈틀했다. 바다라는 이미지가 뭔가 낭만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런 낭만이 필요했다.


다음날 바로 렌트카를 예약하고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가격대비 최고시설의 숙박업소에 예약을 했다. 아르바이트로 얼마 벌 지는 못 했지만 이 여름을 기회비용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 지권이형한테 부탁해서 쉬는 날 다음날에 하루 대타를 더 부탁하고 2박 3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결정이 즉흥적인 만큼 일의 진전도 일사천리다. 실연으로 인한 응어리가 아직 남아있지만 여름 휴가철을 맞아 친구들과의 바다여행은 그래도 가슴에 불을 지피는 느낌이었다.


출발 당일 아침부터 내리쬐는 태양이 몸속 깊은 곳을 자극하여 설렘과 흥분을 이끌어냈다.

날씨까지 너무도 완벽한 날이라 마음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너무 신이 났던 탓일까 차를 빌리고 친구들을 데리러 가는 길에 너무도 어처구니없이 접촉사고를 일으켜 버렸다. 차를 몰다가 네비게이션을 검색하려고 잠깐 정차한 뒤 다시 가려는데 바퀴가 틀어져있는 것을 모르고 엑셀을 밟아 지나가는 차의 옆을 박아버렸다. 게다가 당황하여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엑셀을 밟아 옆을 더 긁어버렸다. 차를 간신히 멈추긴 했으나 심장은 진정이 안됐다. 나도 모르게 X됐다고 중얼거리며 일단 차를 다시 세운 뒤 내려서 상대 쪽 운전자에게 사과를 했다.

상대는 아버지 나이 뻘쯤 되는 아저씨였고 차도 좋은 차는 아니었다. 하지만 차에 선명하게 기스를 냈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상당한 수리비가 나올 듯 했다. 일단 보험처리를 하고 자리를 떴지만 렌트차량에 대한 면책금 생각에 아찔했다. 비록 10만원의 한정금액을 걸어놓아 그 이상은 안 내도 되긴 했지만 10만원도 나에겐 너무 큰돈이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이렇게 꼬여버리니까 운전하기 무서워서 그냥 버스타고 가자고 말할까 생각도 했지만 술자리에서 운전 잘 한다며 깝치던 게 생각나서 입 다물기로 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운전대를 잡고 친구들을 데리러 갔다. 도착하자 왜 이리 늦게 왔냐며 핀잔을 들었지만 절대 사고가 있어서 늦었다는 말은 하지 못 했다. 차에 탑승하니 모두가 들떠 신나있었다. 최신곡을 크게 틀고 바람을 맞으며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이러고 있으니 실연 따윈 잊어지는 듯 했다.


처음에는 긴장되던 운전도 시간이 지나니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가볍게 우동을 먹고 맥반석 오징어를 사서 차에서 먹으며 여행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동해바다로 가는 톨게이트를 지나니 벌써부터 바다냄새가 나는 기분이다.


일단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바다에서 바로 수영할 수 있게 수영복 반바지를 입고 나시 위에 반팔을 입었다. 백록이는 집에서 가져온 커다란 돌고래 튜브를 불고 있었다. 석재는 물에 안 들어갈 거라며 선글라스까지 준비하며 잔뜩 폼을 잡고 나왔다. 하긴 이 녀석은 함께 수영을 다녔지만 여전히 수영을 잘 못 한다. 물론 우리의 목적이 수영이 아니지만.


멀리서 바다가 보이자 내리기도 전에 기분이 업된다. 저 멀리 넘실대는 파도에 새로운 인연이 밀려올 것 같다. 바다에 도착하니 뜨거운 태양이 반짝이는 모래사장에 뜨겁게 내리깔고 남녀노소 각자가 품고 있는 여름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노부부부터 젊은 남녀, 그리고 아이들까지 저마다의 나이에 따라 그 열정들을 표출해내고 있다.


우리는 파라솔을 빌려 자리를 잡았다. 얼른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위에 반팔을 벗고 바다로 바로 첨벙 뛰어들었다. 그리고 뒤를 따라 백록이가 돌고래를 들고 따라오고 석재는 돗자리에 앉아 두리번거리는 것이 벌써부터 물색하고 있는 듯 했다. 물속에 뛰어들어 수영장에서 배운 수영을 하려니 입에 들어오는 물이 너무 짜다. 그렇게 배운걸 실전에선 못 써먹고 백록이랑 돌고래에 매달려 파도를 즐기고 물장구를 친다. 그런데 어느새 석재가 자리에 없었다. 둘러보니 왠 여자들이 있는데 가서 뭐라 뭐라 말하고 있었다.


