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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진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ceco
작품등록일 :
2017.12.09 20:07
최근연재일 :
2018.02.24 20: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682
추천수 :
8
글자수 :
161,902

작성
17.12.11 20:00
조회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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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여름방학 -시나리오-

DUMMY

다음날 수영을 갔더니 석재 녀석이 먼저 나와서 수영연습을 하고 있었다.


“웬일로 먼저 와 있으셔? 집 가깝다고 맨 날 나보다 늦게 나오더니?”


“아 이따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일찍 가봐야 돼서 먼저 나왔다.”


“몇 시에 가게?”


“글쎄 한 2시쯤?”


지금 시각이 한시니까 대충 한 시간 정도 밖에 안 남았다.

아니 한 시간 밖에 못 한다는 것은 별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녀가 버스 타는 시간에 맞춰서 나가질 못 하는 게 문제였다.

일단 석재와 함께 두시에 나오기로 하고 수영을 했다.

쉬면서 생각해보니 어떻게 그녀한테 다가 갈까가 문제였다.

18년 인생동안 모르는 여자의 전화번호를 따는 것을 해본 적이 없기에 멘트를 뭐라고 날려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단순하게 전화번호를 물어보기엔 임팩트가 없고...

그렇다고 주둥이 털기엔 가벼운 남자로 보일 것 같고...

그러다 옆에서 혼자 잠수나 하고 있는 석재한테 상담을 요청할까 생각했다.

백록이라면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그래도 여자 친구도 몇 번 사귀어 봤으니 적어도 상담할 정도의 노하우는 있어보였다.

그래서 말을 꺼낼까하다 문득 지난 학기의 사건이 생각났다.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이다.

그러나 1학년 때는 각반을 쓰고 2학년부터 합반을 쓴다.

석재는 작년 1학년 때 같은 반이어서 친해졌고 백록이는 2학년 올라와서 알게 됐다.

나는 남중을 나왔기에 처음 합반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설레었다.

그리고 들뜬 마음으로 처음 반으로 들어간 날 너무 마음에 드는 여자애가 있었다.


이름은 임사랑.


사실 처음 출석을 부르며 이름을 들었을 때는 속으로 ‘엥? 사랑? 헹 이름 저런 애들치고는 이쁜 거 한 번도 못 봤다.’ 생각했는데 얼굴을 봤을 때 정말 이름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얼굴에 깜짝 놀랐다.

키는 160쯤 되고 긴 생머리와 하얀 피부에 호리호리한 체형이 남자들의 마음을 흔들게 하는데 커다란 눈망울과 곧게 솟은 코가 흔들다 못 해 뿌리채 뽑아가는 외모였다.

이제 고2가 됐으니 여자 한 번 사귀어 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 그 얘와 잘해보기로 맘먹었다.

그래서 처음엔 그 얘의 친구들부터 친해졌고 점차 그 얘와 친해졌다.

간혹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녀석들이 ‘너네 반에 이쁜 애 있냐?’ 라고 물어보면 주저 없이 그 애의 이름을 말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내 친구들 뿐만 아니라 그 얘의 친구들도 걔를 좋아한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걘 그런 게 부담이 됐는지 언제부턴가 조금씩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 얘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거기서 그만두려고 했다.

그 얘를 좋아하는 티를 내긴했지만 딱히 그 얘한테 목맬 만큼 좋았던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여자 친구가 사귀고 싶었는데 그 얘가 눈에 들어왔던 거뿐이었다.

물론 잘 되면 좋겠지만 잘 안 돼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주위에 이미 소문이 날만큼 나 있는 상태라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딴 여자를 알아보자니 그 애가 안 될 거 같으니까 갈아탔다는 소문이 날까 무서웠고 이젠 안 좋아한다고 말해봤자 믿을 거 같지도 않았고...

그래서 결국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 얘 집 앞에 가서 대뜸 고백을 해 버렸다.

석재랑 같이 사랑이 친구한테 집을 물어 찾아갔었다.

석재랑 사랑이 친구는 숨어있었고 그 흔한 양초나 풍선 같은 것은커녕 꽃다발 하나 없이 전화로 불러낸 다음에 사귀자고 말했다.


뭐 이정도 정성밖에 없으니 결과야 뻔했다.

어떠한 이벤트나 서프라이즈 없이 고백에 성공할 것이란 생각은 안 했지만 반대로 그런 것들을 준비해봤자 안될 것은 안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말이 좋아 고백이지 뭐 반 정도는 그 얘와의 상황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쓸데없이 돈을 쓰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굳이 그런 식으로 정리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사실 그 고백은 내 인생에서의 첫 번째 고백인데 그렇게 볼품없이 해버리고 게다가 차여버리니 괜히 트라우마만 남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막상 차이고 나니 나름 침울했으니 말이다.

적어도 그때 당시엔.


그래도 상처가 적었던 게 그 애가 거절한 이유가 못생겨서나 싫어서가 아닌 아직은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아서였다.

뭐 말은 그렇게 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 지금도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고 있어서 차인 후에 자책이나 열등감 같은 것은 적었다.

하지만 아직도 친구들끼리 있으면 회자되며 놀림감이 돼서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게 조심스럽다.