“야 저 새끼 벌써 아가리 털고 있는데?”


“오 대단한 새끼. 목적의식이 졸라 뚜렷하네.”


그 광경을 보니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푼다. 내가 굳이 뭘 하지 않더라도 저 녀석이 뭔가 물어와 이 여름을 수놓아 줄 것 같았다. 돌고래가 슬슬 지겨워질 때 쯤 물 밖으로 나가 석재를 기다렸다. 돌아온 석재한테 뭐하고 왔냐고 물으니 씩 웃으면서 번호를 몇 개 따왔다고 한다. 우리는 오~하고 소리 지르며 석재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해가 저무는 것이 보이자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예산이 부족한 관계로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다른데 지출하기로 한다. 해가 떨어지고 해변에 가니 그곳은 젊은 남녀의 노래 없는 나이트클럽이 되어있었다. 밤바다의 풍경은 방금 막 다 타버린 장작같이 낮의 열기가 남아있었다.


짝을 구하려 구애하는 남자들과 쇼핑하듯 그 중에서 고르는 여자들, 이미 짝을 이루고 모래사장에 자리 깔고 앉아 시끌벅적한 사람들, 낮 밤 구분 없이 신나있는 아이들. 여름에만 볼 수 있는 그 뜨거운 열정들로 열대야가 일어나는 듯 했다. 우리는 그곳에 뛰어들어 한바탕 이 여름을 즐길 준비를 한다.


석재는 두 그룹이랑 연락을 계속 하다가 한 쪽이랑 잠시 후에 합석하기로 한다. 그 덕에 경쟁이 치열해진 밤바다에서 여유롭게 거닐며 관객이 되어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석재가 불안해 보인다. 계속 연락을 하다가 30분전부터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곧 하겠지 했지만 전화도 안 받자 슬슬 불안감이 피어온다. 그래서 다른 한 그룹에게도 연락을 취해보지만 이곳도 반응이 없다. 이쯤 되자 더 이상 관객모드로 있을 수 없었다. 우리도 저 오디션 장에 지망생이 되어 짧은 시간 안에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과열된 오디션 장의 심사위원들은 상당수의 실력파들이 이미 거쳐 갔기에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져있다. 하지만 우리는 동네 장기자랑에 나갈 수준밖에 안 됐다.


“저기요 일행 있으세요?”


“아니요.”


“몇 명이세요?”


“저희 세 명이요.”


“저희도 세 명인데 같이 노실래요?”


“아 글쎄요. 친구들한테 물어봐야 되는데... 야 같이가.”


도망가며 퇴짜


“몇명이서 오셨어요?”


“저희 네명이요.”


“저흰 세명인데 같이 노실래요?”


“인원수 안 맞으면 좀 그런데.....”


인원수 안 맞아서 퇴짜


“저기요?”


“저희 일행있어요.”


묻기도 전에 퇴짜.


퇴짜의 연속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같은 사람이 많다.결국 새벽 2시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자 포기하고 내일을 기약하기로 한다.




작가의말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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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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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가을 -장벽- 18.02.24 66 0 11쪽
34 가을 -2년전 이야기- 18.02.23 78 0 10쪽
33 가을 -축제(2)- 18.02.22 1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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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가을 -개강- 18.02.20 8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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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또 다시 여름 -화해- 18.02.18 50 0 9쪽
28 외전 -형민이야기(2)- 18.02.17 73 0 11쪽
27 외전 -형민이야기- 18.02.16 60 0 10쪽
26 또 다시 여름 -불청객- 18.02.15 84 0 15쪽
25 또 다시 여름 -비밀연애- 18.02.14 97 0 9쪽
24 또 다시 여름 -결국엔- 18.02.13 76 0 9쪽
23 또 다시 여름 -또 다른 고백- 18.02.12 54 0 10쪽
22 또 다시 여름-회식- 18.02.11 77 0 11쪽
21 외전 -석재이야기- 18.02.10 84 0 13쪽
20 또 다시 여름-바다(2)- 18.02.09 82 0 10쪽
» 또 다시 여름 -바다- 18.02.08 83 0 10쪽
18 또 다시 여름 -고백- 18.02.07 82 0 13쪽
17 또 다시 여름 -보충학습- 17.12.26 101 0 10쪽
16 또 다시 여름 -니전화번호- 17.12.25 78 0 10쪽
15 또 다시 여름 -쉬는날- +1 17.12.24 105 0 10쪽
14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09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69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99 0 17쪽
11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89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4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2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28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0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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