그래서 이번엔 섣불리 말 꺼내기 보다는 ‘이 정도는 혼자 알아서 하자,

그리고 잘되면 그때 가서 얘기하자’ 라는 생각으로 아껴두었다.


2시가 되자 석재는 나가자고 재촉에 따라 나섰다.

몸을 씻고 옷을 입고 나오니까 아직 1시간은 남았다.

석재 녀석은 지 볼일 보러 가버리고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무엇을 하며 시간을 죽일까 생각하였다.

그래, 시간이 애매해서 한 시간도 못 하고 나오겠지만 피시방이나 가있자 하고 피시방에 들어가 버린 게 실수였다.

하여튼 남자 녀석들이란 쓸데없는데 오기를 부려 한 번 시작한 게임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때 까지 끝을 못 낸다.

아니, 적어도 오기부리는 와중에 시간만 제때확인 했어도 지금 이렇게 찌그러진 얼굴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하~ 이젠 집에 와서 게임을 하려해도 그녀 생각에 의욕이 안 생긴다.

이까짓 그래픽 놀음에 미쳐서 그 중요한 순간을 지나쳐 버리다니.....

이제 방학보충도 끝나 실컷 할 수도 있는데 이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했던가.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거늘...

그녀의 얼굴이 아른거려 그저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다 다시 중요한 일이 떠올랐다.


근데 어떻게 그녀의 번호를 따지?


이제 앞으론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 맞춰서 버스를 타는 것을 다짐하는 것 까진 좋다. 하지만 그 다음을 어쩔 것인가?

그저 바라만 볼 것인가?

처음에 느꼈듯이 놓치면 후회할 사람이 아닌가?

그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녀에게 다가갈 것인가는 더욱 중요했다.

또 미행할까?

아니지... 언제까지 뒤꽁무니만 쫓아다니고 있을 수야 없지.

내가 낯을 좀 가리지만 그래도 고백할 용기도 없는 쭉정이는 아니지 않은가?

대뜸 물어보는 거 말고 좀 자연스럽게 그녀와 알게 되는 법은 없을까?

그래서 나름 시나리오를 짜보았다.


작전명 로스트 폰


스텝 1. 그녀보다 버스에서 먼저 내려 앞장 서간다.


스텝 2. 적당히 거리가 벌어졌을 때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면서 핸드폰을 떨어뜨린다.


스텝 3. 아무것도 모르는 척 갈 길을 간다.


스텝 4. 그것을 본 그녀는 나에게 폰을 주어주려 말을 건다.


스텝 5. 무진장 고마워하며 그녀와 안면을 트고 버스 탈 때마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다.


주의사항. 떨어뜨린 핸드폰을 다른 사람이 주워줄 수도 있으니 주의한다.


좀 삼류틱한 시나리오긴 하지만 대뜸 가서 번호를 물어보는 것 보다 훨씬 좋은 방법일 것 같았다.

다음에 만나면 꼭 이 방법을 써먹어 보리라 마음먹으며 핸드폰을 자연스럽게 떨어뜨릴 수 있도록 바닥에 방석을 깔고 거울을 보며 연습을 했다.

실전에선 맨바닥에 떨어뜨리겠지만 뭐 어차피 약정도 끝난지 오래고 망가지지만 않으면 되니까 미끼 역할 정도야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떨어뜨린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연습을 하니 나름 자연스러워졌다.

과연 실전에서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작가의말

시나리오 쓰고 있네

후달리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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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가을 -장벽- 18.02.24 7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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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외전 -형민이야기- 18.02.16 65 0 10쪽
26 또 다시 여름 -불청객- 18.02.15 88 0 15쪽
25 또 다시 여름 -비밀연애- 18.02.14 101 0 9쪽
24 또 다시 여름 -결국엔- 18.02.13 80 0 9쪽
23 또 다시 여름 -또 다른 고백- 18.02.12 57 0 10쪽
22 또 다시 여름-회식- 18.02.11 79 0 11쪽
21 외전 -석재이야기- 18.02.10 88 0 13쪽
20 또 다시 여름-바다(2)- 18.02.09 87 0 10쪽
19 또 다시 여름 -바다- 18.02.08 87 0 10쪽
18 또 다시 여름 -고백- 18.02.07 86 0 13쪽
17 또 다시 여름 -보충학습- 17.12.26 105 0 10쪽
16 또 다시 여름 -니전화번호- 17.12.25 82 0 10쪽
15 또 다시 여름 -쉬는날- +1 17.12.24 109 0 10쪽
14 또 다시 여름 -질투- 17.12.23 113 0 8쪽
13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2)- 17.12.22 73 0 11쪽
12 또 다시 여름 -아르바이트- 17.12.21 100 0 17쪽
11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3)- 17.12.20 92 0 11쪽
10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2)- 17.12.19 88 0 9쪽
9 여름방학 외전 -사랑이야기(1)- 17.12.18 128 0 10쪽
8 여름방학 -첫데이트- 17.12.16 132 0 5쪽
7 여름방학 -재도전- 17.12.15 155 1 7쪽
6 여름방학 -머저리- 17.12.14 19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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